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17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17화
제8장 정령술 (1)
트라일은 대련이 시작됨과 동시에 황급히 뒤로 물러나더니 그 이후로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레스의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대련장 아래에서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은 주위를 맴도는 모습을 보고는 그저 빈틈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트라일은 달랐다.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숨이 막혀 왔다.
마치 공기가 사라진 것처럼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니 숨을 쉴 수 있었지만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숨이 막혀 오기 시작하자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는 것이었다.
대련이 시작됨과 동시에 처음과 마찬가지로 검을 늘어트리고 있던 이레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트라일을 보며 작게 미소를 그렸다.
“불의 정령이 불을 사용하고, 물의 정령이 물을 사용하는 것처럼 바람의 정령은 바람을 조종한다. 한마디로 약간 힘이 들지만 주위에 존재하는 공기도 조종할 수 있지.”
“…….”
타닷! 타닷!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떠한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지만 진공 상태가 된 범위 내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숨을 쉬기 위해서라도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진공의 범위에서 벗어날 때마다 잠깐, 잠깐씩 숨을 고르고 다시 숨을 참으며 움직이던 트라일이 순간 눈을 빛내며 이레스를 향해 돌진했다.
이렇게 도망만 다니면 자신의 체력만 빼앗기게 된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그렇기에 트라일은 공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딘가 부상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숨을 참기만 한다면 1분 정도는 움직일 수 있었기에 그의 정령술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마법사가 마법을 캐스팅하던 도중 외부의 충격을 받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마법 캐스팅이 무효화되는 것처럼 정령술도 똑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채애앵!
예상대로 이레스와 검을 마주치자마자 잠시지만 숨을 쉴 수 있었고 트라일은 그의 정령술을 계속해서 봉인하기 위해 다시 검을 휘둘러 압박을 하려 할 때 그가 황급히 고개를 뒤로 젖혔다.
쉬이익!
바람으로 만들어진 듯이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는 화살 한 대가 땅 아래에서 하늘 위로 쏘아지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주위 공기를 조종하는 능력만으로 기사를 상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되겠지? 그것으로 사람을 죽이면 움직임이 둔한 사람으로 한정되니까.”
작게 미소를 그린 이레스가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하다 보니 시야가 봉인되어 있는 트라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채앵!
다시 자세를 잡는 것이 아니라 개방한 마나를 사방에 퍼트려 기감을 찾아낸 트라일이 황급히 이레스의 공격을 튕겨내고 뒤로 물러섰을 때 또 한 번 그의 주위가 진공 상태로 바뀌었다.
“……제길.”
뒤로 물러서면 오히려 자신만 손해다.
입을 열면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작게 욕설을 내뱉은 트라일이 땅을 박차며 돌진하자 이레스의 곁에 떠 있던 네 대의 화살이 날아왔다.
챙! 챙!
걸음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상태 그대로 검을 휘두르니 역시 형체가 없이 회전력으로만 이루어진 화살답게 부딪치는 순간 공격 경로가 바뀌며 하늘 위로 날아가고 땅에 박혀 사라졌다.
네 대의 화살을 두 번의 휘두름으로 튕겨낸 트라일이 이레스의 지척까지 당도하는 순간 또 한 대의 화살이 날아왔다.
쉬이익!
펑!
같은 방법으로 힘으로 무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빗겨 치기 위해 대각선으로 검을 휘둘렀는데 화살은 튕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폭발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화살이라는 것에 아주 잠시지만 당황하는 사이 지척에 당도해 있던 이레스가 검을 휘두르자 트라일은 황급히 검을 들어 방어를 했다.
공격을 하기 위해 돌진했지만 오히려 역으로 공격을 당하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쉬이익!
이레스의 검이 좌에서 우로 강하게 휘둘러 왔고 방어 자세를 굳건히 하고 있던 트라일은 또 한 번 주위에서 공기가 사라지자 검과 검이 부딪치기 직전 몸을 살짝 띄워 뒤로 물러났다.
“…….”
정령검사.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마검사와 비슷한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령검사는 마검사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자들이었다.
따로 정해진 마법 없이 오로지 주위에 떠돌아다니는 바람을 조종하니 마검사보다 몇 배는 더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것이었다.
트라일이 다시 한 번 물러났던 자신의 주위가 진공 상태가 되기 전에 오러를 희미하게 만들며 신체능력에 집중하여 대련장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레스가 그런 트라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이리저리 돌아만 다니다가는 분명 내가 이기겠지.”
탓!
이번엔 이레스가 땅을 박차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트라일을 향해 달려갔다.
트라일은 당연하다는 듯이 주위를 돌아다니는 상태에서 검을 꺼내 들어 휘둘러 그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려 하였지만 황급히 머리를 옆으로 뉘이고 말았다.
쉬이익!
홀로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쉬이익!
이레스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또 한 대의 화살이 쏘아지며 함께 달려온 것이었다.
황급히 몸을 옆으로 뉘이며 바람의 화살을 피해낸 트라일은 그 뒤를 이어 찔러 들어오는 이레스의 검을 보고 황급히 허리를 숙였고 그 상태 그대로 양손으로 검 손잡이를 잡고 하늘 위로 검을 찔러 넣었다.
쉬이익!
이번엔 이레스가 뒤로 고개를 젖히며 피했고 트라일은 뒤로 물러나 봤자 자신이 손해라는 것을 알기에 앞으로 땅을 살짝 박차며 그의 복부를 어깨로 들이박았다.
퍼어억!
둔탁한 소음이 일어나며 대련장 아래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트라일이 공격에 성공하였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어깨가 복부에 부딪치기 직전 검 손잡이를 잡고 있던 왼손을 복부에 가져다 대며 충격을 흡수한 것이었다.
이레스가 뒤로 물러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트라일의 모습에 또 한 번 미소를 그리자 그의 머리 위로 수십 개의 화살이 나타났다.
“…….”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 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안 되었다. 단 한 번에 불과했지만 욕설을 내뱉는 순간 몸 안에 저장해 놓았던 공기가 사라진 것을 확연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깜빡한 게 있는데.”
“……?”
“지금까지 아마 진공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게 아니다.”
“…….”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것은 즉 공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고 하니 트라일은 한쪽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고 이레스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자세를 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공기를 무겁게 만든 거야. 예를 들면 마나를 퍼트려 중압감을 느끼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거지.”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하나, 정령이 사용하는 것도 능력은 마나와 비슷해.”
“…….”
만약 트라일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는 완벽하게 정령사와 전투를 벌이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깨닫지 못한다면 다음에 다른 정령사를 만나게 되면 목숨을 잃겠지만 말이다.
트라일은 대답 대신 그 자리에 서서 실피아를 바라보았고 이레스는 그런 그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그리며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열심히 머리를 굴려 이레스의 말뜻을 생각하던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역시 경험의 차이인가?’
속으로 작게 중얼거리자 주위로 거대한 기파가 퍼져나갔다.
“……휴.”
정령 친화력으로 바람을 조종해 무게를 더했다. 즉 마나를 사용하여 그 정령력을 막아낸다면 숨을 쉬지 못하는 지역을 원래대로 돌려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레스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트라일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그리자 그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엄청난 것 같습니다. 정령술이란.”
해결책을 찾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수많은 실전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트라일이었다.
“그렇지, 엄청난 것이지.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예?”
자신도 모르게 되묻는 순간 이레스의 주위로 수십 대의 화살이 나타나 그를 향해 쏘아졌다.
쉬이익!
수십 대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오는 모습에 트라일은 황급히 검신에 오러를 두르며 휘두르려 했지만 이내 깜짝 놀란 듯이 몸을 흠칫 떨고는 뒤로 물러서서 화살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처음에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에 의아했지만 바람의 화살을 피하며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군…….”
“이해가 가냐?”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는 모습에 이레스가 묻자 트라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주위로 마나를 퍼트려 정령력을 차단하면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다른 공격을 막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몸 안을 채우고 있는 마나를 사방에 퍼트려 조종을 하는 것이다 보니 다시 오러를 만들거나 신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집중을 하면 사방에 퍼트린 마나를 제어하는 것이 힘들어져 바로 정령력이 공기를 무겁게 만들어 숨을 쉬기가 힘든 공간으로 바꾸기 때문이었다.
트라일이 황급히 땅을 박차며 이레스를 향해 달려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정령사를 쓰러트리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정령사가 익스퍼드 상급의 무인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오러나이트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정령사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레스가 달려오는 트라일을 빤히 바라보다 작게 미소를 그리며 검지를 들어 그의 등 뒤를 가리켰다.
“말했지. 모든 바람을 조종하는 것이 바람의 정령이라고.”
이레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려오자 트라일은 오른발로 땅을 박차며 옆으로 날아갔고 그의 등을 노리던 바람의 화살은 그대로 이레스를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