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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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82화
제4장 수성전Ⅰ (1)
전생의 이레스는 테라인 왕국의 무력을 담당하는 기둥 중에 하나를 맡고 있는 가문의 가주였으며, 전장에서는 정령검사로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었다.
40년의 삶 중에 절반을 몬스터 토벌 또는 산적 토벌, 헥토스 왕국 연합군 선봉대에 서서 전투까지 벌였기에 얻을 수 있는 병명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즈 가문이라는 거대한 가문의 주인이어서 그런 것인지, 소수 대 다수의 전투, 병력의 불리함이 작용되는 전투는 단 한 차례도 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공성전은 해봤어도 그것은 성을 함락시키는 쪽이었지 수성을 하는 쪽에 서서 전투를 벌여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레스의 곁에는 헥토스 왕국의 기사 셰인토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생과 그렇지만 현재의 이레스도 수성전은 해본 적이 없는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다.
히이잉!
손을 드는 것과 동시에 천천히 군마를 멈춰 세운 반란군 기사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따라 돌진하던 기마병들 머리 위쪽으로 보이는 불길에 시선을 고정했다.
“……치잇.”
군마 위에 올라탄 기마병들 머리 위를 넘어설 정도의 불길이라면 지휘관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10분, 최대 30분 정도는 병사들의 움직임이 멈출 것이 분명했다.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린 기사가 다시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았다.
지금 성벽과 자신들의 거리를 생각하면 멍하니 서 있을 시 적들의 공격에 먹이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성벽 가까이 붙어 준비하라!”
히이잉!
공성전 시 기마병들은 대부분 본진의 좌익과 우익에 자리를 잡아 적들이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것을 대비하지만 선봉대에 서서 성벽 앞으로 달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군마를 타고 성벽을 오르지는 못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성벽 앞까지 도착했다는 것을 통해 적들에 집중력을 흩뜨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마병들이 동시에 검을 회수하고 말 엉덩이 쪽에 걸어놓은 방패를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무리 공성전에서 기마병들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고 해도 일단 견제를 하기 위해 적들이 공격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터인데 왕국군은 오로지 불의 길에 휩싸여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는 중갑병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두두두두.
기마병과 함께 성벽을 향해 달려가던 기사는 그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문득 등 뒤에 만들어진 불의 길이 떠오르며 한 가지가 예상되었다.
“서, 설마……. 멈춰라!”
황급히 말을 멈추며 소리친 기사였지만 기계와는 다르게 살아있는 동물이었던 군마는 명령과 주인의 신호가 도착한 후에도 몇 미터를 더 달려간 후에 멈춰 섰다.
문제는 그 몇 미터 앞에 이레스가 만들어놓은 함정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풍덩!
“으아악!”
히이잉!
“하, 함정이다!”
기마병들이 밟고 있는 땅이 뚝 꺼지며 깊은 물웅덩이가 군마와 함께 병사들을 집어삼켰다.
고개를 살짝 떨어트려 함정에 빠진 기마병들을 바라본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다시 전방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바람의 화살을 날리며 중얼거렸다.
“역시 무게가 다른가?”
전날 밤 반데크와 함께 함정제작을 마친 이레스는 마지막 작업으로 함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그 위에다가 얇고 물에 적셔 단단하게 굳힌 흙을 덮어놓았다.
감추지 않은 함정은 그저 장애물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무너트리는 것도 정령의 힘이 필요할 정도의 단단하고 굵은 흙벽으로 그 위를 덮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갑옷을 입고 달려오는 병사들과 수백 킬로는 나가는 군마를 타고 달려오는 기마병을 생각해보니 수동적으로 함정을 발동시키는 것은 정령력만 소모되는 아까운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굵고 단단하게 만들어도 수백 킬로나 나가는 군마가 한 마리만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마리가 달려오니 아래쪽이 비어있는 땅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무너지도록 얇게 만들었다.
“모든 병사들은 기마병들을 향해 공격을 집중하라!”
절반의 기마병들이 물구덩이 속으로 빠지고 남은 절반의 기마병이 말을 뒤로 물리는 순간 성벽 위에 자리하고 있던 셰인토의 명령이 떨어졌고, 모든 궁병들의 활시위가 그들에게 향하며 풀어졌다.
슈슈슉!
크아악!
* * *
“…….”
선봉대가 무너졌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고 싶어도 눈앞을 가로막는 불의 미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힘들었다.
공성병기를 호위하듯 뒤를 따라 말을 몰던 지휘관이 불의 미로와 그 앞에서 들려오는 기마병들의 비명을 듣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함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함정이 존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바로 그 전날 전투가 일어났으니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가만히 전방을 바라보던 지휘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법사는?”
“5분 뒤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작은 통신 구슬을 쥐고 한 손으로 작은 기창(깃발이 달려있는 창)을 들고 있던 통신병의 외침에 지휘관이 공성병기가 무너지며 우왕좌왕하는 공병들을 향해 소리쳤다.
“정란을 무너트려 길을 확보하라!”
정란은 거대한 탑의 형태를 지닌 공성병기로서, 성벽 위를 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성병기이자 병기 안에 준비해둔 사다리를 걸쳐 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된 공성병기였다. 그렇기에 다른 공성병기에 비해 몸집이 거대했다.
끼이잉.
콰아아앙!
정란이 성벽을 향해 무너지며 거대한 소음과 함께 정란이 무너진 장소에만 불길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지금 무너트린 공성병기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라는 단점을 활용한 불공을 막기 위하여 겉에 금속판으로 덧씌웠지만 안은 나무였으니 길을 만드는 것은 오랫동안 지속할 수가 없었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병사들을 진격시켜라!”
“옛!”
한 기사의 대답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병사들이 정란 위로 올라가 불의 미로에서 벗어났다.
물론 그 상황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화염에 휩싸인 병사들도 있었지만 그에게 있어 더욱더 문제인 것은 불의 미로로 인해 공성병기를 성벽 가까이 진입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냉철한 판단력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적들의 공격을 대비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병사들을 지휘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다리는 맨 마지막, 마법사에 도착과 함께 움직이며 가장 먼저 성벽에 진입한 병사들을 사정거리에 도착하는 순간 화살을 날려 적들을 견제하라!”
우와아아아!
병사들의 함성과 함께 성벽 위에 자리하고 있던 궁병들과 정란을 뛰어넘어 불의 미로에서 벗어난 병사들이 서로를 향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지휘관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불의 미로에서 길을 만들어준 정란을 바라보았다.
쇠가 달구어지며 그 위로도 올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마법사를 뒤에 태운 수십 명의 기사들이 도착했다.
지휘관이 마법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기 전에 정란 주위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불의 미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전부 진화작업을 실행하지 말고 공성병기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만 소화 작업을 시작하여 길을 만들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기사의 뒤에 앉아있던 마법사들이 동시에 말 위에서 내리며 지팡이를 앞으로 내세우며 주문을 외웠다.
“……아이스 필드!”
“……아쿠아 볼!”
대부분이 3~4서클 마법사로, 전투에 집중된 워메이지들이었다.
대지가 푸른빛으로 물드는 것과 동시에 얼음송곳이 사방에 솟아올라 불꽃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녹여 불을 잠재우기 시작했고, 거대한 물의 구가 날아가 불의 미로를 공격했다.
치이익.
지휘관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마법사들에게 다시 명령을 내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얼음을 제외하고 물과 흙을 이용하여 불길을 잠재워라!”
물을 통하여 불의 미로를 진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판단되었다.
단 한 번 작은 범위에 불꽃이 옮겨 붙었을 뿐인데도 통로처럼 길게 이어진 구덩이를 따라 빠른 속도로 불길이 솟아올랐었다. 즉 그 통로같이 길게 이어진 구덩이 안에 기름이 존재했다는 것이었다.
마법사들도 지휘관과 마찬가지로 단 한 차례의 공격에 불과했지만 그 공격을 통해 저 불길 안에 기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다시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마법을 이용하여 물폭탄을 날리고 흙을 이용하여 땅을 메꾸며 불길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지휘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불의 미로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다시 화염에 휩싸여 정란 위로 올라갈 수 없게 되자 불의 미로 안쪽과 바깥쪽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중갑병들이 방패를 들어 화살을 튕겨내고 궁병들이 성벽 위로 화살을 쏘아 보내며 안정적인 방식으로 적들과의 교전을 대처하고 있었다.
히이잉!
몇 분이 지나고 불길이 잠재워지기 시작하는 순간 지휘관은 말을 이끌고 마법사 쪽으로 달려 나가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쉬이익!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지휘관은 마법사들을 목표로 삼고 날아왔던 오러소드의 주인, 하늘 위에 떠있는 채로 검을 연신 휘두르고 있는 검은 머리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의 청년이 하늘 위로 떠오르는 순간 바람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날아오고 흙가시가 솟아올라 병사들을 공격했다.
반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테라인 왕국과의 교류가 좋았던 헥토스 왕국이었기에 바람과 땅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이가 누구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레스.”
정령검사이자 대마법사인 아드렌 후작이 만든 그레이트 실드를 부쉈던 무인, 이레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