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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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18화
제8장 정령술 (2)
쉬이익!
평범한 화살도 아니고 회전을 하며 날아가는 화살이었다.
조종하기가 힘들어졌다면 피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건만 이레스는 그저 정면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쉬이익!
빠른 속도로 쏘아진 바람의 화살이 이레스의 손바닥에 흡수되듯이 사라졌다.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트라일을 보고 말했다.
“내가 사용한 정령력이야. 내가 회수하지 못할까.”
“…….”
대련장 위에 서 있던 트라일은 물론이고 수련장 안에 존재하던 사람들도 어떠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레스의 무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바람의 화살이 나타나 공격을 하고 대련장 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위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어 숨을 쉬는 것을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화살은 관통이라는 하나의 종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폭발까지 일으키는 폭발형 화살도 사용할 수 있다.
벌서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트라일은 제대로 된 공격도 해보지 못한 채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고 있었고 이레스는 가끔 그가 공격을 시도할 때를 제외하고는 검을 늘어트린 채 그에게 정령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정령술의 약점.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약점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기에 기사들이 의아해하며 바라볼 때 레이온만이 이레스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의 말대로 마나라는 것이 방해를 하지 않는다면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바람을 조종하는 것이 바람의 정령술사라면 트라일이 정령사를 노리며 싸우는 방식은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온은 알고 있었다.
다른 정령사라면 모를까 이레스에게 그 방법은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정령사와 전투를 벌일 시에는 공격을 회피 또는 방어를 하며 정령사를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이레스는 정령사이면서도 검사였다.
그것도 익스퍼드 상급 경지에 머무르고 있는 검사였으며 헨바인 백작과의 영지전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노엔이라는 또 다른 정령을 소환할 수 있었다. 중급 정령으로 알고 있는 실피아와 이레스의 힘이 오러나이트를 능가한다는 것은 노엔이 합세하면 마스터 경지의 무인과 비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온이 자신도 모르게 이레스와 대련하는 상상을 했다.
공기가 무거워지기에 황급히 정령사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바람의 화살이 날아와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기껏 지척에 당도했는데 갑자기 땅이 꺼지거나 불쑥 솟아오르거나 땅속에서 흙으로 된 창이 나타나 공격을 하고 정면에서는 계약자가 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한다.
“……미친.”
무의식적으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정령은 하나의 정신적 생명체이기 때문에 인간이 집중하여 사용하는 마법과는 달라 바람을 조종하고 땅을 조종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련을 자세히 지켜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 모든 바람으로 이루어진 공격은 이레스가 아닌 실피아가 조종하는 듯이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닌 둘이 싸우고 노엔까지 합하면 셋이서 각자의 방법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컥!”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트라일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목을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이레스가 바로 실피아에게 부탁을 하여 그의 주위를 원상태로 돌려보내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렇지?”
정령사의 수가 별로 없다고 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정령사와의 대련은 그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다.
“하나 더 말해줄게.”
“후……. 후……. 어떤 것입니까?”
크게 숨을 고른 트라일이 자신을 바라보자 이레스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쿠구궁!
“…….”
트라일이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아내며 이레스를 바라보았고 이레스는 바로 실피아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해주자 주위가 원상태로 돌아갔다.
“중급 정령사는 하급 정령사와는 달라.”
“…….”
“주위에 있는 모든 바람을 조종한다.”
“가르침에 감사를 올립니다.”
“됐어. 계속 숨을 참아내느라 힘들었을 테니 의료실에나 다녀와. 10분이 넘도록 숨을 참지 못했다면 신체 어디가 상했을 수도 있으니까.”
트라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대련장에서 내려왔고 이레스는 그런 그의 등을 바라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세상이 석양에 물들어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떨군 이레스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듯이 대련장 위를 올려다보는 기사들에게 말했다.
“내일 아홉 시쯤에 모여. 나머지 정리할 거니까.”
“예! 알겠습니다!”
* * *
대답과 동시에 수련을 하거나 지켜보는 것만으로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는지 멍하니 서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다 왕성을 나와 별장으로 돌아온 이레스는 생각을 하는 듯이 정원에 만들어진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문제는 정령력이 소모되는 양과는 다르게 별다른 능력을 볼 수가 없는 것인가?”
기사들이 이레스에게 가르침을 청해 자신의 약점과 정령사와의 전투 방법을 알아냈다면 이레스도 기사들을 통해서 정령술에 대한 약점을 알아냈다.
진공 상태로 만드는 듯이 주위의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상대가 숨을 쉬는 것을 힘들게 하여 집중력을 흩트려 놓은 후에 그 상태에서 공격을 한다. 그것이 이레스가 생각한 전투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저 공기를 무겁게 만드는 것이기에 숨을 쉬기가 힘들 뿐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숨만 참은 채 그 공간에서 벗어난다면 손쉽게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진공 상태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진공 상태를 만들 공간에 있는 모든 바람을 장악한 채로 그 안에 존재하는 바람을 밖으로 내보내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바람을 외곽에 두꺼운 바람의 벽을 만들어 막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공기에 무게를 더해 가라앉히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주위에 떠도는 공기를 정령술로 무겁게 만드는 것이 전부였지만 진공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무거운 바람의 벽을 생성해 공기를 차단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안에 존재하는 공기를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여야 했기에 대략 가로세로 넓이 3m짜리 하나 만들어도 정령력은 전부 소모되었다.
“무거운 공기는 빼고.”
하나의 전투 방식이 사라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공기를 무겁게 만드는 것은 이레스의 전투 방식에서 제외되는 것이지 다른 바람의 정령사들은 이 방법을 주로 사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령검사와는 다르게 평범한 정령사들은 자신의 약점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적들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기를 무겁게 만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테라인 왕국에 온 또 다른 목적을 까먹고 있었다.
* * *
대련으로 인해 녹초가 된 기사들과 그런 기사들을 보며 자신은 왜 기사단장들에게 뽑히지 않았는지에 대해 작게 한숨을 내쉬는 기사들을 번갈아 바라보던 이레스가 대련장 위에서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더니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레이온에게 말을 건넸다.
“레이온 저하.”
“왜?”
“…….”
귀찮다는 듯이 묻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던 이레스가 황급히 인상을 피며 말했다.
“이틀 정도 더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왕국을 말아먹을 생각이 없다면 내일 출발해라.”
신분패가 완성되는 것은 오늘 늦은 저녁이었다. 그렇기에 레이온은 바로 다음 날 떠나라고 말했지만 이레스는 사정이 있다는 듯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시 부탁했다.
“할 일이 있는데.”
“…….”
레이온이 그의 애처로운 눈빛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피식 실소를 흘렸다.
“내일 출발.”
“은혜도 모르는 새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기에 레이온밖에 듣지 못했다.
“이제는 한 나라의 왕자에게 욕을 하는군.”
뒤에 서 있던 레이온의 호위기사들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갸웃했고 이레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은 뒤에 말했다.
“내일은 진짜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일?”
“예.”
“정말 중요한 것인가?”
“아버님이 부탁하셨습니다.”
“…….”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던 레이온이 허락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시 기사단장들이 뽑아온 기사들을 케르취와 대련하게 했다.
어차피 이번 대련의 목적은 약점과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을 메우기 위한 것이기에 케르취와 대련을 하게 했고 기사들의 대련이 끝나자마자 기사단장을 불러 자신과 대련을 하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정령사와의 전투 방법은 다른 기사들은 몰라도 기사단장들에게는 한 번이라도 필요한 전투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부 기사들의 패배로 끝이 났다.
정령검사와의 전투가 처음이기 때문에 공격 방식을 알아차리지 못한 그들이 트라일과 똑같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기사들과의 대련으로 사라지자 이레스는 그다음 날 바로 케르취를 데리고 별장을 빠져나와 성도 중심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애구머니나.”
“지, 진짜 오크.”
번화가를 지나가며 이레스를 따라오는 케르취의 모습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성도에 모든 소문이 퍼졌는지 신기하게 바라보거나 두려운 듯이 바라볼 뿐 죽이기 위해 달려오는 이들은 없었다.
“몸을 감출 방법도 없고.”
뒤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린 이레스는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는 케르취를 바라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두 기사를 바라보았다.
“들어가도 되겠지?”
“그렇습니다!”
성도에서, 아니 테라인 왕국 전체를 통틀어 오크를 데리고 움직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기사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했고 이레스는 두 사람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후에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