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38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38화
제6장 다시 만난 실피아 공주 (1)
테라인 왕국에서 가장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수십 개의 소문이 돌아다니는 귀족가를 뽑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레이즈 가문을 뽑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인 이레스라고 이야기할 것이 분명했다.
“……뭡니까?”
몬스터의 숲을 수색하고 돌아온 지 단 삼 일 만에 이레스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가주의 집무실로 향했고, 책상 앞에 놓인 서신 한 장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급한 불을 껐다고 해도 일단 총관 대리직을 맡고 있는 클라리아였기에 그녀와 만나는 시간은 하루에 두세 시간이 전부였지만, 그 적은 시간이 즐거워 매일같이 미소를 그리고 있던 이레스의 표정이 서신을 확인한 순간 찌푸려졌다.
그레이즈 공작이 인상을 찌푸리며 서신을 바라보는 이레스를 힐끔 쳐다보고는 턱짓으로 서신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왕실의 부름이다. 읽어봐라.”
“아나, 또 왜…….”
왕실의 부름이라는 것에 인상이 더더욱 찌푸려진 이레스는 바로 책상에 놓인 서신을 펼쳐 천천히 읽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레이즈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어 서신의 내용을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인신매매 사건. 그것으로 인해 세 나라의 사신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서신을 읽고 있었기에 이레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다.
해결했다고 해도 일단 인신매매는 대륙이 정한 최악의 범죄였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타국에서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 나라, 유실리안 제국과 헥토스 왕국의 사신이 온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지막 한 나라의 이름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유실리안 제국은 어차피 대륙이 알아주는 빌어먹을 꿈을 가지고 있고, 헥토스 왕국은 동맹국이니 그렇다 치고, 페이언 왕국은 또 왜 온답니까?”
“몰라. 하지만 페이언 왕국에서 너를 보고 싶다고 하더군.”
눈가를 살짝 좁히며 서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레스가 다시 서신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보고 싶으면 지가 쳐 오면 되지, 왜 사람을 부릅니까?”
“어차피 유실리안 제국으로 인해 인신매매 사건을 알리려면 찾아가야 한다.”
“쩝…….”
유실리안 제국.
대륙을 통일하겠다는 지독한 꿈을 꾸고 있는 대륙의 삼대 제국 중에 하나로서, 지금은 제국 중 최약체에 속해있지만 몇백 년 전만 해도 대륙통일을 눈앞에 둔 경험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제국이었다. 그래서 인신매매로 인해 다른 나라가 움직인다면 거기에 유실리안 제국은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내려놓은 서신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고개를 들어 아버지인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혼자 다녀옵니까?”
“누구 붙여주리? 또 갔다가 사고 쳐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 혼자 갔…….”
그가 벌인 사건사고를 떠올렸는지 몸서리를 치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핀잔을 주던 그레이즈 공작이었지만, 이내 깜빡했다는 듯이 검지를 이용해 책상을 살짝 두들기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반데크를 데려가라.”
“……아.”
서신 끝부분에 페이언 왕국 사신이 그레이즈 가문의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반데크를 찾는다는 내용이 존재했었다.
“바로 출발해야 합니까?”
“응, 바로 출발해야 한다.”
“뭐가 이리 바쁜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자신의 모습에 입술을 살짝 내밀며 중얼거리는 이레스의 모습에 그레이즈 공작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이번 사신으로 제국의 황족들이 오고 헥토스 왕실의 왕족들이 사신의 대표로 온다고 하니 가능하면 사고 좀 일으키지 말아라.”
“제가 무슨 트러블 메이커입니까?”
“네가 말썽꾼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냐?”
오히려 되물어오니 할 말이 없어진 이레스는 뒷머리를 벅벅 긁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부탁하실 일은 없고요?”
“드워프.”
그레이즈 공작의 짧은 대답을 들은 이레스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천장을 올려다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별로 상관없을 거 같은데요?”
“보고는 중요한 것이다. 단 사신들의 앞에서 이야기하지 말 것.”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다녀올게요.”
“왕실에서 죽치고 있지 말고 일이 끝나면 바로 튀어 오거라.”
“옙.”
이레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고 그레이즈 공작은 그런 아들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사고를 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지만 분명 또 무슨 사고를 일으키고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 *
“하아…….”
천천히 말을 이끌며 테라인 성도로 향하던 반데크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자 이레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절대 안 된다고 했지?”
“…….”
삼 일이라는 시간을 끝으로 그레이즈 영지로 돌아온 반데크는 엘리스에게 계속해서 구애를 하였지만 그녀는 그의 모습이 창피했던 것인지 계속해서 도망을 다녔다.
물론 그런 행동이 하루면 다행이지만, 테라인 왕실로 헥토스 왕국의 사신이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삼 일 동안 지속이 되었다.
자국의 사신이 찾는다는 이야기에 잠시 고민했지만,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려던 반데크는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이가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이자 모든 것이 자신보다 한 단계씩 뛰어난 이레스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의 강압적인 부탁과도 같은 협박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반데크가 눈을 번쩍 뜨며 외쳤다.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기 안 하면 어쩔 건데? 딱 봐도 페이언 왕국이 사신을 보낸 이유는 너 때문인 거 같은데. 그리고 약속은 일주일이고 내일이면 딱 일주일이다?”
페이언 왕국 안의 사정은 모르지만 반데크의 미래를 아주 잘 알고 있던 이레스로서는 그냥 그와 친해지거나 빚을 하나 남겨둔 채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았다.
언제 어디든 페이언 왕국의 힘을 빌릴 수 있도록 말이다. 당연히 엘리스와의 혼인이 페이언 왕국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자신은 물론이고 아버지와 동생들까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선택지였다.
“조, 조금만.”
뜨끔했는지 몸을 흠칫 떤 반데크가 조심스럽게 부탁하였다. 이레스가 히죽 웃으며 대답 대신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끌며 테라인 성도로 향할 때였다.
다그닥. 다그닥.
눈앞에 보이는 세 갈래 길 중에 하나에서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
이레스와 반데크는 부딪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말을 몰며 마차의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그닥. 다그닥.
눈에 들어오는 것은 테라인 성도로 향하는 길을 향해 달려오는 황금 마차와 그 주위를 호위하고 있는 수십 명의 기사들이었다.
이레스가 수십 명의 기사들과 황금 마차를 한차례씩 바라본 후에 마차 지붕에 꽂혀있는 깃발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유실리안 제국인가?”
마차에 꽂혀있는 깃발을 빤히 바라보던 반데크가 이레스의 혼잣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황족이 온다고 한 것이 진짜였나 보군.”
“……황족이요?”
이레스가 반데크의 반문에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말을 모는 것에 집중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인신매매니까.”
“…….”
단 한마디였지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만 반데크였다.
인신매매는 대륙이 정한 최악의 범죄이니 아무리 왕실과 관계가 없는 귀족이라고 할지라도 왕국 전체를 위험해 빠트릴 수 있는 정치적인 문제를 만들 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정치적인 압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바쁜 일도 없기에 천천히 말을 몰며 황금 마차가 들어선 길을 따라 성도로 향하던 반데크가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만약입니다만.”
“만약?”
“예, 만약에 유실리안 제국이 테라인 왕국을 비난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지금까지 반데크가 보아온 이레스는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용병과도 같은 성격을 가진 귀족이었다. 그렇기에 심히 걱정이 되었다.
테라인 왕국이 자신의 왕국은 아니더라도 첫눈에 반한 엘리스의 가문이 속해있는 왕국이니 마찰이라도 일으킨다면 대륙 통일을 꿈으로 삼고 있는 유실리안 제국에게 명분을 건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전쟁이라는 길이 나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레스가 힐끔 반데크를 쳐다본 후에 대답했다.
“참아야지.”
“……예?”
천하의 이레스가 참는다고 하니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는지 반데크가 다시 물어왔지만, 이레스는 그 한 번의 대답을 끝으로 입을 열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끌었다.
이레스는 유실리안 제국이 자신을 도발해도 참을 자신이 있었다.
지금의 테라인 왕국은 유실리안 제국의 군력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대로 움직였다가 왕국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반데크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끌고 움직이니 예전보다 빨리 성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충!”
“충!”
자국도 아닌 타국의 문지기 병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선 반데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국의 귀족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인사를 시킨 인물,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성도 정중앙에 위치한 왕성을 바라보며 작은 신음을 흘렸다.
“으음. 바로 입궐하시는 겁니까?”
“……왜?”
“…….”
반데크가 민망하다는 듯이 이마를 살짝 긁었고 이레스는 성도 중심에 위치한 왕성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바쁜 것도 없고 내일 사신을 만난다고 하니 하루 정도 시간이 있네.”
일단 페이언 왕국에서 자신뿐만이 아니라 반데크도 요청했기에 그에게도 서신을 보여주었었다.
몬스터의 숲으로 떠나기 직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서신을 보냈던 반데크였기에 단 하루에 불과하지만 페이언 왕국의 사신들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좋았는지 환하게 미소를 그렸다.
이레스는 피식 실소를 흘리고는 성도의 자리하고 있는 그레이즈 가문의 별장으로 향했다.
그레이즈 영지와 성도를 오가며 근무를 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별장의 관리는 철저했고, 별장을 지키는 기사들도 근무에 착실했다.
“추, 충!”
이레스가 성도로 향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왕실이 아닌 별장으로 올지 몰랐던 두 기사가 황급히 인사를 했다.
“수고한다.”
“아, 아닙니다!”
미소를 그리며 격려해주자마자 큰 소리로 대답하는 두 기사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린 이레스가 그들의 어깨를 두들기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다그닥. 다그닥.
“오늘은 참 마차 소리를 자주 듣는구만.”
두 사람의 귓속으로 마차 소리가 파고들었다.
실소와 함께 중얼거린 이레스는 고개를 돌려 마차를 바라보다 지붕 위에 꽂힌 깃발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헥토스 왕국?”
인상을 찌푸리는 이레스와는 달리 반데크가 깃발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유실리안 제국의 마차처럼 모든 것이 금색으로 칠해져 있는 마차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백성이나 상단에서 구입하지 못할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마차 지붕 위에는 헥토스 왕국의 국기가 달려있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던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그레이즈 가문의 별장 앞에서 멈춰 섰다.
끼익.
마차가 멈추는 것과 동시에 호위를 하는 듯이 마차를 둘러싼 채 움직이던 기사들이 말 위에서 내려왔고, 그와 동시에 마차의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천천히 내려왔다.
청년이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는 이레스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역시 여기 계시는군요.”
마차에서 내린 이는 헥토스 왕국의 제1왕자이자 이레스가 밀고 테라인 왕국 전체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데우스 왕자였다.
인상을 찌푸리던 이레스가 왜 데우스 왕자가 자신의 앞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할 때 말 위에서 내려선 헥토스 왕국의 기사들이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헥토스 왕국의 왕실호위기사단이 검의 스승을 뵙습니다!”
“헥토스 왕국의 왕실호위기사단이 검의 스승을 뵙습니다!”
혈맹에 가까운 동맹으로 인해 검을 가르쳤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타국의 사람에게 검의 스승이라는 칭호를 부여해준 그들이었다.
“……검의 스승?”
반데크는 기사들의 외침에 신기하다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고 이레스는 더더욱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한 채로 찾아온 이유를 물으려 할 때였다.
“헉!”
이레스가 눈을 부릅뜨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아, 안녕하세요.”
뒤늦게 마차에서 내리는 한 여인을 발견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여인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던 반데크가 여인의 얼굴을 보았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레스와 마찬가지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에, 엘리스 님?”
그레이즈 가문의 막내딸이자 자신이 첫눈에 반해버린 여인, 엘리스가 마차에서 내리고 있던 것이었다.
분명 마차는 헥토스 왕국의 소유인데 말이다.
잠시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보던 반데크가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그녀가 아니었다.
그레이즈 가문의 특징인 흑발이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과도 같은 금발이 아주 잘 어울리는 엘리스를 닮은 여인이었다.
이목구비만 비슷하여 착각하고 말았지만, 자세히 바라보니 머리색도 틀리고 키도 엘리스보다 더 컸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섰던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사해라. 헥토스 왕국의 제1왕자인 데우스 왕자님하고 공주이신 실피아 공주다.”
“……실피아 공주님이요?”
실피아라는 이름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아 고개를 돌리며 되묻자 이레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좆됐구만.’
그냥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나 보다.
“하하하.”
신기하다는 듯이 이레스를 쳐다보는 반데크의 모습에 데우스 왕자가 웃음을 터트리더니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헥토스 왕국의 1왕자인 데우스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여동생인 실피아입니다.”
“……아. 페이언 왕국의 반데크라고 합니다.”
데우스 왕자가 똑같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반데크를 향해 미소를 그리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아준 후에 어리둥절해 있는 이레스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이온 왕자님께서 이레스 공자님이 지금쯤 도착했겠지만 바로 성도로 오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이……. 귀신같은 놈.”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던 이레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 잡으려다 또 한 번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 이레스 공자님이 헥토스 왕국의 검의 스승이라고?”
“캬……. 역시 평범하신 분이 아니었어.”
“그러게 말이야. 타국의 기사들이 존경을 하다니…….”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