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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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15화
제3장 드래곤 길들이기 (6)
인간이 드래곤의 레어 안에 있는 것은 둘째치고, 드래곤을 수하 부리듯이 하고, 드래곤은 당연한 듯이 인간을 떠받들고 있었다.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상황인가!
“너희들 미쳤냐?”
“아니.”
“그보다 바이드론, 너 진짜 바이드론 맞냐!”
“그런 내가 바이드론이지, 오우거냐!”
“언제부터 네가 이런 병신 짓거리에 장단을 맞추는 놈이 됐냐!”
“병신 짓이라니 말이 좀 그렇다.”
젠카르트는 황당한 상황에 분노가 치솟았다. 그동안 알고 있던 바이드론이 아니었다. 무언가 이상한 정신마법에 당해서 혼이 붕괴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젠카르트는 태연하게 행동하는 지그프리트가 의심스러웠다.
“네가 이상한 마법진으로 바이드론을 이렇게 만든 것 아냐!”
“뭔 개소리야!”
“뭐…뭐! 너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한 거냐?”
“개소리라고 했다.”
“네가 정말 미쳤구나! 내가 누군지 알 텐데!”
“알고 있지.”
젠카르트는 바이드론과 지그프리트가 쌍으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거 설마 몰래마법수정구냐?”
“그게 언젯적 유행이냐.”
1만 년 전에 한때 드래곤끼리 몰래마법수정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곳곳에 영상저장마법수정구를 설치하고, 1명의 드래곤을 속이는 짓이었다.
사실 여러 명이 작정하고 1명 속이면 아무리 잘난 드래곤이라고 해도 속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드래곤들도 눈치를 채는 바람에 몰래마법수정구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드래곤 사이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풍조가 생기는 바람에 드래곤로드가 금지를 시켰다.
“좋아, 아무래도 그 인간이 수상한데, 그놈을 잡아서 대질시켜 보지.”
“마음대로 해라.”
“사실이 발각되면 지그프리트, 너 정말 가만 안 둘 줄 알아.”
“마음대로 하라니까.”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의 입가에 사심이 가득 담긴 미소를 보지 못한 채 젠카르트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무진을 잡으러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걸릴 것 같냐?”
“글쎄! 10분 정도.”
“너무 많이 썼다.”
“그렇지, 나도 한 3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것도 많아.”
“그래도 젠카르트가 제법 머리가 좋은 편이잖아.”
“그래 봤자지. 주먹이 머리랑 상관있냐.”
“하긴 일단 맞으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겠지.”
“그럴 거다.”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은 젠카르트의 가입축하를 위해서 성대한 만찬을 준비하기로 했다. 곧 있으면 올 테니 바로 준비를 해야 시간에 늦지 않을 것이다.
슈우우우우웅!
젠카르트의 신형이 날아갔다. 포탄이 되어 날아간 젠카르트는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진을 잡기 위해서 피어를 흘렸는데, 날아온 것은 뼈를 울리다 못해 부서뜨리는 주먹이었다. 순간적인 반사신경은 바이드론보다 빠르다고 정평이 나 있는 젠카르트조차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어…떻게 된 거야?’
눈앞이 깜깜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경고음이 뇌리를 울리고 있기에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마음을 수습하고 위험한 인간을 찾았다.
“없다!”
있어야 할 인간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대륙십강인가!”
그럴 리는 없었다. 대륙십강도 드래곤을 일부러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드래곤을 공격하면 드래곤도 합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인간과 드래곤의 전쟁이 된다.
대륙십강과 드래곤의 전쟁은 얻을 것이 없는 공멸을 위한 전주곡이 될 수 있다. 드래곤이 인간사회를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대륙십강도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대륙십강은 각 제국과 왕국의 최고위층이다. 서로의 이권을 위해서 움직이는 대륙십강이 드래곤을 건드려 위험을 자초할 이유는 없었다.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서로의 영역을 넘보지 않는 것이 대륙십강과 드래곤 간에 암묵적으로 맺어진 불문율이었다.
‘마족일 리는 없고! 대륙십강에 속하지 않은 인간이 어떻게?’
마족이라면 드래곤의 감각에 잡히지 않을 리 없다. 마족 특유의 마기를 지니고 있는 이상 드래곤의 이목을 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뜻인데, 대륙십강에 속하지 않는 인간이 이렇게까지 강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신중하게 대응하면 된다.’
침착하게 머리를 써서 지금의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했다. 젠카르트는 디텍트마법을 펼치면서 결계식마법을 사각지역에 깔았다. 마법을 출수하고 회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젠카르트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사각에 깔아 놓은 결계를 무시하고 쏘아져 오는 무진이 보였다. 그것도 정면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 마력의 양에서 드래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들이다. 정면공격이라면 충분히 대응하고도 남았다.
“머리를 쓰지 않는 인간이구나!”
물 계열 마법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법인 마하워터버스트(광폭수-光爆水)를 펼쳤다. 잔잔한 물은 한없이 부드럽고, 만물을 포용하지만 응축되고 가속된 물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그 어떤 것도 뚫어버릴 수 있는 무시시무시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젠카르트의 정면으로 마하워터버스트 3개가 형성되었다. 일직선으로 치고 들어오는 무진을 향해 망설이지 않고 쏘았다. 투명한 물방울이 빛에 반사되어 무지개를 형성했다.
추우우우우웅!
휘리리리릭!
쏘아져 오는 마하워터버스트가 무진을 뚫고 지나갈 때였다. 무진의 신형이 한순간 흔들리더니 정면에서 사라졌다. 가속마법과 무형보가 결합하자 간단한 수법도 엄청난 위력을 선보였다.
무진은 무형보를 극성으로 펼치기는커녕 반에 반도 끌어올리지 않았다. 공간을 건너뛰고 안으로 접근한 무진의 수법에 놀란 젠카르트가 다급하게 방어마법을 펼쳤다. 근접거리까지 접근한 상태라 우선은 막을 필요가 있었다.
무진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움직인 듯했다.
쿠우우우웅!
공간을 초월한 권격이 젠카르트의 방어실드를 두드렸다. 일격에 실린 위력이 너무나 엄청나 방어실드가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려 했다.
다분히 놀라는 기색이 완연한 젠카르트였다. 방어실드를 뚫고 전해지는 충격이 장난 아니었다. 뼛속까지 전달되는 충격에 아찔할 지경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앱솔루트홀드(절대정지).
무진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 앱솔루트홀드를 펼쳤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무진은 앱솔루트홀드의 영역에서 비스듬히 벗어나며 캔슬마법을 시전했다.
드래곤의 마법과 정면대결은 불가능하지만 마법을 이용해서 사정권에서 벗어나는 것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었다. 무진은 마법과 무력을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었다.
팽그르!
멀리서 보기에는 자연스럽게 회전한 것 같지만 막상 정면에서 지켜본 젠카르트로서는 환장할 일이었다. 무진의 신형이 마치 여러 개로 분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환영에 모두 앱솔루트홀드를 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절대정지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무진의 공격은 너무나 매섭고 사나웠다. 마법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무진이 한 발을 내딛자 순식간에 젠카르트의 간격 안을 뚫고 들어왔다.
젠카르트는 마력을 총동원하여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그때부터 무진의 가공할 패권이 작렬했다.
터어어어엉! 터어어어어엉!
쩌저저저저저적!
머리를 굴리고 자시고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한 방을 맞을 때마다 마력을 뚫고 들어오는 충격으로 인해서 어지러웠다.
거리를 벌리지 못하고 있었다. 젠카르트의 육체로는 무진의 빠른 움직임을 벗어날 수 없었다. 무진은 타고난 전투괴물이었다. 젠카르트가 무진보다 빠르다 해도 일단 사정권에 걸리면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제까지 무진과 대결한 자들 치고 무진의 영역을 벗어난 존재는 혈신과 천검신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젠카르트가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는 있지만 바람 불면 꺼지는 횃불에 불과했다.
퍼어어어엉!
“으윽!”
마법을 시전하려다가 마나 역류를 경험하게 되었다. 권격에 실린 파괴적인 위력은 둘째치고, 마나를 방해하는 마법력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정…체가 뭐냐?”
“네 주인.”
“미…친! 내가 누군…커억!”
퍼어억!
결국 한 방 제대로 맞았다. 가슴과 가슴의 정중앙을 정확하게 맞은 젠카르트는 숨이 덜컥 멎어왔다. 권격을 타고 전해지는 숨막힐 듯한 위력에 고통과 소름이 쫘악 끼쳤다.
“이…런 짓을 하고…커억!”
퍼어어억!
위력적인 권격이 또다시 꽂혔다. 명치, 단전, 목으로 이어지는 3중타였다.
젠카르트는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혼이 비상하는 것 같았다. 고통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지는 무자비한 구타가 남아 있었다.
“이…놈!”
“제법 심지가 곧군.”
무진의 입에서 칭찬이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을 자초하는 일이 되었다. 무진은 상대가 뜻을 굽히든 말든 신경 쓰는 세심한 스타일이 아니다. 일단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괴시켜버리는 존재였다.
퍼퍼퍼퍼퍼퍼퍼퍽!
용타곤(龍打棍)이라고 이름 붙인 곤으로 사정없이 후려쳤다. 막으면 막는 대로, 못 막으면 못 막는 대로 정교한 타격을 선보였다. 마구잡이 식이지만 일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드드득!
잘못 맞은 오른쪽 어깨 골격이 으스러졌다. 뼈가 부서진 곳을 또다시 가격하자 젠카르트는 어린아이처럼 비명성을 내질렀다. 일정 수준 이상 맞다보면 내성이 생긴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무진의 곤법은 고통을 극대화하는 신의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앙!”
태어나서 처음 겪는 극심한 고통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젠카르트가 생각하는 대결이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대결은 일방적으로 이기거나, 대접전을 벌여 깨끗하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었다.
시대의 영웅들은 드래곤을 이기고서도 우정을 맺거나 우호를 다지지 않았던가! 젠카르트의 상식은 무진의 무식한 매질에 변질되어 버렸다.
‘이…놈은…악마다!’
악마가 아니고서는 이런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버티고 싶으면 버텨라.”
무진의 말은 친절하지 않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뜻인 ‘대신 죽도록 맞고, 고통스럽게 죽는다’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평상시의 젠카르트라면 충분히 그 뜻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젠카르트는 곤죽이 되어 가고 있는 상태라 이해하지 못했다. 입을 열 시간도 주지 않았다.
퍼퍼퍽!
곤은 때리는 것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찌를 수도 있었다. 뭉뚝한 곤의 정면도 회전이 실리게 되면 살을 파고들 수 있었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상태에서 젠카르트는 정말 죽도록 맞았다. 곤의 일반적인 쓰임새와 색다른 쓰임새를 모두 경험했다. 죽도록 아픈데도 불구하고 멀쩡한 정신에 미칠 것 같았다.
“살…려!”
“짧다.”
퍼퍼퍼퍼퍼퍼퍽!
“살려…주십시오!”
“자존심을 버렸군.”
젠카르트는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위대한 존재답게 죽음 앞에 초연해야 하지만 결국에는 항복을 하고 말았다. 그런 자신을 보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러나 이대로 매 맞아 죽은 드래곤으로 역사에 남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에게 맞아 죽었다면 역사에 길이 전해지며 놀림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일은 절대 겪을 수 없다.
“노력하지 않은 죄과다.”
“나…는!”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으면서도 노력을 게을리 했으니 무진에게 당하는 것은 당연했다. 가지고 있는 힘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했다면 드래곤들은 다시 세상을 조율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진의 눈에서 청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몽롱해진 젠카르트는 대항하지 못하고 통천지배안의 영역에 지배되었다. 젠카르트는 무너져 가는 나약한 자신을 원망할 뿐이었다.
무진은 통천지배안으로 젠카르트를 제압하고 난 후 지그프리트의 레어로 공간이동했다. 기절해 버린 젠카르트를 한쪽에 던져 놓은 무진은 방으로 들어갔다.
젠카르트를 대상으로 마법과 무공의 효율성을 테스트해 보았는데 효능이 제법이었다. 좀더 수련을 해서 마법서클을 올린다면 무력과 마법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경지에 올라서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