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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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21화
제9장 바실리아스 (2)
“많이 아프냐?”
바실리아스는 고개를 저었고 헤라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쳐서 다리가 망가졌습니다.”
“치료는?”
“불가하다고 합니다.”
“…….”
이레스는 물끄러미 잠을 자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청록색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소녀였는데 자세히 바라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귀여운 외모의 소녀였다.
“으음……. 아!”
생각을 하는 듯이 잠을 자는 소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이레스가 기억해냈다는 듯이 작은 탄성을 흘리며 헤라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바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동생이에요.”
“……그래서였구만.”
헤라가 맹렬하게 반대를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하는 여동생에게 일을 시킬 수 없다는 언니로서의 입장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실리아스가 추천했을 때 맹렬하게 반대를 한 것이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이까지 능력이 좋다는 이유로 등용을 하는 이레스였으니 다리를 다쳤다고 고용하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동생의 능력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안 그래도 힘든 삶에 일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았었다.
이레스가 다시 소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렇게 싫냐?”
“싫다기보다는…… 언니로서 동생이 사람들의 시선을…….”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소녀였다.
분명 사람들은 그녀의 실력이 뛰어나도 증명되지 않는다면 불쌍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고 장애라는 것을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그녀로서는 한 번의 실수로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계속해서 불쌍한 아이로 남아버릴 것이 분명했다.
“일단 물어보지 뭐.”
“아, 나중…….”
나중에 잠이 깨면 이야기를 해보라고 부탁을 하려 하였지만 그녀의 노력은 바실리아스가 손을 들어 가로막으며 무산되고 말았다.
“왜 막았어?”
헤라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묻자 바실리아스가 대답 대신 미소를 그리며 손짓을 했다.
“……기다리라고?”
끄덕.
* * *
천천히 휠체어에 앉은 채 잠을 자는 소녀에게 다가간 이레스는 세상모르게 잠을 자는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더니 그녀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랜만이네…….”
테라인 아카데미 후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꽤 오래 지났으니 말이다.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케르취를 바라보며 물었다.
“멋있지?”
“취익……. 그렇습니다.”
살고 있는 곳은 어둡고 어두운 몬스터의 숲이다.
매일같이 몬스터들끼리 영역 다툼이 일어나고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태양을 막아내는 거대한 나무들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늪밖에 없었다.
케르취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경치를 구경하고 있을 때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소녀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이레스도 소녀가 눈을 떴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고는 작게 미소를 그리자 그녀도 작게 미소를 그렸다.
“안녕?”
“안녕하세요.”
소녀의 시선이 이번엔 이레스의 옆에 서 있는 케르취에게 향했다.
“…….”
물끄러미 케르취를 바라보던 소녀가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진하게 만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취익!”
케르취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아주었고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며 물었을 때 그가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사람 좀 구하러.”
“……?”
소녀는 고개를 갸웃했고 이레스는 작게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실피아.”
쉬이익!
나뭇가지에 찰싹 달라붙어 있지만 힘을 잃어 천천히 떨어지던 나뭇잎이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할 정도의 바람이 그녀의 곁을 스쳐가는 순간 한 작은 소녀가 이레스의 앞에 나타났다.
작은 소녀는 이레스를 보며 해맑게 웃더니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안녕! 실피아야!
“……안녕하세요. 에리카라고 해요.”
-헤헤헤.
실피아는 해맑은 웃음을 흘리더니 그대로 이레스의 머리 위로 날아가 앉았고 에리카는 그런 실피아를 빤히 바라보다 성도에 떠도는 소문을 떠올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레스 님이신가요?”
“그렇지.”
“그럼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사람을 찾으러 온 것이지.”
“…….”
에리카는 멍하니 이레스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더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다쳤다고?”
“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했다. 자신이 다쳤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대답이기도 했다.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치료는 해봤고?”
“네.”
“어떻다는데?”
“더 이상 걸을 수 없대요.”
“그래?”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본 채로 되묻자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는 고개를 내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언니랑 바실리아스는 오기로 했어.”
“…….”
“너도 올래?”
“…….”
에리카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이레스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다 손을 들어 올리자 실피아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더니 그의 손바닥 위에 앉았다.
손바닥 위에 앉는 순간 작은 바람이 불어오더니 떨어지던 나뭇잎들이 다시 기세를 높인 듯이 하늘 위로 날아갔고 실피나는 그 모습에 맑은 미소를 그리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쉬이익!
또 한 번 바람이 불어오더니 다시 땅으로 떨어지던 나뭇잎들이 하늘 위로 솟구치고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실피아는 바로 손을 흔들었고 땅으로 떨어지던 나뭇잎들은 다시 하늘 위로 솟구쳤다.
천천히 반대 손을 흔들자 나뭇가지 위에서 느릿느릿 떨어지던 꽃잎이 나뭇잎들과 함께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벌레가 먹은 듯이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있는 나뭇잎과 시들었는지 축 늘어진 꽃잎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내자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리카가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쁘지?”
“그러네요.”
“하지만 저 예쁜 것이 무엇일까?”
“……나뭇잎과 꽃잎이요.”
“썩거나 수명이 다해서 떨어지는 꽃잎과 나뭇잎이지.”
“…….”
“나뭇가지를 붙잡을 힘이 없어 떨어지고 꽃의 수명이 다했기에 떨어지는 것이지. 하지만.”
“…….”
“저것으로도 아름다움을 만들 수가 있어.”
이번엔 이레스가 반대 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손을 따라 실피아가 양손을 흔들었다.
쉬이익.
나뭇잎과 꽃잎이 한데 어울리더니 작은 꽃이 되어 그녀의 앞으로 날아왔다.
“죽어 있는 꽃잎도 쓰레기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될 수가 있어.”
“…….”
에리카가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흔들자 꽃이 되었던 나뭇잎과 꽃잎이 에리카의 주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레스가 양손을 들어 손바닥 위에 떨어진 꽃잎과 나뭇잎을 바라보는 에리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
물끄러미 손바닥 위에 떨어진 꽃잎과 나뭇잎을 바라보던 에리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레이즈 가문에서 저에게 해줄 수 있다는 건가요?”
“바실리아스와 헤라에게도 말했지만 그것은 오로지 네 실력에 달렸어.”
“…….”
“네 실력이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뛰어나지 않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너를 불쌍하게 볼 것이고 네 실력을 사람들이 인정한다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겠지.”
“…….”
이레스가 생각으로 실피아에게 부탁을 하자 그녀는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늘 위로 날아올라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에리카의 허벅지에 앉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헤헤헤.
“……후후후.”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만 에리카였다.
이레스가 그런 에리카와 실피아를 번갈아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오크와도 함께하는 가문이다.”
“……한마디로 불쌍해서 거둬준다는 것이군요.”
자신의 뜬금없는 이야기를 오크와 동급이라고 느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투덜거리는 것도 아니고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묻는 것도 아니었다.
말의 뜻을 알기 위해 작은 미소를 그리고 있었고 이레스는 그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아니 힘이 부족해서 능력이 뛰어나면 그 누구라도 그레이즈 가문은 받아들일 것이라는 이야기야.”
“…….”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레스에게 향했다.
테라인 왕국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가문인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가 자신의 가문의 힘이 부족하다고 하니 의아했던 것이었다.
이레스가 그런 에리카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그렸다.
“나랑 울 아버지는 영지 관리 능력이 꽝이어서 겨우 세 사람이 관리하고 있거든.”
“…….”
“거기에 똑똑한 인물이 있다면 무릎을 꿇는 한이 있더라도 데리고 오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그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하든,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하든 말이야.”
“…….”
“불쌍해서가 아니라 존경을 해서 등용을 하고 싶은 것이다. 너만 있으면 그레이즈 가문은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니까.”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른다. 하지만 수석 입학이라는 것이 그 증거였고 바실리아스가 증인이 되었다.
“이 오빠를 믿고 그레이즈 가문에 좀 와줘라.”
“……오빠?”
고개를 갸웃하는 에리카의 모습에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럼 내가 아저씨냐?”
“쿠쿡.”
* * *
“예?”
-여자 둘, 남자 하나 데리고 가니까 집 좀 찾아줘라.
그레이즈 공작이 돌아오자마자 가주 대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알레인은 통신 구슬에서 들려오는 이레스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난데없이 집을 구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었다.
“허!”
-사람 좀 구했거든.
“……그렇습니까?”
-응.
아버지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자신의 형이 헨바인 백작과의 영지전과 관련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인재를 찾기 위해 성도로 향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충이지만 그의 부탁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솔직히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레스가 데려온다는 사람보다는 이레스를 쫓아 그레이즈 영지로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형님.”
-왜. 나 지금 출발하려고 하는데.
“자유기사 아이반이라고 아십니까?”
-오! 왔냐!
“…….”
환호하는 이레스의 목소리에 알레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아이반이 찾아왔을 때 그보다 더 당황한 사람은 없었다. 그가 찾아와 한 이야기가 ‘흙의 정령사이신 아레스 님’의 소개를 받고 헬버튼 기사님을 만나러 왔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레스라는 인물은 한번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실력 좋지 않아?
아레스라는 이름이 들려오자마자 바로 기사들에게 명령을 해 만나게 된 아이반은 특이하게도 활을 들고 있었고 알레인의 부름을 받고 집무실을 찾아왔던 헬버튼도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활을 사용하는 기사는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이다.
헬버튼은 무의식적으로 그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바로 대련장으로 나갔고 아이반은 자신의 궁술을 보여주었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열 발 중에 아홉 발을 맞출 정도로 뛰어난 궁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됐지 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진 알레인은 앞에 이레스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언 왕국은 또 뭡니까?”
-……페이언 왕국은 또 왜 나와?
“페이언 왕국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누군데.
“반데크입니다.”
-……누구?
“반데크요. 반데크. 형님과 똑같은 정령검사 반데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