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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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15화
제7장 그레이즈 가문의 무력 (1)
쾅! 쾅!
대련장 아래에서 대련을 지켜보던 기사들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 어떠한 말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쾅! 쾅!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면서 ‘채앵!’ 같은 맑은 검명이 사방에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니라 폭발이 일어날 때 들리는 거대한 소음이 기사의 검과 오크의 글레이브가 부딪치며 연신 들려왔기 때문이다.
어떠한 검술도 없다.
그저 내려치고 올려치고 좌에서 우, 우에서 좌로 글레이브를 휘두르는 것일 뿐인데 케르취는 계속해서 상대를 압박해 갔고 기사는 연신 공격을 막아내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카아앙!
처음으로 검과 글레이브가 부딪치며 정상적인 검명을 만들었지만 기사는 입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취이익!”
케르취는 그 순간 눈을 반짝이며 울음을 토하더니 위에서 아래로 글레이브를 강하게 내려쳤고 기사는 황급히 검을 가로로 뉘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지금까지 겪은 오크의 무력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났기에 한번 내려칠 때 나오는 파괴력과 스피드가 너무 강하고 빨라 검으로 충격을 흡수하며 뒤로 물러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크의 파괴력은 그 모든 것을 무산시켰다.
쉬이익!
콰앙!
“크으윽…….”
분명 검을 가로로 뉘여 글레이브를 빗겨내며 뒤로 물러나던 기사가 자신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 말도 안 돼.”
처음에는 손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나도 사용할 수 없는 괴물 따위는 단시간은 아니지만 자신이 전투의 유리한 이점을 잡고 천천히 압박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압박을 당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마나를 사용하여 신체능력을 향상시키고 심지어는 오러를 만들어 압박을 하려 했지만 오히려 케르취의 순수한 신체능력에 밀려버렸다.
“계속 방어만 하다가는 너만 체력 빠지다 뒈져!”
대련장 끝에 자리 잡고 있던 이레스의 외침에 기사가 깜짝 놀란 듯이 몸을 흠칫 떨다 다시 검신에 오러를 씌우자 그의 귓속으로 다시 한 번 거대한 외침이 파고들었다.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
대체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가 없다는 듯이 기사가 힐끔 케르취에게서 시선을 떼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대가리에 든 게 없냐!”
“……뭐, 뭐요?”
“저게 미쳤나. 대련 도중에 한눈을 팔아?”
이젠 대놓고 자신을 바라보는 기사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케르취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리 하나 부숴 놔.”
“취익!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땅을 박차며 앞으로 돌진하는 케르취의 모습에 기사가 황급히 오러를 덧씌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또 한 번 거대한 폭발음이 대련장을 가득 채웠고 이레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사를 바라보았다.
“오러가 좋기는 하지. 마나를 날카롭게 만들어 또 다른 검을 생성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것은 자신과 같은 실력의 검사 또는 자신보다 약한 이에게만 쓸 만한 거다.”
“그, 그게 무슨.”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가리가 없냐? 마나를 한 곳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오러인데 넌 오러와 마나를 통한 신체능력 향상을 한 번에 할 수 있냐?”
“……!”
그랬다.
오러를 사용하려면 활성화시킨 마나를 한 곳에 집중해야 하니 신체능력 향상을 위해 전신에 골고루 퍼트렸던 마나를 운용하기가 힘들었다. 즉 오러를 사용하면 신체능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며 신체능력 향상에 더 치중하면 오러의 파괴력이 약화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네가 마스터의 경지가 아닌 이상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상대는 너보다 더 빠르고 강한 놈이다.”
쉬이익!
이레스의 마지막 조언이 끝나는 순간 케르취의 검이 다시 한 번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쳐 왔고 기사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몸을 옆으로 회전했다.
“그렇지, 인간보다 더 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인데 막는 게 미친 짓이지.”
한마디로 왜 지금까지 미친 짓을 하고 있었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쉬이익!
콰앙!
글레이브는 자연스럽게 바닥을 내려찍으며 거대한 소음을 일으켰고 몸을 반 바퀴 회전시켰던 기사는 검을 양손으로 잡으며 케르취의 목을 향해 찔러 넣었다.
쉬이익!
빠른 속도로 찔러 들어오는 공격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상대는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레스의 외침이 다시 한 번 파고드는 순간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을 말하냐! 현재 기사들의 단점!”
“…….”
쉬이익!
콰악!
이레스가 말했던 단점을 떠올리기도 전에 기사가 멍하니 케르취의 손에 잡혀 있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글레이브를 올려쳐 튕겨내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인지 케르취는 양손으로 잡고 있던 글레이브를 한 손으로 들더니 검에서 뗐던 손을 들어 찔러 들어오는 검신을 잡아버렸다.
“취익.”
미약하지만 오러가 씌워져 있는 검이었다.
분명 살이 찢어지고 뼈가 드러날 정도로 엄청난 상처와 동시에 고통이 밀려오는 것이 정상이었건만 케르취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 내려쳤던 글레이브의 검면으로 기사의 다리를 노리고 휘둘렀다.
보았지만 반응할 수가 없었다. 뒤로 물러나 공격을 피하려고 해도 케르취가 검신을 잡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퍼억!
콰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고 케르취가 더 해야 되냐고 묻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자 이레스가 고개를 저으며 기사에게 다가갔다.
“크……윽.”
기사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쯧쯧.”
혀를 차며 기사의 앞에 쪼그려 앉은 이레스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알고 있는 오크에 대해 말해봐.”
“이, 인간보다 더 강한 신체와 재생력입니다.”
“맞아. 인간보다 강한 신체와 재생력이지. 하지만 그게 전부일 거야. 케르취. 손바닥을 보여줘.”
케르취는 천천히 손을 들어 기사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고 손바닥의 상처를 확인한 기사는 고통도 잊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살이 찢어지고 뼈가 보여야 정상이건만 손바닥은 껍질과 속살이 반쯤 찢어진 것이 전부였다.
속살을 파고들며 보여야 할 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강한 신체능력은 무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
인간보다 더 질기고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기에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뭐가 문제인지 알겠지?”
“……예.”
마나의 사용법.
실전 경험, 이 두 가지가 문제였다.
다른 부연 설명 없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하는 기사였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만족한다는 듯이 이레스는 똑같이 고개를 끄덕여준 뒤에 케르취에게 물었다.
“마지막에 힘 뺐냐?”
“취익?”
“…….”
케르취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레스가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기사에게 고개를 돌리며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제대로 쳤나 보다.”
“괘, 괜찮습니다.”
솔직히 너무 값싼 대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왕실기사단에 입단을 하고 동료들과 함께 수련을 하며 강해져 다른 기사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자만심이 무너졌고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약점을 확실하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투가 일어났을 때 약점을 모르고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뼈 하나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했다.
쪼그려 앉은 채 기사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다른 기사들을 바라보며 케르취에게 물었다.
“더 할 수 있어?”
“취익.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의 시선이 대련장 아래에 진을 치고 있는 기사들의 앞에 나와 있는 기사단장들에게 고정되었다.
“다음 아이 올려 보내.”
“아, 알겠습니다!”
* * *
“……그 이야기 다시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습니까?”
어차피 보고는 저녁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었기에 천천히 정원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레이온은 두 정원 관리사의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겨우 두 시간에 불과했다
“아, 레이온 왕자님 산책 중이십니까?”
왕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레이온이 무뚝뚝해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백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왕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어려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미소를 보여주면 똑같이 미소로 화답할 정도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나누시던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 있겠습니까?”
“아…….”
자신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동료를 바라보던 정원사들이 방금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기억해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수련장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거……. 검은 머리의 청년과 오크들이 기사들을 쥐어 패고 있다고 했습니다.”
“……쥐어 팬다고 했습니까?”
“예. 그런데 아무도 말리기는커녕 정열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희한한 광경이라고 했습니다.”
“…….”
잠시 입을 다물며 두 정원사를 바라보던 레이온이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뒤에 바로 걸음을 옮겼다.
“몬트.”
“예.”
자신의 직속 호위기사인 몬트의 대답을 들은 레이온이 천천히 인상을 찌푸리며 명령을 내렸다.
“기사 의료실을 찾아가 환자의 숫자를 파악한 뒤에 기사 수련장으로 오도록.”
“알겠습니다.”
몬트는 대답과 동시에 다른 호위기사와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레이온의 곁을 떠났다.
레이온이 몬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이군.”
죽이지 말라니까 아예 입원을 시켜버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괜히 수련을 부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원사의 이야기에서 기사들이 대련을 열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기는 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패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겨 기사 수련장 앞에 도착한 레이온은 입구에 서성거리는 수많은 귀족들과 병사들의 모습에 인상을 화악 찌푸렸다.
벌써 이만큼 모여 있다면 자신이 가장 늦게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레이온이 기사 수련장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발견한 몇몇 귀족들이 인사를 건네려 하였지만 그는 손을 들어 인사를 막은 뒤에 조용히 수련장 정중앙에 마련되어 있는 대련장에 가까이 다가갔다.
“취이익!”
“하아압!”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사방에 자욱한 먼지 연기가 생성되었다가 사라졌다.
대련장 위에는 몇 번 본 적이 있던 왕실호위기사단 3부단장과 이레스를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오크, 케르취와 대련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정말 대련인지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강렬한 대련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사는 선명한 오러를 사용하며 오크를 공격하고 있었고 오크는 거대한 글레이브를 연신 휘두르며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