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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49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149화

제11장 몇 대 맞고 시작하자? (1)

 

 

동방 경계선까지 배웅을 해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테라인 왕국 내에서의 이동이었고 모든 귀족이 유실리안 제국의 사신이 찾아왔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잠시지만 귀족파, 왕족파, 중립파가 사라지고 테라인 왕국의 귀족으로 뭉친 상태였다. 최고의 아군인 헥토스 왕국을 공격하는 인물은 없던 것이었다.

 

“…….”

 

없었다.

 

“죽여!”

 

분명 없어야 했다. 그런데 있었다.

 

“이것들이 미쳤나!”

 

이레스가 말을 타고 곡도를 손에 들고 달려오는 다섯 사내의 모습에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말 위에서 내려 검을 휘둘렀다.

 

쉬이이익!

 

기다란 오러소드가 전방으로 쏘아져 나가 달려오는 다섯 군마의 다리를 가격했다.

 

촤아악!

 

군마들의 앞다리가 잘려나갔고 이레스는 군마가 앞으로 쓰러지며 똑같이 앞으로 튕겨나가는 산적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감싸고 있던 새하얀 오러가 흑색으로 바뀌며 그들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앞으로 튕겨나갔던 다섯 사내들이 다시 뒤로 튕겨나가 나무에 부딪쳤다.

 

퍼어억!

 

“크……윽.”

 

“…….”

 

이레스는 오러의 충격에도 쓰러지지 않은 한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누구냐?”

 

“죽여라!”

 

사내는 눈을 부릅뜬 채로 소리를 질렀고, 이레스는 어깨를 으쓱한 후에 검을 들어 올려 강하게 내리쳤다.

 

“못 죽일까 봐 그러나 보네.”

 

촤아악!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내의 목이 떨어져 나갔고, 순식간에 다섯 사내를 처리하는 이레스를 바라보던 크리스가 천천히 다가와 물었다.

 

“아시는 자들입니까?”

 

자기 성격대로 움직인다고 소문이 난 이레스였지만 자신이 아는 이레스는 모든 것을 생각하고 움직였고, 성격대로 움직인다고 해도 그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때의 행동이었다.

 

이레스가 축 늘어진 다섯 사내를 바라보다 검지로 오른쪽을 가리키자 어느새 소환된 실피아가 바람의 화살을 만들어 쏘아 보냈다.

 

쉬이익!

 

푸욱!

 

“대평야의 기마민족이네요.”

 

“……?”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사내를 바라보았다.

 

산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독특했다.

 

산속에서 움직이기 편하도록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진 갑옷이 아닌 야외에서 취침을 할 때 자주 입는 털가죽 갑옷과 털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거기다 더욱더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산속에서 자라는 이들 중에 기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이곳에 있는 거죠?”

 

“흐음…….”

 

이레스가 작게 신음을 흘리며 생각했지만 떠오른 것이 없자 바로 고개를 돌려 마차에서 내려 검을 꺼내 들고 있는 데우스 왕자를 바라보았다.

 

“뭐 아시는 거 있으십니까? 장소를 보니 동방 경계선을 넘은 거 같은데.”

 

헥토스 왕국에서 테라인 왕국으로 이동하려면 동방 경계선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물은 것이었고, 데우스 왕자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동방 경계선을 지날 때만 해도 평범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근처에 기마민족도 보이지 않았고요.”

 

“…….”

 

어떻게 넘어왔는지는 예상이 갔다.

 

전생과 똑같이 거대한 산맥을 군마를 타고 넘은 것으로 추측되었다. 하지만 겨우 다섯이 움직였다는 것과 산맥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동방 경계선으로 향하는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문제가 생겼군요.”

 

크리스가 작게 중얼거리자 이레스는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데우스 왕자에게 부탁했다.

 

“조금 더 속력을 올리겠습니다.”

 

“예.”

 

어차피 헥토스 왕국으로 향하려면 동방 경계선을 지나야 했고, 만약 그곳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왕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빠르게 정비를 하고 기마민족 병사의 물건을 챙긴 이레스 일행과 헥토스 왕국 사신단은 더욱더 속력을 높여 동방 경계선으로 향했고,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경계선 성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상해도 무지 이상하네요.”

 

크리스가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말하자 이레스는 인상을 한없이 찌푸린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이었다. 그런데 그 이틀 동안 기마민족을 계속해서 만났다.

 

처음에는 다섯, 그다음은 열다섯, 그다음 서른으로 기마민족 병사들을 쓰러트리고 챙긴 물건을 생각하면 동방 경계선에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한 거 같았다.

 

“…….”

 

고개를 들어 성문 안쪽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화재가 일어났을 때만 나타나는 매캐한 연기였고,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보는 이레스를 대신해 크리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성문을 지키는 병사를 향해 다가갔다.

 

챙!

 

두 병사가 동시에 검을 꺼내더니 서로의 검을 교차했고, 크리스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

 

“테라인 성도에서 왔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성문을 지키는 근무를 하다 보니 병사들에게 생긴 능력 중 하나가 척 보고 귀족인지 평범한 백성인지 알아내는 능력이었다.

 

동방 경계선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작게 투덜거리며 반말을 내뱉으려던 병사는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거대한 마차를 보고 바로 존대를 했다.

 

크리스는 그런 병사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헥토스 왕국의 사신단을 배웅하기 위해서입니다.”

 

“…….”

 

챙.

 

다시 한 번 두 자루의 검이 부딪치며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두 병사가 동시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들어가시지요.”

 

“감사…….”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지우지 않고 인사를 하려던 크리스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이레스의 모습에 말을 끝마치지 못 하고 바라보았다.

 

“…….”

 

물끄러미 두 병사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데인 있냐?”

 

“……예?”

 

검은 머리카락과 당연하다는 듯이 들려오는 반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했고 가끔 기사 데인을 만나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호, 혹시…….”

 

“응?”

 

“이레스 공자님이십니까?”

 

“…….”

 

이레스가 병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씨익 미소를 그렸다.

 

“또 내 욕을 하고 다니는구만.”

 

“…….”

 

자신이 바꿔버린 데인의 성격상 그가 자신을 칭찬하고 다닐 인간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대충 예상하고 중얼거린 것인데 병사들의 반응이 더욱더 가관이었다.

 

“허, 헉!”

 

“어, 어떻게!”

 

“…….”

 

그냥 예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욕을 한 것인지 병사들이 깜짝 놀라며 소리치자 이레스는 다시 성문 위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뒤졌어…….”

 

* * *

 

“……누가 왔다고?”

 

한창 기마민족의 공격을 막아낼 궁리를 하고 있던 회의실은 갑작스레 난입해 보고하는 병사를 보고 당황하고 말았다.

 

“헤, 헥토스 왕국의 사신단이 도착했습니다!”

 

“그거 말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인의 모습에 병사가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다시 보고를 했다.

 

“헥토스 왕국의 사신단과 멕케인 가문의 소가주 크리스 공자님,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 이레스 공자님이 도착했습니다!”

 

“그, 그 인간이 왜 이쪽으로 오는 건데!”

 

또 한 번 소리를 지른 데인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공작가의 소가주가 찾아왔다는 것에 당황하던 기사들이 의아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동방 경계선의 단장, 할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알기로 자네는 그레이즈 가문의 헬버튼 님의 제자라고 알고 있는데?”

 

무언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오는 할튼의 모습에 데인이 또 한 번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럼 반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가문의 사람이 찾아왔으니.”

 

“…….”

 

데인은 대답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

 

할튼의 말처럼 자신을 키워준 가문에서 사람이 찾아왔다면 반겨줘야 했지만 데인은 아니었다.

 

자신을 키워준 가문의 소가주이자 숨겨진 능력을 발견해 헬버튼의 제자로 만들어준 이레스는 자신 보고 왕실호위기사단에 입단하자마자 레이온 왕자를 호위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의 밑에서 개고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데인은 사정해서 동방 경계선에 배치를 받았고,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그레이즈 가문의 모든 이, 이레스를 제외하고는 지나가는 강아지에게도 편지를 보내는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었다.

 

절대로 찾아오지 못 하도록 말이다. 그래서 이레스에 대한 소문이 퍼질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

 

그가 직접 동방 경계선을 찾아올 정도로 시간이 많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찾아왔다.

 

사신단을 배웅해준다는 목적이 있었지만 찾아왔다.

 

“젠……장.”

 

“욕을 할 만큼 나를 기다렸나 보네?”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한 번 뒤로 물러설 때 막사 안으로 하나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데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또 한 번 뒤로 한 걸음 물러나 회의실 문을 바라보았다.

 

펄럭.

 

천막이 거치는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젠……장.”

 

“크리스 님도 반기나 보네요?”

 

“……그런가요?”

 

“빌어먹을…….”

 

“데우스 왕자님도 기억하나 보네요.”

 

검은 머리의 청년 이레스는 웃으며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넸고,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데인이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이내 몸을 돌리는 순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망치면 뒤진다…….”

 

“옙!”

 

빠른 속도로 몸을 돌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원위치 하는 데인의 모습에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그렸다.

 

“오랜만이지?”

 

“그, 그렇습니다.”

 

“맞아야겠지?”

 

“그,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만……..”

 

이레스가 한 걸음 내딛자 데인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도망쳤잖아?”

 

“저, 저는 왕실의 명을 받아 배속받은 곳에 온 것일 뿐입…….”

 

황급히 변명을 하려 했지만 이레스는 생각보다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왕실호위기사단에 네 실력으로 입단할 경우 레이온 저하의 호위기사가 되도록 뒤에서 힘을 썼지.”

 

“…….”

 

“누군가가 거절하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그 누군가가 자신이었다.

 

처음 왕실호위기사단에 입단하고 자신의 소속을 배정받을 때 데인은 이레스의 말처럼 레이온 왕자의 호위기사로 배정받았었다. 하지만 그것을 거절했고, 직접 공적을 쌓기도 힘들고 자유도 없는 동방경계선을 지원했다.

 

기사단으로서는 그의 지원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그레이즈 가문의 기사가 직접 지원을 한 것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이신 이레스 님을 뵙습니다.”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던 동방 경계선의 단장 할튼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자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준 후에 데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주 편한 데 있었구만.”

 

“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레스가 싱긋 미소를 그렸다.

 

“편하구만 좋은 선배들도 있고.”

 

“……예. 편합니다.”

 

“그러면 제대로 된 수련도 못 했겠지?”

 

저 말이 무슨 뜻인지는 그의 성격으로 인해 고생이란 고생은 전부 했던 데인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수, 수련 대신 전투를 했습니다만…….”

 

“수련이랑 전투는 다르지.”

 

빠른 속도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는 데인의 모습에 이레스가 단호하게 딱 한 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반박했다.

 

“…….”

 

도망갈 길도 없고 도망치게 냅둘 거 같지도 않았다.

 

벅튼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한판 할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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