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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56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4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156화

제3장 방법 (2)

 

 

제이스 왕자와 헥스 공작의 결정이 마무리되는 그 시간, 테라인 왕국 동방 경계선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길 거라는데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일이냐니까?”

 

막사 끝, 제일 상석에 앉아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질문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헤라가 울상을 짓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바실리아스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가 바로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 응.”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바실리아스의 손짓을 이야기로 해석하던 헤라는 그의 손이 테이블 아래로 내려가며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이레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큰일이요.”

 

“…….”

 

“…….”

 

“너 이야기가 길어서 까먹었지?”

 

“헤헤헤.”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인지 헤라가 몸을 흠칫 떨더니 민망한 웃음을 흘리자 이레스는 바로 바실리아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바실리아스가 헤라를 힐끔 쳐다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주머니 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글을 적고 이레스에게 내밀었다.

 

“흐으음.”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데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 이레스에게 말을 못하지만 엄청난 천재 지략가를 등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궁금했던 것이었다.

 

지략가는 많이 보기는 했지만 사람의 재능을 알아보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그가 등용한 지략가는 얼마나 뛰어난지 궁금했다.

 

이레스가 데인의 질문을 무시한 채 가만히 수첩의 적힌 내용을 바라보다 옆에서 호위하듯 서 있는 헬버튼에게 수첩을 내밀었다.

 

“할아버지.”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이레스는 헬버튼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자신을 바라보자 바실리아스가 내밀었던 수첩을 건네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돌파하는 게 가능할까요?”

 

“흐으음……. 가능은 합니다만…….”

 

수첩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고 해도 마스터나 되는 사람이 자신의 말을 잘못 들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을 더듬는 것은 분명 돌파하는 것이 가능은 하되 절반 이상은 죽어나갈 수가 있다는 뜻으로 파악이 되었다.

 

“도련님?”

 

자신의 스승인 헬버튼까지 심각한 표정을 짓자 데인은 다시 이레스를 불렀지만 그는 헬버튼에게 수첩을 돌려받자마자 데우스 왕자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요?”

 

“흐으음.”

 

이번엔 데우스 왕자가 생각을 하는 듯이 작게 신음을 흘렸고 수첩의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고정되었다.

 

과연 무슨 내용이기에 마스터인 헬버튼이 인상을 찌푸리고 한 나라의 왕자인 데우스 왕자까지 고민하게 하는 것인지 너무 궁금했던 것이었다.

 

작게 신음을 흘리며 생각을 하던 데우스 왕자가 수첩을 돌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제이스가 망설인다고 하여도 그 뒤에는…….”

 

“그렇죠. 그 사람이 있죠.”

 

말을 흐렸지만 이레스도 제이스 왕자의 뒤에 있다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헥스 공작.

 

테라인 왕국의 멕케인 공작과 마찬가지로 인재를 양성하고 정치를 통해 공작가의 자리에 오른 인물.

 

과거의 제이스 왕자가 왕위에 오를 때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자 유실리안 제국의 힘을 빌린 결과 그들의 함정에 빠져 왕국을 멸망시킨 장본인이 헥스 공작이었다.

 

물론 헥스 공작이 유실리안 제국의 힘을 빌렸다는 것은 엄연히 이레스의 독단적인 생각일 뿐이었다.

 

과거에서는 헥스 공작이 유실리안 제국과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을 뿐더러 헥토스 왕국을 멸망시키는 데 유실리안 제국이 앞장섰기 때문이었다.

 

멸망시킬 거면 그냥 멸망시키면 될 것을 왕좌를 교체하고 멸망시켰다는 것은 이레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아! 진짜! 뭐라고 쓰여 있냐고요!”

 

세 사람, 아니 바실리아스까지 포함하여 네 사람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로 막사 안에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데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다 함께 알아야 함께 고민을 할 텐데 자기들끼리만 고민하고 자기들끼리만 이야기를 하니 열이 받는 것이었다.

 

“엉?”

 

이레스가 그제야 데인의 외침을 들은 것처럼 되묻는 것과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수첩을 던졌다.

 

쉬이익.

 

탁.

 

“…….”

 

수첩을 받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 적혀있던 내용을 읽던 데우스의 표정이 점점 찌푸려지더니 이내 한쪽 눈을 찡그린 채로 바실리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짜요?”

 

“…….”

 

바실리아스는 작은 미소와 함께 바로 헤라에게 고개를 돌려 손짓을 했고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짓을 해석한 뒤에 말해주었다.

 

“자신의 생각이라고 하네요.”

 

“휴.”

 

그래도 확실하지 않은 자신의 생각이라는 이야기였다.

 

데인이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은 미소를 그렸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게 맞다면 기마민족은 무시하고 달려가야 되는데?”

 

“……그래도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소리도 있잖아.”

 

데인이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는 이레스의 옆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데우스 왕자를 힐끔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반역이라니요…….”

 

바실리아스가 쪽지에 적은 내용은 헥스 공작, 정확하게 말하면 제이스 왕자가 유실리안 제국과 결탁을 맺고 반역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이레스가 데인과 마찬가지로 힐끔 데우스 왕자를 바라본 후에 작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크리스 공자님의 말 기억하지?”

 

“예?”

 

“처음에 우리 도착했을 때 한 말.”

 

고개를 살짝 끄덕이던 데인이 입을 살짝 벌리며 멍하니 바실리아스를 바라보았다.

 

처음 기마민족이 나타났을 때 크리스는 데우스 왕자가 테라인 왕국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공격을 했다는 것을 듣고 유실리안 제국이 기마민족을 설득하여 왕위 계승 1위인 데우스 왕자의 움직임을 묶어두고 헥토스 왕국 내에서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사신의 자격으로 칸을 찾아갔을 때 그가 원하던 것은 그레이즈 공작의 머리, 멕케인 공작의 머리, 마지막으로 데우스 왕자의 신변이었다는 것이었다.

 

“…….”

 

크리스가 말한 헥토스 왕국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추측과 바실리아스의 반역 예상이 머리를 두들겼다.

 

“……진짜 돌아버릴 인생이다. 하아.”

 

이레스가 멍하니 서서 바실리아스를 바라보는 데인과 자신의 옆에 앉아 깊이 생각을 하는 데우스 왕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고는 추측과 예상을 한 인물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말 바실이 말한 대로 반역이 진행되는 중이라면 바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좋겠죠?”

 

“반역이 아니더라도 분명 무슨 일을 벌이고 있기에 데우스 왕자에게 기마민족이라는 족쇄를 걸어놓은 것이 분명하니 가능한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의 의견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이레스가 바실리아스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크리스의 의견에 동의를 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헥토스 왕국으로 향하자는 이야기가 확정되자 이레스는 바로 바실리아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물었다.

 

“그럼 기마민족의 눈을 피해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바실리아스가 싱긋 미소를 그리더니 손짓을 하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헤라가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입을 꾹 다물었다.

 

마치 들어서는 안 될 작전을 들은 것 같은 침묵이었다.

 

이레스가 헤라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난 수화 못 하는데?”

 

“……한번 싸워야 한다고 합니다.”

 

“……싸워?”

 

헤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가 바실리아스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그의 옆에 앉아있던 크리스가 씨익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군요.”

 

“…….”

 

크리스는 바실리아스가 말한 싸우라는 것에 대해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돌아갔다.

 

“싸운다는 것은?”

 

“기마민족의 시선을 한 곳에 묶어두는 것에는 일대일 대결보다 좋은 것은 없죠.”

 

“……누가 싸우는데요?”

 

자연스럽게 물어오는 질문이었지만 모두의 시선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레스에게 고정되었다.

 

“…….”

 

“…….”

 

“나?”

 

이레스가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데인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왜?”

 

“그래도 기마민족 내에서 제일 평판이 안 좋으신 분이 나가야 도발이 확실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잠시 눈을 껌뻑이다 크리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요?”

 

“네.”

 

“…….”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또 한 번 반대로 고개를 갸웃하는 이레스였고, 크리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칸은 이레스 공자님에게 그랬죠.”

 

“…….”

 

“반드시 죽여버리겠다고.”

 

“그랬죠.”

 

“칸의 아들이었죠?”

 

“카이이요?”

 

“네, 카이이라는 사람이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다고.”

 

“……예.”

 

“칸의 부하들이 전장에서 외친 말은?”

 

“이레스를 죽여라?”

 

“예.”

 

“……이런 빌어먹을 인생.”

 

* * *

 

대평야를 지배하는 기마민족에게는 하나의 전통이 있었다.

 

그것은 칸을 선정할 때도 사용하는 방법이었는데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고 한 사람이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싸우는 일기토를 신청하면 받아들이거나 거절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기토였기에 사람들이 무관심해할 수도 있었지만 이 일기토에는 제약이 있었다.

 

그것은 실력이 비등한 이에게 일기토를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고, 만약 실력이 비등한 인물이 거절을 한다면 항복으로 받아들여 그들의 부족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력의 차이가 있는 이에게 일기토를 신청할 경우 그 부족은 치졸한 부족이 되어 사람들에게 욕을 먹게 되고 다른 부족들과 인연이 끊어지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동방 경계선으로 향하던 기마민족들은 성벽 아래에 홀로 서 있는 한 사내를 보고는 동시다발적으로 살기를 일으켰다.

 

자신들이 선택한 적!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인물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따끔따끔하구만.”

 

성벽 아래에서 실피아와 노엔을 소환한 채 서 있던 이레스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작게 중얼거리자 두 정령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레스 어디 아파?

 

-……아파?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흠칫흠칫 떠니 두 정령이 걱정스레 물어온 것이었고, 그 모습에 감동한 듯이 눈을 감았던 이레스가 환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저기 앞에 보이는 사람들 있지?”

 

-응.

 

“사람들의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따끔따끔 거린다고 한 거야.”

 

-……몰라!

 

뜻을 이해하지 못한 실피아는 고개를 잠시 갸웃하다 큰 소리로 대답을 했고 이레스는 해맑은 그녀의 웃음에 작게 실소를 흘리며 다시 설명을 해주려고 입을 열려 할 때였다.

 

히이잉.

 

커다란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멈춰있는 기마민족 병사들 사이로 한 사내가 말을 이끌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레이베드였나…….”

 

누군가의 마나를 감지하여 고개를 드니 사신으로 칸을 만나러 갔을 때 자신들을 안내했던 선봉대 사령관인 레이베드였다.

 

“…….”

 

“…….”

 

푸르르.

 

-커다란 말이다! 커다란 말!

 

침묵을 유지한 채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과는 달리 군마는 작게 울음을 토하며 다가오는 실피아에게 콧김을 내뱉었고 실피아는 그런 군마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살랑거리는 바람으로 군마의 갈기를 매만졌다.

 

“죽고 싶…….”

 

-히이잉!

 

“…….”

 

살기를 터트리며 외치려는 순간 군마도 실피아가 좋아졌는지 작게 울음을 터트리며 얼굴을 들이밀자 잠시 말문이 막혔던 레이베드가 입을 닫는 대신 검을 꺼내 들고 강하게 휘둘렀다.

 

쉬이익!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치는 검신에는 푸른 오러가 둘러져 있었고 이레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실피아를 역소환하고 다시 소환을 하여 자신의 옆으로 이동시켰다.

 

정신적 생명체인 정령이 공격을 당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검에 베이는 모습을 보기가 싫었기에 재소환 한 것이었다.

 

실피아가 자신의 군마 곁을 떠나자 레이베드는 다시 검을 회수하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죽고 싶어서 내려온 건가?”

 

“…….”

 

이레스는 대답 대신 귀찮다는 듯이 목을 벅벅 긁으며 성벽 위를 올려다보았고 자신의 시야로 고개를 끄덕이는 크리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야.”

 

“……?”

 

“한판 붙자. 시발.”

 

“시, 시발?”

 

“그래, 나도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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