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86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86화
제5장 수성전Ⅱ (2)
어느새 붉은색 로브를 착용하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두 마법사가 아이언 나이트의 뒤에 서 있었다.
아이언 나이트와 그를 따라 공격하는 병사들의 움직임도 막아내기 벅찬 상황에서 마법사가 도착하니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듯 작게 숨을 고른 뒤에 천천히 눈을 뜬 반데크가 다시 아이언 나이트를 바라보며 허공에 물의 화살을 만들어 쏘아 보내는 순간이었다.
쉬이익!
익숙한 정령의 기운을 가진 이가 날아와 자신의 옆에 서더니 거대한 중검을 땅에 박고 강하게 올려쳤다.
파악!
중검이 휘둘러지는 것을 따라 땅을 이루고 있던 흙덩어리가 앞으로 쏘아졌고 중검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흙먼지와 흙덩어리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반데크에게 말했다.
“저기에 물 부어봐.”
“……아!”
이레스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은 반데크가 물로 만들어진 화살을 물의 구로 바꾸더니 전방으로 날아가는 흙먼지와 흙덩어리를 향해 쏘아 보냈다.
촤악!
흙먼지를 무시한 채 아이언 나이트가 흙덩어리를 향해 검을 휘둘러 분쇄시키는 순간 흙덩어리를 따라 날아가던 물폭탄이 분쇄되던 흙에 묻으며 진흙으로 바뀌었다.
철퍽! 철퍽!
물과 만난 흙덩어리는 진흙으로 바뀌며 철갑옷으로 무장한 아이언 나이트와 병사들의 갑옷에 들러붙었다.
“으악! 이게 뭐야!”
“모, 몸이 안 움직여!”
정확하게 말하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진흙이 갑옷에 묻게 되며 몸이 무거워져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이었지만, 전쟁의 피로가 쌓여있던 이들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흙덩어리를 날린 장본인인 이레스가 당황하는 병사들과 아이언 나이트를 바라보다 반데크에게 말했다.
“공성병기는 내가 부술 테니까 저놈이나 없애.”
“감사합니다!”
반데크가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땅을 박차며 아이언 나이트를 향해 돌진했다.
어차피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적은 두 사람밖에 없었기에 갑옷에 묻은 진흙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아이언 나이트가 달려오는 반데크를 발견하고 검을 휘둘렀지만 이미 진흙으로 인해 온몸이 무거워진 상태였다.
검의 속도는 이미 느려진 상태였고 반데크는 손쉽게 아이언 나이트의 공격을 피하며 그의 얼굴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우욱!
“이, 이런!”
아이언 나이트를 보조하기 위해 서 있던 마법사들이 아이언 나이트의 사망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스태프를 들며 주문을 외우려 하였지만 반데크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촤악!
“크아악!”
마법사가 쓰러졌고 반데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쓰러진 아이언 나이트를 바라보며 작게 감탄했다.
“저런 방법이 있었구나…….”
평범하게 물을 이용한 공격으로는 아이언 나이트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였다. 그런데 물과 흙이 만나 진흙을 만들어 적을 공격하니 목숨이 오가는 피해는 아니지만 적의 움직임을 봉인시킬 수 있는 공격이 만들어졌다.
물의 힘을 이용하여 다른 자연과 섞어 또 다른 공격방식을 만든 것이었다.
정령사의 입장에서는 그런 공격방식 하나도 작은 깨달음으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쉬이익!
콰아아앙!
물끄러미 아이언 나이트를 바라보던 반데크가 갑작스레 들리는 폭발음과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옆에 서 있던 투석기 한 대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레스의 옆에서 달려오더니 목을 부여잡은 채 무릎을 꿇는 아이언 나이트였다.
“컥……. 컥.”
숨을 쉬지 못하는 듯이 아이언 나이트가 목을 부여잡은 채 기침을 토하고 있었다.
반데크의 눈에는 아이언 나이트가 목을 부여잡고 쓰러진 것은 바람의 정령과 흙의 정령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아이언 나이트는 작은 구덩이에 빠진 채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레스는 그가 달려오는 순간 그가 밟고 있는 땅을 가라앉혀 발을 헛디디게 하여 넘어트린 후에 그 주위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공기를 없애버린 것이었다.
“커…… 커어억.”
아이언 나이트가 눈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이레스는 그런 아이언 나이트를 빤히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활활 타오르는 공성병기를 바라보며 잔인한 미소를 그렸다.
“잘 타오르는구나.”
* * *
첫 번째 반란군의 총공격을 막은 그 저녁 날.
헥토스 왕국의 기사들은 전쟁 보고를 듣고 창피해서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전에 출현했던 투석기와 정란은 전부 파괴되었으며 파쇄차도 총 다섯 대를 파괴했습니다. 공성병기 파괴 작전 도중 사망자는 레어울프 기사단의 기사 두 명입니다.”
“…….”
“공성전시 사망자는 총 삼백 육십여 명, 중상자는 천삼백여 명, 경상자 이천여 명으로 다음 날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대략 일만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투는 승리였다. 하지만 기사들이 창피함을 느낀 것은 공성병기 파괴 작전에서 사망한 기사들 때문이었다.
“……이레스 공자님.”
크리스의 보고를 듣고 침묵을 유지하던 회의실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데우스 왕자였다.
“예?”
보고를 듣던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돌리자 데우스 왕자가 깊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지원군에서도 사망이 나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너무 중요한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꺼려 해야 했는데 테라인 왕국은 마치 자국에서 반란이 일어나 작전을 펼친 것처럼 목숨을 버리며 작전을 수행했다는 것이었다.
이레스도 갑자기 헥토스 왕국군 기사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나중에 가서 고맙다고만 전해주세요. 어차피 기사라는 신분을 가지게 된 이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데우스 왕자는 허리를 깊이 숙인 채 대답을 한 뒤에 고개를 들었고 너무 어색한 분위기가 유지되자 이레스가 먼저 크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적들의 피해상황은 대충 유추할 수 있나요?”
“기사 삼백여 명 사망, 병사 오천여 명 사망했습니다. 중상자는 솔직히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공성병기는 말했듯이.”
“대파했죠. 대파.”
이레스가 씨익 웃으며 대신 대답해주자 크리스도 똑같이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오늘 아침에 진격했던 공성병기가 반란군이 보유한 공성병기의 전부였다면 다른 공성전은 수월할 게 분명했다.
적들은 다른 공성병기 없이 파쇄차와 공성사다리만을 이용하여 요새를 빼앗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마스터와 정령검사 둘이 존재하는 서방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병력의 차이와 공성병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반란군에게 유리한 것이었는데 만약 공성병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유리한 것은 왕국군이 된다.
똑똑똑.
갑작스레 들려오는 노크 소리로 인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회의실 문으로 돌아갔다.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람은 녹색 가죽갑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인물, 정보를 얻기 위해 적진에 침투시켰던 첩보병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병사가 바로 데우스 왕자의 곁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동그랗게 말아놓은 양피지를 건넸고, 그 양피지를 받은 데우스 왕자는 펼쳐보지도 않은 채 바로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바실리아스에게 넘겼다.
촤르륵!
“…….”
바로 양피지를 펼치고 병사가 입수한 정보를 훑어보던 바실리아스가 분필을 들고 미리 준비해놓은 거대한 칠판에 적기 시작했다.
“으으음.”
헥토스 왕국의 기사들이 칠판을 가득 채우는 적들의 정보를 보고 신음을 흘렸고, 이레스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아직도 남아있다고?”
첩보병이 가져온 정보를 통하면 반란군 후방에서 대장장이들이 분해된 정란 두 대와 투석기 다섯 대를 조립하고 있다고 했다.
이레스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칠판을 바라보는 크리스에게 물었다.
“내일 바로 투입시킬까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도 오늘의 사건이 있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진시킬 테니.”
잠시 말을 끊은 크리스가 고개를 돌려 헥토스 왕국의 기사 셰인토와 헬버튼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미 반란군은 대패했고, 병력은 적지만 강한 무력을 지닌 기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경비가 강화되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야습을 하라는 말인가?”
헬버튼의 질문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레스의 옆에서 라크가 만든 물방울을 가지고 전쟁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 고민을 하는 반데크를 바라보았다.
“반데크 공자님.”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
오늘도 죽을 뻔했는데 또 위험한 야습에 투입해달라는 말이었다.
반데크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입만 벙긋거렸지만 이레스가 째려보는 순간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엘리스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주면 이레스는 미래의 형님이었기에 그에 눈에 벗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마스터가 있어 안전성이 보장되었기도 했다.
크리스는 감사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다시 첩보병이 가져온 정보가 적혀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회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다시 한 번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회의실 문으로 돌아갔고, 데우스 왕자의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 창백한 얼굴을 한 병사가 안으로 들어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서, 서문을 담당하고 있는 3조 백인장 하메드라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
크리스를 대신해 데우스 왕자가 직접 질문을 하자 백인장 하메드는 더더욱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바, 밖에.”
“……밖에?”
헥토스 왕국의 인물들은 그 뒤에 들려오는 하메드의 보고를 듣고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테라인 왕국의 인물들은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와 요새의 서문으로 향했다.
물론 헥토스 왕국의 인물들도 따라 서문으로 향했다.
깜짝 놀란 것은 당황해서가 아니라 테라인 왕국군과 마찬가지로 너무 반가웠기 때문이었다.
서문으로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활짝 열린 성문과 그 앞에 서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취이익! 주인!”
성문 앞에 서 있는 인물 중에 한 사람, 인간보다 더 뛰어난 신체와 돼지의 외형을 가진 괴물이 달려오더니 이레스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취이익! 검은갈퀴부족의 족장 케르취! 주인을 뵙습니다!”
“취이익! 검은갈퀴부족의 팔백사십이 번 전사 하크룩! 주인을 뵙습니다!”
“취이익! 검은…….”
레이온 왕자와 그레이즈 공작의 명령을 받고 먼저 출발한 테라인 왕국 지원군의 선봉대 오크라이더들이 도착한 것이었다.
테라인 왕국군이 인사를 하는 오크들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지만 헥토스 왕국의 인물들은 오크들을 지나 성문 가까이 걸어가 경갑을 착용한 중년인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헥토스 왕국의 기사 셰인토가 왕국의 마스터 헨들릭스 공작님을 뵙습니다!”
“헥토스 왕국의 기사 알켄트가 왕국의 마스터 헨들릭스 공작님을 뵙습니다!”
헥토스 왕국의 기사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중년의 사내, 헨들릭스 공작에게 인사했고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며 헨들릭스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모든 기사들이 동시에 대답했지만 이미 기사들이 도착하기 전에 병사에게 모든 것을 들었던 헨들릭스 공작은 기사들의 어깨를 일일이 두들겨준 뒤에 기사들의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인물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저하.”
“…….”
헨들릭스 공작은 데우스 왕자의 아버지, 즉 헥토스 국왕의 직속 호위 기사였다. 하지만 그런 헨들릭스 공작은 호위기사로서 주인을 지켜내지 못했다.
“후우.”
데우스 왕자는 그런 헨들릭스 공작을 빤히 바라보다 작게 숨을 고른 뒤에 손을 내밀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호위기사임에도 헥토스 국왕의 옆을 떠난 것은 동맹국이자 데우스 왕자가 지나야 하는 테라인 왕국 동방 경계선에 기마민족이 침입하여 길이 막혀 헨들릭스 공작이 직접 기마민족을 물리치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을 말이다.
“일어나세요. 헨들릭스 공작. 지금은 용서를 구하고 그 용서를 받을 시간이 없습니다.”
“저하…….”
“헥토스 왕국을 무너트린 역적을 처단한 후, 그 후에…….”
말을 흐리는 데우스 왕자의 모습에 헨들릭스 공작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데우스 왕자는 그제야 자신을 바라보는 헨들릭스 공작을 향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 후에 죄를 묻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일어나 내일 전투를 대비하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반란군의 첫 번째 총공격을 막은 그날은 첫 번째 고비를 넘긴 날이기도 하였지만 그레이즈 가문이 자랑하는 오크라이더와 마법공학자 데미안, 그리고 헥토스 왕국의 마스터 헨들릭스 공작이 다시 합류한 날이기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