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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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73화
제11장 속속들이 도착하는 지원군 (1)
“여기 있습니다.”
“…….”
대장간을 찾은 이레스는 메이안이 건네는 검을 빤히 바라보다 그에게 시선을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무거워 보이네요?”
“어쩔 수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설명을 하는 대신 이해해달라는 듯이 어색한 미소를 그리는 메이안의 모습에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그의 양손에 잡혀있는 검을 자신의 손으로 옮겨 쥐었다.
“……엄청나구만.”
분명 처음 메이안이 건넸던 검은 롱소드였지만, 자신은 조금 더 단단하고 정령의 불꽃을 버틸 수 있는 검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 결과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검이라는 물건은 베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장검이 아닌 무게를 통해 상대를 짓누르는 중검으로 바뀌어 있었다.
양손으로 잡은 뒤에 한 손으로 옮겨 잡자마자 자연스럽게 팔이 땅으로 향했다.
턱.
검집이 바닥에 부딪치며 작은 소음을 만들어냈고, 멍하니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중검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목을 좌우로 꺾은 후에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중검이 다시 한 번 천천히 들어 올려졌지만 이내 땅으로 떨어졌다.
단 한 번의 실험을 통해 순수한 힘으로 들고 사용하기에는 버겁다는 것을 깨달은 이레스가 생각을 하는 듯이 턱을 쓰다듬더니 이번엔 마나를 사용하여 다시 들어 올렸다.
부웅!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하여 수월하게 들어 올릴 수 있었지만 빠르고 연속적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공격은 무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무게감이 느껴졌다.
“어찌하나.”
마나를 통해 신체를 강화시키고 들어 올려도 무게가 느껴지는데 검을 휘둘렀을 때 나타나는 가속도를 통한 무게를 생각하면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이 검을 사용할 시 쾌검 종류의 공격은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뭐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쳤다.
부우웅!
롱소드를 사용하던 전과는 달리 바람을 뭉개는 소리가 들려왔고, 두어 번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던 이레스가 메이안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일단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내일 데우스 왕자와 함께 헥토스 왕국으로 향하게 되다 보니 지금 확인했는데, 망가트린다면 고칠 방법이 없었다.
다시 제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검집에 숨겨두었던 중검의 검신을 꺼내 들었다. 그래도 실험을 해서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 알아두는 것이 좋다는 생각한 것이었다.
스르릉.
검집과 검신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려왔고, 세상 밖으로 나온 중검의 검신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아주 불길한 색이네.”
“금속을 통짜로 집어넣어서 제작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적색이었던 검신은 다시 태어나면서 썩은 피와 같은 검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뭐…… 단단하기만 하면 되니까. 파이슨.”
외관을 통해 검을 고르는 사람이 아닌 이레스였기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에 파이슨의 이름을 부르자 하공에 작은 불꽃이 나타났다.
화르르륵.
허공에 나타난 작은 불꽃은 뜨겁게 타오르다 작은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그 순간 이레스는 중검의 검붉은색 검심을 바라보며 부탁을 했다.
“불을 만들어주실래요?”
-허허허. 기분 좋은 물건이구먼, 잠시만 기다려보시게.
작게 웃음을 터트린 파이슨이 말을 마치는 순간 검붉은색 검신 주위로 거대한 화염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미스릴 단검조차 태워버린 화염이 검신을 감쌌지만 지금까지 파이슨의 화염에 의해 타올랐던 다른 검들과는 달리 그을림이 일어난다거나 금속이 휘어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여기서 조금 더 강한 화염으로 만들면 버틸 수 없다는 듯이 검신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진지한 표정으로 검신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시간이 지날 수록 작은 미소를 그리다 메이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데요?”
“그, 그렇습니까?”
대장장이로서 살아가면서 그 누구보다 뜨거움을 잘 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검신을 태우는 화염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뜨거움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있던 메이안은 열기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지만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반응해주었다.
“…….”
물끄러미 타오르는 검신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만족했다는 듯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파이슨이 만들었던 화염이 사라졌고 중검의 검신이 검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대충 끝난 건가?”
물의 정령인 라크가 중급 정령으로 진화하지는 않았지만, 이틀간의 대련을 통해 반데크의 실력을 높였고, 파이슨의 불꽃을 버틸 수 있는 검도 구했으며, 크리스와 데우스 왕자가 머리를 합쳐 가장 빠르게 헥토스 왕국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생각해보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레스 공자님?”
불꽃을 없애버리는 모습을 보았기에 대장간을 나설 것이라 생각했는데 멍하니 검신만 바라보고 있자 메이안이 조심스럽게 불렀고 깜짝 놀란 듯이 몸을 흠칫 떤 이레스는 바로 그를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대장장이가 검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요.”
공작가의 자제가 허리까지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인지 손사래를 치며 당황하는 메이안을 향해 작은 미소를 그려준 이레스는 대장간을 빠져나오자마자 동방 경계성 본성으로 돌아갔다.
기마민족이 침입했기에 성문에 가장 가까운 지역에 막사를 차리고 있었지만, 기마민족이 사라진 이상 막사에서 생활할 이유가 없었기에 테라인 왕국군도 최소의 병력과 성벽 보수를 위한 인력을 남겨두고 본성으로 돌아갔다.
“충!”
“충!”
본성의 성문을 지키는 두 병사의 인사를 받아준 이레스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더니 본성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기마민족이 후퇴하기는 했지만, 헥토스 왕국에서의 반역으로 인해 동방 경계선 요새는 쉴 틈이 없다는 듯이 다시 회의실에서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테라인 왕국에서 헥토스 왕국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거리는 동방 경계선을 넘어 움직이는 것이었으니 지원군이 지나갈 때를 대비하여 자신들도 출병할 병력과 미리 병사를 보내 길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기사들의 이야기를 듣던 동방 경계선 사령관 헬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하자 이레스도 똑같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씨익 미소를 그렸다.
“먼저 갈게요.”
“……예?”
“지원군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저희는 준비가 끝났으니 먼저 출발할게요.”
“…….”
할튼은 눈을 두어 번 껌뻑이며 바라보았고 이레스는 주위를 둘러보다 한 책상에 놓인 작은 노트와 펜을 발견하고는 휙휙 적더니 종이를 찢어 내밀었다.
“레이온 왕자님이 오시면 이 쪽지를 보여주세요.”
“……네.”
“그럼.”
멍하니 자신의 손에 놓인 메모지를 바라보던 할튼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를 중검을 질질 끌며 회의실을 나왔다.
드르르륵.
공성차가 지나가는 듯한 땅을 긁는 소리와 함께 회의실을 빠져나온 이레스가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헬버튼과 반데크가 수련하고 있는 지하 수련장이었다.
쾅! 쾅!
자신이 들어온 것도 모른다는 듯이 연속적으로 물폭탄을 만들어 쏘아 보내는 반데크와 자신이 도착한 것을 알고 힐끔 고개를 돌리며 인사를 건네는 헬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흥이 돌았구만, 흥이 돌았어.”
오로지 헬버튼에게 집중을 하며 물폭탄을 만들어 쏘아 보내고 달려가며 검을 휘두르는 반데크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리던 이레스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딘 순간, 헬버튼이 다가온 반데크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쳤다.
콰아앙!
“크으윽!”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충격으로 인해 검을 막아낸 반데크가 무릎을 살짝 굽히고 말았고 그 순간 헬버튼이 발을 놀려 무릎이 굽혀진 그의 다리를 가격했다.
퍼억!
“아악!”
“엄살이 심하구나.”
“어, 엄살이 아닙니다!”
살짝 가격한 것이었지만, 중심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가격되어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고 만 반데크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지만 헬버튼은 어느새 고개를 돌려 걸어오는 이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두 시간 뒤에 출발할게요.”
“예?!”
자신이 알기로 출발은 다음 날인데 갑작스레 시간이 변경되자 깜짝 놀란 듯이 외치는 반데크였지만, 헬버튼은 당황은커녕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충 1시간 정도 손질해주고 움직일 수 있겠죠?”
손질.
그것은 단련을 뜻했고, 헬버튼이 대답 대신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진하게 만들자 작게 실소를 터트린 이레스는 바로 지하 연무장을 나와 마지막 데우스 왕자가 머무르고 있는 손님방으로 향했다.
드르르륵.
검집을 끌며 방으로 들어간 이레스는 지도를 펼쳐놓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데우스 왕자와 크리스를 번갈아보다 물었다.
“두 시간 뒤에 출발해도 상관없을까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데우스 왕자에게 삼 일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데우스 왕자의 모습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이레스가 바로 크리스에게 고개를 돌렸고 그가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스는 바로 방을 나와 자신이 배정받은 방으로 걸어갔다.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다 알려주었으니 자신도 마지막 준비를 하려는 것이었다.
“아…….”
자신이 배정받은 방 앞에서 멈춰선 이레스가 작게 탄성을 흘리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본성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 사람을 깜빡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