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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52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152화

제1장 평생 별명은 미친개 (2)

 

 

“혼자서 가셨는가?”

 

“아닙니다.”

 

이번에 대답을 한 것은 데우스 왕자였고, 헬버튼은 공손하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누구와 함께 갔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크리스 공자님과 데인 기사님이 함께 갔습니다.”

 

“…….”

 

크리스 공자.

 

멕케인 더 크리스.

 

테라인 왕국을 대표하는 가문 중 하나인 멕케인 가문의 소가주이자 정치와 전략에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고 있으며 검술조차 이레스를 제외한 또래의 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뛰어난 인물이 그가 말하는 ‘크리스 공자’일 것이 분명했다.

 

“셋이서 가셨습니까?”

 

“예.”

 

“…….”

 

십만이 넘는 기마병들이 자리하고 있는 적진으로 겨우 세 명이 움직였다는 것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들은 바로는 분명 처음 사신을 보냈을 때 그 사신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헬버튼의 시선이 다시 바실리아스에게 향했고, 그가 고개를 젓자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할튼을 바라보았다.

 

“미안하네만, 사령관 자리 좀 받을 수 있겠는가?”

 

“…….”

 

또 한 번 할튼이 대답하지 않았다.

 

출발하기 직전 확인했던 보고서에는 동방 경계선의 책임자인 할튼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있었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할튼은 사리분별이 확실한 인물로, 그 누가 총사령관 자리를 달라고 협박을 해도 그자가 왕국의 영향력이 뛰어나 자신을 해임시킬 수 있더라도 병사들을 통솔할 실력이 없다면 넘기지 않는 인물이었다.

 

사리분별이 뛰어난 할튼이었기에 그의 머뭇거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던 헬버튼이 인자한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시게,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을 터이니.”

 

“그, 그것이.”

 

할튼은 정말 난감하다는 듯이 머뭇거렸고,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헬버튼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으려 할 때 한쪽에 자리하고 있던 데우스 왕자가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대신 대답해주었다.

 

“이레스 공자가 사령관 자리의 증표인 반지를 착용하시고 사신으로 향했습니다.”

 

“……예?”

 

“예.”

 

“…….”

 

“…….”

 

* * *

 

“멈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겨 기마민족의 본진으로 향하던 이레스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기마병의 모습에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죽여도 되나요?”

 

“아니오.”

 

“사신이라면서요!”

 

웃으며 고개를 젓는 크리스와 깜짝 놀란 듯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데인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한 이레스가 기마병의 뒤를 힐끔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군대와 마찬가지로 전군(선봉대), 중군(본진), 후군(후방지원대)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았다.

 

열 명이 하나의 모닥불을 쓴다고 해도 이상할 정도로 조금 전 공격을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모닥불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레스가 달려오는 기마병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까닥이더니 한 손을 들어올렸다.

 

쿠구궁!

 

작은 지진과 함께 작은 구덩이가 생겨나자 달려오던 군마가 발을 헛디딘 것처럼 휘청거렸고, 그 순간 병사가 말 위에서 땅 아래로 점프를 했다.

 

탁!

 

히이잉!

 

쿠당탕탕!

 

군마는 앞으로 고꾸라졌고, 함께 쓰러지기 직전 먼저 바닥에 착지한 병사가 곡도를 내밀며 자세를 잡자 이레스는 작게 휘파람을 불며 감탄을 했다.

 

“역시 기마민족이군.”

 

“적이다!”

 

“사신이다!”

 

작게 감탄을 하자마자 병사가 큰 소리로 외치자 데인이 황급히 말을 정정해주었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에 세 사람은 적이라고 판단된 상태였다.

 

“적이 나타났다! 적이 나타났다!”

 

거대한 외침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수십에 기마병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진짜!”

 

한번 사신을 보내 대화를 요청했지만, 그 사신이 몸을 잃고 머리만 돌아와 포기를 한 상태였기에 다시 한 번 그들에게 대화를 요청할 때는 조심스럽게 향해야 한다고 이레스에게 조언했던 데인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조언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인지 도착과 동시에 박살 내버렸다.

 

채애앵!

 

적들이 달려오자 무의식적으로 검을 꺼내든 데인이 이레스를 바라보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는 멕케인 가문의 소가주 크리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제 어떡합니까?”

 

“어차피 예상 범위였습니다.”

 

“…….”

 

어떠한 연관도 없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좀 고생을 했던 크리스였다.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는 자신의 모습에 데인이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크리스는 자신의 검 손잡이를 매만지다 이레스에게 시선을 돌리며 양손을 땅을 향해 늘어트렸다.

 

“부탁드립니다.”

 

“어떤 걸요?”

 

이레스가 달려오는 기마병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물었고 크리스는 그 모습에 싱긋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

 

“테라인 왕국을 이끌어갈 두 가문의 소가주가 미쳤어. 둘 다 미쳤어.”

 

데인이 크리스의 부탁에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이레스는 어느새 바람의 정령 실피아와 흙의 정령 노엔을 소환해 정수리 위에 앉혀놓은 상태였다.

 

“그럼…….”

 

두두두두.

 

수십의 기마들이 달려오니 자연스럽게 땅이 진동을 했고, 그 진동을 느끼며 작게 미소를 그린 이레스가 몸을 풀듯이 땅으로 늘어트린 양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히이이잉!

 

군마의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선두에서 달려오던 한 기마병이 한 손에 쥐고 있는 날카로운 단창을 찔렀다.

 

쉬이익!

 

군마의 가속력을 받은 날카로운 단창을 바람을 찢는 소음과 함께 찔러 들어왔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왼쪽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날카로운 단창은 아슬아슬하게 이레스의 옆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작게 미소를 그리고 있던 그는 군마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순간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강하게 휘둘렀다.

 

콰아앙!

 

오러가 둘러싸인 주먹은 군마의 복부를 강타하며 거대한 소음을 일으켰다.

 

히이잉!

 

당연히 거대한 소음과 그에 따른 충격으로 인해 군마의 복부는 좌우로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공중으로 붕 뜨며 옆으로 날아갔다.

 

쿠당탕탕!

 

“바람의 힘이란 건 참 대단한 거 같단 말이야.”

 

이레스가 하늘 위로 날아갔다 떨어지는 군마와 병사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수백 킬로그램이 나가는 군마였다.

 

아무리 오러로 둘러싸인 주먹으로 강하게 강타를 해도 살짝 떠오르고 내려오는 것이 전부였겠지만 이레스는 주먹으로 강타하는 것과 동시에 실피아에게 부탁해 군마의 옆으로 눈도 뜨지 못할 정도의 강한 바람을 만들어 보냈다.

 

바람을 형체화시켜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는 없지만, 다른 능력과 함께하니 생각보다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콰당탕탕!

 

허공으로 날아간 군마와 병사는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이레스는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달려오는 다른 기마병들을 바라보았다.

 

쿠구궁.

 

작은 지진이 일어나며 그의 앞으로 수십, 수백 개의 작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히이잉!

 

갑작스레 나타난 구덩이로 인해 군마는 발을 헛디디며 바닥을 뒹굴었다.

 

이레스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정령술은 일대일이 아닌 다수에서 활약을 보이는구만.”

 

“……뭐하십니까?”

 

먼저 걸음을 옮겼다고 해도 군마를 날려 보내고 구덩이를 만드는 순간은 멈춰서 있는 이레스와는 달리 크리스와 데인은 천천히 움직이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기에 그의 혼잣말을 들을 수가 있었다.

 

“엉?”

 

데인의 물음에 고개를 돌린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그리며 바로 대답했다.

 

“실험.”

 

“……예?”

 

적이다!

 

우리의 가족이 공격을 당했다!

 

이레스가 전군(선봉대) 안쪽에서 들려오는 외침과 함께 달려오는 수많은 기병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너도 알다시피 정령술을 통한 공격이 한정되어 있잖아. 바람으로 만들어진 화살이라든가, 흙으로 만들어진 가시라든가.”

 

“예.”

 

자신이 보고 직접 겪은 것만 생각해도 바람의 화살, 공기를 무겁게 만들어 움직임을 봉인하는 것, 흙가시, 흙벽이 전부였다.

 

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두들겼다.

 

“정령술이라는 것이 상상력이 뛰어날수록 강해진다고 하는데 내 머리가 그 정도로 똑똑하고 기막힐 정도의 천재는 아니니 단순한 공격을 통해 적들을 얼마나 쓰러트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

 

데인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실전에서 실험을 하고 실험을 마친 경험을 실전에 써먹는다. 그것은 목숨을 걸고 경험을 쌓는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험 하나가 실패하고 그것이 최악의 수가 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기동력을 중시하는 수천의 기마병들을 상대로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미친 짓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말했듯이 단 한 번의 실수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갈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데인으로서는 말리고 싶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으으음. 바람과 땅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달려오는 기마병들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는 순간 이레스의 앞으로 흙으로 만들어진 구슬이 솟아올랐고, 거대한 광풍을 타고 기마병들을 향해 쏘아졌다.

 

타다다당!

 

히이잉!

 

크아악!

 

“생각보다 쓸만하네.”

 

정령력의 소모는 컸지만 다수와의 전투에서는 생각보다 쓸만한 공격이었다.

 

이레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그렸지만 뒤에서 지켜보는 데인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런 광경을 안 보려고 이곳에 왔건만.”

 

정령력을 회복시키는 심법은 없었으니 가능하면 아껴야 한다.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은 적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레스는 실험이라는 명목하에 정령력을 마음껏 쓰고 있었다. 그래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미친개는 역시 미친개야.”

 

이레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에만 집중하는 미친개가 맞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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