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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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55화
제3장 방법 (1)
우와아아아!
이레스가 사신이 되어 기마민족의 칸을 만난 그다음 날, 기마민족은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엄청난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모든 공성병기를 투입하고 성문을 부술 공성차가 부서지고 다음 공성차가 도착하지 않으면 기마병들이 대부를 들고 달려왔다.
물론 테라인 왕국군이 그런 적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성 사다리가 연결되면 그것을 부수고 성벽 위에서 화살을 쏘아 보냈으며 성문을 부수던 공성차를 파괴한 후 기마병들이 대부를 들고 성문을 향해 달려오면 성문 곳곳에 뚫어놓은 작은 구멍을 통해 창을 찔러 그들을 공격했다.
쉬이익!
촤악!
“정말 개미처럼 몰려오는구만.”
성벽 위에서 정령술을 사용해 공성 사다리를 부수고 미리 올라온 기마민족의 병사를 향해 달려가 검을 휘두르던 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그 옆에 서 있던 데인이 발끈한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게 다 도련님 때문이 아닙니까!”
“내가 뭘 어쨌다고?”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밀자 그의 앞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와 거대한 방패가 되어 쏘아지는 화살들을 튕겨냈다.
티디딩!
적군이 사다리를 타고 성벽 위에 도착하면 그들을 쓰러트리고 화살이 쏘아지면 가장 안전한 장소인 이레스의 곁에서 피하던 데인이 그의 뒤에 숨은 채 소리쳤다.
“도발만 안 했어도 저렇게 죽자 살자 덤비지는 않았을 거 아닙니까!”
칸은 이레스가 도망을 칠 때 반드시 죽이겠다고 말을 하였고, 칸의 아들은 내 손으로 죽여버린다고 했으며, 기마민족의 병사들은 이레스가 자신들에게 약하다고 말을 내뱉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레스를 죽여라!”
“우와아아!”
그래서 적들 사이에서 이레스의 이름과 함께 죽이라는 외침을 듣고도 데인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 하루에 불과했지만 그 하루라는 시간 동안 이레스가 적으로 만든 이들은 기마민족 전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자신의 뒤에서 화살을 피하는 데인을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성벽 위에 걸쳐지는 공성 사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어떤 겁니까?”
“기마민족이 가지고 있는 공성병기가 저리 많았냐?”
대충 그들이 공격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흘렀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그때부터 공성 사다리가 연결되고 공성차가 성문을 두들겼다면 벌써 수십 대의 병기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기마민족은 말 그대로 말과 함께 살아가는 부족 단위의 사람들로,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대평야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이들이다.
즉, 대장간 같은 곳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대부족이라 불리는 일백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살게 되어 한 곳에 정착할 수밖에 없는 부족밖에 없었다.
대략 하루에 다섯 개의 공성 사다리가 연결되고 파괴된다고 치면 일주일 동안 파괴된 공성 사다리는 서른다섯, 공성차도 서른다섯이다.
기마민족의 대장간 숫자를 아무리 높게 추측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에 공성병기였다.
“아…….”
데인이 이레스의 질문을 가만히 생각하다 깜빡했다는 듯이 설명을 했다.
“처음부터 수성전을 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
“예, 도련님 오시기 전날부터 수성전을 펼쳤고 그전에는 밖에 나가서 싸웠습니다.”
“…….”
이레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성벽 밖에 개미처럼 밀집되어 있는 기마민족 병사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쟤들을 상대로?”
“그때는 선봉대 밖에 도착해가지구 선봉대 숫자 좀 줄이라고 했죠.”
“즉, 공성병기가 소모되기 시작한 것은 며칠 안 된다는 거네?”
“그렇죠. 후방 지원대와 함께 온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적군을 향해 달려가는 데인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작게 입맛을 다시고는 성벽 아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기마민족을 바라보았다.
성벽의 내구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장기간의 전투를 생각하면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분명 계속 이대로만 진행되면 불리한 것은 테라인 왕국군이 아닌 기마민족이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동방 경계선의 점령이 아니었다.
어제의 사건 이후 그들의 목적이 자신의 죽음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그전까지 그들의 목적은 동방 경계선을 공격하여 헥토스 왕국으로 돌아가는 데우스 왕자의 움직임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헥토스 왕국에 보냈던 첩자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몰려오기는 하였지만 그들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도 분명 벌어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마민족의 왕인 칸까지 움직여 데우스 왕자의 발목을 붙잡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동방 경계선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과는 다르지만 테라인 왕국을 우회해서 돌아가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북방 경계선을 통해 헥토스 왕국으로 가는 방법이 동방 경계선을 지나 도착하는 것 다음으로 빠르기는 하였지만 기마민족의 땅인 대평야를 지나야 하니 너무 어렵고, 남방 경계선을 통해 왕국으로 돌아가기에는 동방 경계선을 통해 돌아가는 것에 최소 다섯 배의 시간이 더 걸렸다.
“흐으음.”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이레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바람의 화살 한 대가 성벽 위로 착지하는 병사를 향해 날아갔다.
쉬이익!
퍼어엉!
“크아악!”
성벽 위로 착지하려던 병사는 그대로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성벽 아래로 추락했고 이레스는 다시 좌우로 고개를 까닥이는 등 몸을 풀며 생각을 했다.
“백방 무슨 일이 생기기는 할 텐데……. 그걸 모르겠네.”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없던 일이고 이미 과거와 너무나 많이 바뀐 현재였다.
당연히 이레스로서 유실리안 제국의 움직임이나 헥토스 왕국에서 벌어질 일을 예상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바실에게 물어봐야 하나?”
바실리아스.
테라인 아카데미를 찾아가 발견해낸 뛰어난 천재 지략가였지만 이레스는 그의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렵다고 해서 바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성문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내자고 제안한 것도 바실리아스였다.
성문에 도착하기 전에 적들을 막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기동력을 보면 테라인 왕국군은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그들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성문에 창 한 자루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어 적들의 움직임을 막자고 한 것이었다.
총사령관은 이레스였고 이미 그레이즈 가문에서 파견된 인물이라는 것으로 인해 바실리아스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전보다 더 수월하게 성문을 보호하게 되었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리며 생각을 정리하던 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쉬이이익!
검신을 감싸고 있던 오러소드가 초승달 모양을 만들며 쏘아져 성벽 위로 올라오는 기마민족 병사들의 목을 베었다.
촤아악!
“역시 난 머리 쓰는 일은 불가능하구나.”
* * *
“정말 가능한 것입니까?”
헥토스 왕국의 기둥 중 하나인 헥스 가문의 현 가주 헥스 공작은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질문하는 후드로 얼굴을 가린 사내를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현재 저희에게는 지원군도 있을 뿐더러 막강한 전력들은 전부 성도를 벗어난 상태입니다. 가능합니다.”
왕국의 마스터 헨들릭스 공작은 동맹국인 테라인 왕국의 동방 경계선으로 기마민족이 침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데우스 왕자를 마중 나가기 위해 병력을 이끌고 출발을 했으며 대마법사 아드렌 후작이 수호하는 북방 경계선 근처에 머무르는 대규모 산적단을 선공하여 북방 경계선을 공격하게 만들어 그의 발목도 묶어버렸다.
물론 산적들의 무력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일주일이면 끝날 수가 있겠지만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끝낼 자신이 있는 헥스 공작이었다.
현재 성도의 자리하고 있는 이들은 왕실 기사단이 전부였지만 자신의 곁에는 헥토스 왕국의 또 다른 마스터이자 자신의 충신인 막다인 자작이 존재했으며,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간신히 붙잡아놓은 귀족들에게 빌린 병력까지 합하면 수십만이나 되는 군사들이 자신의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꿀꺽.”
로브의 사내가 대답 대신 군침을 삼키자 헥스 공작은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눈을 빛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이스 왕자님의 대답이 필요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깐의 침묵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고 있던 로브의 사내, 제이스 왕자였기에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모, 모르오.”
“…….”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더듬거리는 대답, 창백해진 그의 안색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던 헥스 공작이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기마민족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유실리안 제국의 지원군에게서 서신이 도착했다.
데우스 왕자의 움직임을 막아놓았으니 그것을 이용하여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왕좌를 차지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헥스 공작은 은밀하게 제이스 왕자를 초대했다.
“늦으면 늦을수록 데우스 왕자에게 유리해질 뿐입니다.”
“…….”
“왕좌를 놓치고 싶으십니까?”
“…….”
후드로 얼굴을 가려 두 개의 눈동자만 빛을 내던 제이스 왕자의 눈동자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지자 헥스 공작은 황급히 입을 열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할아비를 믿으십시오.”
“……크으윽.”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고개를 젓는 것도 아닌 너무 많은 고민으로 인해 작게 신음을 흘리는 제이스 왕자의 모습에 헥스 공작이 천천히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손자의 손을 움켜잡았다.
“가능합니다.”
“하, 하지만.”
“왕의 자리에 오르시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
왕좌의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이가 죽어야만 한다.
지금 자신들이 저지르는 일을 생각해보면 현 헥토스 왕은 살려주더라도 자신에게 왕의 자리를 완벽하게 넘기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그를 죽이고 무력을 통해 왕위를 가져야 했다.
제이스 왕자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왕의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현재 왕의 자리에 앉아있는 이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망설였다.
아버지였다.
해준 것은 없어도 아버지인데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아버지를 죽여 왕의 자리에 오르라고 하고 있었다.
“…….”
헥스 공작이 심하게 떨려오는 제이스 왕자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그, 그것이 무엇입니까?”
“왕의 자리에 오르시고 올바른 정치를 통해 헥토스 왕국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
“왕의 자리를 억지로 탈환하였다고 해도 백성들에게 왕이 바뀌는 것은 어떠한 관심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삶이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니 왕의 자리에 오르셔 올바른 정치를 통해 백성들을 행복하게 만드시면 분명 제이스 왕자님을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제이스 왕자의 떨리던 눈동자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살리고 자신이 왕위에 오를 수 있다.
그것이라면 상관이 없었다.
데우스 왕자, 즉 자신의 형은 죽어도 상관이 없다.
그것이 차남으로서 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냉정함이라는 것을 외할아버지이자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헥스 공작에게 배웠기 때문이었다.
제이스 왕자의 눈이 점점 원래의 냉정함으로 돌아왔고 헥스 공작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이제 그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지게 된다면 자신이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실행.
말 한마디를 통해 병사들을 출병시키고 왕의 자리에 자신의 손자를 앉혀 자신의 꿈을 이루는…….
실행.
그것만 성공하게 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