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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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29화
제2장 험난한 여정…… (1)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두 사람에게 해준 이야기는 아주 간단했는데, 그 이야기를 요약하면 몬스터의 숲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데 도중에 만나는 몬스터들을 소탕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말이 수색이었지, 일단 몬스터의 숲에 들어서면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여야 했기 때문에 두 용병단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의 숲은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더 희귀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크 부대와 기사단이 함께 간다고 하니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영주성 입구에서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네.”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자신의 인사를 받아준 페리가 모이는 장소를 묻자 이레스는 바로 대답을 한 후에 영주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크들의 도움도 필요하기에 찾아가는 것도 옳았지만, 어차피 내일 몬스터의 숲으로 향하면 만날 수밖에 없는 그들이었다. 때문에 만남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어도 상관이 없었고, 그들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오크들의 목적은 몬스터의 숲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다른 몬스터들을 소탕해야 하니 도와주지 않는 것은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시간 참 빨리 가네…….”
천천히 영주성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는 벌써 세상이 붉은빛으로 물들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는 것에 작게 투덜거리고는 다른 곳을 들리지 않고 바로 기사 수련장으로 향했다.
반데크를 데리고 왔던 벅튼이 수련을 하고 싶다고 하여 허락했던 것이 몇 시간 전이었으니 기사 수련장으로 가면 그뿐만이 아니라 구름 기사단의 단원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뒤늦게 그레이즈 공작에게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구름 기사단의 단원들이 기사단의 단장인 벅튼이 이레스와 함께 성도로 향했음에도 영지로 복귀하자마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들었을 때 이레스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가 창피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헨바인 백작과의 영지전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직 확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알려진 이레스가 바람의 힘과 흙의 힘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식적으로 발표를 끝마친 오크들과의 동맹으로 그레이즈 가문의 무력이 더욱더 강력해졌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두 가지 소문 어디에서도 구름 기사단에 대한 이름은 나오지 않았고, 그것이 그들의 투지를 일으켜 세워 그들을 자발적으로 수련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분명 함께 영지전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구름 기사단을 제외하고 이레스와 검은 갈퀴 부족의 오크들만 사람들에게 소문이 난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기사단이 함께 영지전을 치렀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하압! 하압!
영주성 뒤쪽에 자리 잡은 기사 수련장에 도착하니 한 기사단만이 홀로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레스는 수련장 입구에 등을 기댄 채 그들의 수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려준 수련 방법을 통해 육체를 단련시키고 있는 기사들도 있었고 실전경험이 부족하여 진짜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상대와 대련을 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벅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요청으로 반데크를 데리고 온 뒤에 수련을 하겠다며 떠났기에 수련을 시작한 것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았겠지만, 다른 기사들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수련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창피해도 엄청 창피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레스, 그 자신도 전투에 참여했는데 사람들이 전투에 참여했다는 것도 모른다면 창피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병사들 같은 경우에는 그레이즈 가문의 군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도 그레이즈 가문의 병사라는 것을 알아주어 인정했다.
한데 구름 기사단은 신생 기사단인 것을 감안해도 영지전에서 뛰어난 공적을 올린 것도 아니었으니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그레이즈 가문의 군대라는 이름보다 더 명성이 올라가지 않았다.
저벅저벅.
뒤에서 들려오는 한 사람의 발소리를 들은 이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걸어오는 이를 확인하고는 다시 구름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참 열심히 하는 거 같습니다.”
이레스에게 다가온 이는 그레이즈 가문에서 가주와 함께 마스터 경지에 올라있는 유일한 기사, 헬버튼이었다.
자신의 앞에 도착하며 말을 하는 헬버튼의 모습에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작은 미소를 그렸다.
“쪽팔렸을 테니까요.”
“허허허.”
마스터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 헬버튼도 오러 유저였다. 익스퍼드 초급, 중급, 상급, 최상급을 걸쳐 오러나이트 경지에 올랐고, 그 시기에 전투에 참여하고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적이 있어 구름 기사단이 느끼는 감정을 잘 알고 있었다.
웃음을 터트린 헬버튼이 고개를 돌리며 이레스에게 물었다.
“몬스터의 숲으로 떠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이상한 게 있으니 미리 찾아보려고요.”
헬버튼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구름 기사단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아이반에게도 말해 둘 터이니, 데려가주시겠습니까?”
자유기사 아이반.
활이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자유기사였고 제대로 된 마나심법을 배우지 못한 그였지만 그에게서 어떠한 재능을 발견한 것인지 헬버튼은 그를 만나자마자 제자로 받아들였다.
어차피 놀고 있는 기사들이 있다면 바로 데려가려고 했었던 이레스가 헬버튼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많이 위험할 텐데요?”
“그래도 도련님이 함께 가시지 않습니까?”
“믿지 마세요.”
“허허허, 뭐 그렇게 열심히 수련을 했는데도 몬스터에게 목숨을 잃어버린다면 그 아이의 실력은 거기까지라는 것이겠죠.”
* * *
헬버튼과 헤어진 뒤에 구름 기사단을 만나 이야기를 해주고 다시 걸음을 옮기며 놀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던 이레스는 영주성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걸음을 멈추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가만히 생각해보니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놀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존재했다. 물론 그가 거절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밀어붙인다면 허락할 가능성도 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총관실 앞에 도착하자 푸른 머리의 청년, 반데크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후…….”
정령사는 근처에 정령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총관실의 문이 열리며 엘리스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반데크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레스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방금 한숨 내쉰 거 같은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헤죽 웃으며 말하는 반데크를 눈가를 살짝 좁힌 채 바라보던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엘리스에게 여인에게 작업 걸었던 이야기를 하지 않을게.”
서로의 이름도 모르는 채 청혼을 한 결과, 반데크는 잠시 총관실을 나오던 엘리스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눈빛에서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이상한 것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아무 여자에게나 찝쩍댄다는 소문까지 퍼지게 되면 그녀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엇갈릴 것이 분명했다.
반데크가 바로 진지한 눈빛으로 이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입니까?”
“사람 찾기? 물건 찾기? 무튼 그런 건데 좀 걸린다.”
“…….”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면 아무 여자에게나 찝쩍거린다는 소문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에서, 그것도 그 일주일 동안 그녀와 만나는 시간이 아예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총관실에서의 작업이 바쁜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을 더욱더 줄이는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었다.
이레스는 그가 뜸을 들이는 이유를 알아차린 것인지 바로 총관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지만 사람들은 총관실을 찾은 손님이 누구인지 확인할 시간이 없다는 듯이 서류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총관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힐끔 문밖에 서 있는 반데크를 쳐다본 이레스가 바로 총관의 자리에 앉아있는 클라리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클라리아.”
“……아, 도련님.”
부른 후에도 하던 작업을 끝낸 뒤에 고개를 드는 클라리아였다.
사과를 하는 대신 환하게 미소를 그리며 반기는 그녀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린 이레스가 바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움직이면 밀려있던 작업이 언제 끝날 거 같아?”
“으음……. 대충 삼사 일 정도요.”
이레스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반데크를 바라보며 손을 쫙 편 후에 엄지를 접었다.
“나흘.”
“…….”
“이대로 죽치고 기다려봐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알 텐데?”
“…….”
순간적으로 고민에 휩싸인 반데크였다.
만약 저 금발 여인의 말처럼 삼사 일 정도 걸린다면 자신은 할 일이 없었다.
엘리스를 만나기 위해 계속 기다렸지만, 화장실에 가거나 식당에서 간식을 가지고 올 때를 빼고는 총관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또한 가끔 빠져나올 때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상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일단 첫인상이 이상한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그것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았으니 작업이 끝날 때까지 총관실 앞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그녀의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호감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상대가 그녀의 친오빠라면 무조건 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알겠습니다.”
생각을 마친 반데크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이레스는 바로 총관실을 빠져나오려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클라리아의 시선을 느끼고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치니 자연스럽게 가문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와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이레스가 바로 몸을 돌리더니 열심히 서류를 작성하고 정리하고 사인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크게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1시간 휴식!”
“후아!”
“히잉.”
사람들은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펜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바로 의자의 등을 기대며 축 늘어졌고 에리카는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작게 울상을 지으며 책상 위에 쓰러졌다.
총관의 자리 바로 옆에서 일을 하고 있던 에리카였기에 이레스는 그녀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어주고는 클라리아에게 말했다.
“잠시 산책 좀 할까?”
“……네.”
고개를 갸웃하던 그녀였지만 그가 반데크에게 하던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레스는 바로 그녀를 데리고 영주성을 빠져나와 정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벌써 붉게 물든 세상은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데미안이 제작한 라이트 마법이 걸려있는 아티팩트로 인해 주위가 보이지 않는 어둠이 아니라 주위를 감싸고 있는 포근한 어둠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라이트 마법이 걸려있는 아티팩트 쪽으로 클라리아와 함께 걸음을 옮기던 이레스가 턱을 살살 긁으며 입을 열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뒤의 말을 흐리기는 했지만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깨달았는지 클라리아가 바로 걸음을 멈추더니 이레스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이레스가 몸을 돌려 클라리아를 바라보았다.
“……또 어디 가시나요?”
“며칠 걸리지는 않는데.”
“매, 매번 그런 말을 하셨지만…….”
매번 약속한 날짜에 온 적이 없던 이레스였다.
이레스는 또 한 번 턱을 살짝 긁었고 클라리아는 그런 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양 주먹을 꾸욱 쥐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약속 하나만 해주실 수 있나요?”
“어떤 거?”
“볼일이 끝나면 저, 저…….”
“저?”
클라리아가 갑자기 창피해졌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저부터 찾아와주세요.”
“…….”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전생의 기억까지 포함하면 정신 나이는 지금의 아버지를 훨씬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진 적이 없던 이레스였다.
켈론 백작가의 장녀 셰리와 결혼을 했지만 그것은 서로가 사랑하여 결혼한 것이 아닌 정치적 혼인인 정략혼인이었으며,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도 전에 바로 법무부 장관이라는 길을 걷기 위해 가문을 떠났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그런 이레스의 마음을 단 하나의 부탁으로 뒤흔들어버리는 클라리아였다.
“…….”
저벅저벅.
이레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가가 그녀의 양손을 잡았다.
“볼일이 끝나면 바로 찾아올게. 어차피 일찍 끝나는 일이니까.”
“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클라리아였다.
이레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약속한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