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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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63화
제6장 불의 정령, 아부지 (2)
“하아압!”
동방경계선 단장 할튼이 강한 기합과 함께 검을 내려치자 성벽 위로 올라온 기마민족 병사가 바로 검을 올려쳤다.
카아앙!
“할튼!”
“백부장이라…….”
병사, 아니 백부장을 증명하는 초록색 팔띠를 착용한 사내의 모습에 할튼이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 돌진했다.
쉬이익!
날카롭고 강력한 찌르기였다.
백부장이면 오러유저, 또는 익스퍼드 초급 경지로 추측할 수 있었다.
동방 경계선 사령관 자리까지 올랐던 할튼의 경지와 경험을 생각하면 쉽게 쓰러트릴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두 사람 모두 완벽한 몸 상태를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었다.
“흐읍!”
짧은 기합과 함께 백부장이 황급히 고개를 꺾는 순간 할튼의 검이 허공을 찔렀다. 하지만 지금의 상대를 만나기 전에 십부장, 천인장과도 싸운 그였다.
할튼이 검을 회수하는 대신 더욱더 앞으로 다가가 백부장에게 다가가 그의 콧등을 향해 머리를 박았다.
퍼어억!
백부장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고 할튼은 검을 일부러 손에 떨어트리고 그의 뒷머리를 잡고 옆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콰아아앙!
폭발음과도 같은 충격음과 함께 백부장이 기절했고 할튼이 다시 땅에 떨어진 검을 쥐고 적들을 둘러보았다.
어제의 일기토가 헬버튼의 난입으로 끝남과 동시에 칸은 다시 병사들을 물리고 돌아갔다.
문제는 그다음 날 후방지원대까지 합류한 것인지 수십 개의 사다리가 성벽 위에 걸쳐졌고 파쇄차가 부서지는 것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뒤에 세대의 파쇄차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
작게 한숨을 내쉰 할튼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기마민족의 병사를 발견하고 다시 달려 나가려 할 때였다.
“기, 기습이다!”
한 병사의 외침이 귓속을 파고들었고 할튼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성벽 안쪽을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제……기랄.”
검은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의문을 품을 시간도 없었다.
할튼이 다시 소리를 질러 병사들을 격려하고 기습이 일어난 장소로 달려가려 하는 순간 한 사내의 외침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촤아악!
병사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도 전에 검은 연기를 발견했는지 크리스가 적들을 베며 달려오고 있었다.
할튼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적들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5소대는 크리스 공자님을 따라 습격을 막아내라!”
카아앙!
콰아앙!
대답 대신 검명이 사방에 울려 퍼지고 사다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자신의 말을 들은 것인지 수십의 병사들과 다섯 기사들이 크리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자 할튼은 다시 성벽에 집중했다.
정말 기습이면 성벽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 시가전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최악의 한 수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정말 기습이더라도 성벽을 포기하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막아라!”
카아아앙!
* * *
타다다닥.
동방 경계선 5소대와 함께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곳으로 달려가던 크리스는 지척까지 당도하자마자 바로 다섯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궁수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지붕 위에 올라 대기하고 보병들은 벌써 흩어졌을 것을 대비해 3인 1조로 움직이며 나머지는 목적지 50m 밖으로 포위망을 생성합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기사들이 동시에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손을 들어 올려 자신들만의 수신호를 병사들에게 보내주었고 순식간에 병사들이 흩어지고 다섯 기사만 자신의 곁에 남자 크리스는 검을 강하게 쥐며 다시 명령을 내렸다.
“막습니다! 단, 목숨이 위험해지면 바로 병사들의 포위망에 합류합니다.”
“옛!”
대답과 동시에 계속 달리던 크리스가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곳에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레스.
칸과의 대련으로 인해 쓰러진 이레스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 막사였다.
“이레스 공자님의 구출을 최우선으로 합…….”
명령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검을 강하게 쥐었던 크리스가 황급히 걸음을 멈추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강한 마취로 인해 깨어나도 며칠간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던 이레스가 두발을 딛고 서 있었고 그 앞에 작은 불꽃이 공중에 떠 있었으며 함께 휴식을 취하던 반데크는 침대에 누운 채로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습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기마민족의 습격보다 더 거대한 사건이었다.
-허허허. 자네는 누군가?
* * *
-허허허.
이레스가 노인의 웃음소리를 흘리는 불의 정령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알레인과 비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어디는 엘리스를 닮아있었다. 하지만 그 불의 정령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은 계약자인 이레스 그 자신이었다.
“미친…….”
-허허허허.
작게 욕설을 내뱉는 이레스였지만 지금 소환된 불의 정령은 당연히 그의 중얼거림이 욕설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자네가 나의 계약자인가? 허허허.
“……예. 아부지.”
-허허허, 내 이름인가? 아부지라…….
“아닙니다. 아닙니다.”
-허허허.
크리스와 비슷하고 엘리스를 닮고 이레스를 닮았다.
불의 정령은 50대 중후반의 사내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레이즈 공작을 닮아 있었다.
아니, 똑같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존대를 해버린 이레스였다.
-허허허허.
계속해서 웃는데 무뚝뚝하고 거친 그레이즈 공작과는 다르게 옆집 할아버지 같은 성격의 불의 정령이었다.
-계약자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레스입니다.”
-이레스라……. 허허허, 좋은 이름이구먼. 그럼 내 이름은 무엇인가?
과연 불의 정령이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순간적으로 궁금해졌지만, 이레스는 고개를 작게 저으며 정신을 차린 뒤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파이슨…….”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지만 불의 정령은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파아앗!
“자, 잠깐!”
정령이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는 순간 몸에서 퍼져 나오는 빛을 보며 이레스가 깜짝 놀라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허허허, 잘 부탁하네. 이레스.
“……네에.”
-허허허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자애로운 웃음을 흘리는 파이슨의 모습에 이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너무 닮았다.
아니 똑같았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볼 때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문제는 그 이름이 너무 유명한 이름이라는 것과 그 이름을 듣고 흥분할 한 사람이 문제가 되었다.
* * *
“…….”
“…….”
총공격을 한 듯이 몰려들었지만 역시 해가 지는 순간 기마민족이 후퇴를 하자 거대한 화염에 불이 타 이전된 이레스의 막사로 몰려든 사람들은 하늘 위에 떠 있는 정령들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바람의 정령인 실피아는 본 적이 있다.
땅의 정령 노엔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허허허, 파이슨이라고 하네.
“…….”
불꽃을 온몸에 품고 있는 노인 정령은 처음 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파이슨이라고 소개한 불의 정령에게 고정될 때 헬버튼이 황급히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푸훗.”
다른 사람들에게 파이슨이라는 이름은 생소할 수가 있었다.
30년 전부터 다른 이름으로 불린 사내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버튼은 그 이름의 주인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크흐흑.”
입을 꾹 다물지만 새어나오는 웃음에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섞여 울려 퍼지자 막사에 자리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할 때 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요. 할아버지.”
“푸하하하!”
한탄하는 이레스의 대답이 시발점이 되었는지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제는 배까지 움켜쥐는 헬버튼이었고 모두의 시선이 다시 파이슨에게 향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파이슨.
정확한 이름은 그레이즈 더 파이슨.
현재는 그레이즈 가문의 공작 작위에 올라있으며 테라인 왕국의 마스터이자 정령검사인 이레스의 아버지, 검의 가문의 주인, 헬버튼의 주군인 현 그레이즈 공작의 이름이 바로 파이슨이었다.
* * *
“에취!”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레 재채기를 하는 그레이즈 공작의 모습에 함께 업무를 진행하던 알레인이 서류에 눈을 고정시킨 채 물었다.
“이레스…….”
“……?”
갑작스레 자신의 형의 이야기가 나와서인지 알레인이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레이즈 공작은 이빨 사이에 무언가가 껴서 찝찝한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내 알레인에게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이레스가 내 욕을 하는 거 같다.”
“…….”
이건 뭐 받아줄 필요도 없는 대답이었다.
알레인이 바로 서류로 시선을 돌렸고 펜을 들어 사인을 하며 말했다.
“일이 밀려있습니다.”
“……분명히 욕을 하는 거 같은데.”
“아버지.”
“알았다. 알았어.”
아들의 재촉에 억지로 고개를 끄덕인 그레이즈 공작이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리며 펜을 들었지만 바로 사인을 하는 것도, 검토를 하는 것도 아니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한데.”
“일이 밀렸습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