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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62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5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162화

제6장 불의 정령, 아부지 (1)

 

 

우와아아아!

 

“시밤……. 오질라게 시끄럽네.”

 

눈을 감은 채 간이침대에 누워있던 이레스는 귓속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어라?”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이레스가 작게 중얼거리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마취당한 듯이 정신은 말짱한데 몸이 움직이지가 않는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뭐냐.”

 

분명 말을 할 수는 있는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죽여라!

 

막아라!

 

카아앙!

 

콰앙!

 

귓속을 파고드는 사람들의 함성과 검명, 그리고 폭발소리를 들으며 이레스가 눈동자만 살짝 돌려 막사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깨셨습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시 눈동자를 옆으로 돌린 이레스는 자신의 옆 침대에 반데크가 누워있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니가 왜 여기 있냐?”

 

“아버지가 따라가라고 했거든요.”

 

이레스의 제자가 되어 실력을 키우며 왕국과 왕국 간의 동맹을 맺는다고 결정을 내렸다는 대답이기도 했다.

 

이레스가 다시 눈동자를 돌려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냐?”

 

“예.”

 

“근데 왜 여…….”

 

반데크는 대답과 동시에 입을 꾹 다물었고 이레스는 다시 질문을 하려다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 칸 시발 것.”

 

마지막 기억은 칸에 주먹에 맞았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고통이라는 감각도 끊어졌고 기억도 끊어졌다. 하지만 자신이 쓰러진 이유와 반데크가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이유는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은 칸과의 대결 도중 기절을 했고 자신이 느낀 물의 기운은 반데크의 기운이었고 그가 자신을 구하려다 부상을 입은 것이었다.

 

고통이라는 감각이 끊어지고 기억도 끊어지자, 대충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기절로 추측됐고, 이레스는 다시 눈을 감으며 몸을 채우고 있는 마나와 정령력을 확인했다.

 

마나는 심법을 통해 회복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너무 적은 양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정령력은 절반 정도 회복되어 있었다.

 

우와아아아!

 

죽여라!

 

빨리 지원을!

 

“…….”

 

귓속으로는 사람들의 긴급한 외침, 잔인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막사 안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이 조용함만이 가득했다.

 

“실피아.”

 

말을 하는 그 순간에도 목이 아파왔지만 이레스는 아픔을 참고 실피아의 이름을 불렀다.

 

일부러 정령의 이름을 불러야 소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름을 부르면 무언가 정감 있는 느낌이 들어 부르다 보니 버릇이 된 것이었다.

 

쉬이이익!

 

그의 앞으로 작은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푸른 소녀가 나타나 해맑게 미소를 그렸다.

 

-이레스 안녕!

 

“안녕.”

 

-반데크 안녕!

 

반데크가 자신의 귓속으로 파고드는 실피아의 인사를 듣고 천천히 눈을 뜨며 인사를 받아줬다.

 

“안녕.”

 

-……응?

 

꼼짝도 하지 않고 인사를 하는 이레스와 반데크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실피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둘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이레스를 향해 쪼르르 날아와 그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물었다.

 

-이레스 어디 아파?

 

“많이 아파.”

 

-우…….

 

실피아는 바로 울상을 그렸고 그 모습을 보며 이레스가 작게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 때였다.

 

-나 누구랑 놀아?

 

“…….”

 

“크크큭.”

 

역시 실피아에게 중요한 것은 이레스의 부상 여부가 아니라 함께 놀아준 사람의 존재 여부였다.

 

다시 눈동자만 돌려 고통 때문인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웃음을 터트린 반데크를 째려본 이레스가 멍하니 실피아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노엔.”

 

간이침대 앞에 작은 지진이 일어나며 갈색 소년, 노엔이 소환되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안녕.

 

“안녕.”

 

실피아에게 인사를 건넬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누운 채로 인사를 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노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레스……. 어디 아파?

 

“응.”

 

-……괜찮아?

 

실피아와는 완벽하게 다른 노엔이었다.

 

이레스는 감동한 듯이 노엔을 바라보다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느끼고는 작게 미소를 그렸다.

 

“응. 괜찮아.”

 

-빨리 나아야 돼.

 

‘아……. 감동…….’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고 만 이레스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하자 바로 대답을 하고는 천장을 올려다볼 때였다.

 

-노엔! 놀자!

 

-으…… 응?

 

실피아의 외침과 당황한 노엔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레스는 다시 한 번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리다 어제의 일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칸의 난입.

 

자신은 그에게 패배했다.

 

칸이 난입하기 전에 레이베드와 카이과 일기토를 벌였지만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났기에 자신은 분명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그저 정령력이 약간 줄어든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졌다.’

 

정령력이 약간 소모된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같았고 심지어는 일기토를 통해 몸이 풀려 있었는데도 패배를 했다.

 

그것은 자신이 마스터 경지의 무인을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으으으.”

 

자신도 모르게 작게 신음을 흘린 이레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만이 부술 수 있다는 그레이트 실드를 부수고 그레이즈 공작과의 대련을 통해 마스터라는 이들은 너무 만만하게 본 거 같았다.

 

그레이트 실드를 부술 수 있었지만 그것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집중을 하고 모든 힘을 쏟아부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고, 그레이즈 공작과의 대련은 말 그대로 상대의 목숨을 빼앗지 않는 대련이었다.

 

당연히 그레이즈 공작이 봐주는 것도 존재했다. 그런데 그레이트 실드에 금을 가게 만들고 그레이즈 공작과의 대련, 마지막으로 과거로 돌아오기 전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라와 있다는 것으로 인해 착각을 했다.

 

정령검사는 분명 자연을 다루는 정령과 함께 싸우며 검을 배워 정령사의 약점인 계약자의 무력을 메워주는 자들이다. 하지만 더 높은 경지에 오른 이들이 보기에 정령검사는 마법과 검을 동시에 배운 마검사와 마찬가지로 이도저도 아닌 능력자라고도 볼 수 있었다.

 

두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무슨 짓을 하던 마지막 경지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에 미리 한계를 정한 이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예로, 수명이 긴 다른 종족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인간들 중에서는 그런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민할 수가 있었다.

 

왕의 목소리라는 물건으로 인해 바람의 정령과 계약을 했고 땅의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분명 검으로서의 경지는 아무리 높아봐야 오러나이트가 최고겠지만, 정령사로서의 경지는 왕의 목소리 안에 또 다른 능력이 숨어있다면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가능하려나.’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니 하나가 떠오르기는 했다.

 

오러나이트 경지에 오를 때까지 수련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고, 중급 정령에 머무르고 있는 실피아와 노엔을 상급 정령으로 만들기에는 깨달음도 부족했고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었다.

 

“실피아. 노엔.”

 

-꺄하하하하!

 

-으으으으.

 

실피아의 웃음소리에 묻힌 것인지 두 정령이 못들은 것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자 이레스가 이번에는 자신의 생각으로 두 정령을 불렀다.

 

-응? 왜 불러?

 

“…….”

 

두 정령을 바라보자 노엔은 어지러웠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이레스는 실피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 했던 그림 그리기 기억나?”

 

-아니!

 

해맑은 미소와 함께 당당하게 대답을 하는 실피아였지만 눈에 콩깍지가 쓰인 것인지 그 모습조차 귀여워 아저씨 미소를 그리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아……. 그려야 돼?

 

“응.”

 

-재밌겠다!

 

쉬이익!

 

단 한 번의 생각도 하지 않고 큰 소리로 대답하더니 바람을 이용하여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실피아였고, 이레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노엔을 바라보며 부탁을 했다.

 

“일으켜 세워줄래?

 

-…….

 

자신도 모르는 듯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노엔의 모습에 이레스가 걱정 말라는 듯이 입가에 그린 아저씨 미소를 진하게 그리는 순간 흙으로 만들어진 기다란 판이 나타나 이레스를 일으켜 세웠다.

 

“뭐하십니까?”

 

옆에 누워있던 반데크가 갑작스러운 이레스의 행동을 보고 물었지만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힘 좀 키울라고.”

 

쉬이익!

 

그림 그리기는 끝나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고 이레스는 바닥에 그려지는 그림, 마법진을 빤히 바라보다 작게 중얼거렸다.

 

“되려나?”

 

분명 왕의 목소리는 하나의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인간의 제한을 풀어주는 정령왕들이 제작한 아티팩트였다. 그래서 실피아뿐만이 아니라 노엔과도 계약을 할 수 있었다.

 

허나 그 이후로 정령소환 마법진을 그려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다.

 

했다고 쳐도 그것은 몇 개월 전에 이야기였고 그것도 노엔이 중급 정령으로 진화하기 전에 이야기였다.

 

-다 됐다!

 

이레스의 머릿속에서 전해지는 정령소환 마법진이 완성되었는지 박수를 치며 외치는 실피아였고, 그 모습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령 소환 마법진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눈동자만 굴려 실피아와 노엔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금 동생을 불러볼 거야.”

 

-……동생?

 

-……동생.

 

실피아는 고개를 갸웃하고 노엔은 작게 중얼거렸다.

 

이레스는 두 정령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엔의 도움을 받아 정령소환 마법진 위에 올라갔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마스터는 피해 다니던가 해야지…….”

 

성공률이 존재하기에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힘이 부족하여 다시 한 번 마스터 무인을 만나면 분명 죽을 것이 분명했기에 시도해보려는 것이었다.

 

자신의 상태에 한탄하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을 끝으로 이레스가 눈을 감은 뒤에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태초의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자라며 자연의 하나인 자연의 수호신들이여. 나의 부름에 응답하소서.”

 

……죽어!

 

빨리 사다리를 파괴해라!

 

주문을 외웠지만 들려오는 것은 여전히 사람들의 고함과 전장에서 들려오는 검명과 폭발음이 섞인 소음이 전부였다.

 

“안 되는 건가?”

 

이레스가 작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노엔에게 부탁을 하여 침대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미친.”

 

자연스럽게 욕설이 나왔다.

 

“일찍 할 걸.”

 

따듯한 기운이 바람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뭉쳐있는 곳 사이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따뜻했던 기운이 몸속에서 타오르는 불길로 바뀌어 몸을 뜨겁게 태우기 시작했다.

 

화르륵!

 

몸속에서 느껴지던 불길이 점점 강해지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작은 불꽃이 생성되었다.

 

“…….”

 

작은 불꽃이 점점 커지면서 청화로 바뀌었다.

 

화르르륵!

 

마법진 안에서 벗어날 정도로 거대한 불꽃으로 바뀌었다.

 

“……백화?”

 

청색 불꽃이 더욱더 거대해져 막사를 집어삼켜 불태워 버리며 새하얀 불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화르르륵!

 

새하얀 불꽃이 폭발할 듯이 더욱더 강하게 타오르는 순간 막사는 재가 되어 사방으로 날아갔고 불꽃은 다시 붉은색으로 바뀌며 점점 줄어들었다.

 

-허허허.

 

불꽃 안에서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진짜 시밤이네…….”

 

정령이 소환된 것은 불꽃 안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목소리가 아주 익숙했다는 것이었다.

 

-자네는 누군가?

 

불꽃이 사그라지며 불의 정령이 형체를 드러내며 물었고 이레스는 불의 정령을 빤히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계약자입니다.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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