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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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57화
제4장 과격? 무모? ……무식 (1)
“네까짓 것을 상대하기 위해 레이베드 님이 움직일 필요도 없다!”
눈썹을 찡긋거리며 말을 이끌며 앞으로 걸어가는 레이베드 뒤로 한 사내가 군마와 함께 이레스를 향해 달려왔다.
두두두두.
거대한 양날도끼를 들고 달려오는 사내였는데 이레스는 그 사내를 빤히 바라보다 땅으로 늘어트린 롱소드를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휘둘렀다.
콰아아!
롱소드가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지는 것과 동시에 사내의 머리 위로 거대한 바람이 짓눌러 군마를 앞으로 쓰러트렸다.
히이잉!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거대한 바람으로 인해 군마의 앞발 무릎이 굽혀지며 쓰러지자 사내는 앞으로 날아가게 되었고, 그 결과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지는 이레스의 검으로 사내가 얼굴을 가져다대는 모습을 연출하게 되었다.
촤아악!
“…….”
강하게 휘몰아친 강풍에 의해 십인장이 어이없게 목숨을 잃어버리자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레이베드를 향해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다시 땅을 향해 검을 늘어트렸다.
“다음 나와.”
* * *
“그러니까 한바탕 싸우라고요?”
자신이 싸워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자 이레스는 더욱더 구체적인 내용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작전에 시행되는 일기토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일기토라고 볼 수 없었다.
작전에 진행 방향에 따라 시간을 끌어야 하는 일기토를 할 수도 있고 일부러 패배를 하여 적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그 사기를 이용하여 계략을 펼치는 일기토를 시행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리스의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예, 그것도 엄청난 무력을 선보여 모두가 집중하고 칸의 수호자들이 나설 때까지요.”
“…….”
기마민족에게는 칸의 수호자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장수들로서, 한 나라의 장수들과 비교를 한다면 왕실기사단 중 왕실직속호위기사단에 속하는 기사들과 비슷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이들이었다.
멍하니 크리스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젓고는 다시 물었다.
“수호자들이 나올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는 말이군요.”
“예.”
“힘들겠네요?”
“……그럴 겁니다.”
크리스도 확실하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칸의 수호자다.
왕실직속호위기사단과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왕을 보호해야 하는 인물들이었는데 그런 그들이 직접 나설 때까지 일기토를 해야 한다는 것은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레스가 다시 입을 열어 더욱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려고 하였지만 크리스가 짓고 있는 작은 미소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평범하게 짓고 있는 미소가 더 이상 일기토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 *
“크아악!”
“……미친.”
레이베드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작게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1시간이 지났다
십인장을 시작으로 오십인장, 백인장, 천인장까지 움직였다. 하지만 모두 똑같은 방식, 군마가 앞으로 쓰러지며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롱소드에 얼굴을 들이밀며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다음 나와.”
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1시간 전과 똑같았다. 그리고 그 말에 분노한 듯이 십인장부터 천인장까지 달려가서 목숨을 잃었다.
앞으로 나서는 이가 없어졌다.
‘이러다가는 사기가 바닥이 난다.’
고개를 살짝 돌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병사들만 바라봐도 그들의 눈가에서 공포감이 깃들어진 것에 느껴졌다.
레이베드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사기가 바닥이 나면 오늘 하루는 그냥 흐지부지하게 끝나게 되고 그것이 지속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신들이지 적들이 아니었다.
수많은 생각이 오가던 레이베드의 머릿속이 한순간에 정리되었는지 굳은 표정과 함께 천천히 말을 이끌며 앞으로 걸어가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턱.
“제가 나가겠습니다.”
“……카이 장군.”
칸의 아들이자 최연소로 장군 자리에 오른 인물, 카이이 어느새 자신의 옆에 도착해 있었다.
아버지의 힘을 의지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장군 자리에 오른 그는 최연소로 장군 자리에 올랐지만, 기마민족의 장군들 중에서 가장 무력이 떨어지는 장군이기도 한 인물이 카이이었다.
실력이 다른 장군들과 비등하다고는 하지만 경험의 차이가 너무 컸던 컸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지만 카이의 눈이 이레스에게 고정되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너무 흥분하고 있다고 느껴 잠시 생각하던 레이베드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려고 할 때였다.
“칸의 명령입니다.”
“……!”
레이베드가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레스는 두 속성의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이자 익스퍼드 상급, 아니 최상급으로 추정되는 경지에 올라있는 사내였다.
아무리 카이이 검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레이베드가 많은 생각을 끝내고 결론지은 것이 자신의 목숨을 버려 그의 체력을 떨어트리고 다시 일기토가 시작될 때를 대비해 카이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카이의 입에서 들려온 것이 칸의 명령이라면 말이 달라지게 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하는 레이베드의 모습에 카이이 바로 그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는 앞으로 걸음을 옮기자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또 보네?”
“죽인다.”
목소리 깊은 곳에서 살기를 느낀 이레스가 싱긋 미소를 그리더니 왼손을 거두고 오른손에 쥐고 있는 롱소드를 앞으로 내밀었다.
“너 죽이면 아비 올 거 같은데?”
“강자존.”
약자는 죽고 강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기마민족이었다. 그렇기에 칸도 가장 무력이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 상관없겠지.”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카이을 바라보며 미소를 그리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
갑작스러운 강풍이 불어왔다.
히이이이잉!
카이의 군마는 바로 목이 아래로 젖혀지고 앞발이 굽혀졌고, 카이은 마치 그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말 위에서 도약하여 땅 아래에 착지해 쌍검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러고 보니 카이은…….’
전생의 기억을 뒤져보면 이레스가 알고 있는 칸, 즉 카이은 기마민족의 인물 중 인마일체라는 별명을 사용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그가 말 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두 자루의 검이 대평야를 피바다로 만들어버리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다 실피아에게 생각을 전하는 순간 다시 한 번 카이의 주위로 거대한 강풍이 불어왔다.
콰아아아!
허나 거대한 광풍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땅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나가는 카이이었다.
쉬이익!
단 한 번 땅을 박차며 튀어나갔을 뿐인데 어느새 자신의 다섯 걸음 앞에 도착해 있는 카이의 모습에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는 순간 두 자루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휘둘러졌다.
이레스가 그와 동시에 검을 들어 올려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치는 검을 막아냈다.
카아앙!
거대한 검명이 두 사람 사이에서 울려 퍼졌다.
공격은 실패했지만 처음부터 두 자루의 검을 공격했던 카이이었다.
쉬이익!
다른 한 자루의 검이 이레스의 복부를 노리고 좌에서 우로 강하게 휘둘러졌고 이레스가 피하기는커녕 미소를 유지하는 순간 땅속에서 날카로운 흙가시가 솟아났다.
쿠구궁!
흙가시가 솟아올라 쏘아지는 속도는 느렸다.
분명 자신의 검이 먼저 이레스의 복부를 벨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계속 휘두르던 카이이었지만, 그는 찰나의 생각 끝에 황급히 땅을 박차며 왼쪽으로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쿠구궁!
하나의 흙가시가 복부를 노리고 찔러 들어오고 하나의 흙가시가 자신의 발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었다.
“……후.”
카이이 작게 심호흡을 한 뒤에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분명 복부를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흙가시보다 자신의 검이 더 빠르게 상대를 벨 수 있었다.
문제는 발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흙가시는 상대적으로 복부보다 거리가 짧기 때문에 자신의 검보다 먼저 발목을 찔러 들어올 것이 분명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중심을 잡기 위해 땅을 밟고 있는 양발 중에 하나가 고통에 물드는 순간 중심을 잡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고통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경직되는 순간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무력을 지닌 이레스에게 죽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무인이라는 것과 바람과 흙이라는 자연을 조종할 수 있기에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움직임이었다.
“젠장…….”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던 카이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흙가시에 정신을 집중시키다 보니 이제야 발견했는데 자신이 노리고 있던 그의 옆구리에는 어느새 바람으로 만들어진 작은 방패가 생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카이이 실망한 것과는 다르게 이레스는 속으로 감탄을 하고 있었다.
‘판단력 만점, 집중력 만점……. 흐으음.’
잠깐의 방심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경험으로 메워진다면 카이은 판단력도 만점, 집중력도 만점의 뛰어난 인물이 될 것이 분명해 역시 미래의 칸이라는 생각이 들은 것이었다.
“죽여야 하나…….”
물론 죽이는 것이 좋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기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일기토이지 상대를 도발하기 위해 시작한 일기토가 아니었다.
“뭐…….”
어깨를 살짝 으쓱한 이레스가 왼손을 드는 순간 허공에서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이 나타나 카이을 향해 쏘아졌다.
쉬이이익!
“기회는 많으니까.”
카이이 황급히 땅을 박차며 바람의 화살을 피해냈다. 허나 그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걸음을 옮긴 이레스가 그의 앞에 서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쉬이이익!
선명한 오러로 둘러싸인 검신이 눈에 들어왔고 카이이 황급히 두 자루의 곡도를 교차하며 얼굴 위로 들어올렸다.
카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