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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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13화
제3장 드래곤 길들이기 (4)
결국 제풀에 지친 바이드론이 지그프리트의 마법에 적중당했다.
주르르륵!
윈드커터에 당한 바이드론은 오금이 저려왔다. 지그프리트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바이드론은 난생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방이 가로막힌 상태에서 윈트커터가 여지없이 날아와서 바이드론의 전신에 상처를 만들었다. 상처의 흔적이 깊어질수록 바이드론의 눈빛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
“날…죽이…려는 것이냐!”
“왜! 두렵냐!”
“나…바이드론이다! 죽음…이 두려울 것 같으냐!”
“그럼 됐네, 그럼 용감하게 뒈져.”
바이드론은 음성의 고저 느껴지지 않는 지그프리트의 목소리가 너무나 두렵게 다가왔다. 자신을 죽인다고 해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죽는다고 생각하자 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일…족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냐!”
“그냥 대련하다 실수로 죽었다고 하면 되지. 세상 살다 보면 가끔씩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잖아.”
지그프리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하자 바이드론은 다급해졌다. 자존심이든 뭐든 우선은 살고 싶었다.
그 순간에도 지그프리트의 공격은 지속되었다. 어느 순간 바이드론의 면전까지 다가온 지그프리트는 카바니움으로 만들어진 몽둥이를 휘둘렀다. 무진의 곤을 본떠서 만들은 몽둥이였다.
카바니움은 카타리언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금속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금속이다. 드래곤본을 능가하며 오러를 막아낼 수 있다고 한다.
지그프리트가 몽둥이를 만든 것은 무진 때문이다. 무언가를 팰 때는 곤이 최고라는 것을 무진에게 배우게 되었다. 주먹이나 발을 사용하면 상대의 피가 뭍을 수도 있다. 반면에 곤을 사용하면 때리는 맛도 있고, 소리도 제법 좋았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퍽!
지그프리트는 인정사정없이 바이드론을 팼다. 그동안에 당했던 울분의 세월을 토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바이드론은 팔을 들어 얼굴로 날아오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지금 막았냐! 그래, 막아라! 이 자식아! 뽀사질 때까지 때려주마!”
그러자 지그프리트는 팔이 부러지나 곤이 부러지나 경쟁을 하듯이 흥이 나서 바이드론을 죽도록 때렸다. 곤이 휘둘러질 때마다 바이드론의 몸이 이리 꺾이고, 저리 꺾이는 기이하고 흉찍한 모습을 나타내었다.
꾸웨웨웩!
맞아본 놈이 잘 때린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겉보기에는 막무가내로 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바이드론이 반응하는 반대쪽으로 타격을 가하고, 반응이 있을 것 같을 때 참았다가 한숨을 내쉬는 순간 때리고 있었다. 그러니 안심하다 더 아픈 곳을 맞고 있기 때문에 바이드론은 아파서 미칠 것 같았다.
‘주군이 왜 그렇게 날 패나 했는데, 이거 은근히 중독될 것 같은데!’
때리는 타격감이 느껴질수록 쾌감과 전율이 솟구쳤다. 이제까지 비굴하게 아부나 했던 대상을 이겼다는 성취감이 전신을 짜릿하게 울렸다. 손끝에서 시작된 쾌감이 팔을 타고 몸으로 전해질 때 느껴지는 기분은 환상적이기까지 했다.
‘잠깐! 이게 좋아할 일이 아니잖아!’
무진이 계속 때릴 수도 있다는 뜻이 되었다. 지그프리트의 입장에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만!”
“뭘 그만 해!”
“내…가 졌…다!”
“그래서.”
“그…만 때…려라!”
“싫은데.”
지그프리트는 매정했다. 이제까지 당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죽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바이드론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무진에게 지독하게 당했을 때의 지그프리트와 같았다.
“한…번만…봐……!”
“뭐라고? 안 들려.”
“한 번만 봐달라고!”
“내가 왜.”
“내…가 다 잘못했어! 정말이야!”
“이제야 사과를 하는군.”
“내…사과를 받아주는 거야!”
“그래.”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쁜 바이드론이었다. 매 맞는 것은 무서웠다. 맞을 때마다 죽을 것처럼 아팠다. 다시는 이런 고통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바이드론이 안심하고 방심할 때였다.
빠아아악!
“으아아아악!”
머리통이 뽀개지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지그프리트가 바이드론의 머리통을 수직으로 내리친 것이다.
“…왜?”
“사과는 받아주겠는데, 잘못했으면 벌은 받아야지.”
“그…럴…수가!”
지그프리트의 인정사정없는 매타작 퍼레이드가 펼쳤다.
퍼퍼퍼퍼퍽! 파파파파팟!
퍼억! 퍼억! 푸악! 푸악!
바이드론의 비명성이 산을 메아리쳤다. 애처로운 울부짖음은 지그프리트가 여태까지 당한 한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었다.
철퍼덕!
때리던 지그프리트가 지칠 정도로 바이드론을 무식하게 팼다. 아직까지 죽지 않고 숨이 붙어 있는 바이드론이 용할 뿐이다.
“죽일 수는 없으니 이제 끝내자.”
“잠깐.”
지그프리트의 주변으로 무진이 다가왔다.
“왜 그러십니까?”
“이놈은 놔두고 넌 먼저 레어로 돌아가라.”
“예? 그게 무슨?”
“두 번 말하기 귀찮다.”
무진과 살면서 눈치만 늘게 된 지그프리트다.
“설마 저한테 가한 금제를 바이드론에게 할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하지만 그건!”
지그프리트는 그저 순수하게 바이드론을 손봐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무진이 이를 빌미로 바이드론에게 금제를 가하려고 한다. 이것은 드래곤을 배신하는 행위였다. 지그프리트는 무진의 행동을 막아서고 싶었다. 아무리 못돼먹은 놈이지만 같은 드래곤이었다.
“싫은가.”
“양심에 걸립니다.”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무진이 너무 쉽게 포기하려는 듯하자 지그프리트는 얼떨떨했다.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웬일이지?’
무진의 성격상 한번 시작한 일을 포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못해 존재하지 않았다. 지그프리트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쉽게 포기하자 오히려 의심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정말이십니까?”
“그렇다.”
“역시 주군은 마음이 넓으십니다!”
“대신에 네놈은 평생 내 종이다.”
“예?”
“네 수하가 생기는 일을 반대하니 어쩔 수 없지.”
무진의 금제를 받게 되면 주공관계를 맺게 된다. 주공관계 1호 대상자가 지그프리트다. 지금 바이드론을 금제하게 되면 지그프리트에게도 수하가 생기게 된다는 뜻이다. 그럼 지금처럼 무진을 혼자서 감당할 필요가 없다.
고통은 나누면 나눌수록 줄어든다고 하지 않는가! 무진에게 당한 화풀이 대상자가 늘어날수록 지그프리트에는 이익이었다.
무진이 돌아서려고 하자 지그프리트가 간절하게 외쳤다.
“주군! 이놈은 주군의 은혜를 모르고 산 놈입니다. 이제라도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그럴까.”
“그렇습니다. 아마 금제 받고 싶어서 미칠 겁니다. 이거 보십시오! 너무 기쁜 나머지 기절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군.”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바이드론이었다. 스스로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무진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서 뜻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기절한 상태에서도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봐서는 결코 허락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이드론의 의사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지그프리트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두 놈이 더 오게 되어 있었다.
‘그놈들까지 제압하면 세 놈을 내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거겠지. 크크크크!’
사악함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지그프리트였다. 자신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는 일족을 팔아넘기는 짓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일족이 대수야, 내가 살고 봐야지.’
툭!
무진은 발로 바이드론을 깨웠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바이드론은 혼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 무진의 눈이 청백색으로 변하더니 바이드론의 눈동자를 투영했다.
지그프리트는 그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그것은 영원한 족쇄였다. 한 번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하는 낙장불입의 노예증표였다.
지그프리트는 흐리멍덩하게 무진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바이드론에게 악마의 소굴에 들어온 환영의 메시지를 속으로 전했다.
‘환영한다! 꼬봉2호!’
* * *
지그프리트에게 허망하게 패한 후 바이드론은 얼이 빠져 있었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반나절이 지나자 바이드론은 체득하지 않으면 죽는 것보다 더 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이제까지 자신에게 설설 기던 지그프리트는 악마와 같았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악몽과 같은 날이 반복되고 있었다.
지그프리트는 쉬는 시간도 없이 바이드론을 괴롭혔다. 자잘한 것을 가지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니 정신적인 피곤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며칠 동안은 지그프리트에게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패배를 한 날 겪은 죽음의 공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그날의 일이 희미해지면서 바이드론은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지그프리트를 이기고, 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지그프리트는 그날 전력을 다하지 않았었다. 다시 붙게 되기가 무섭게 바이드론은 또다시 패배의 아픔을 겪었다.
두 번의 패배가 있던 날 정말 뒈지게 맞았다. 지그프리트는 죽일 듯이 바이드론을 팼다. 드래곤의 용정(龍情)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살려달라는 바이드론의 비명성이 메아리를 쳤다.
“명령불복종을 한 죄, 고참을 능멸한 죄, 서열을 파괴한 죄, 불순한 생각을 가진 죄, 괜히 태어나서 나를 힘들게 만든 죄,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고참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죄……!”
“그런 말도 안 되는 죄목이 어디 있냐!”
“없긴 왜 없어! 내가 있다면 있는 거지. 그리고 말대답은 죄질이 가장 최악이야!”
“웃기지 마!”
“내가 웃겼냐, 나는 하나도 안 웃긴데. 얼마나 심심하기에 웃기는지 한번 경험해 보자.”
“그런 경험 싫다!”
“그건 네가 결정할 필요 없어. 심심하지 않을 테니 기대하라고.”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항변을 하려다 주둥이가 박살날 뻔했다. 그 뒤로 바이드론은 다시는 개길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매타작이 있은 지 5일이 지난 후에 바이드론은 무진을 두 번째로 보게 되었다. 지그프리트가 바이드론을 교육하고 있을 때 무진은 마법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서 5일 동안 수련을 하고 있었다.
바이드론은 무진을 보는 순간 복종심을 느꼈다. 허리를 굽히고, 존경의 염을 담아 아부를 떨고 싶어하는 자신을 이해가 힘들었다.
“인간 따위에게 왜?”
퍼퍽! 쿠당탕!
바이드론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낮 시간에 별이 보였다. 섬광이 번쩍하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정신을 다시 차리고 무진을 봤다. 조금 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에게 일격을 허용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빌 엄두나 나지 않는다. 불안감과 공포감이 바이드론의 뇌리를 지배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말이 짧다.”
퍼퍽! 퍼퍼퍼퍼퍼퍼퍽!
무진은 전후사정을 이해시키기는커녕 주먹부터 선보였다. 이해는 주먹으로 어루만져짐과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다. 일단 탄력을 받기 시작한 무진은 멈추지 않았다.
바이드론의 전신이 허공에 떴다. 허공섭물을 이용하여 바이드론을 허공에 고정시킨 후 주먹질을 가한 것이다. 바이드론은 대항하지 못했다. 주먹을 맞은 바이드론의 전신에는 선명한 흔적이 남았다.
“으아아아아아악!”
피부를 통해 전해진 권격이 뼈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바이드론은 견디기 힘들었다. 이런 고통은 난생처음이다.
지그프리트에게 맞은 것은 애교에 불과했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태어난 것을 후회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청명한 하늘처럼 또렷했다. 엄청난 고통에 바이드론은 살아온 세월을 파노라마(주마등)처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버러지는 죽는다.”
무미건조한 말투, 냉정한 손속, 흔들림 없는 강철같은 마음. 바이드론은 무진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지그프리트가 악마가 된 줄 알았는데, 무진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지그프리트가 왜 그렇게 악독해 졌는지 확실하게 체득했다.
‘이…분 때문이다!’
무진으로 인해 지그프리트가 악마같이 변한 것이다. 악마의 최종 완성형 보스가 곁에 있으니 변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