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60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60화
제5장 마스터의 무력 (1)
쉬이익!
왼쪽 귀에서 무거운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쉐에엑!
오른쪽 귀에는 빠르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레스가 빠르게 좌우를 확인하고는 바람을 타고 뒤로 날아오는 듯이 물러났다.
평범한 병사가 좌우에서 협공을 한 것이라면 자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동료에게 부상을 입혔겠지만, 한 사람은 미래의 칸이었으며 한 사람은 현 선봉대 총사령관 직위에 머무르고 있는 기마민족의 장군이었다.
두 사람의 검이 곡선을 그리듯 이레스가 뒤로 물러난 곳으로 휘둘러졌고, 두 사람의 양쪽 어깨가 마주하며 부딪쳐 몸이 옆으로 틀어지는 순간 두 자루의 검은 부채가 펼쳐지듯 교차하며 휘둘러져 이레스의 목을 공격했다.
쉬이익!
좌와 우, 전방까지 피할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었지만 피할 방법은 많았다.
이레스가 고개가 뒤로 젖혀 교차하며 휘둘러지던 두 자루의 검을 피하는 순간 땅속에서 날카로운 흙가시가 솟아나 레이베드와 카이, 두 사람을 공격했다.
쉬이익!
어깨를 마주하고 있던 두 사람이 상대방의 어깨를 향해 자신의 어깨를 밀어 반동을 이용해 옆으로 튕겨나가자 흙가시는 허공을 찌르고 멈춰 섰다.
두 사람이 물러서는 것과 동시에 다시 고개를 돌린 이레스가 양쪽을 포위한 채 검을 겨눈 레이베드와 카이을 바라보았고,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걸린 건가?’
칸의 뒤에 서 있던 네 사람 중 두 사람이 그의 곁에서 멀어지는 순간부터 뭔가 느낌이 싸하다는 것을 느꼈기는 했는데, 레이베드와 카이과 일기토를 벌이면서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느낌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푸르르.
멀리 떨어져 있어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흥분한 군마의 울음소리가 대지가 귓속을 파고들었고, 일기토에 집중하고 있던 병사들은 어느새 동방 경계선 성벽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
이레스가 다시 자신과 일기토를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서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이 만들어져 쏘아졌다.
쉬쉬쉭!
이레스가 바람의 화살을 쏘아 보내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성벽 위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크리스도 기마민족 부대 안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인지 일기토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기마민족 군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제야 이레스의 시선을 느꼈는지 바로 고개를 돌린 크리스가 심각한 표정과 함께 한 번 더 기마민족을 바라보더니 오른손을 들고 주먹을 쥐더니 엄지와 검지만 펼쳐들었다.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명령을 전달하려면 큰 소리로 소리를 질러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마민족도 외침을 통한 명령을 이용하여 경계를 할 수가 있었기에 크리스는 이레스가 일기토를 하기 직전 두 개의 수신호를 만들어 알려주었다.
하나는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엄지를 들면 일기토를 조금 더 유지하라는 신호.
또 다른 하나는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펼쳤을 경우 후퇴라는 신호.
크리스의 후퇴하라는 신호를 발견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 이레스가 카이과 레이베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쉬이이익!
지금까지와는 완벽하게 다른 날카로운 살기와 거대한 중압감, 바람을 찢는 듯한 소음이 오감을 지배했다.
“이 미친!”
쿠구궁!
경직된 듯이 고개를 돌리다 멈춘 이레스가 작게 욕설을 내뱉는 순간 전방으로 수십 겹으로 겹쳐진 흙벽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기마민족 군대에서 자신에게 이 정도의 살기와 거대한 중압감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타다닥!
흙벽이 생성되었지만 이레스는 안심하지 않고 뒤로 땅을 박찼고 몸을 채우고 있는 바람의 정령력이 작게 소모되는 순간 그의 손 아래로 바람의 화살 한 대가 생성되었다.
탁!
화살이 손아래에 만들어지자마자 잡아챈 이레스가 바람의 화살을 강하게 집어 던졌다.
쉬이익!
마나로 강화된 신체능력을 타고 날아간 바람의 화살은 지금까지 날아온 바람의 화살보다 빨라 공포감을 불러왔고, 날아가는 그 순간에도 회전을 하여 파괴력을 상승시켰다.
일부러 만들어놓은 흙벽을 부숴 흙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방해한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수십 겹으로 겹쳐진 흙벽이 무너졌고 거대한 흙먼지가 생성된 공간으로 바람의 화살이 빨려 들어가듯 안으로 쏘아졌다.
콰아앙!
또 한 번 거대한 폭발음이 일어났지만 이레스는 안심하기는커녕 입술을 살짝 깨문 채 황급히 자세를 잡았다.
일부러 만들어놓은 흙벽을 부숴 시야를 방해하고 날카로운 살기에 주인에게서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정령사란 재미난 자들이야…….”
흙먼지 속에서 들려오는 중년의 목소리를 듣고 이레스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순간 그의 머리 위로 회전하는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이 만들어져 흙먼지 속으로 쏘아졌다.
쉬이익!
콰과과광!
이레스는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 바람의 화살을 던진 것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난입한 적. 기마민족의 칸이 간단하게 흙벽을 부수고 돌진할 것을 예상하여 바람의 화살로 걸음을 강제로 멈추게 하려한 것이었다.
* * *
콰과광!
“준비하세요.”
“……예?”
동방 경계선 단장 할튼의 반문에 크리스는 굳은 표정으로 이레스가 만든 흙먼지를 바라보다 검을 꺼내들며 다시 소리쳤다.
“칸이 움직였으니 분명!”
그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우와아아아!
히이이잉!
기마민족 군대 안에서 거대한 함성과 함께 군마의 울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흙먼지에서 떨어져 전방으로 향하는 순간 그들은 이레스가 만들어낸 흙먼지보다 더 거대한 흙먼지로 가득 찬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칸이 이레스를 향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출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할튼이 눈을 부릅뜨며 바라보다 마나를 담아 큰 소리로 외쳤다.
“전투 준비!”
차자자장!
멍하니 일기토를 바라보던 병사들이 황급히 자신의 무기를 들고 자세를 잡았고 궁병들이 활시위에 화살을 올리고 강하게 잡아당겼다.
크리스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너무 오래 끌면 누군가가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고 칸이 직접 기마민족이 정한 신성한 전투인 일기토를 망쳐버릴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만 크리스였다.
‘칸은 분명 작전을 모른다……. 하지만.’
칸은 모를 것이다.
검을 배우고 검을 통하여 왕의 자리에 오른 그였기에 전투 경험을 통한 지식은 있겠지만 전문적인 전략전술에 관한 지식은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수호하는 네 명의 수호자 중 최고의 지략가인 바다의 눈은 분명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일기토에 집중을 하고 있었지만 화려한 장면이 연출되어 모두의 시선이 일기토에 고정되었을 때 크리스의 시선은 일기토 장소가 아닌 칸에게 향하여 그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칸의 수호자 중 두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의심을 했었다.
문제는 조금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여 망설였는데 그게 최악의 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정령검사로 유명한 이레스였지만 크리스는 분명하게 그가 마스터 경지의 무인에게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릴 수가 있었다.
오러나이트 이하의 기사들에게 정령검사인 이레스는 공포의 대상,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마스터 경지의 기사들에게 이레스는 마법과 검을 함께 사용하는 마검사와 마찬가지로 어중간한 무인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주르륵.
입술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생각을 하던 크리스가 결심이라도 한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할튼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라크!”
등 뒤에서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크리스와 벅튼, 데우스 왕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는 순간 그들의 시선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닌 허공에 나타난 거대한 물의 구에 고정되었다.
쉬이익!
물의 구는 거대한 크기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쏘아져 성벽 아래로 날아갔다.
멍하니 물의 구를 바라보던 크리스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파악한 것인지 바로 꺼내든 검을 아래로 늘어트리며 성벽으로 달려갔다.
“이레스 공자를 지원하라!”
그의 외침이 성벽 전체를 감싸는 순간 물의 구를 따라 수백, 수천의 궁병들이 날린 화살이 뒤를 따라 쏘아졌다. 하지만 이레스를 호위하기 위해 시작했던 행동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타다다닥.
등 뒤에서 들려오는 한 사내의 발소리를 듣고 크리스가 성벽 난간에 발을 올리더니 강하게 도약을 하며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헉! 크리스 공자님!”
쉬이익!
할튼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크리스가 성벽 아래로 뛰어드는 것과 동시에 성벽 난간을 밟고 그 뒤를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 있었다.
“라크.”
사내가 또 한 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땅으로 떨어지는 크리스 밑으로 물의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풍덩!
물이 사방으로 퍼졌지만 크리스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물에 젖은 자신을 바라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물을 통해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고 착지한 사내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반데크 공자님.”
“……허.”
푸른 머리가 인상적인 청년, 반데크가 어이없다는 듯이 크리스를 바라보다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레스 공자님과 함께 지냈던 일이 많으신 거 같습니다.”
“그런가요?”
반데크가 크리스의 반문에 당연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도착했다는 소식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제 목소리만 듣고 저를 따라 대책 없이 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는 과감한 행동은 취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 * *
정령사는 다른 정령사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등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이 바람의 화살이 폭발하며 들려오는 소음에 묻혀 듣지는 못했지만 정령의 기운이 담긴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다.
이레스가 손을 들어 올리자 다시 한 번 그의 앞으로 수십 겹으로 겹쳐진 흙벽이 솟아올랐다.
쿠구구궁!
지진이 일어날 정도로 강한 울림과 함께 수십 겹으로 겹쳐진 흙벽이 바로 칸의 발아래에서 생성되었지만 그는 그 모습에 오히려 작게 실소를 흘리며 오른발을 들어 올리고 강하게 내리찍었다.
콰아앙!
그의 주위로 또 다른 지진이 일어나며 솟아오르던 흙벽을 허물어트렸다. 하지만 이레스는 그 모습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소를 그렸다.
“실피아!”
-응!
실피아가 큰 소리로 대답하는 순간 이레스의 주위로 거대한 바람의 방패가 만들어졌고 바람의 방패가 그의 몸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물의 구가 칸의 눈앞에서 뚝 떨어졌다.
물끄러미 물의 구를 바라보던 칸이 왼쪽 주먹을 뒤로 잡아당겼다가 강하게 휘둘렀다.
“약해.”
콰아앙!
물의 구가 칸의 주위를 감싸기도 전에 오러에 둘러싸인 주먹에 의해 폭발되며 사방으로 물폭탄 잔재가 떨어졌다.
상대는 마스터다. 그렇기에 그런 그의 행동도 예상하고 있었는지 이레스는 바람의 방패를 만들어 전방에 고정시키고 성벽을 향해 몸을 돌려 땅을 박차려 했다.
“야이 씹!”
시야를 가득 채우는 수백, 수천대의 화살을 발견하지만 않았다면 이레스는 바람의 방패를 벽으로 삼아 도망쳤을 것이 분명했다.
이레스가 황급히 바람의 방패 안으로 들어갔다.
타다다다당!
바람의 방패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살을 튕겨냈지만 한 번 날리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날려 하늘을 계속해서 메우는 화살들이었다.
계속해서 바람의 방패를 이용하여 화살을 튕겨내면 정령력의 소모만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레스가 바람의 정령력이 소모되는 것이 짜증나서 욕설을 내뱉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스터 경지의 무인이 오러벽을 하나만 생성해 하늘 위에 만들어버리면 자신보다 더 적은 소모량으로 화살을 튕겨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욕설을 내뱉은 것이었다.
타다다닥!
흙안개와 화살비로 인해 앞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귓속을 파고드는 발소리를 들고 뒤로 점프를 하며 몸을 회전했다.
그의 몸이 회전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있던 한 자루의 검이 원을 그리며 전방을 향해 강하게 휘둘러졌다.
쉬이익!
칸의 움직임을 막이 위해 허공에 휘두르는 것이었는데 자신에 생각 이상으로 빨랐던 그는 어느새 자신의 눈앞까지 다가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쉐에엑!
바람을 가르는 이레스의 검과 바람을 찢으며 휘둘러지는 칸의 검이 부딪쳤다.
콰아아앙!
바람의 화살을 부수고 물의 구를 파괴할 때와는 전혀 다른 거대한 폭발음과 동시에 이레스의 신형이 활시위에 놓인 후에 쏘아진 화살처럼 허공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