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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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1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36화
제5장 허탕 (1)
크르르.
오우거 왕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레스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그렸다.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전쟁에서 아주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동하는 것에 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화살이 날아와도 피할 수 없고, 피할 수 있는 공격이 날아와도 막아야 하기 때문에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었다.
“할 거 다 했다.”
그의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
흙의 정령력도 전부 소모했고, 바람의 정령력도 전부 소모하여 정신력의 한계가 왔다.
이레스는 황급히 다리의 힘을 주어 중심을 잡은 뒤에 고개를 돌려 다른 일행을 바라보았다.
파이어캣 용병단, 구름 기사단, 오크 전사들이 동시에 오우거를 공격하고 있었고 뒤늦게 처음 전투를 벌였던 오우거를 처리하고 달려온 샤벨타이거 용병단과 아이반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 한 번에 불과했지만 바로 몇 분전에 오우거와 전투를 벌였기에 그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었다.
5초 정도의 휴식을 끝으로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오우거 왕을 바라보았다.
오우거 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땅을 기며 달려와 공격을 하는 대신 마치 자신의 공격을 기다리는 듯이 네 개의 손을 쫘악 편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레스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씨익 미소를 그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넌 뒤졌어…….”
정령력은 전부 소모하여 사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마나는 절반 정도 소모된 것이 전부였다.
우우웅.
검신이 작게 진동하더니 새하얀 오러가 솟아났고 검을 강하게 휘두르는 순간 검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오러가 오우거 왕을 향해 쏘아졌다.
쉬이익!
퍼엉!
오우거 왕은 간단하게 손을 들어 올려 막아냈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입가에 그린 미소를 유지한 채 계속해서 오러 소드를 날렸다.
목표는 머리나 가슴이 아닌 뼈가 튀어나와 있는 무릎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노리고 공격하는 것이 비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레스는 상대의 약점을 노리고 공격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장에서 상대의 약점을 내버려두고 정직하게 공격을 했다가는 자신의 목숨이 골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쉬이익!
펑!
쉬이익!
펑!
몇 초의 간격으로 계속해서 오러 소드를 날리니 마나의 소모도 빨라졌지만, 이레스는 그것이 상관없다는 듯 계속 날렸고 어느 때는 고개를 돌려 오우거를 상대하는 일행을 바라보기도 했다.
크아아앙!
콰아앙!
오우거가 손을 들어 강하게 내려치자 그 공격범위와 예상범위에 자리하고 있던 일행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공격범위 반대편에 있던 자들이 연차례 공격을 하고 있었다.
물론 부상자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우거의 공격으로 바닥이 폭발하였을 때 사방으로 날아드는 거대한 돌멩이나 흙덩어리에 맞아 기절을 하거나 상처를 입은 것이었기에 어디가 잘려나가는 중상자나 사망자는 없었다.
쉬이익!
푸욱!
아이반이 쏘아 보낸 화살이 정확하게 오우거의 눈을 공격했다.
오우거는 바로 비명을 지르며 아이반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손을 들어 올렸고, 그 순간 수많은 빈틈을 발견한 일행이 사방에서 동시 공격을 했다.
푸부북!
수십 개의 무기가 찔러 들어왔고, 빠른 속도로 이동하던 투척술에 능한 레일리는 자신의 힘으로는 가죽을 찢을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는 아예 독을 바른 단검을 잡고 접근을 해서 상처 부위에 찌르고 있었다.
“얼마 안 있…….”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쓰러질 것이라는 생각에 작게 미소를 그리고 있던 이레스가 양쪽 다리에 힘을 주고 황급히 뒤로 점프를 했다.
콰아앙!
“…….”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자신이 있던 자리에 손이 보이자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오우거 왕을 바라보았다.
“미치게 만드는 놈일세…….”
오우거 왕은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자 허리를 숙여 두 개의 손으로 땅을 짚고 두 개의 손으로 공격을 했다.
물론 이동속도는 다리로 걷는 것보다 느려졌지만 일단은 이동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레스가 땅을 박차며 오우거 왕을 향해 돌진했다.
크아아앙!
오우거 왕은 바로 한쪽 손을 휘둘렀고, 이레스는 넘어지듯 쓰러지며 오우거 왕의 손을 피함과 동시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달려가 옆으로 늘어트리고 있는 무릎에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크어어엉!
오우거 왕은 상처 부위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해 몸을 뒤척였고, 거대한 몸집이 자신을 깔아뭉개려 하자 이레스는 황급히 허리에 매달고 있던 주머니를 잡고 상처 부위에 쑤셔 넣었다.
푸우욱!
크아아앙!
잠깐이지만 움직임이 경직되었고 이레스는 그 순간을 노리고 검을 찔러 넣은 뒤에 뒤로 물러나 오우거 왕을 바라보았다.
“무지 아플 거야.”
허리춤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는 포이즌 리자드맨의 독으로 만들어진 환단이 들어있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허리춤에 차고 있었는데 때마침 사용하기 좋은 부위를 발견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쑤셔 넣은 것이었다.
크르릉.
몸집이 거대하다 보니 독이 퍼지는 데까지는 오래 걸려 검을 들고 있는 것이 좋았지만, 이레스는 주머니를 터트리기 위해 검을 찔러 넣고 뒤로 빠졌다.
검을 사용할 수 없으면 박투술을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레이즈 가문의 검술인 클라우드 소드는 검을 이용한 공격식, 방어식, 그리고 근접전이 가능하도록 만든 변화식이라 불리는 검이 필요 없는 격투술이 존재했다.
우우웅.
그의 양손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이레스가 미소를 유지한 채 오우거 왕을 바라보았다.
독을 쑤셔 넣은 뒤 검을 찔러 넣고 뒤로 물러났지만 일부러 그가 공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멈춰선 상태였다.
오우거 왕은 눈을 부릅뜨며 손을 내려쳤고, 이레스는 손이 내려치는 순간 다시 땅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 나가려다 황급히 양손에 씌운 오러를 회수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마나를 생각 못 했네.”
아무리 마나가 많이 남아있다고 해도 그것은 정령력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많은 것이지 똑같은 경지의 무인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려 오러를 계속해서 날렸던 것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지금이라도 마나를 아끼자고 마음을 먹었다.
계속해서 함부로 사용하다가는 필요할 때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어쩌노…….”
다시 공격을 하고 싶어도 마나가 급격하게 소모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피하기만 한다면 오우거 왕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수하를 도우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크르릉.
오우거 왕의 울음소리를 음악 삼아 생각을 정리하던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그리더니 주위에 떨어진 돌멩이를 한 움큼 잡고는 하나를 던졌다.
쉬이익!
퍽.
오우거 왕의 손에 부딪쳤다.
크르르.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인간의 공격으로 인해 오우거 왕이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이레스는 다시 돌멩이를 던지며 이동하더니 그의 무릎을 향해 돌멩이 하나를 강하게 던졌다.
쉬이익!
푸욱!
부딪치고 튕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 부위에 박혀버렸다.
크아아앙!
오우거 왕은 바로 울음을 토하더니 분노한 듯이 눈을 붉게 만들며 손을 휘둘렀다.
부우우웅!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공격이었고, 이레스는 바로 옆으로 이동해 피하며 계속해서 돌멩이를 던졌다.
그냥 던지면 겉 부분에 박히지도 않고 튕겨 나가겠지만 마나를 이용한 신체 강화는 유지하고 있었다.
필요할 때 쓰지 못하는 것이 신체 강화를 뜻했기 때문이다.
소모되는 속도를 생각하면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 시간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 추측되었다.
물론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제한 안에서의 이야기였다.
타다닥!
이리저리 이동하던 이레스는 오우거 왕의 네 개의 눈과 마주칠 때마다 씨익 미소를 그리며 돌멩이를 던졌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도발하며 이목을 끌려는 것이었다.
* * *
아이반과 샤벨타이거 용병단이 합류하며 마지막 오우거를 쓰러트린 일행이 오우거 왕을 쓰러트리는 데 합류하자 10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완벽하게 목숨을 끊을 수 있었다.
이미 독에 중독된 상태에서 장거리 공격에 능한 몇몇 일행이 독화살을 날리고 나머지 일행이 움직임을 봉인시키니 그 거대한 몸이 독에 완전히 중독된 것이었다.
쿠우웅!
독에 중독된 오우거 왕의 몸이 푸른색으로 변할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공격하던 일행은 오우거 왕이 앞으로 쓰러지는 순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 다시는 몬스터의 숲에 들어서지 않는다…….”
“휴…….”
몇몇 용병들이 작게 투덜거렸고, 구름 기사단의 기사들이 한숨을 내쉬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자 이레스는 주위를 한번 훑어보고는 바로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반데크를 향해 걸어갔다.
“괜찮냐?”
“……살만합니다.”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옆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고, 그렇게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반데크에게 물었다.
“소환은 가능하냐?”
“불가합니다.”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다고 바로 회복이 될 정령력이 아니었다.
이레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에 잠겼다.
오우거들과의 전투로 인해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마을은 아예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폭삭 무너졌다.
그래도 노엔이 이곳에서 미스릴 기운을 느껴 자신을 데리고 왔기에 수색을 해야 했다.
생각을 마쳤는지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벅튼을 바라보았다.
“벅튼.”
“예.”
단원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던 벅튼이 그의 부름을 듣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오자 이레스는 그곳에서 들으라는 듯이 손을 들어 그의 걸음을 막으며 말했다.
“수색할 수 있어?”
“30분 정도 더 필요합니다.”
이레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기운을 소모시켰던 기사들이었고, 몇몇은 돌멩이에 부딪쳐 기절을 하고 조금 전에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이레스가 케르취에게 말했다.
“케르취.”
“취익! 부르셨습니까?”
“움직일 수 있어?”
“취익!”
케르취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이레스는 뻗어있는 용병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30분 뒤에 주위를 경계하고 벅튼은 애들 데리고 수색을 시작해.”
“알겠습니다.”
명령이 떨어지자 용병들의 시선이 이레스에게 고정되었다.
이레스는 그런 용병들의 모습에 씨익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놓으세요.”
만약을 대비한다는 것은 다른 몬스터가 나오면 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이레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이반을 바라보았다.
일행 중에 반데크와 함께 구름 기사단도, 용병단도 아닌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트랩 제작 같은 거 배운 적이 있냐?”
용병계에서 은퇴한 사냥꾼에게 활을 배웠다고 했으니 동물을 사냥할 때 필요한 함정을 설치하는 것 정도는 배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레스였다.
“예.”
“어차피 함정을 이용해서 몬스터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어려우니까 누군가를 찾아오면 알 수 있는 트랩을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아직 화살에 마나를 담는 방법을 깨닫지 않아 신체능력만 강화시키며 전투를 벌였던 아이반이었기에 다른 일행보다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 짧았는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숙인 뒤에 숲으로 들어가는 아이반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형태도 사라져 버린 폐허를 바라보았다.
“여기라고 하기는 했는데…….”
집으로 추정되는 폐건물이 몇 개 보였다. 어떤 이종족 부족이 살고 있었는데 오우거 왕의 습격으로 전멸, 또는 대피한 거 같았다.
물론 대피했다고 해도 몬스터의 숲 안이라는 것을 달라지지 않으니 죽었을 확률이 높았다.
“흐으음.”
알레인은 미스릴 화살을 보고 몬스터의 숲에 홉고블린 또는 드워프가 살고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습성과 폐건물을 통해 마을에 살고 있는 인원을 추측하면 죽었을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었다.
“허탕인가…….”
이종족과의 만남은 허탕이었다.
하지만 미스릴의 기운이 느껴졌다고 했으니 완벽하게 허탕을 쳤다고 볼 수는 없었다.
다시 3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구름 기사단이 폐허를 수색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오크들도 그들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방으로 흩어지며 경계를 섰다.
수색을 시작하고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자 샤벨타이거 용병단과 파이어캣 용병단도 기사들이 수색을 하고 있는데 계속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민망했는지 수색에 참여했고, 그렇게 되니 일행 중에 유일하게 휴식을 취하는 이는 이레스와 반데크밖에 남지 않았다.
정령의 기운을 빠른 속도로 회복시킬 수 있는 심법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한 번 전투가 일어날 것을 대비하여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령력을 모으려는 것이었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자 수색을 하는 일행을 바라보던 반데크가 힐끔 이레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무엇을 찾으시는 겁니까?”
“몰라.”
“……예?”
반데크가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지만 이레스는 대답 대신 폐허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엇을 찾는지 정말 몰랐다.
그저 미스릴 화살을 발견하고 그것의 정체를 알기 위해 찾아온 것이기에 실제로 무언가를 콕 집어서 찾는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저 희귀한 것, 인간이 만들었다고 볼 수 없는 물건을 찾으려는 것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