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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69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169화

제9장 전투와 준비와 죽음…… (1)

 

 

해가 뜨기도 전, 새벽녘.

 

동강 경계선의 고위급 인물들은 전 총사령관인 할튼의 부름으로 인해 전부 하나의 막사로 집합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에요?”

 

펄럭.

 

헬버튼과의 대련으로 삭신이 쑤시는지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안으로 들어오던 이레스는 자신의 시야로 기마민족 특유의 동물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은 사내가 들어오자 인상을 찌푸리며 바로 욕설을 내뱉었다.

 

“넌 시바, 왜 대낮부터 쳐 오고 지랄이야.”

 

“…….”

 

기마민족의 병사는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는 이레스를 바라보며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의 욕설로 인해 기분이 나빠서 그런 행동을 취한 것이 아니라 그가 먼저 사신으로 칸에 찾아왔을 때 자신들을 농락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기억을 해냈음에도 그를 죽일 수 없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화를 내는 것이었다.

 

“뭘 꼬라…….”

 

두 번 연속으로 자신이 마스터를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실력이라는 것을 깨달아 이레스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나쁜 상태였는데, 대낮부터 사람이 찾아오니 짜증이 머리끝에 도달한 상태였다.

 

다시 한 번 도발을 하려는 이레스의 모습에 함께 들어오던 크리스가 손을 뻗어 그의 말을 가로막고는 기마민족의 병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기마민족 병사가 크리스가 질문했음에도 질문의 당사자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 이레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칸의 전언을 말씀드리러 왔소.”

 

“칸의 전언?”

 

크리스가 자연스럽게 막사 안에 먼저 자리 잡은 이들을 둘러보니 이미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는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마민족 병사가 순간적으로 즐거운 생각을 한 것인지 비릿한 미소를 그리며 이레스를 바라보다 천천히 크리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칸의 진언이오. 이틀 뒤 평야로 돌아가겠다.”

 

말이 끝난다는 듯이 입을 닫는 병사였지만 처음부터 그의 미소에 집중하고 있던 크리스였기에 그의 작은 미소를 생각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말이 더 있을 거 같습니다만?”

 

“내일 아침, 이레스는 우리가 선정한 자들과 일기토를 펼쳐야 하오.”

 

“…….”

 

크리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무의식적으로 일기토라는 단어에 집중을 하며 생각을 하는 크리스였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기마민족 병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칸이 나오냐?”

 

“아니오.”

 

“칸이 아니면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텐데?”

 

“그렇소. 칸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당신을 이길 사람은 없소. 그래서 우리도 하나의 방편을 만들어냈소.”

 

“……또 둘이랑 붙는구만.”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하면서도 비웃는 듯한 비릿한 미소를 그리는 이레스였지만 병사는 오히려 그 미소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넷이오.”

 

“…….”

 

“레이베드 장군, 카이 장군, 평야의 성벽, 평야의 바람 네 사람과 동시에 일기토를 벌이면 그다음 날 철군하겠다고 하셨소.”

 

“그딴 일기토를 내가 옳다꾸나, 하고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면 칸이 미친놈이겠지?”

 

“크크큭.”

 

병사는 웃음을 흘렸고 이레스는 오히려 입가에 그린 비릿한 미소를 진하게 만들며 다시 물었다.

 

“거절하면?”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라고 하셨소.”

 

물러섬이 없이 계속해서 공격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레스는 그제야 막사 안에 먼저 자리 잡고 있던 이들이 왜 심각한 표정과 함께 고민을 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좋다.

 

조건은 너무 좋았다.

 

일기토 한 번만 한다면 기마민족 군대가 전부 철수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제안인 일기토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

 

네 명의 장수들과 동시에 대련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너무나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과 연달아 싸우는 것은 어떻게든 해볼 만한데 동시에 상대를 해야 한다면 변수가 너무나 많았다. 심지어 지목당한 인물은 테라인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자 검의 가문인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였다.

 

이름을 들어보니 각기 싸우는 스타일이 다른 인물들이었기에 수백, 수천 가지의 변수가 나타날 수 있었지만 이레스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능하려나…….’

 

불의 정령과 계약을 한 이후 헬버튼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은 마스터 초입의 전투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문제는 전투능력만 마스터 초입이지 실제로는 마스터 경지의 무인이 낼 수 있는 파괴력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즉 전투를 벌이게 되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는 것, 허나 마스터보다 다양한 전투방법을 지니고 있었기에 일대일 전투가 아닌 다수 대 다수의 전투에서는 마검사라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터보다 더 뛰어난 무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하였다.

 

“흐음.”

 

이레스가 생각하는 듯이 작게 신음을 흘리자 이번엔 칸의 전언을 전하러 온 병사가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거절해도 상관없소.”

 

“…….”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이니.”

 

순간적으로 살기가 느껴졌고 입을 꾹 다문 채 병사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는 순간이었다.

 

쉬이익!

 

기마민족 병사의 주위로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이 나타났다.

 

쿠구궁!

 

기마민족 병사가 자리한 곳 주변으로 흙가시가 솟아올라 코앞에서 멈춰 섰다.

 

이레스가 죽을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담담한 기마민족 병사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흙가시를 허물고 바람의 화살을 지워버리며 말했다.

 

“전해.”

 

“…….”

 

“한판 제대로 붙어보자고.”

 

* * *

 

그레이즈 가문의 차남 알레인은 지금 엄청난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왕실의 서신.

 

자신의 형이 설마 하여 지원을 요청했을 때에도 그저 예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예상이라는 순간의 방심은 현실이 되어 왕실의 고위 간부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주는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버지.”

 

“후……. 귀찮구만.”

 

가장 먼저 서신을 읽고 창밖을 내다보던 그레이즈 공작이 알레인의 부름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더니 몸을 돌려 집무실에 자리 잡고 있는 그레이즈 가문의 대표 기사단의 세 기사단장을 바라보았다.

 

“에이안.”

 

“예.”

 

백색의 기마병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인 페가수스 기사단의 단장 에이안이 바로 대답을 하는 순간 그레이즈 공작은 세 기사단장 앞으로 걸어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출진할 수 있는 병력은?”

 

“현재 파병나간 세 개의 소대를 제외하고 두 개의 소대가 가능합니다.”

 

페가수스 기사단은 총 다섯 소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소대에 열 명의 기사가 속해 있는 기사단이었다.

 

“기사단 직속 군대는?”

 

“일천입니다.”

 

그레이즈 공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대한 중갑으로 무장한 기사단인 흑철의 기사단의 단장 파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출진할 수 있는 병력은?”

 

“두 소대, 오백의 병력입니다.”

 

“투드거.”

 

“네 개의 소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팔백의 병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움직일 수 있는 기사의 숫자는 총 팔십여 명,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총 이천삼백여 명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즈 공작은 그들 전부를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흑철의 기사단은 영지를 지키며 오우거 기사단과 페가수스 기사단은 출진 준비를.”

 

“명을 받들겠습니다!”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대답한 세 기사단장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벗어나자 그레이즈 공작이 알레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케르취는 뭐하고 있다고 하느냐?”

 

“실력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오우거 왕과의 전투, 오우거와의 전투 이후 케르취는 완벽하게 몬스터의 숲을 장악하기 위해 몬스터의 숲 점령을 잠시 중단하고 전사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었다.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거라.”

 

“예.”

 

“그리고.”

 

알레인이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레이즈 공작은 왼손 약지에 끼여 있는 반지를 빼고 그에게 던졌다.

 

쉬이익.

 

탕탕다다당.

 

반지가 바닥을 굴렀고 그레이즈 공작은 바닥을 구르는 반지를 바라보며 인상을 화악 찌푸렸다.

 

“좀 받으면 안 되느냐?”

 

“…….”

 

대답 대신 양손에 잡혀 있는 서류를 보여주는 알레인의 모습에 그레이즈 공작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킬 수 있겠느냐?”

 

“흑철과 오크 부대가 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알레인이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크큭.”

 

아직 성년도 안 된 소년이 보일 수 있는 미소라고 보기 힘든 담담한 미소를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린 그레이즈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형이 돌아올 때까지만 가주 좀 하고 있어라.”

 

“예.”

 

어차피 예전에도 한번 했던 일이다.

 

또 못할 리가 없었다.

 

그레이즈 공작은 이레스와 마찬가지로 버릇처럼 목을 좌우로 꺾으며 몸을 풀더니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미소를 그렸다.

 

“오랜만에 한바탕하겠군.”

 

* * *

 

“…….”

 

“덤비지?”

 

이레스는 자신의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네 명의 사내를 바라보며 도발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뿔피리가 들리는 순간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미 네 명의 사내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성벽 위에서 내려와 성문을 빠져나와 그들의 앞에 섰다.

 

“시밤, 밥도 안 먹었다. 빨리빨리 끝내자.”

 

“…….”

 

대답이 들려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네 명의 사내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 손잡이에 손을 옮기며 땅을 박찼다.

 

타다다닥!

 

이미 사 대 일의 일기토 자체에서 치욕을 느끼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래서 장기간 전투를 통해 치욕적인 지금의 상황을 오래 지속할 생각이 없어 단번에 끝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단기간 전투로 빨리 끝내겠다는 생각이 기마민족의 네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쉬이익!

 

허공에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이 만들어져 쏘아지자 네 명의 장수들 중에 가장 경지가 낮은 카이이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서 먼저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바람의 화살에 의해 카이의 움직임이 봉인되었지만 세 명의 장수들은 검을 뽑아 막아내는 대신 빠르게 움직여 피한 후에 계속해서 달려왔고 천천히 검집에서 검이 뽑히는 순간 수십 개의 흙가시가 그들의 앞에 솟아오르고 그들과 떨어진 장소로 거대한 성벽이 솟아올랐다.

 

세 명의 장수들이 동시에 흙가시를 부수고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흙벽을 부수려 하였지만, 실력은 비등하지만 비교적으로 파괴력이 떨어지는 쾌검의 달인인 평야의 바람의 발이 묶이고 말았다.

 

우우웅.

 

이레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검은색 오러가 나타나 평야의 성벽을 향해 쏘아졌다.

 

쉬이이익!

 

평야의 성벽은 바로 왼손에 들고 있는 방패를 들어 올렸다.

 

콰아아앙!

 

검은색 오러탄과 오러에 둘러싸여 강화된 철로 만들어진 방패가 부딪치는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뒤로 주르륵 밀려나며 발목이 묶여버린 평야의 성벽이었고 네 사람 중 정확하게 이레스를 바라보며 달려오는 인물은 네 명에서 레이베드 한 사람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쉬이익!

 

허공에 한 대의 바람의 화살이 나타나 쏘아졌고 레이베드가 달리는 상태에서 검을 뽑아들며 강하게 휘둘렀다.

 

촤아악!

 

마치 처음부터 절단된 것처럼 바람의 화살이 깔끔하게 베어지며 폭발을 일으키지 않았다.

 

“마, 말도 안 돼!”

 

성벽 위에서 일기토를 지켜보던 이들이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그렸다.

 

“그래야 할 만하지.”

 

천천히 열렸던 그의 입이 다시 닫히는 순간 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창이 솟아올랐다.

 

탁!

 

레이베드가 갑작스레 걸음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양손으로 검 손잡이를 잡으며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쳤다.

 

쉬이익!

 

촤아악!

 

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단창이 바람의 화살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절단되어 있던 것처럼 깔끔하게 베여졌다.

 

“…….”

 

입을 다문 채 이레스를 지켜보던 레이베드가 손에 들려있는 검을 검집으로 되돌리더니 다시 땅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타다다닥!

 

* * *

 

“레이베드……. 카이만 아니었다면 칸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녀석이었지.”

 

일기토를 지켜보던 바다의 눈은 자신이 호위하고 있는 기마민족의 왕, 칸의 중얼거림을 듣고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선봉대 총 사령관 레이베드.

 

기마민족의 사람이면서도 그는 말 위에서보다 말에서 내린 상태로 전투를 벌일 경우 칸을 제외한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는 기마민족의 장군이자 칸의 수호자를 선별할 때 후보 1순위를 기록했지만 자진해서 수호자 후보에서 물러난 인물이었다.

 

“그가 수호자 후보를 왜 포기했는지 아는가?”

 

후보 1순위로 바람의 평야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그였지만 그는 포기를 했고 그로 인해 기마민족의 수십 부족에서 각기 다른 소문이 오갔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수호자 자리를 포기한 이유는 오로지 칸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칸이 바다의 눈의 대답을 기다리려고 물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듯이 씨익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호자라는 직책을 맡아 칸의 옆자리에 서 있는다면 욕심이 생길 것이라고 했지. 그래도 발도술에서는 나조차 긴장할 수밖에 없는 달인이니까.”

 

타다닥.

 

쉬이익!

 

빠른 속도로 이레스를 향해 달려간 레이베드가 눈을 빛내는 순간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검집 안에 숨겨두었던 검신이 은빛의 길을 만들며 휘둘러졌다.

 

“물론 지금은 장군의 자리에 오르며 실력이 떨어졌고 그에게 맞는 검도 버렸지만.”

 

쉬이익!

 

“지금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그가 예전에 쓰던 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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