구름공작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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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30화
제2장 험난한 여정…… (2)
“이거 클라리아에게 혼나겠는데…….”
쉬이익!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뒤로 살짝 물러서자 뛰어난 대장장이가 제작한 검날처럼 날이 잘 서려있는 거대한 손톱이 허공을 베었다.
“취이익! 공격!”
오크의 마을에 들러 케르취가 합류하고 몬스터의 숲을 수색하기 시작한 지 단 30분 만에 이레스 일행은 몬스터들의 기습을 받게 되었다.
“도, 도련님!”
샤벨타이거 용병단의 단장, 샤인의 외침에 이레스는 다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검을 찔러 넣어 몬스터를 쓰러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일행과 마찬가지로 샤인도 몬스터들의 공격을 피하며 반격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위험한 몬스터가 나왔기에 힘겹게 몬스터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쉬이익!
날카로운 손톱이 날아오자 샤인이 황급히 검을 들어 강하게 휘둘렀다.
채애앵!
거대한 검명과 함께 날카로운 손톱이 뒤로 날아가고 샤인의 검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결과적으로는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공격에 실패하여 다시 공격을 해야 하는 몬스터가 아닌 공격을 막아낸 샤인이었다.
익스퍼드 중급 막바지에 오르면서 A급 용병에 해당되는 실력을 갖춘 그였지만 이레스 일행을 습격한 디글이라는 몬스터가 문제가 되어 버렸다.
디글은 다른 몬스터들보다 얇은 살가죽을 가지고 있어 오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벨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몬스터였지만, 땅속에서 굴을 파며 살아가며 땅이 울리는 진동을 통해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하여 습격을 하는 몬스터였다. 또한 방어에 취약한 대신 다른 몬스터들보다 강력하고 명검보다 날카로운 손톱을 무기로 삼는 몬스터였다.
아무리 방어에 취약한 몬스터라고 해도 인간보다 수십 배의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몬스터답게 무릎을 살짝 굽히고만 샤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공격 피하고 죽이면 된다니까요.”
“그게 말처럼 싶습니까!”
솔직히 이레스도 전생의 기억을 포함하여 이렇게 몬스터의 숲 깊숙한 곳까지 찾은 적이 없어 디글이라는 몬스터와의 전투는 처음이었다.
이레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주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이 정도 병력이면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샤벨타이거 용병단, 파이어캣 용병단 그리고 구름 기사단과 함께 몬스터의 숲으로 향한 이레스는 오크의 마을에 들렀을 때 케르취와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오크 전사 서른 명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예상대로 몬스터의 숲을 지배하는 것은 엄연히 오크들의 일이었기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었다.
샤벨타이거 용병단.
파이어캣 용병단.
구름 기사단.
케르취와 서른의 오크라이더.
마지막으로 두 명의 정령검사.
병력의 숫자가 아닌 단순히 무력으로 보면 자작가의 총군사력과 맞먹는 힘을 가진 이레스의 일행이었다.
샤벨타이거 용병단은 용병단장인 샤인이 중급 막바지로서 상급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용병들이 최소 초급, 최대 중급 중반의 경지까지 올라있는 상태이고 파이어캣 용병단은 경지가 샤벨타이거 용병단보다 낮다고 볼 수 있지만 마법과 활, 비수라는 중장거리 공격에 능한 용병단이었다.
샤벨타이거 용병단이 몬스터의 움직임을 막고 파이어캣 용병단이 차근차근 몬스터들을 쓰러트리고 구름 기사단과 오크 전사들은 적들을 각개격파하며 빠른 속도로 병력을 줄여버린다.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었으니 큰 부상을 입은 자들은 존재했어도 죽은 사람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슈슈슉!
파이어캣 용병단의 용병, 레일리의 양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자 어느새 수십 개의 비수가 샤벨타이거 용병단이 막고 있는 디글을 향해 쏘아졌다.
디글은 바로 뒤로 물러서며 양 손톱을 교차하여 얼굴과 가슴을 가리고 몸을 움츠려 복부까지 가려버렸다.
채재쟁!
푸부북!
세 자루의 비수가 디글의 손톱을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고 다른 세 개의 비수가 몸에 박혔지만 치명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무리 방어에 취약하다고 해도 인간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의 기준으로 볼 때였다.
레일리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파이어캣 용병단의 단장 페리에게 외쳤다.
“언니! 이건 무리!”
민첩한 움직임을 통해 적들을 혼란시키며 화살 대신 빠르게 쏘아 보낼 수 있는 비수를 통한 투척술에 능한 레일리였다.
심지어 샤벨타이거 용병단이 앞에서 디글을 막아서고 있었으니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로 비수를 날리면 정확성은 더욱더 높아졌지만 디글에게는 통하지 않는 공격이었다.
페리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레스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도련님!”
“거참…….”
귀찮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디글을 쓰러트리던 이레스가 왼손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잘 싸우는데 꼭 도움이 필요해요?”
디글의 공격을 막거나 공격을 하여 상대를 압박하던 페리와 샤인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힐끔 한쪽을 바라보았다.
“하아압!”
푸부북!
거대한 기합과 함께 샤벨타이거 용병단의 막내 샤크가 창을 내지르자 세 개의 잔상이 만들어지며 디글의 몸 곳곳에 박히고 빠져나왔다.
오로지 머리와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있던 디글의 복부와 양쪽 다리에 구멍이 뚫렸다.
털썩.
갑작스러운 고통과 양쪽 다리에서 느껴지는 무감각에 의해 천천히 허물어지던 디글이 양손을 강하게 휘둘러 공격을 하려 했지만 샤크가 먼저 뒤로 물러나 공격을 피한 뒤에 창을 내질러 디글의 머리를 부쉈다.
푸우욱!
일대일의 전투가 아니었기에 바로 창을 빼내며 주위를 둘러보던 샤크는 다른 디글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고, 샤인과 페리는 그 모습을 가리키는 이레스를 향해 다시 한 번 소리를 쳤다.
“쟤는 다르지 않습니까!”
“쟤는 다르잖아요!”
“뭐가 다르다는 거예요?”
맨 처음 만나 대련을 통해 지도를 해줬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샤크는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분명 오러 유저였는데 그는 이미 익스퍼드 초급 경지에 올라선 상태였다.
그것도 1개월 전에 경지가 상승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오로지 마나가 따라주지 않아 경지의 한계가 정해진 것이지, 그의 창술과 신체능력, 민첩한 반응속도를 생각하면 이미 익스퍼드 상급을 뛰어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바로 입을 다물며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디글에게 시선을 돌렸고 어깨를 으쓱하며 다른 디글을 향해 달려가는 샤크를 바라보던 이레스는 바로 눈을 좁히며 그의 창술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본거 같긴 한데 말이야…….”
전투에 관해서 잘 잊어버리지 않는 이레스였지만 때때로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것은 그저 소문으로만 듣고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이레스가 상념을 지우고 다른 디글을 향해 걸어갔다.
처음에도 생각했듯이 부모가 아들에게 상어를 뜻하는 샤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또 그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도 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샤크를 가리키던 그 손가락으로 이번엔 반데크를 가리켰다.
“좀만 기다려봐요. 다 끝나가니까.”
“그게 힘들다니까요!”
다시 디글을 상대하던 페리가 힐끔 이레스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다 뾰족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반데크와 자유기사였던 아이반의 전투방식은 독특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주 참신한 방법이었다.
디글은 땅을 파고 그 안에서 숨어사는 몬스터였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이기도 했다.
습격을 하더라도 전체가 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은 땅속에 숨어 또다시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었다.
언제 어디서, 심지어는 자신의 발밑에서 나타날 수 있는 디글이었지만 반데크는 오히려 디글이 만들어낸 함정과도 같이 구멍을 이용해 전투를 벌였다.
“라크.”
반데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그의 옆에 서 있는 늑대의 주위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나타나 구멍 안으로 쏟아졌다.
구멍 안으로 쉬지 않고 물줄기가 쏟아지니 연결되어 있었는지 구멍 몇 군데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의 구멍에서 흘러들어가던 물줄기의 물이 두 개의 구멍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두 개의 구멍에서 세 개의 구멍으로, 세 개의 구멍에서 네 개의 구멍으로 늘어나며 점점 사방에 뚫려있던 구멍에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구멍 몇 군데에서 갈색 생명체, 디글이 나타났다.
쉬이익!
땅속에 숨어있던 디글이 하늘 위로 솟구치는 순간 반데크의 옆에 서 있던 아이반이 바로 화살을 쏘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의 모습에 디글이 황급히 양손을 교차하며 방어를 했고, 화살이 튕겨나가는 순간 두 대의 화살이 다시 날아가 떨어지는 디글의 양다리를 맞추었다.
푹! 푹!
쿵!
디글은 바로 바닥에 쓰러졌고 아이반이 활시위에 두 대의 화살을 걸어 쏘아 보내자 디글은 머리의 화살이 박히며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아마 반데크가 저런 방법으로 땅속에 숨어있는 디글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면 피해는 극심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레스는 페리가 뾰족하게 소리를 친 그 순간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실력은 좋지만 절대로 안 되지.”
실력은 인정하되 엘리스와의 관계는 절대로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숲속이다 보니 평소보다 빠르게 해가 저물었다. 그나마 평평하고 안전한 지역에서 야영을 선택한 이레스는 두 개의 달이 머리 위에 떠오르자마자 바로 구름 기사단의 단장 벅튼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도는?”
“작성하고 있기는 한데 애매합니다.”
이레스가 그럴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를 헛먹은 것이 아니듯이 벅튼은 자세하게 지형을 그려놓는 군사형 지도는 아니지만 평범한 지도를 제작하는 법은 알고 있었고, 용병들도 직업 특성상 지도제작법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기에 지도를 만들며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몬스터의 숲을 찾은 이유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직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스릴 화살을 찾은 곳부터 수색을 시작하려 했지만 그곳에 도착과 동시에 흔적을 찾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오래된 일은 아니었지만 숲속이라는 지형 때문인지 여기저기에서 몬스터의 발자국이나 나무에서 숨어사는 동물들의 발자국이 사방에 찍혀 있었기 때문에 미스릴 화살과 관련된 흔적만 발견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었다.
벅튼이 용병단과 함께 만든 엉성한 지도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해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시도는 해봐야지.”
“…….”
한마디로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이레스가 벅튼을 바라보며 피식 실소를 흘리더니 하늘 위에 떠있는 두 개의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움직이면 몬스터의 숲을 정벌하는 것은 빨라지지 않을까?”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그걸로 끝내면 되지.”
벅튼은 억지로라도 이해해야겠다는 듯이 강제로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대답을 했고, 하늘 위에 떠 있는 두 개의 달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이레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샤벨타이거 용병단과 파이어캣 용병단은 물론이고 구름기사단의 기사들도 불침번을 서고 있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물론 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는 이도 있었다.
“합! 합!”
짧은 단창을 사용하는 샤벨타이거 용병단의 막내 샤크였다.
찌르고 창대를 휘둘러 다가오는 적들을 밀어내는 것이 너무 정직했다. 하지만 그 정직함에서 피하지 못한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번 움직이는 데 올바른 움직임을 보이지만 아주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마음만 먹으면 공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팔꿈치를 허벅지에 대고 손바닥으로 턱을 기대고 수련을 지켜보던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옆에서 지도를 바라보며 내일 있을 이동을 정리하는 벅튼에게 말했다.
“벅튼.”
“예, 주군.”
“저거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지 않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의 시선이 샤크에게 고정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벅튼이 단창을 휘두르며 수련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흐음.”
이레스의 말처럼 익숙하기는 했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분명 익숙하다는 것은 어디서 보았다거나 소문을 통해 대충 저런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샤크를 바라보던 벅튼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려 할 때 이레스와 똑같이 그를 바라보던 반데크가 입을 열었다.
“드레이크 병기술 아닙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