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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24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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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24화

제5장 재회 (1)

 

-결과 : 임무실패.

-손실 : 헬워리어 전원 사망.

-실패원인 : 잘못된 정보.

 

어쌔신길드부터 소식을 전달받은 그는 차가운 한광(寒光)을 발했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다. 목표물이 이렇게까지 반항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어쌔신길드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건만 도리어 당하고 말았다.

어쌔신길드는 이번 일로 손해가 막심하다며 손을 뗌과 동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왔다. 어쌔신길드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 길드 내 마스터급 어쌔신은 다른 일에 파견이 된 상태였다.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시일이 너무 짧았다. 평상시라면 다시 복수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려웠다.

“일이 꼬이는군.”

“어쌔신을 믿은 것이 잘못입니다.”

“어찌하는 게 좋겠나?”

“확실하게 끝을 내려면 저희들이 가는 것이…….”

“안 돼. 일이 잘못돼서 발각되면 그동안의 일이 물거품이 된다.”

“그러면 블러드용병대를 고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놈들입니다. 섭섭지 않은 대가를 지불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가 가능할 겁니다.”

블러드용병대.

그들은 대륙5대용병대에 속하는 거대집단이다. 다른 용병대와 달리 미친놈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용병대장부터 대륙제일의 크레이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의뢰받은 일은 무슨 짓을 해서도 이행하는 독한 놈들이라 웬만해서 건드리는 곳이 없다.

특이하게도 블러드용병대 내에는 암살에 특화되어 있는 존재들이 많았다. 오러마스터라도 그들에게 걸리면 죽은 목숨이었다. 깔끔하면서도 뒤탈 없는 놈들이 블러드용병대였다. 계약서도 없이 돈만 주면 되니 가장 확실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끝을 내라.”

“알겠습니다.”

* * *

 

화려하고 깔끔하게 꾸며놓은 방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방 안에 조심스럽게 들어온 존재는 안에 있던 자에게 서신을 전했다.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몇 급이지.”

“금액만 보면 특급입니다.”

“그래.”

블러드용병대가 암살의뢰를 받는 것을 알고 있는 자들은 극소수다. 많이 알고 있어봐야 문제만 커지기 때문이다.

방 안에 있는 존재는 블러드용병대의 대장이었다. 블러드스카이라고 불리는 그는 피에 미친 살인마였다. 한때 용병대전에서 그는 무수히 많은 이들의 피를 적셨다.

학살자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였지만 방 안은 그의 명성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깔끔했다. 그의 얼굴만 봐서는 도저히 피에 미친 살인마처럼 보이지 않았다.

“위험 정도는?”

“별것 아닙니다. 조사된 내용을 보면 마스터급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중을 기하는 게 좋겠지.”

세상에 알려진 블러드용병대장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블러드스카이는 신중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블러드용병대의 간부급들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다. 그렇기에 더 무서웠다.

“특급이면 그에 맞게 준비해서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오랜만의 의뢰지만 블러드스카이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마스터급이 아니라면 그다지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 * *

 

소니아왕국은 지형조건이 동고서저(東高西低)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지형은 산악지형으로 되어 있으며, 서쪽으로 평지가 이어지며 남쪽으로 대평원이 위치해 있었다. 따라서 동쪽지형은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이 많았다.

소니아왕국의 동쪽 끝에 들어선 무진과 에이프런은 마을에 들러 하루를 묵었다. 산악지형을 개간하여 촌락을 이룬 마을이라 소수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은 낯선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진은 마을 주변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운부촌.’

텐버라는 마을은 사회에서 버려진 사람들이 모여 촌을 이룬 운부촌과 같았다. 무진은 그 당시의 나약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었다. 하지만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그리운 향수와 같았다.

무진은 그들에게 마을에 하루만 머물게 해달하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또한 필요한 물품 몇 개를 그들에게 주었다. 강제력을 행사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무진의 행동에 에이프런은 조금 뜻밖의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이런 성격이었나?’

며칠 같이 생활해본 무진은 과묵하면서 강제적이었다. 필요한 일을 위해서는 에이프런을 혹사시키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로 인해 에이프런은 전보다 더 강해졌다.

텐버마을의 집은 누추했다. 세상의 부귀영화를 모두 느껴본 무진이 맘에 들어 할 수준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서는 순간 무진은 아늑함을 느꼈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와 같이 함께 생활했던 시절의 따뜻함이 떠올랐다.

“지저분하지 않아요? 그냥 마법집에서 자는 게 어때요?”

“싫다.”

“그럼 저라도 마법집에서 잘게요.”

“안 돼.”

“아!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싫으면 밖에서 자라.”

‘젠장!’

밖에는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밤새도록 밖에 있으면 전신이 다 젖는다. 산기슭이라 밤공기도 무척이나 차갑다.

에이프런은 입이 반이나 튀어나온 채 무진을 속으로 욕했다. 어쩔 수 없이 초라한 방에서 무진과 함께 자야 했다.

처음 금제를 당한 후 에이프런은 무진이 덮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런데 며칠을 지내는 동안 무진은 에이프런에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관심은커녕 쳐다보지도 않는 무진을 보자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고자가 아닌가 의심도 해봤다. 그러나 그건 절대 아닌 것 같았다. 여인의 육감은 때론 이성적인 판단보다 뛰어났다. 그녀의 육감에 무진은 고자가 절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무진은 그녀에게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건 무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위험한 일을 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 보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물어 보고 싶었다. 이대로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은 그녀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도대체 왜 내게 금제를 가한 거죠?”

“쓸모가 있으니까.”

“내가 물건이에요! 쓸모가 있게!”

“없다면 부숴버렸겠지.”

‘뭐 이런 개빵같은!’

무진은 무덤덤하게 말을 한다. 감정이 일절 실리지 않은 채 진실을 말하기에 듣는 사람은 소름이 끼친다.

“금제를 했으면서 왜 마음대로 하게 놔둬요?”

“그게 이유니까.”

“뭐예요!”

“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그러면 차라리 금제를 풀어줘요!”

마음대로 하게 놔둘 거라면 금제를 풀어주어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나보다 강해지면 금제는 풀린다.”

“진짜요?”

“그렇다.”

“거짓말 아니죠?”

“굳이 거짓을 말할 필요는 없지.”

금제라는 것은 제약이다. 금제를 가한 시전자보다 강해지더라도 금제로 인해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금제의 효용이다.

그런데 무진의 금제는 일반적인 금제와 달랐다.

에이프런은 희망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강해지면 오러마스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무진의 금제에서 풀려나는 것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아직은 나보다 강하다는 뜻인가! 뭐 한끝차이겠지.’

에이프런은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부터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금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무진을 역으로 금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제까지 당한 것을 이자 쳐서 10배로 갚아줄 것이다.

‘흐흐흐흐흐!’

에이프런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무진은 에이프런의 마음을 읽었다.

‘꿈을 꾸고 있군.’

아직 무진의 진정한 힘을 모르는 에이프런은 세상을 너무 쉽게 보고 있었다. 에이프런이 무진을 넘어설 가능성은 1억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려면 에이프런은 신이 되야 한다.

무진은 에이프런이 꿈을 계속 꾸도록 강요할 생각이다. 원하는 대로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강해지고 싶나.”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럼 만들어주지.”

“정말이요?”

“물론.”

무진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인간을 단련시키는 기술은 무진을 따라올 자가 없다. 무진에 의해서 탄생한 밀영대, 흑영대는 완벽한 무인과 살인병기들이었다.

“우선은 자라.”

내일부터 소니아왕국으로 가는 지옥행 마차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텐버에서 하루를 보낸 무진과 에이프런은 지체하지 않고 길을 떠났다. 무진은 여정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에이프런을 채찍질했다.

가볍게 시작한 수련의 과정이 에이프런에게는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무진은 수련을 위한 행보를 위해서 일부러 험난한 계곡과 협곡을 지났다.

손가락만 이용해서 절벽을 올라가고, 떨어지면 최소한 사망인 거대한 나뭇가지 위를 뛰어다녀야 했다. 또한 무진의 마법을 전신으로 받아내야 했다.

에이프런은 버티지 못하겠다고 진저리를 쳤지만 무진에게 앙탈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관용, 아량과는 거리가 먼 무진이었다.

무진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활용했다. 에이프런만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참고 견딘 것은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진의 수련이 엄청나게 가혹하지만 조금씩 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오러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만한 성취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뿌드득!

에이프런은 이를 악물었다. 빨리 무진보다 강해져서 금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리라 다짐했다. 그 길만이 악마의 소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반드시 벗어나며 역 굴레를 씌워주마!’

부질없는 희망에 목숨을 걸고 있는 에이프런이었다. 속을 마음대로 들여다보는 무진에게서 벗어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무진은 굳이 밝히지 않았다. 부질없는 희망이지만 강해지는 계기가 되니 말이다.

무진은 열흘 동안 에이프런을 가혹하게 단련시키고 이틀을 쉬었다. 몸은 작용 반작용의 효과가 가장 확실하게 나타난다. 쉬는 기간은 몸의 회복을 위한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피로의 누적을 피하는 것도 있지만 에이프런의 희망을 북돋는 방법이기도 했다.

무진과 에이프런은 수련을 하며 소니아왕국의 동쪽과 서쪽의 경계라고 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랐다. 오스랄마운틴이라고 불리는 산을 넘어가게 되면 소니아왕국의 중앙으로 접어들게 된다.

산의 초입을 지나 중심에 들어설 때 무진은 주변을 장악한 기운을 파악했다. 숫자는 전번보다 적은 5명이었다.

‘때마침 와줬군.’

에이프런을 죽이기 위해서 암살자를 동원한 자들이다. 한 번으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번에 온 놈들은 헬워리어들보다 강했다. 개개인이 지닌 무력이 오러익스퍼트상급은 되었다. 에이프런의 경지가 최상급이기는 하지만 소드아머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승산이 많지 않았다.

탓!

무진이 에이프런의 어깨를 밀었다.

“무슨 짓이에요?”

“앞을 보는 게 좋을 텐데.”

“예?”

슈슈슈슉!

눈앞으로 날카로운 암기가 날아왔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하지 않았다면 얼굴에 꽂힐 뻔했다.

여인에게 얼굴은 생명과 같았다. 생채기 하나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뭐야? 또 어쌔신이야! 그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무진은 사라져 있었다.

“빌…어 먹을!”

또다시 혼자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에이프런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차차차차착!

어느새 진형을 갖춘 어쌔신들이었다. 그들은 기척을 죽이고 있었다. 방심하는 사이에 숨통을 끊어버리려던 계획이 어긋나 버렸다.

“제법이군.”

“지랄! 이 언니한테 죽도록 쳐 맞고서도 그런 말 할 수 있는지 보겠다!”

“쳐라!”

어쌔신들은 무척이나 날렵했다. 또한 강했다. 헬워리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모두가 상급의 오러를 지니고 있었으며, 육체적인 단련이 남달랐다.

폭풍 같은 공격을 펼치면서도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능력이 대단했다. 소나기와 같은 공격을 받은 에이프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어림도 없다!’

최상급의 오러를 얻었는데도 승산이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러를 소모한 후에 소드아머를 착용하는 것보다는 지금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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