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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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70화
제9장 전투와 준비와 죽음…… (2)
쉬이익!
바람 자체를 찢어버리는 검명과 함께 검집에서 작은 은빛이 나타나는 순간 이레스는 검을 꺼내 들고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쳤다.
오러를 감싼 레이베드의 발도술은 기마민족의 왕인 칸조차 긴장을 하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긴장을 하게 만드는 기술일 뿐 막을 수 없는 절대적인 기술은 아니었다.
레이베드는 오러나이트 경지에 오른 무인으로서 익스퍼드 최상급 경지에 머무르고 있는 이레스보다 더 강한 무력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는 익스퍼드 최상급 경지의 무인이자 세 속성의 정령과 계약을 한 정령검사이기도 했다.
검집에서 검신이 뽑혀져 나오는 순간 이레스는 그의 손을 읽고 빠르게 내리쳤다.
얇게 밀집되어 있는 레이베드의 오러가 둘러싸인 검이 상대의 검을 베어버리고 적의 목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레스의 작은 속삭임이 울려 퍼지는 순간 레이베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슨.”
화르르륵!
기다렸다는 듯이 오러에 둘러싸여 있던 이레스의 검이 오러와는 다른 거대한 불꽃에 휩싸였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이레스가 뒤로 물러나 레이베드를 쳐다보았다.
레이베드는 당황하고 있었다.
“불…….”
바람의 화살이 쏘아졌을 때 그의 왼쪽 어깨 위로 바람의 정령이 나타났고 흙가시와 흙벽이 솟아오르는 순간 그의 오른쪽 어깨 위로 흙의 정령이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 검과 검이 부딪치며 폭발음을 일으킨 그 후, 그의 머리 위에는 붉은 피부를 가진 작은 노인이 공중에 떠 있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 사람씩 바라보았다.
바람의 화살을 전부 튕겨내고 달려오는 카이.
흙벽을 뛰어넘고 달려오는 평야의 바람.
흑색 오러탄에 의해 뒤로 밀려나 늦게 움직이던 평야의 성벽.
마지막으로 레이베드를 바라본 이레스가 작게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파이슨.”
화르륵!
그의 검신이 화염에 의해 강하게 타오르기 시작했고 물끄러미 자신의 검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크리스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순간 성벽 위에서 하나의 물건이 날아왔다.
쉬이익!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물건을 빤히 바라보던 이레스가 바람의 힘을 이용해 낚아채더니 검집을 던지고 검신에 다시 한 번 화염을 뒤집어씌우더니 기존에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타당!
아직 대장장이 메이안에게 검을 받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번 검에 불꽃을 감쌀 때마다 다른 검으로 교체하는 이레스였다.
“덤벼.”
검을 교체한 이레스가 다시 네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사람과 동시에 일기토를 하는 것은 혼자서 네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이레스에게 많은 변수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불의 정령과 계약을 했다는 것도 네 사람에게 큰 변수를 건네준 것이기도 했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레이베드 옆으로 세 사람이 다가올 뿐 공격을 가하지 않고 바라만 보자 이레스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목을 좌우로 꺾어 몸을 풀고 씨익 미소를 그렸다.
“안 오면 내가 가고.”
말이 끝남과 동시였다.
쿠구궁!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고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인해 네 사람의 몸이 휘청거릴 때 허공에서 바람의 화살이 쏘아져오고 전방으로 이레스가 달려왔다.
“흩어져!”
수호자가 되어 전쟁보다는 칸의 옆을 지켰던 평야의 바람과 평야의 성벽이었고 이제 갓 장군의 자리에 올라 경험이 부족한 카이이었지만 레이베드는 그 누구보다 선봉에 서서 전장을 휘젓고 다닌 인물이었다.
레이베드의 외침과 동시에 세 사람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쉬이익!
쏘아지는 바람의 화살과 달려오는 이레스의 앞에는 레이베드밖에 서 있지 않게 되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바람의 화살과 전방에서 달려오는 화염에 둘러싸인 검이 당황함을 건네줄 법도 하건만 레이베드는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이 눈을 감으며 아래로 늘어트린 검을 양손으로 쥐며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올려쳤다.
쉬이익!
우웅.
검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오러실드가 생성되었고, 그 순간 하늘에서 쏟아지던 바람의 화살이 레이베드가 서 있는 자리를 강타했다.
콰과광!
또 한 번 폭발음이 일어나고 그에 맞추어 흙먼지가 일어나 사방을 가득 채워 시야를 방해했지만, 상대의 마나를 읽어내고 있던 이레스는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정확히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좌에서 우로.
몸을 절단시키고 온몸을 태워버릴 화염이 레이베드가 자리한 곳에 도착하는 순간 이레스는 검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끼며 또 한 번 미소를 그렸다.
“엄청나구만.”
콰아앙!
한 번의 폭발음이 흙먼지를 일으켰다면 두 번째 폭발음은 레이베드 주위를 채우고 있던 흙먼지를 사방에 날려 보내며 두 사람을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
“…….”
레이베드의 검이 화염에 휩싸인 이레스의 검과 부딪쳐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칸 다음의 실력자인 거 같은데?”
“…….”
“검도 바뀐 것을 보니 원래 쓰던 검인가?”
레이베드가 기존에 쓰던 검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롱소드였지만 지금 그가 들고 있는 검은 새 검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얇은 검신이 인상적인 얇고 기다란 장검이었다.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리고 검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레이베드는 그의 말을 받아주기는커녕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에 눈을 바라보았다.
분명 경지로 보면 자신의 힘이 이레스를 압도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검신을 태우고 있는 거대한 화염이 자신에게 전이되어 화상을 입히니 모든 힘을 쏟아붓고 싶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1~2초 정도 흘렀을 때 이레스가 먼저 뒤로 물러났다.
레이베드와 일대일 일기토를 벌이는 것이라면 이대로 상대를 압도해도 상관없겠지만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기토는 네 명의 장수들과 싸우는 사 대 일의 일기토였기 때문이었다.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이레스는 자신의 양옆으로 흙벽을 만들고 땅에서 아주 약간 떠오른 허공에 바람의 화살을 만들어 바닥에 쏘아 보냈다.
퍼엉!
작은 폭발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어나 이레스의 주위를 감쌌고, 그의 양옆을 노리고 달려오던 평야의 바람과 평야의 성벽이 황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흙벽이라는 방패를 만들었음에도 흙먼지를 일으켰다는 것은 이 흙벽을 부수고 안으로 돌진해도 이레스라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채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그런 두 사람에게 그런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흙먼지를 일으킨 것이었다.
푸욱!
흙먼지를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이레스가 자신의 앞에 검을 박아 넣고 양손을 흙벽에 가져다 대었다.
콰아앙!
그의 손에 둘러져 있던 오러가 흙벽과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고 흙벽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던 두 사람을 향해 흙벽의 파편이 쏟아졌다.
슈슈슉!
타다다당!
빠른 검술을 통해 파편을 튕겨내는 평야의 바람과 방패를 통해 파편을 막아내는 평야의 성벽이었고 두 사람을 빠르게 확인한 이레스가 바닥에 꽂아놓은 검을 뽑는 것과 동시에 뒤로 돌아 위에서 아래로 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쉬이익!
카아앙!
평야의 바람과 평야의 성벽이 자신의 좌우를 노리고 달려왔고, 레이베드가 전장에서 자신의 이동을 막았다면 카이은 그의 등 뒤로 돌아가 검을 휘둘렀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카이의 검과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이레스의 검이 부딪치며 거대한 검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카이에게는 한 자루의 검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검이 반동에 의해 뒤로 튕겨나가는 순간 카이의 검이 복부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고, 이레스는 오러와 불꽃이 이중으로 중첩된 왼손을 강하게 내리쳤다.
카아앙!
검과 손날이 부딪치며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검명이 일어나며 카이의 검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이레스는 검과 함께 그의 몸이 앞으로 쏠리자 다시 왼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채 자신의 등 뒤로 잡아당겼다.
“크아악!”
머리카락이 뽑히는 듯한 고통 때문인지 카이이 처음으로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쏘아졌고, 다시 땅을 박차 달려가며 발도를 준비하던 레이베드가 황급히 옆으로 몸을 비트는 순간 그의 시야를 이레스의 오른발이 가득 채웠다.
쉬이익!
레이베드가 검 손잡이에 가져다 대었던 손과 검집을 잡고 있던 손을 얼굴 위로 올려 겹치고는 뒤로 점프를 했다.
퍼어어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레이베드가 뒤로 밀려났고 카이을 잡아당기는 것과 동시에 레이베드를 향해 점프를 하며 오른발을 휘둘렀던 이레스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 천천히 바닥에 착지한 후에 네 명의 장수들을 바라보았다.
“…….”
돌 파편에 의해 움직임이 봉인되었던 두 수호자가 다시 자세를 잡으며 양옆에서 노려보고 있었고, 전방에서는 빠른 속도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이베드와 카이이 눈에 들어왔다.
이레스가 습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시 한 번 목을 좌우로 꺾더니 네 사람을 차례대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아침 안 먹었다고, 빨리빨리 끝내자.”
* * *
크아악!
왕좌에 자리하고 있던 헥토스 국왕은 거대한 대전의 문 바깥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을 들으며 작게 미소를 그렸다.
“이걸 노린 건가?”
누구 한 사람을 정해서 묻는 질문이 아닌 혼잣말이었다.
자신의 앞에는 도망치라고 외치는 충신들이 있었고 그 뒤로 수십 명의 왕실호위기사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헥토스 국왕도 알고 있었고 여기 있는 자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봐야 자신들에게 찾아오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사신의 칼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벗어나지 않았다.
이곳은 왕국의 성도에 중심이자 왕실의 자존심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끼이익.
대전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모두의 시선이 돌아가는 순간 헥토스 국왕은 오히려 팔걸이에 손을 올려 턱을 받치며 미소를 그렸다.
“오셨는가?”
털썩, 털썩.
천천히 열리는 문과 함께 가장 먼저 대전 안으로 들어온 이는 목이 잘린 두 왕실호위기사단이었다. 그 뒤를 따라 헨들릭스 공작과 함께 왕국의 검이라 불리는 막다인 자작이 들어왔고, 그 뒤에 막다인 자작의 주군인 헥스 공작이 걸어 들어왔다.
헥스 공작이 헥토스 국왕의 인사를 듣더니 작은 미소와 함께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전하를 뵙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주고받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겠군.”
“그렇지요.”
헥스 공작은 문 앞에 멈춰 서서 헥토스 국왕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막다인 자작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왕좌를 향해 다가갔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막아라!”
왕실 호위기사단이 동시에 자세를 잡으며 뛰쳐나갔지만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인물은 헥토스 왕국의 두 개의 검 중 하나인 마스터 막다인 자작이었다.
촤악!
“크아악!”
촤악!
“크아악!”
한 번의 휘두름으로 한 기사가 쓰러지며 순식간에 다섯의 기사들이 목숨을 잃고 쓰러졌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막다인 자작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은 헥토스 국왕을 따르는 노인 귀족들이었다.
“……비키십시오.”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귀족들이었기에 걸음을 멈추며 부탁하는 막다인 자작이었지만 노인 귀족들은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죽여야만 끝나는 것이네. 이리 죽는 것도 좋을 테지.”
“그렇다면.”
잠깐의 머뭇거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막다인 공작이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한 귀족의 목이 잘려나갔고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목이 잘려나가 대전 안에 헥토스 국왕만 자리하는 순간 헥스 공작이 천천히 걸어갔다.
저벅, 저벅.
대전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헥스 공작의 걸음소리밖에 없었다.
헥토스 국왕이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그리며 헥스 공작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다.
“제이스는 알고 있는가?”
“모르고 계실 것입니다.”
“허허허, 나중에 어떤 결과가 이루어질 줄 알고?”
저벅, 저벅.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라 왕좌 앞에서 걸음을 멈춘 헥스 공작이 작은 미소와 함께 헥토스 국왕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우욱!
“사고사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쿨럭!”
일그러진 표정에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헥토스 국왕은 미소를 유지하며 헥스 공작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쿨럭! 쿨럭! ……유, 유실리안 제국인가?”
“…….”
헥스 공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표정과 함께 심장에 찔러 넣은 검을 비틀었고 그의 목이 천천히 꺾이는 순간 몸을 돌려 대전의 문으로 향했다.
헥스 공작이 막다인 자작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마무리.”
“예.”
막다인 자작이 대답과 동시에 검신에 오러블레이드를 만들어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올려치는 순간 오러블레이드가 검신의 형체를 유지한 채 천장을 향해 쏘아졌다.
쉬이익!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지며 왕좌를 뒤덮었고, 대전의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헥스 공작은 작은 미소와 함께 왕좌가 자리하고 있던 장소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