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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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77화
제1장 지원군 (2)
촤아악!
“크아아악!”
끌어오른 사기가 흥분으로 이어져 기사들보다 먼저 반란군 앞에 도착했던 병사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푸르르.
철갑으로 두른 기마가 작게 울음을 토하는 순간 왕국군 병사들이 걸음을 멈추더니 군마 위에 앉아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아, 아이언 나이트.”
한 병사가 작게 중얼거리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검도 뚫지 못할 거 같은 단단한 철갑옷을 착용하고 언월도를 들고 있는 기사, 헥스 가문에서 직접 키우고 직접 훈련시킨 108명의 정예기사, 아이언 나이트였다.
철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두 동강 난 왕국군 병사를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전부 죽…….”
쉬이익!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사의 시야로 날카로운 검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피하지 못하거나 막지 못할 적의 기습이 아니었다.
“훗.”
카아앙!
작게 실소를 흘린 기사가 땅으로 늘어트린 언월도를 강하게 휘둘러 검을 튕겨냈다.
아이언 나이트.
헥스 가문의 최정예 기사들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익스퍼드 최상급 경지에 올라있으며 헥토스 왕국의 자랑인 미스릴로 제작된 갑옷과 무구를 착용하고 심지어 군마에게도 철갑옷을 착용시킨 기사들이었다.
자신에게 쏘아지던 검에 담겨있던 기운이 너무 미약하여 언월도를 휘두르지 않아도 갑옷에 의해 튕겨져 나가겠지만 기사는 반란군에 사기를 끌어올리는 듯이 무거운 언월도를 휘둘러 튕겨냈다. 하지만 아이언 나이트는 착각하고 있었다.
평범한 기사들과 전투를 벌인 적이 없었고 반항군 소속의 기사 수십을 쓰러트리다 보니 자만심이 생겨 테라인 왕국의 지원군도 자신에게 상대가 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죽여…….”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검을 바라보며 다시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던 아이언 나이트가 눈을 부릅뜨며 옆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호오, 헥스 공작이라는 자가 생각보다 대단한 아이들을 키워냈군.”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잠깐이지만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것일 뿐인데 어느새 테라인 왕국의 지원군인 한 중년인이 자신의 옆에서 병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흐으읍!”
아이언 나이트는 황급히 언월도의 창대 끝을 내리쳐 그를 떨어트리려고 했지만 헬버튼은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이었다.
쉬이익!
탁.
아무리 미스릴로 만들어진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상대가 자신보다 경지가 낮다면 그것을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날카로운 검날을 잡고 있음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철갑옷으로 무장한 군마와 그 위에 앉아있는 기사를 향해 주먹을 연달아 휘둘러도 끄떡없는 신체와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들이었다.
콰아앙!
40대 중반의 사내가 가진 주먹이 군마가 착용한 철갑옷에 부딪쳤음에도 거대한 폭발음을 일으키며 하늘 위로 떠올랐다.
아이언 나이트가 날아가는 충격과 함께 헬버튼의 공격으로 인해 갑옷이 파손되며 파편이 장기에 박힌 것인지 그대로 절명해버리자 헬버튼은 다시 반란군들 앞에 서서 성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지키는 것보다는 빨리빨리 끝내는 게 좋겠군.”
성문이 무너진 이상 반란군을 성 밖으로 쫓아낸다고 하여도 다음 전투는 왕국군에 사기를 떨어트리고 시작하는 시가전이었다.
헬버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반란군 병사를 바라보는 순간 그의 옆으로 헥토스 왕국의 기사가 걸어와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쉬이익!
촤악!
반란군 병사의 목이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헬버튼을 따라 동문을 지원하러 왔던 기사가 땅으로 떨어진 반란군 병사의 목을 빤히 바라보다 크게 숨을 들이쉰 후에 큰 소리로 외쳤다.
“반란군을 처단하라!”
우아아아!
* * *
드르르륵.
거대한 중검을 땅에 늘어트린 채 천천히 본성으로 걸음을 옮기던 이레스는 성문 앞에 서 있는 데인과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라크를 빤히 바라보다 2층 테라스에서 활을 겨누고 있는 헥토스 왕국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심각하네.”
성도와 서방 경계선과의 거리가 비교적 짧다고 해도 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영지만 다섯 개나 되었다. 그런데 반란이 일어났다는 정보가 도착한 지 보름도 채 안 되어 서방 경계선까지 반란군이 진격했으니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볼 수 있었다.
“심각하죠.”
데인이 자신의 중얼거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했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자 이레스는 이내 천천히 몸을 돌려 동쪽 성문을 바라보았다.
“아군의 수는?”
“총 병력은 사만이었는데 지금은 일만 오천으로 줄었습니다.”
처음 엘리스 공주와 함께 헥토스 왕국의 서쪽 경계선 요새에 도착했을 때는 전투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그다음 날 테라인 왕국의 지원군을 막기 위해 반란군이 도착하여 전투를 벌이기는 하였다.
삼 일 전만 해도 사만의 병력이 요새를 공격했다.
병사들을 지휘할 만한 기사가 부족했던 서방 경계선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함락당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을 데인과 레어울프 기사단이 막아냈다.
레어울프 기사단은 각기 따르는 병사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지휘한 경험이 있었고, 데인은 테라인 왕국 동방 경계선에서 근무를 하며 병사들을 지휘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반란군에도 뛰어난 지휘력을 가진 기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절반은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암살과 특수 임무에 특화된 기사단인 레어울프 기사단이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들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었다.
지휘관을 잃으면 병졸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사기를 떨어트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던 지휘관이 적들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일어나게 되고 병력의 차이가 비등하다면 그것은 도망, 즉 탈영까지 이어지게 된다.
데인에게서 레어울프 기사단의 암살 임무를 듣게 된 이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레어울프 기사단 단장 라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레어울프 기사단!”
“하하하!”
사람이 죽고 죽는 전장에서 농담을 건네는 이레스의 모습이 너무 신기했는지 웃음을 터트리고만 라크였다.
이레스가 그런 라크를 향해 씨익 미소를 그려준 후에 고개를 돌려 본성으로 향하던 기다란 다리를 바라보았다.
“본성으로 향하는 길은 요거 하나냐?”
“아뇨, 뒤에 하나 더 있습니다.”
“안전은?”
“한 사람은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습니다.”
데인의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이레스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화는 끝이 나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오고 쇳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움직였으니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헬버튼이 적군 본진에서 요새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동문을 수비하러 향했으니 동쪽 성문에서 요새 안으로 들어오는 이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알기로 헥토스 왕국에 존재하는 마스터 무인은 헨들릭스 공작과 헥스 공작에게 충성을 다하는 충복 막다인 자작밖에 없었다.
헨들릭스 공작을 염두에 두고 서방 경계선을 침공할 때 반란군이 막다인 자작은 파견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레스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레스는 막다인 자작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이동하던 크리스가 고개를 저으며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이유는 북방 경계선에 발목이 묶여있는 대마법사 아드렌 후작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막다인 자작이 가진 힘이 반드시 필요하니 북방 경계선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이었다.
물론 예상일뿐이었지만 이레스는 막다인 자작이 온다고 하여도 헬버튼이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마스터와 마스터 간의 싸움은 1년에 한두 번, 그것도 대련을 통해 볼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한 대결이었다.
마스터라는 존재 가치 때문에 전장에 파견하더라도 서로의 마스터끼리의 충돌은 피한 것도 있었지만, 최근 10년간 나라 간의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헬버튼은 최근에 기마민족의 마스터 칸과 전투를 벌였지만 막다인 자작은 마스터 경지에 오른 이후 마스터와 전투를 벌인 적이 없었다.
경험의 차이.
분명 그것이 헬버튼이 전투를 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레스가 동쪽 성문에서 시선을 떼고 북쪽 성문과 남쪽 성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데인에게 물었다.
“북쪽과 남쪽, 어디가 더 적이 많아?”
“북쪽입니다.”
“그럼 내가 남쪽 갈 테니까, 니가 북쪽가라.”
“……”
데인은 대답을 하지 않고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원래 실력이 더 뛰어난 이가 적군의 수가 많은 곳으로 향해야 하는데 이레스는 그런 것을 완전하게 무시했다.
“죽을 수도 있는데요?”
“여기서 기다리면 반데크 올 거니까, 함께 움직여.”
“……반데크가 누굽니까?”
데인은 반데크를 본 적이 없었다.
엘리스 공주와 함께 헥토스 왕국으로 향한 후에 반데크가 도착했고 그전에도 반데크라는 인물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푸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앤데. 아……”
잠시 생각을 하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라크를 바라보았다.
“아시죠?”
“압니다.”
뿌득.
라크가 대답을 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갈았다.
그레이즈 가문 소속의 사람들 중에 반데크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다짜고짜 엘리스 아가씨에게 청혼한 인물이 반데크였다.
계급이 낮은 일개 병사에게도 존대를 하고 근무가 힘들까 봐 걱정을 해주는 다른 귀족의 여식과는 다르게 아주 착한 자신의 아가씨에게 청혼을 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얼굴을 본 적이 없어도 이름만 들으면 이를 부득부득 가는 그레이즈 가문의 기사들이었다.
“크큭, 그럼 난 남문으로 갈 테니까, 너는 반데크가 도착하면 함께 북문으로 향하고 라크 님은…….”
“계속 본성을 지키겠습니다.”
아직도 반데크라는 이름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인지 인상을 찌푸린 채 말하는 라크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럼 다 끝나고 보자고.”
드르륵.
거대한 중검을 바닥에 끌며 멀어지는 이레스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데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라크를 바라보았다.
“라크 형님.”
“왜.”
까드득.
이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계속해서 이를 가는 라크의 모습에 데인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과 함께 다시 반대편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반데크가 누굽니까?”
“아가씨에게 청혼한 빌어먹을 정도로 재수 없게 생긴 놈.”
“……”
그 말이 끝이었지만 데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 * *
“후아……. 힘들구나.”
물의 정령 라크와 함께 진화작업을 마친 반데크는 본성으로 향하며 반란군이 보이는 족족 검을 휘둘렀다.
“라크야, 물 좀 뿌려줘.”
성벽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진화 작업을 하고 진화작업이 마치는 순간 본성으로 향하며 반란군을 쓰러트리다 보니 이미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크르릉.
늑대의 형상을 띠고 있는 물의 정령 라크가 작게 울음을 토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반데크의 머리 위로 작은 물의 구가 생성되어 아래로 쏟아졌다.
촤악!
어차피 땀으로 온몸이 젖은 상태이니 물에 젖어도 처음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계속해서 라크와 함께 본성으로 향하던 반데크는 본성 정문 앞에 떡하니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
“저놈인가 봅니다. 형님.”
까드득.
“그렇군.”
까드득.
데인이 이를 바득 갈며 말하며 라크와 똑같이 이를 갈았고, 반데크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이레스 도련님께서 북문으로 가시랍니다.”
“……예?”
반데크가 고개를 갸웃했고, 그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던 데인이 눈을 부릅뜬 채 똑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귀가 막혔습니까. 이레스 도련님께서!”
“…….”
“본성에 어떤 재수 없는 인간이 도착하면!”
이레스는 반데크를 보며 파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했지 재수 없는 인간이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인에게 그는 재수 없는 인간이었다.
엘리스 공녀.
너무 착하고 너무 여린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그레이즈 가문의 보물을 빼앗으려 한 자가 반데크였기 때문이었다.
“저 혼자……?”
“예!”
데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 채 대답했고 너무 당당한 그의 목소리와 또 다른 한 사람이 보내는 강렬한 시선을 이기지 못한 반데크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에휴.”
“이레스 도련님께서! 꼭!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
쉴 틈도 없이 또 싸우러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것인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북쪽 성문으로 향하는 반데크의 모습을 바라보던 라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데인아.”
“예, 형님.”
“도련님의 보복은 어떻게 하려고 남았냐?”
데인이 물의 정령과 함께 북쪽 성문으로 향하는 반데크의 등을 빤히 바라보다 이를 부득 갈았다.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우리 아가씨를 데려가려 한 도둑, 그것도 대도둑입니다.”
“……옹호해주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