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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59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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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구름공작 159화

제4장 과격? 무모? ……무식 (3)

 

 

“……이상하군.”

 

“예?”

 

일기토가 벌어지는 장소에서 약간 떨어진 장소에 자리하고 있던 레이베드는 어느새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일기토를 지켜보던 칸의 중얼거림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흐으음.”

 

칸은 대답 대신 작게 신음을 흘리며 이레스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벽 위로 시선을 옮겼다.

 

좌에서 우로 성벽 위를 훑어보니 원래의 목적이었던 데우스 왕자와 사신의 자격으로 자신에게 다가와 당당하게 질문을 던졌던 크리스라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흐으음.”

 

계속해서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는지 칸이 인상을 찌푸리며 또 한 번 신음을 흘렸고 레이베드가 그 모습에 천천히 질문을 던지려할 때였다.

 

“레이베드.”

 

“예!”

 

“이레스를 죽여라.”

 

“…….”

 

레이베드는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기마민족에게 일대일 전투인 일기토는 신성한 전투였다.

 

그것도 함부로 끼어들면 자신의 부족이 대평야에서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신성한 전투였다. 그런데 그런 신성한 전투에 끼어들라고 명령을 내리니 레이베드가 입을 다무는 것은 당연했던 것이었다.

 

레이베드의 대답이 늦어지자 칸이 잠시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일기토 현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칸의 후예가 죽어 평야가 다시 피바다로 물드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인가?”

 

“……알겠습니다.”

 

작게 눈을 떨었던 레이베드가 이내 굳은 표정과 함께 말 위에서 내려 일기토 현장을 향해 달려가자 칸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칸의 수호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번 일기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칸의 수호자는 역사적으로 총 네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바람과 같이 빠른 검을 사용하기의 평야의 바람이라 불리는 이.

 

불과도 같은 파괴력을 지는 대부를 통해 모든 것을 갈라버리기에 불의 대지라 불리는 이.

 

단단한 방패처럼 뛰어난 방패술을 자랑하여 평야의 성벽이라 불리는 이.

 

바다처럼 거대하고 그 거대한 바다와 같은 지략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바다의 눈이라 불리는 이.

 

총 네 명으로 이루어져 칸의 바로 옆에서 수호하는 이들은 칸의 수호자라고 불렀다.

 

칸이 네 사람 중 질문을 던진 이는 바다의 눈이었고 그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일기토를 벌이고 있는 이레스와 그 일기토를 지켜보는 데우스 왕자, 크리스를 번갈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갑작스레 일기토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 어떤 계략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칸이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해야 할 것은?”

 

“모든 식량을 담당하는 후방지원대의 경계강화, 30분이 지나도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지 않으면 전군 공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바다의 눈이 성벽을 쭈욱 훑어보고는 천천히 대답했다.

 

“헬버튼이라는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테라인 왕국의 마스터 중 한 사람이자 왕국 기사단들이 존경해 마다않는 불굴의 노장이 원군으로 도착했다는 첩보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물론 동방 경계선의 치안이 전쟁과 동시에 너무 강화되어 안까지 첩자를 파견하지는 못했지만 성 밖에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었기에 그의 도착과 동시에 정보가 들어왔다.

 

자신과 똑같은 마스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성벽을 쭈욱 훑어보던 칸의 모습에 바다의 눈이 다시 한 번 말을 이어갔다.

 

“마스터 한 사람만 움직여도 후방지원대에서 그를 막아낼 인물은 없습니다.”

 

“강화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바다의 눈은 반드시 칸의 곁에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조언을 해야 하는 인물이었기에 그의 곁을 떠날 수는 없지만 다른 인물들은 아니었기에 불의 대지가 대답과 동시에 몸을 돌려 후방지원대로 달려갔다.

 

“30분 후에 전군을 공격시켜야 하는 이유는?”

 

“벌써 수십 명의 사람들이 죽었지만 카이 장군이나 레이베드 장군을 죽이지 않고 일기토를 유지시킨다면 그것은 일기토는 그저 발목을 묶을 하나의 방책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준비를 하라.”

 

자신도 이레스의 실력을 알고 있고 그가 적진에서, 그것도 마스터 앞에서 협박을 할 정도로 과감한 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보내는 살기가 무서워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칸의 명령에 평야의 바람이 대답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벗어났고 칸이 입을 다물며 마치 30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는 듯이 일기토를 바라보자 바다의 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크리스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볼 수 있었지만 그의 아버지인 멕케인 공작은 너무나 유명해서 알고 있었다.

 

호랑이가 고양이를 낳지는 않는다.

 

그래서 바다의 눈은 그의 현재 생각이 너무나 궁금했고 갑자기 시작된 일기토의 정체가 궁금했다.

 

정말 일기토 안에 숨겨둔 계략이 있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 * *

 

쉬이익!

 

“이것들 보소…….”

 

저 멀리 카이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바로 옆에서 느껴지듯 들려오는 날카로운 바람소리에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거대한 흙벽이 나타나 달려오던 레이베드의 움직임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칸의 명령을 받고 움직인 레이베드였기에 그는 달려가는 상태 그대로 검신에 오러를 씌워 강하게 휘둘렀다.

 

콰앙!

 

거대한 흙벽이 모래로 만들어진 성처럼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레이베드가 앞까지 도착했고 이레스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 찔러 들어오는 검을 향해 검면이 앞으로 보이게 한 뒤에 아래에서 위로 검을 강하게 올려쳤다.

 

카아아앙!

 

오러와 오러가 씐 검신이 부딪치는 순간 거대한 검명이 들려왔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선 이레스는 물끄러미 레이베드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카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무리 머리 쓰는 일을 싫어한다고 해도 기마민족이 일기토를 얼마나 신성하게 여기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일기토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으니 무의식적으로 카이을 바라본 것이었다.

 

예상대로 카이은 분노한 듯이 눈을 부릅뜬 채로 레이베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베드 장군!”

 

“칸의 명령입니다!”

 

“……크윽.”

 

아버지의 명령이기 전에 기마민족을 다스리는 칸의 명령이었다.

 

카이은 작게 신음을 흘리더니 다시 자세를 잡았고 이레스는 정면과 우측에서 자세를 잡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 몸을 풀듯이 목을 좌우로 까닥였다.

 

“제대로 한판 해보자 이거군.”

 

이레스의 말이 끝나는 순간 레이베드와 카이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땅을 박차며 달려왔다.

 

탓!

 

탓!

 

* * *

 

사사삭.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순간 기마민족 병사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촤악!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올려다보는 것과 동시에 그의 얼굴에는 반으로 쪼개지는 듯이 기다란 혈선이 그어져 있었고 어느새 땅 위에는 녹색 로브를 착용한 사내가 하늘 위에서 내려온 듯이 무릎을 굽힌 채 병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적이…….”

 

즉사하는 치명상은 아니었는지 병사가 억지로 입을 여는 순간 로브의 사내가 병사의 다리에 발을 걸어 넘어트리며 그의 입술에 왼손을 가져다대고 오른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목에 찔러 넣었다.

 

푸우욱!

 

병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눈을 부릅뜨고는 그대로 절명했고 로브의 사내는 바로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쉬이익!

 

푹!

 

촤아악!

 

빠른 속도로 쏘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무언가가 박히는 소리가 들렸고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도 들렸다.

 

숲 속에서 정찰을 하던 병사들은 바닥으로 쓰러졌지만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기동력으로 승부하고 은밀한 작전에 특화된 병력, 그레이즈 가문의 레어울프 기사단의 소행이었다.

 

가장 먼저 정찰병을 쓰러트렸던 로브의 사내,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라크가 손을 살짝 들어 부하들에게 신호를 알리고는 천천히 숲 바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숲 바깥에 보이는 것은 수십, 수백 개의 막사가 자리하고 있는 기마민족의 부대였다.

 

막사의 숫자만 봐도 수천의 병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라크는 잠시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은밀한 작전의 수행 중에는 적진에 침입하여 수장을 암살하는 작전도 있고 적진에 침입하여 식량을 불태우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 작전은 수천의 군사들이 있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혹이 생기는 라크이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떠오른 하나의 기억으로 인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소가주님이 화나면 무섭지…….”

 

제국의 사신 앞에서도 당당했었다는 자신의 소가주였다.

 

매일 사건사고만 일으키고 다니는 자신의 소가주였지만 익스퍼드 상급, 아니 몬스터의 숲에 다녀온 이후 익스퍼드 최상급 경지에 오른 무인이자 흙과 바람을 조종하는 정령사, 마지막으로 그레이즈 가문에 미래를 이끌 인물이었다.

 

“끝났는가?”

 

자신의 소가주 이레스를 생각하며 피식 실소를 흘리고 있던 라크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헬버튼의 목소리에 몸을 돌리며 그만의 특유의 작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헬버튼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겨 후방지원대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였다.

 

“흐음…….”

 

“……스승님. 왜 그러십니까?”

 

조심히 움직이기 위해 천천히 이동하던 헬버튼이 걸음을 멈추자 데인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헬버튼이 대답 대신 물끄러미 정면을 바라보다 좌측으로 한 걸음 옮겼을 때였다.

 

쉬이익!

 

거대한 대부가 수풀 사이에서 튀어나와 실피아 공주에게 날아왔다. 하지만 이미 좌측으로 한 걸음 이동해 실피아 공주 앞에 서 있던 헬버튼이었다.

 

쉬이익!

 

헬버튼의 검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며 수풀 사이에서 날아오던 대부를 튕겨냈다.

 

카아앙!

 

숲의 바람을 타고 거대한 검명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헬버튼은 정면을 바라본 채로 검을 꺼내고 있는 데인과 구름 기사단의 벅튼을 바라보았다.

 

“수호자들이 벌써 움직일 줄은 몰랐군.”

 

칸의 수호자.

 

크리스도 말했고 바실리아스도 조심해야 한다고 한 칸을 보호하는 장군들이었다.

 

크아악!

 

처음으로 전방에서 커다란 비명이 들려왔고 데인과 벅튼이 인상을 굳히는 순간 헬버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능한 빨리 끝내야겠다. 준비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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