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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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87화
제6장 야습 (1)
데우스 왕자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군대를 돌아보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헨들릭스 공작과 오크라이더들이 도착하는 순간 크리스는 그 자리에서 데우스 왕자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잘못한 것이 있어 용서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가지 어렵고 힘든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야습 작전 대신 지금 당장 총공격을 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부탁의 내용은 일만의 병력으로 반란군 칼렉 백작의 군대를 공격하자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한 몇몇 기사들이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크리스는 빠른 속도로 총공격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허락을 받게 되었다.
육만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헨들 백작의 군대였지만 현재 왕국군은 두 명의 마스터가 자리하고 있었고, 전쟁에서는 마스터 경지의 무인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정령검사가 존재하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일천의 병력이 존재하기에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적으로 보면 열세라고 볼 수 있지만 질적으로 비교를 하면 반란군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데우스 왕자는 크리스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고 헨들릭스 공작과 오크라이더들이 요새에 도착한 지 단 두 시간 만에 모든 병사들을 한데 모을 수가 있었다.
물론 피해는 존재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반란군을 쓰러트릴 수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반역으로 인해 순식간에 성도가 함락되고 헥토스 국왕이 사망하며 사기가 떨어진 왕권파의 귀족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일만 삼천의 병력으로 육만의 병력을 쓰러트리게 된다면 왕국군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데우스 왕자의 옆에 서 있던 크리스가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라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병력의 차이가 크다고 해도 저쪽도 최소의 피해로 끝내고 싶을 테니 분명 주위에 정찰병이 존재할 것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라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크리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문을 열어주세요.”
동쪽 성문은 파괴되었고 그 자리에는 흙으로 만들어진 성문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성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사람은 성문을 만든 이레스밖에 없었다.
이레스는 바로 고개를 돌려 성문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흙으로 만들어진 성문 아래쪽에 사람 한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만들어졌다.
라크는 이레스와 헬버튼, 크리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부하들을 이끌고 성문을 빠져나갔고, 남은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 시작했다.
총공격이라고는 하지만 기습이 중요했다.
정찰병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공격을 했다가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그들에게 역으로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침묵과 함께 라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던 이레스가 갑자기 말에서 내리더니 마중 나와 있는 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 자리에는 총공격이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엘리스 공주를 호위하기 위해 남아있는 소수의 기사들과 케르취와 함께 도착한 데미안과 아이스 자작이 자리하고 있었다.
데미안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이레스는 누군가가 자신의 옷을 붙잡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는 자신의 동생 엘리스를 닮은 실피아 공주가 서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대충이나마 자신을 붙잡은 이유를 알고 있던 이레스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작은 미소를 그렸다.
“걱정 마세요. 데우스 왕자님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우스 왕자와는 달리 마음이 여린 실피아 공주는 또 다른 오빠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아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레스는 며칠 전에 도착했음에도 그녀를 만난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슬픔이 묻어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지금 그녀의 표정을 알려주고 있었는지 이레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실피아 공주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었다.
“걱정 마세요.”
“흑…….”
이레스의 부드러운 손길 때문인지 실피아 공주가 훌쩍이자 그는 미소를 그린 채 계속 격려를 해주었다.
실피아 공주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이레스를 바라보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레스는 똑같이 고개를 숙였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다시 데미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데미안.”
“예, 도련님.”
“쓸 만한 거 있냐?”
데미안은 씨익 미소를 그리더니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이동시키더니 구슬 몇 개와 반지를 꺼내 내밀었다.
“폭발형 구슬입니다.”
“화력은?”
“음…….”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데미안이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건물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정도는 쉽게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요새이기에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었지, 적들은 분명 천으로 만들어진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화력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푸른 구슬을 가리켰다.
“이건?”
“아이스 필드 마법과 비슷합니다. 물론 마법보다는 약하지만요.”
“땅을 얼리나 보네?”
“예.”
“나머지 읊어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손으로 이번엔 하얀색 구슬을 들어올렸다.
“라이트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실명까지는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환한 빛을 내뿜어 10분 정도는 시력을 잃을 것입니다.”
전쟁에 필요한 아티팩트를 만들라고 했더니 정말 실용성이 뛰어난 아티팩트만 제작한 데미안이었다.
이레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하얀 구슬을 바라보다 데미안도 전쟁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전염된 듯이 미소를 그리더니 이번엔 반지를 들어 올렸다.
“웹이라는 마법과 라이트닝 볼트 마법이 담겨있는 아티팩트입니다.”
“사용 방법은?”
“웹이라는 마법은 마나로 만들어진 거미줄을 사방에 퍼트려 적들의 움직임을 봉인하는 것입니다. 먼저 웹이라는 마법을 사용하여 전방에 거미줄을 퍼트린 뒤에 라이트닝 볼트를 사용합니다.”
“일인형 마법을 다수형 마법으로 만든다?”
“예. 하지만 이건 데우스 왕자님에게 드릴 것이고 도련님은.”
데미안이 다시 가방을 뒤지더니 한 개의 반지와 두 개의 팔찌를 꺼내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에 올려진 반지와 팔찌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자연스럽게 양팔에 팔찌를 차고 오른손 검지에 반지를 착용하며 물었다.
“이건?”
“반지는 아까와 똑같은 웹 마법이 저장되어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원래는 마법사에게 전해주려고 했지만 불의 정령과 계약했다고 하니.”
정말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데미안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이번엔 왼손에 착용한 팔찌를 들어 올렸다.
“이건?”
“그리스 마법입니다. 땅의 마찰력을 제로로 만들어 상대를 넘어트리는 마법이지만 노엔과 함께 사용하면 쓸 만할 것입니다.”
“…….”
이레스가 잠시 생각하는 듯이 왼손에 착용된 갈색 팔찌를 바라보다 천천히 내밀었다.
쿠구궁.
땅이 작게 울리는 것과 동시에 흙가시가 솟아올랐고, 이레스가 갈색 팔찌를 향해 마나를 이동시키자 팔찌가 작은 빛을 내뿜더니 날카로운 흙가시의 끝이 더욱더 날카롭게 만들어졌다.
데미안이 이레스가 만든 흙가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찰력을 제로로 만드는 그리스 마법은 땅을 평평하게 만들고 기름과 비슷한 성질의 마나를 덧씌워 넘어트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흙가시 위에 덧씌우면 바늘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가 만들어집니다. 흙가시가 솟아오르기 전에 그리스 마법을 펼치면 광범위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레스가 다시 손을 휘저어 흙가시를 분해시키고 초록색 팔찌를 착용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요건?”
“일루전 마법입니다. 환각마법 중에 하나로 모든 것을 반대로 보여주는 마나로 만들어진 거울을 생성시키는 마법입니다.”
“사용법은?”
“역시 정령술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으으음.”
생각하는 듯이 고민하던 이레스가 정답을 찾아내지 못하자 데미안이 미소를 그리더니 하얀색 구슬을 보여주었다.
“아!”
“예, 일루전 마법을 사용해 거울을 만들고 부숩니다. 그리고 바로 바람을 이용해 적들에게 보낸 다음에 라이트 마법이 담긴 구슬을 폭발시키면?”
“빛이 반사되어 광범위로 퍼지겠네.”
일루전 마법은 마나로 만들어진 거울이라고 했다. 즉, 거울을 폭파시켜 유리조각을 상대에게 날린 후 하얀색 구슬을 폭발시키면 라이트 마법이 발동되어 나타난 빛이 유리조각을 타고 실제 범위보다 더 거대한 범위로 빛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레스가 성장하고 데인이 광전사라는 별명을 가진 듯이 데미안도 그들의 뒤를 따라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여 마법무구와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마법공학자가 되어 있었다.
* * *
30분 뒤.
정찰병을 정리하는 임무를 완수하고 라크가 돌아오는 순간 이레스는 흙으로 만들어진 성문을 무너트려 땅속에 묻고는 적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두두두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둠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분명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를 듣고 반란군이 알아차릴 수도 있고 정찰병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의심하여 경계를 강화하고 있을 수 있었다.
데우스 왕자의 옆에서 말을 타고 달려가던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데우스 왕자님.”
“예.”
자신을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던 데우스 왕자가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내밀자 검지에 끼여 있던 반지가 작은 빛을 토하며 전방으로 수십 가닥의 거미줄이 쏘아졌다.
쉬이익.
“저, 적이다!”
“기, 기습이다!”
갑자기 자신의 몸이 묶이자 불침번을 서고 있던 병사들이 큰 소리로 외쳤고 그와 동시에 다시 한 번 반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라이트닝 볼트.”
파지직!
허공에 전기로 이루어진 공이 생성되는가 싶더니 그대로 데우스 왕자의 반지에서 쏘아진 거미줄에 흡수되듯이 빨려 들어갔다.
파지지직!
“크아아악!”
온몸을 묶고 있는 마나로 만들어진 거미줄을 통해 전기가 흘러들어오자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고 막사에 자리하고 있던 병사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이레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케르취!”
“취이익!”
검은갈퀴부족의 족장 케르취가 크게 울음을 토하자 다크울프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더니 데우스 왕자를 지나 가장 가까이 있는 반란군 병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아아앙!
“으, 으아악!”
다크울프는 바로 병사의 목을 물어버렸고 케르취와 다른 오크 전사들은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병사들을 향해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다.
“취이익! 전부 죽여라!”
“취이익!”
오크라이더 한 명이 두 명의 병사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레스가 전투를 시작한 오크라이더들을 지나 더욱더 앞으로 달려가며 실피아의 이름을 부르자 그의 위로 수십 수백 개나 되는 바람의 화살이 생성되어 사방으로 쏘아졌다.
쉬이익!
퍼버벙!
사방으로 쏘아진 바람의 화살이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반란군 병사들의 몸을 강타했고, 이번엔 이레스의 뒤를 따라 달려가던 데우스 왕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화염 구슬을 던져라!”
기사들이 출발 직전 이레스에게 받은 붉은색 구슬을 꺼내더니 병사들이 빠져나오고 있는 막사를 향해 던졌다.
쉬이익!
화염 구슬을 던지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거대한 폭발과 함께 막사를 날려버렸다.
쾅! 쾅!
콰아앙!
화염 구슬은 총 열다섯 개였고 총 열다섯 번의 폭발음이 울렸을 때 반란군 선봉대는 무너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화려한 공격 때문인지 선봉대를 돌파하고 본진에 진입하는 순간 진형을 유지한 채 자신들을 바라보는 병사들과 기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두두두두.
책략가는 적들이 진형을 갖춘 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으면 두 가지 선택을 했다.
하나는 적의 진형을 파악해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의 진형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크리스가 적들을 빤히 바라보다 손을 들며 소리쳤다.
“1진은 좌측으로 빠져 측면을 돌파, 후방지원대를 공격하라!”
두두두두.
헬버튼을 선두로 기마병들이 전부 적의 중앙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루고 있던 추행진에서 벗어나 좌측으로 빠졌다.
우아아아!
가장 먼저 전투가 일어난 것은 기마병이었지만 공격의 시작은 좌측으로 빠졌음에도 중앙부를 향해 오러블레이드를 날리는 헬버튼의 공격이었다.
콰아앙!
쏘아진 오러블레이드가 폭발하며 진형이 무너졌고 헬버튼이 다시 고개를 돌려 좌익을 돌파하려는 순간이었다.
쉬이익!
거대한 오러블레이드가 날아와 헬버튼을 막아서고 있던 병사들을 집어삼켰다.
콰아앙!
“…….”
헬버튼은 고개를 살짝 돌려 오러소드를 날린 인물을 바라보았고, 헨들릭스 공작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똑같이 미소를 그린 뒤에 전방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돌격하라!”
우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