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51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51화
제1장 평생 별명은 미친개 (1)
테라인 왕국 동방 경계선 요새.
우와아아아!
“…….”
성벽 위에 서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기마병들을 바라보던 이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젊은 기사, 헬버튼의 제자인 데인을 바라보았다.
“대장이 누군지 아냐?”
“예.”
벌써 며칠이나 치고받고 싸웠던 상대였다.
당연히 필요한 첩보활동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있었고, 그 결과 중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간단한 첩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전부 알고 있는 상태였다.
“누군데?”
“칸이요.”
“……미친 것들”
칸.
테라인 왕국을 중심으로 동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평야를 지배하는 기마민족의 왕.
기마민족은 그를 왕이라는 칭호 대신 칸이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이레스는 칸이라는 칭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것인지 인상을 화악 찌푸리며 달려오는 기마병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왕이라는 놈이 그리 할 일이 없대?”
쿠구궁!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며 성벽 앞으로 흙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성벽이 나타났다.
갑작스레 솟아난 흙벽으로 인해 기마병들이 황급히 말을 멈추었지만 이미 탄력이 붙은 속도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콰과광!
히이이잉!
달려오던 기마병들은 군마의 걸음을 늦추었지만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거대한 흙벽으로 돌진해 하늘 위로 튕겨나갔고, 이레스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그들을 향해 내밀었던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쉬이익!
푸부북!
기마병들의 이동을 막아내던 거대한 흙벽에서 흙으로 만들어진 가시가 튀어나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군마와 하늘 위에서 내려오는 병사들의 몸을 관통했다.
“더럽게도 많아 보이네.”
아무리 정령력을 많이 소모해서 거대한 흙벽을 만들었다고 해도 요새 한쪽 면만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전부였기에 다른 방향에서는 이미 전투가 시작된 상태였다.
그나마 이레스가 만든 흙벽과 흙가시 공격을 통해 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을 막아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쟤네는 언제 돌아가고?”
“해 지면 그냥 갑니다.”
“그때까지 이렇게 막고?”
“예.”
눈을 깜빡이며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데인의 모습에 이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번엔 왼손을 들어 공성용 사다리를 세운 뒤에 올라오는 병사들을 향해 내밀었다.
쉬이익!
그의 머리 위로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화살이 나타남과 동시에 사다리를 향해 쏘아졌다.
퍼어엉!
어차피 일일이 한 사람씩 죽이다 보면 정령력의 소비만 커질 뿐이니, 기마민족과 전투를 벌이며 선택한 방법은 폭발형 바람의 화살을 이용하여 공성병기를 폭발시켜 올라오던 병사들을 추락사시키는 것과 흙벽을 통한 움직임 봉쇄였다.
펑! 퍼버벙!
사방으로 쏘아진 바람의 화살이 공성병기를 두들겨 폭발시키자 이레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너무 멀기는 했지만 눈가를 살짝 좁히고 마나를 통해 시각을 향상시키니 흐릿하지만 기마민족의 적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신은 보내봤고?”
“……쩝.”
대답 대신 잠시 입맛을 다신 데인은 이레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바로 손을 들어 목을 긁는 시늉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레스가 흙벽이 만들어진 방향으로 내밀고 있는 손을 회수했다.
쿠구궁!
“피, 피해!”
앞으로 뻗은 손이 회수되자마자 단단하던 흙벽의 균열이 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기마병이 소리를 질러 주의를 주었지만, 이미 흙벽에 부딪쳐 사방에 쓰러져 있는 동료들로 인해 제대로 대피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그들이었다.
콰과광!
“으아악!”
“다시 보내는 것은 어때?”
“누가요?”
“…….”
기마민족의 왕인 칸에게 사신을 파견했다가 그 사신의 목만 돌아왔다.
당연히 자신이 직접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병사들과 기사들은 존재하지 않았고, 의미 없는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사신을 보내 다시 회담을 청하자고 제안하는 상급자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레스가 멍하니 데인을 바라보았다.
“…….”
“……서, 설마.”
“응.”
예상이 맞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레스였고, 그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인상을 화악 찌푸린 데인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저었다.
“싫습니다.”
“뒈지기 싫으면 다녀오지?”
“어차피 거기 가도 뒈지고, 여기 있어도 뒈진다면 전 그냥 여기서 뒈지겠습니다.”
그건 그렇다.
솔직히 이레스도 죽인다고 말을 했지만, 그 뜻이 죽을 정도로 많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신으로서 칸을 만나고 오라는 것은 목이 날아가거나 심장이 사라지는 진짜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레스가 생각을 하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다 다시 손을 흔들었다.
쉬이익!
또 한 번 그의 주위로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이 나타나 달려오는 기마병들을 향해 쏘아졌고, 기마병들이 밟고 있는 땅 아래에서 수십 개의 흙가시가 솟아났다.
퍼버벙!
푸부북!
“그럼 별수 없군.”
“……예?”
무언가 너무 빨리 포기하면 분명 이상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데인은 인상을 더더욱 찌푸렸고 이레스는 다시 막사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같이 가자.”
“걍 여기서 죽여라! 씨바!”
* * *
저벅저벅.
평범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지만 성벽을 보수하고 있던 병사들과 그들을 관리 감독하던 기사들은 걸어오는 그들의 모습에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테라인 왕국의 검이라 불리는 가문에서 지원을 나온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말도 안 되는 무력을 지닌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죽갑옷과 롱소드로 무장한 십 인의 기사와 철로 만들어진 갑옷 중 가장 가벼운 경갑과 다양한 무기로 무장한 십 인의 기사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을 이끄는 중년의 사내는 테라인 왕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아주 유명한 인물이었기에 알고 있었다.
중년의 사내가 요새의 정문과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거대한 막사 앞에 도착하자마자 막사의 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인사를 받는 것과 동시에 안으로 들어갔다.
척! 척!
“테라인 왕국의 마스터, 헬버튼 님을 뵙습니다.”
중년의 사내는 자신이 막사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하는 기사들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게.”
“예!”
동시에 대답하고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사들을 바라보던 헬버튼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다 한 청년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테라인 왕국의 기사, 헬버튼이 헥토스 왕국의 데우스 왕자님을 뵙습니다.”
막사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 중에 유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헥토스 왕국의 왕자인 데우스 왕자가 헬버튼의 인사에 고개를 살짝 숙였다.
“헥토스 왕국의 1왕자가 테라인 왕국의 마스터를 뵙습니다.”
데우스 왕자는 헬버튼을 처음 만났다. 하지만 헥토스 왕국의 존재하는 마스터들을 만나본 적이 있기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에게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 그래서 헬버튼이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어도 대충이나마 그의 정체를 추측할 수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인사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헬버튼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다 고개를 갸웃하자 데우스 왕자가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혹시 이레스 공자님을 찾으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
데우스 왕자가 바로 입을 다물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헬버튼이 동방 경계선의 기사들에게 시선을 돌려 바라보았지만 그들도 대답을 하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며 머뭇거렸다.
“……혹시.”
경갑으로 무장한 십 인 중에 한 사람인 구름 기사단의 단장 벅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헬버튼의 시선이 그에게 돌아갔다.
헬버튼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도 모르는 듯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던 벅튼의 시선이 동방 경계선의 요새 책임자인 할튼에게 고정되었다.
“말도 안 되는 곳으로 가셨습니까?”
“흠. 흠!”
대답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을 흠칫 떨더니 헛기침을 흘리는 할튼이었고, 그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벅튼의 모습에 헬버튼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막사에 자리하고 있는 기사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어디로 가셨는가?”
“……기마민족의 본진으로 향하셨습니다.”
“사신의 자격인가?”
10만이 넘는 군대를 향해 홀로 돌진하는 인간은 절대 아니었기에 헬버튼이 자연스럽게 질문을 돌렸고 할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대답을 해주었다.
“…….”
헬버튼이 잠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사신으로 떠난 것이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사신의 자격으로 기마민족의 본진으로 향한 것치고는 기사들의 대답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잠시지만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오간 헬버튼은 머릿속이 정리되었는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할튼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라네.”
“……대답하겠습니다.”
“기마민족에게 사신을 보낸 적이 있는가?”
갑작스러운 습격이었다.
그것도 너무 공교롭게 헥토스 왕국의 사신이 테라인 왕국의 영토 내로 들어온 이후 공격을 했다.
마치 데우스 왕자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처럼 말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할튼이 고개를 끄덕였고 헬버튼이 작게 숨을 고르며 다시 물었다.
“그 사신은 어떻게 되었는가?”
“기마민족의 손에…….”
말을 흐렸지만 그 뒤에 들려올 대답이 예상이 갔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헬버튼이 몸을 돌려 가죽갑옷으로 무장한 십 인인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라크와 부장들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물론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과 부장들에게 물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틈에서 기사단의 호위를 받고 있는 평범하게 생긴 붉은 머리의 청년과 예쁘장한 소녀에게 묻는 것이었다.
“…….”
붉은 머리의 청년, 바실리아스가 소녀, 헤라를 향해 이리저리 손짓을 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헬버튼을 바라보며 대답을 했다.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죽을 수도 있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도련님은 그리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
하긴 그랬다.
별의별 사건을 다 일으키고 다녔음에도 단 한 번도 목숨이 오가는 중상을 입은 적이 없던 이레스였다.
헬버튼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하고는 다시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찾는 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자신이 받은 보고서와는 다른 막사의 모습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