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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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65화
제7장 불의 힘 (2)
문도 달려있지 않은 뚫려있는 건물이었기에 울타리와 비슷한 나무 벽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레스는 자신의 머리 위에 앉아있는 세 정령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우와아아!
-우와아…….
-허허허허.
잠시 갸웃할 정도로 뜬금없는 웃음소리였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그들의 감탄과 웃음이 왜 들려왔는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대장간은 자연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여 있는 장소였다.
작품의 형상을 만들기 위해 흙으로 만들어진 거푸집을 사용하여 땅의 기운이 밀집되어 있으며 금속을 녹이기 위해 불을 사용하니 불의 기운이 밀집되어 있고, 금속을 녹일 불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바람을 이용하여 바람의 기운이 밀집되어 있으며 고열에 가열된 금속을 식히기 위해 물을 사용하여 물의 기운이 밀집되어 있었다.
이레스가 알고 있는 대장간이 그런 곳이었지만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이외에도 흙, 불, 물, 바람이 필요한 기술을 간직한 곳이 분명했다. 그래서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정령들이 자신의 머리 위에 앉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미소를 그린 이레스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대장장이를 찾는 순간 상의를 벗어 던진 근육질 중년인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구냐?”
난데없는 반말이었지만 이레스는 자신의 몸속을 채우고 있는 정령력도 대장간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반응하고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기분 좋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네자 이레스의 머리 위에 앉아있던 세 정령이 중년인의 앞에 떠 있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우와아아아!
-……아.
-허허허허허.
대장장이였기에 불과 가장 근접하고 있었으며 적절한 바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흙을 다룰 줄 알며 물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그렇기에 네 가지의 기운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고 세 정령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며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
처음에는 공중에 떠 있는 날파리가 같은 것들을 보며 당황을 했지만 이내 병사들에게 들은 소문을 떠올리고는 흑발의 청년, 이레스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레스 공자님께서 이리 누추한 곳에 오실 줄 예상도 못했기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를 하고 바로 존대를 했다.
특이한 것은 분명 자신을 낮추는 말을 하고 있지만 자신이 대장장이라는 것에 창피함이 없고 자부심이 있었는지 너무 당당한 목소리로 인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레스가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진하게 만들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들자 금속을 녹이기 위해 화로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꽃이 날아와 검신을 감싸 안았다.
화르륵.
“……불의 검이라.”
“예. 불의 검입니다. 문제는…….”
무의식에 가까울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는 대장장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이레스가 파이슨에게 시선을 돌리자 검신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허공에서 사라지고 붉게 달궈진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시다시피.”
“……검이 불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는군요.”
대장장이답게 검신이 달궈진 모습을 통해 이레스가 대장간을 찾아와 불의 검을 보여준 모습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예.”
이레스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고 중년의 대장장이가 생각하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검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혹시 검이 필요하신 것입니까?”
“예, 그것도 불이 감싸도 달궈지지 않는 검으로요.”
“미스릴은 구하기 힘듭니다만.”
마검사들이 사용하는 검은 대부분 미스릴로 만들어진 금속이었다.
대륙 3대 금속 중에 하나이자 마나를 품은 금속이었기에 미스릴을 이용하여 검을 만든다면 마검사의 무력을 두 배는 상승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레스가 원하는 것은 마력을 품은 금속인 미스릴로 만들어진 검이 아니었다.
“미스릴이 아닌 다른 금속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불이라는 자연 그 자체를 품어도 끄떡없는 금속이 필요합니다.”
“……예?”
이해를 할 수가 없었기에 입을 다무는 대장장이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도 입을 꾹 다물었다.
정령은 자연 그대로를 사용할 수 있기에 자연의 불 그 자체를 버틸 수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검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해도 불의 정령사가 아닌 이상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느꼈던 것이었다.
설명이 애매하여 머릿속이 어지럽히자 뒷머리를 긁던 이레스가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부탁을 했다.
“혹시 남는 미스릴 있습니까?”
“있기야 합니다만…….”
“녹여도 됩니까?”
“……예?”
또 한 번 멍하니 이야기를 듣다가 반문하는 대장장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수에게 부탁을 하자 그의 손에는 어느새 작은 단검이 놓여있었다.
“미스릴로 만들어진 단검인데, 효율성이 없어서 다시 녹여 제작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에 놓여있는 금속을 집은 이레스가 파이슨에게 생각을 전하자 그의 손이 불에 타오르더니 단검을 집어삼켰다.
화르륵!
“…….”
화르르륵!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던 대장장이는 불꽃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하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노, 녹다니…….”
미스릴이라는 마나를 품은 금속이 녹고 있었다.
최고의 고열에서 일어난다는 백화보다 한 단계 아래인 청화 이후에만 녹일 수 있다던 미스릴이 평범한 적화에 의해 녹고 있었다.
이레스는 검집까지 녹여버린 이후 멍하니 자신의 손에 담긴 은색 쇳물을 바라보는 대장장이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마나가 담기지 않은 불꽃, 완벽히 순수한 불꽃, 허나 정령의 기운을 담아 더욱더 강력해진 불꽃을 견딜 수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검이 필요합니다.”
“…….”
“가능하겠습니까?”
* * *
세상에는 다양한 금속이 있고 그중 최고의 금속은 천계의 금속이라 불리는 전설의 오리하르콘, 마계의 금속이라 불리는 아다만티움, 중간계에서 만들어진 마나의 금속이라 불리는 미스릴로 총 세 개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세 가지 금속 어디에도 이레스가 말하는 금속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가 말하는 금속은 신성력도, 마기도, 마나도 아닌 정령술을 버틸 수 있는 금속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음.”
-허허허.
-꺄하하하!
-아우…….
동방 경계선 대장장이들의 대표, 메이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사방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인상을 살짝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어린아이들이라면 따끔하게 혼내겠지만 지금 눈앞에서 떠들고 있는 아이들은 정신적 생명체, 거짓을 모르는 생명체들인 정령이었기에 뭐라 할 말이 없던 것이었다.
실제로 조금 전에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들려온 대답은 가관이었다.
-왜애?
세 정령 중 대표로 실피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메이안은 가만히 생각을 하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끝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흠, 잠시 생각을 할 것이 있어서 그렇다네.”
고개를 좌우로 갸웃하던 실피아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시끄러워.
캉! 캉!
화르륵!
치이익!
푸쉭! 푸쉭!
“그렇긴 하지만 나에게 이 소리는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네.”
대장장이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쇳소리는 정신을 말끔하게 해주었고, 타오르는 불꽃 소리는 집중력을 상승시켰으며, 달궈진 금속을 식히는 소리는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바람을 이용하여 화력을 높이는 소리는 기분을 좋게 했다.
-……시끄러운데?
물론 바람의 정령인 실피아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으으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잠시 생각을 하는 메이안의 모습에 실피아가 그의 앞으로 날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애?
“…….”
뭐 이건 어떻게 대답해야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왜애?
“……으으음. 아니라네. 그냥 사람들과 놀아주시게.”
-응!
질문한 것도 잊었다는 듯이 바로 대답하더니 하늘을 날아다니는 실피아와 두 정령을 바라보는 메이안의 모습에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힘들죠?”
“네.”
“순수해서 그래요. 사람과는 다르게.”
실피아와 대화를 나눈 것이 바로 1시간 전이다.
평범한 아이들이라면 벌써 질려서 밖으로 나가서 놀고 있을 긴 시간이었지만 정령들은 달랐다.
바람과 불, 물, 땅이 한데 어울려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1초, 1초가 즐거운 정령들이었다. 그래서 질리지 않은 세 정령이었다.
이레스가 무의식적으로 웃고 떠들며 대장장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을 도와주며 정령력을 소모시키는 정령들을 바라보다 다시 메이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있을까요?”
“흐으음……. 있기는 합니다만.”
“다만?”
“좀 애매모호한 것이 있습니다.”
“검으로 만들 수는 있죠?”
“예……. 그렇긴 한데. 좀 무겁습니다.”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겠어요. 걱정 마세요.”
웃으며 걱정 말라고 했지만 대장장이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그리고 있을 때 이레스는 알아봤어야 했다.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가 말하는 무거움이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