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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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78화
제2장 기마민족의 최후 (1)
서방 경계선 요새로 진격했던 반란군이 시가전 전투에서의 완패로 인해 성 밖으로 물러나는 순간 병사들은 승리로 인한 함성을 질렀지만 간부급 인물들은 황급히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전투는 끝났지만 아직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었기에 반란군이 물러가는 순간 회의실로 모이라는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끼이익.
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기사들은 자신의 시야로 헥토스 왕국의 1왕자인 데우스 왕자가 눈에 들어오자 감전이 된 듯이 몸을 파르르 떨더니 그의 앞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헥토스 왕국의 기사 알켄트! 1왕자 데우스 왕자님을 뵙습니다!”
“헥토스 왕국의 기사 셰인토! 1왕자 데우스 왕자님을 뵙습니다!”
“헥토스 왕국의 기사…….”
모든 기사들이 인사를 했고 데우스 왕자는 그런 기사들을 한 사람씩 바라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어나세요.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거나 아는 얼굴이 있어 잘 있었냐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지금 헥토스 왕국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아주 창피한 일이었다.
“예!”
기사들이 동시에 대답을 하고는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데우스 왕자는 그런 기사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거대한 지도 양옆에 서 있는 바실리아스와 크리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
크리스가 대답을 하고 바실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제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러니.”
크리스의 제안에 바실리아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서 있던 헤라가 들고 있는 두 개의 유리병에서 빨간 압정과 파란 압정을 꺼내 지도에 꽂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붉은색 압정과 파란색 압정이 꽂히기 시작하는 거대한 지도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회의실에 앉아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이야기를 들었지만……. 알켄트 기사님. 다시 한 번 현 상황에 대해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예.”
이레스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바실리아스의 부탁으로 인해 헥토스 왕국의 현 상황을 알려주었지만 알켄트는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귀찮음을 느끼지 않은 듯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현재 반란군은 성도를 점령과 동시에 대마법사 아드렌 후작을 막기 위하여 북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현재 성도를 중심으로 동쪽과 남쪽 지역은 전부 점령당한 상태입니다.”
“서쪽으로 진격하는 반란군의 사령관은 누구인가?”
지도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헬버튼이 손을 들며 질문하자 알켄트는 천천히 거대한 지도를 향해 걸음을 옮기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전 귀족파, 현 반란군인 칼렉 백작가로 서방 경계선에서 가장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영지의 영주입니다.”
알켄트의 대답과 동시에 바실리아스가 붉은색 압정으로 그가 가리키고 있는 지역, 서방 경계선에서 가장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영지 중앙에 꽂아 넣었다.
“백작급인가?”
붉은색 압정이 표시하는 거대한 영지는 테라인 왕국의 계급 영토 범위로 확인하면 백작급의 영토였다.
알켄트가 헬버튼의 작은 중얼거림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
“칼렉 백작가의 병력은 총 사만이며 반란군 본진에서 지원 온 병력까지 포함하면 총 팔만, 기사는 일백 이상, 마법사는 삼십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허나 이번 전투에서 대패를 하였기에 병력은 총 육만입니다.”
“많군.”
아무리 마스터가 초인이라고 하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그들도 피로라는 것이 존재했고 마나의 양이라는 것도 존재했으니 육만의 병력, 일백의 기사, 삼십의 마법사와 전투를 벌이기 위해서는 사령관을 쓰러트릴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최소 삼만의 병력이 필요하고, 사령관을 쓰러트린 이후 차례대로 기사들을 쓰러트리기 위해 그들을 막아낼 수 있는 육십의 기사, 삼십의 마법사를 막을 수 있는 열 명 이상의 마법사가 필요했다.
허나 현재 헥토스 왕국 서방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는 병력은 일만 오천이 전부였으며, 그들도 성문이 뚫리며 시가전을 통해 많이 줄어들어 일만 삼천의 병력, 육십 이하의 기사, 통신을 위해 자리하고 있는 다섯 마법사와 전투 마법사 한 사람이 전부였다.
크리스가 잠시 생각하는 듯이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가 그 옆에 서 있는 알켄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반란군의 총 병력을 예상하실 수 있으십니까?”
“사십만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사십만…….”
사십만 군대에서 팔만의 군대가 서방 경계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아주 단순한 이야기였다.
“다른 곳은 전멸했나 보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침묵으로 가득 찬 회의실이었기에 이레스의 목소리는 모두가 들을 수 있었지만 헥토스 왕국의 기사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의 말대로 전멸, 또는 항복을 통해 현재 헥토스 왕국군의 영역은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턱을 괸 채로 지도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바실리아스를 바라보았다.
“바실.”
바실리아스가 부름에 응답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자 이레스는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는 기사들을 쓰윽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현재 헥토스 왕국군이 반란군을 몰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없지?”
“…….”
끄덕.
망설일 이유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바실리아스였고 그 모습에 몇몇 기사들이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데우스 왕자가 이레스의 질문을 받아가듯 바실리아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테라인 왕국군이 찾아온다면 가능성은 있습니까?”
“…….”
바실리아스가 대답 대신 데우스 왕자를 바라보다 이레스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이내 헤라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지원군이 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지원군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인물이 사령관을 맡고 있는지 몰랐기에 확실하게 답할 수가 없던 것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바실리아스의 수화를 해석하던 헤라가 데우스 왕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원군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요.”
“이레스 공자님.”
데우스 왕자가 바로 이레스를 돌아보았고 그는 계속해서 턱을 괸 채로 지도를 바라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원군의 구성을 알려주었다.
“총 십만이 출진했으며 일단 선봉대로 왕국군 일만 삼천의 병력, 그레이즈 가문 이만, 귀족파 칠천, 기사 팔백으로 총병력 사만입니다.”
총 십만의 병력이라고 했다. 그것은 선봉대가 사만이라면 뒤늦게 출발한 지원군은 육만이라는 뜻이었다.
“사령관으로는 누가 오냐고 묻는데요?”
“왕자님.”
“…….”
빠르게 움직이며 다시 질문을 던지려던 바실리아스의 손이 멈췄고, 지원군에 대한 정보로 인해 모두가 눈을 빛내며 바실리아스와 이레스를 번갈아 바라보다 이레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왕자님?”
데인이 고개를 갸웃했고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 설마.”
“…….”
멍하니 이레스를 바라보던 바실리아스가 자신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헤라의 어깨를 살짝 건드린 후에 수화를 했다.
“보좌는요?”
“아부지.”
“……미친.”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던 한 기사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분노해서가 아니라 지원군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상상도 못한 이들이어서 어이가 없던 것이었다.
당연했다.
아무리 혈맹처럼 묶여있는 테라인 왕국이지만 지원군으로 한 나라의 왕자, 그것도 유일한 왕자가 사령관이 되어 찾아오고 그를 보좌하기 위에 테라인 왕국에 또 다른 마스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원군으로 테라인 왕국군이 온다고 하였을 때 지원군 중에 마스터는 먼저 도착한 헬버튼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 자체가 한 나라의 국왕이라면 품 안에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비장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군으로 마스터 한 사람을 보낸 것 자체에서 아주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또 다른 마스터가 찾아온다고 했다.
마스터 헬버튼.
마스터 그레이즈 공작.
“……”
생각을 하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던 바실리아스가 다시 수화를 했고, 헤라가 수화를 해석하고 물었다.
“혹시 케르취도 오나요?”
“라이더 이천, 전사 삼천. 대장은 케르취라고 하드라.”
바실리아스는 바로 고개를 돌려 지도를 바라보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헤라에게 수화를 했다.
물끄러미 바실리아스의 수화를 바라보던 헤라가 이레스 뿐만이 아니라 회의실에 자리한 이들 전체를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이길 가능성은 칠 할이라고 하네요.”
“오오.”
바실리아스의 말 한마디는 현재 서방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는 기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도 있고 올릴 수도 있었다.
실피아 공주와 함께 찾아온 테라인 왕국의 기사와 책략가는 지금까지 반란군을 막아내게 해준 뛰어난 책략가였다. 그래서 헥토스 왕국의 기사들은 테라인 왕국의 지원군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작게 환호를 하는 기사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씨익 미소를 그렸다.
바실리아스가 헥토스 왕국 지도에다가 압정을 꽂을 때마다 기사들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반란군을 뜻하는 붉은색 압정이 지도에 칠 할을 집어삼켰기 때문에 하나하나 꽂힐 때마다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나갈 정도의 절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우스 왕자는 마치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감정을 심어주기 위해 질문을 던졌고, 이레스는 그의 질문이 뜻하는 중요함을 파악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물론 바실리아스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레스, 그 자신이 생각해도 아무리 사십만의 대군이 적이라도 두 명의 마스터가 지원군으로 찾아오고 있고, 헥토스 왕국에는 아직 대마법사와 마스터 기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가 바실리아스의 대답을 이어가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발목이 묶여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마법사 아드렌 후작님이 건재하며 헨들릭스 공작님도 며칠 내로 돌아오며 현재 헬버튼 님이 이 자리에 계십니다.”
마스터 경지의 무인만 셋이 존재하고 발목이 묶여있지만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대마법사 아드렌 후작도 존재했다.
크리스가 헥토스 왕국의 기사들을 쭈욱 훑어보더니 데우스 왕자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일주일, 아니 일주일도 채 안됩니다.”
“……”
“그 안에 버티면 희망이 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병력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차이를 메우고도 남을 초인이 넷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도 바실리아스도 심지어 미래를 알고 있는 이레스도 하나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레스가 알고 있는 미래와는 달리 지금에 헥토스 왕국은 반란을 통해 전쟁이 시작되었고, 그 반란의 중심에 헥스 공작이 존재하다는 것이었다.
* * *
푸우욱.
날카롭게 다듬어진 롱소드가 칸의 심장에 박히더니 등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크크큭.”
장기가 손상되어 피가 역류해 입 밖으로 튀어나왔지만 칸은 그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흘렸다.
“잊고 있었어. 크크큭.”
자신의 백성.
자신의 아들.
자신과 함께 전장을 누볐던 수호자들까지 단 하나의 착각으로 인해 죽었고 아주 오랫동안 이어진 이야기였기에 그것을 잊어 대평야가 피로 물들었다.
검은색 갑옷을 착용한 노인이 대답 대신 입을 꾹 다문 채 칸을 바라보다 천천히 롱소드를 뽑아드는 순간이었다.
턱.
롱소드를 쥔 노인의 손을 붙잡은 칸이 씨익 미소를 그리며 자신의 거대한 대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리 죽을 수는 없지.”
부우웅!
마스터 고유의 기술인 오러블레이드가 감싸고 있는 거대한 대검이 공간을 찢으며 휘둘러졌지만, 노인은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롱소드를 잡은 손을 강하게 비틀었다.
푸부북.
손목이 강하게 회전하는 순간 날카로운 검신이 강한 회전을 하며 칸의 심장을 분쇄해버렸고, 그 순간에도 칸이 눈을 부릅뜬 채 대검을 휘둘러 노인의 머리 앞까지 대검을 내려치는 순간 날카로운 검신이 칸의 손목을 향해 날아왔다.
촤악!
한번 휘두르는 순간 대검을 쥐고 있던 칸의 오른손 팔목이 잘려나갔다.
퍼어억!
노인과 똑같이 흑색 갑옷을 착용한 청년이 다시 검을 들고 휘두르자 거대한 검면이 손등을 가격하며 대검과 함께 잘려나간 손목을 하늘 위로 날려 보냈다.
아무리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도 심장이 멈추면 죽는다.
인간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지만 그들도 피와 살, 장기로 이루어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촤아악!
하늘 위로 날아가는 대검과 칸의 손목을 바라보던 노인이 철창을 빼내는 순간 칸의 신형이 앞으로 쓰러졌다.
털썩.
“…….”
대평야에 자리하고 대평야에 살아가며 어떤 나라에게도 굽히지 않았던 기마민족의 최후는 단 하루, 아니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노인이 피와 살가죽이 붙어있는 자신의 철창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허공에 휘둘러 털어내며 청년에게 물었다.
“끝인가?”
“예. 아버님.”
기마민족은 한 나라의 무력과 비슷한 무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나라들이 공격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대평야라는 영토를 정복하기 위해 기마민족과 싸울 만큼 영토 자체에 커다란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공격하지 않은 것이었다.
대평야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황폐한 땅이었으며 사냥을 하고 싶어도 사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 숲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기마민족은 약탈과 말 또는 양 등의 가축을 키우며 살아갔다.
오로지 가축을 키워야만 살아갈 수 있는 영토가 대평야다. 그래서 대평야와 인접해 있는 왕국과 제국은 대평야를 정복하기 위해 군사를 보내지 않았다.
농사도 지을 수 없는 특산물이라고 해야 말밖에 없는 그저 땅덩어리만 크고 속이 비어있는 영토는 정복을 하더라도 오히려 유지비만 더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웃긴 것은 기마민족에서 머리 좀 쓰는 인물들이라면 왜 왕국이나 제국이 대평야를 공격하지 않는 것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맘 놓고 약탈을 했다.
자신들의 처지를 알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