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24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24화
제11장 안 돼! 절대 안 돼! (1)
클라리아까지 이레스와 함께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니 영주의 집무실에서 일하던 알레인도 그녀를 찾으러 왔다가 정원에서 휴식을 취했고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찾으러 나왔던 그레이즈 공작도 휴식을 취하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의 대화를 중단시키는 이가 나타났다.
“후후후.”
“……?”
“헉!”
이레스의 옆에 찰싹 붙어 있는 클라리아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그리고 있던 그레이즈 공작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산한 웃음에 고개를 돌렸다가 몸을 흠칫 떨고 말았다.
“후후후후.”
“……미, 미안하네.”
그레이즈 공작이 난데없이 사과를 하자 이레스는 물론이고 모두가 음산한 웃음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음산한 음성의 주인공이 클라리아를 바라보았다.
“클라리아…….”
“죄, 죄송합니다.”
클라리아가 그레이즈 공작과 똑같이 몸을 흠칫 떨더니 사과를 하자 음산한 웃음소리의 주인공 그레이즈 가문의 총관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몇 명은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던 자들이었다.
총관이 고개를 돌려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았다.
“주군.”
“왜 그러는가?”
“오늘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쓰겠습니다.”
“뭐, 뭐? 이 바쁜 시기에 휴가를 쓰겠다니!”
그레이즈 공작이 깜짝 놀라며 외쳤지만 총관은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다 흥분하여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이 바쁜 시기에 쉬는 사람들은 뭡니까!”
친우인 헬버튼까지 진정시키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시뻘게져 있는 총관의 모습에 그레이즈 공작이 바로 입을 다물자 그는 바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제자 클라리아를 바라보았다.
“일주일간 네가 총관이다.”
“네?”
“내가 돌아왔을 때 일이 밀려 있으면…….”
“…….”
“흐흐흐흐흐.”
총관은 또 한 번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리고 본성으로 돌아갔다.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쉬지 않고 영주의 집무실에 붙잡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클라리아의 작업까지 모두 끝마쳤다. 하지만 모든 작업을 끝냈음에도 돌아오지 않자 직접 영주의 집무실로 향하다 정원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레이즈 공작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이, 이보게.”
“나 일 안 해! 일도 처 안 하고 놀고 있는데 나도 이제 좀 쉬자! 아아악!”
하늘을 올려다보며 버럭 소리를 지르던 총관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그레이즈 공작의 손을 바라보았다.
“붙잡지 마십시오. 확 사표 쓰기 전에.”
클라리아가 실력을 인정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총관보다는 못한 상태였다.
“…….”
그레이즈 공작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다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본성으로 들어가더니 몇 분 뒤에 멍하니 앉아 있는 그들의 앞으로 한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시 나타난 총관이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겠습니다.”
“그, 그러시게.”
그레이즈 공작의 대답을 들은 총관은 바로 영주성 입구로 향했고 거기서 기사들이 난감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자 한 번 째려보고 작게 중얼거린 뒤에 사라졌다.
“…….”
“…….”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총관을 떠올리고는 멍하니 앉아있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클라리아를 바라보았다.
얼떨결에 일주일간 총관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추, 축하해.”
“흑…….”
클라리아는 감사하다는 인사 대신 다시 울상을 지었다.
이레스와는 다르게 알레인은 총관이라는 직책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힘내십시오.”
“도, 도와주세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며 부탁했지만 알레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이미 몸 상태가 최악인지라……. 형님에게 부탁…….”
“머리 쓰는 것은 딱 질색인 거 알잖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이레스에게 고개를 돌리던 클라리아는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 * *
이레스는 분노한 총관이 영주성을 떠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던 사람들을 데리고 회의실로 향했다.
“일단 하나하나 정리해 봅시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작게 미소를 그리며 그들의 시선을 받아준 이레스가 상석에 앉아 있는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았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차기 가주 실력이나 한번 보자.”
“그럼…….”
이레스가 사람들을 쓰윽 훑어보다 양손으로 책상을 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해산. 내일 봅시다. 열심히 일하고.”
“앉아.”
“예, 너무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장난 한번 쳐본 겁니다.”
정말 장난인가 싶어 물끄러미 아들을 바라보던 그레이즈 공작이 손을 젓자 이레스가 알레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일단 읊어봐.”
“뭘요?”
“그냥 바쁜 이유.”
“헨바인 가문에서 얻은 재물을 통한 개발과 인신매매, 그리고 반데크입니다.”
이레스가 반데크라는 이름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걔는 왜 왔대?”
“형님을 만나러 왔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만나고 싶어서 왔다고 형님 오면 찾아뵙겠답니다.”
“페이언 왕국에서 어떤 미친놈이 만나고 싶다고 그냥 찾아왔겠냐?”
“그건 형님이 알아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어디 있는데?”
“영지 중심가에 위치한 페가수스의 쉼터라는 여관에 있습니다.”
이레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클라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벌써부터 스승인 총관이 없어 자신이 모든 일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울상을 지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클라리아.”
“네…….”
“사람 데리고 왔으니까, 알려주면서 해.”
“…….”
클라리아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이레스는 헤라의 옆에 앉아 있는 에리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래 보여도 경제학부 수석 입학 학생이니까.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수석 입학.”
그녀도 테라인 아카데미 학생이었기에 수석 입학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있었다.
에리카가 클라리아의 시선을 느끼고는 눈을 초승달로 만들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에리카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새로 영입된 경제학부의 인재를 바라보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두 사람에게 돌아가자 이레스가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책사 두 명 물어 왔는데 엄청난 놈들입니다.”
“확인은?”
“한 명은 수석 입학, 한 명은 군사학부 그럭저럭.”
바실리아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헤라는 그럭저럭이라는 대답에 얼굴을 화악 붉혔다. 이레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군사학부 교육이 너무 빡세다 보니까, 따라가기도 힘든데 그것을 따라가고 있어요.”
그레이즈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실리아스와 헤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
“헤라라고 합니다.”
자신을 짧게 소개하는 헤라와 달리 바실리아스가 입을 열지 않고 고개만 숙이자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 중 바실리아스에게 고정되었고 이레스는 그들의 시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말을 하지 못해요.”
그레이즈 공작이 작게 미소를 그리며 바실리아스를 바라보다 물었다.
“실력은 뛰어나다고?”
“수석 입학이라니까요.”
“호오.”
그레이즈 공작은 수석 입학한 사람이 여인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사내라는 것에 놀랍다는 듯이 바실리아스를 바라보다 이레스에게 물었다.
“무엇을 해주면 되느냐?”
“무엇이 필요해?”
이레스가 바로 고개를 돌리며 묻자 바실리아스가 헤라를 보고 손짓을 했고 그녀가 바로 손짓을 해석해 주었다.
“일단 테라인 왕국 전체 지도와 그레이즈 영지와 전방 10㎞ 밖이 그려진 지도, 지형 분석가 한 분하고 호위기사랑 테라인 왕국 왕권파 귀족과 귀족파 귀족의 수, 헥토스 왕국 전체 지도랑, 헥토스 왕국의 총 군력과 스파이라는데요?”
“…….”
그렇게 돈이 들어갈 거 같지는 않았다.
스파이, 즉 첩자는 이미 헥토스 왕국에 심어둔 상태였기에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레이즈 영지와 전방 10㎞가 그려진 지도는 직접 제작해야 했기에 그 부분에서 돈이 들 것 같았다.
이레스가 자연스럽게 가문의 모든 자산과 영지를 관리하는 총관의 제자 클라리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생각하는 듯이 눈을 감고 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들어온 금액이 커서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빼돌린 겁니까?”
“절반.”
그레이즈 공작의 대답에 이레스가 작게 혀를 내두르고는 다시 알레인을 바라보았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라는 것이 헨바인 백작이 벌인 인신매매의 피해자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알레인이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다섯 사람은 산적들에 의해서 강제노역을 하고 있었기에 구출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열 명의 피해자는 발견조차 못했습니다.”
“왕국을 빠져나갔을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왕국 전체를 중심으로 한다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찾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왕국을 빠져나갔다면 가능성은커녕 흔적을 발견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다.
한 나라를 뒤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뒤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