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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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72화
제10장 후퇴와 진격 (2)
“후…….”
진정이 되고 머릿속이 정리되었는지 천천히 눈을 뜬 이레스가 다시 물었다.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오래 기다릴 수는 없어. 삼 일 후에도 도착하지 않으면 데우스 왕자를 호위한 채 별도로 움직인다고 연락을 전해.”
“……예.”
잠시 대답이 늦었다는 것은 지금 출발해도 삼 일 안에 도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었지만, 이레스가 바로 할튼에게 눈짓을 주어 이야기를 나누라고 신호를 보내는 순간 왕실 기사는 할튼을 상대해야 했고 이레스는 바로 막사를 빠져나오며 물었다.
“삼 일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질문은 그의 뒤를 따라오는 헬버튼과 반데크 중 헬버튼에게 묻는 것이었다.
“불가능합니다.”
“반데크.”
“예, 형님.”
반데크의 대답이 귓속을 파고드는 것과 동시에 걸음을 멈춘 이레스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준비하고 있어.”
“예.”
“인원은 헬버튼 할아버지, 나, 데우스 왕자님, 크리스, 그리고 너까지 총 다섯 명이고 최소 삼일 치의 식량을 준비해.”
“……식량만 준비합니까?”
삼 일간의 강행을 하여 움직인다고 하여도 일단 잠을 청해야 했기에 텐트나 다른 야영 도구가 필요할 수도 있었지만 이레스는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정령술이 뭔데.”
“아…….”
자연의 4대 속성이 전부 모여 있었으니 야영을 하는 데 그렇게 필요한 것은 없었다.
반데크는 다시 질문을 던지는 대신 고개를 살짝 숙인 후에 그 자리에서 벗어났고, 이레스는 바로 헬버튼을 돌아보며 물었다.
“데우스 왕자님은 괜찮을까요?”
“……흐음.”
헬버튼은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헥토스 왕국의 성도가 점령당함과 동시에 헥토스 국왕을 사로잡으려 했지만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갑작스레 아버지가 죽었고 동생을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너무 일찍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대로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 데우스가 느끼는 죄책감과 배신감은 그 누구보다 강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헬버튼은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던 것이었다.
부모의 죽음, 그리고 그 부모의 죽음이 자신에게 동생에게 있다는 것만큼 큰 충격을 주는 이야기는 세상 어디에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 *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데우스 왕자의 막사를 찾아간 이레스는 작은 배낭에 물건을 챙기는 데우스 왕자와 그를 도와 짐을 챙기는 크리스를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삼 일 후에 출발하겠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의 배신으로 인해 엉망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데우스 왕자는 마치 당연히 있어야 했던 일이라는 듯이 담담한 표정을 유지한 채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실제로 살아온 인생을 생각하면 현재 헬버튼과 같은 나이라고 볼 수 있는 정신연령을 가진 이레스였다.
“예.”
데우스 왕자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한 채 대답했고, 이레스는 바로 그의 옆으로 걸어갔다.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정신연령이 헬버튼과 같을 정도였기에 이미 사고가 일어나고 배신과 슬픔을 가진 이에게 괜찮냐고 묻는 것, 힘내라고 응원하는 것보다 현실을 알려주는 것도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답을 하지만 여전히 물건을 챙기는 데우스 왕자의 모습에 이레스는 헬버튼을 힐끔 쳐다본 뒤에 그의 옆에서 물건을 챙겨 넣으며 계속해서 설명을 했다.
“왕국에서는 레이온 왕자님과 그레이즈 공작을 중심으로 지원군을 보냈습니다.”
“예.”
“최소 닷새는 걸리고 저희는 삼 일 이내에 도착하지 않으면 바로 이동하여 엘리스 공주님 일행과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예.”
“핸들릭스 공작이 기마민족의 습격을 듣고 병력을 파견했으니 만약 헥토스 왕국 서방 경계선에서 엘리스 공주님을 만났다면 보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함께 합류할 수 있으면 함께 합류할 것입니다.”
“예.”
이레스는 계속해서 설명을 했고 데우스 왕자는 짧게 대답을 하는 것이 1시간 정도 반복되어 준비가 마쳐지는 순간 이레스가 막사를 빠져나가며 말했다.
“헥스 공작의 목은 남겨두라고 말해두겠습니다.”
움찔.
데우스 왕자가 처음으로 대답을 하지 않고 멈칫하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펄럭!
그의 감사 인사를 받아주는 대신 듣지 못한 것처럼 바로 막사를 빠져나온 이레스는 다시 걸음을 옮겨 대장간으로 향했다.
깡! 깡! 깡!
기마민족이 후퇴한 것을 아직 모르는 듯이 계속해서 울려대는 쇳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선 이레스가 메이안의 앞에 서는 순간 그가 검 한 자루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탁.
바로 검을 받은 이레스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메이안과 헬버튼이 그의 곁에서 멀어졌다.
잠시 주위를 살펴본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파이슨.”
화르륵.
작은 불꽃과 함께 불의 정령인 파이슨이 소환되었고, 정령이 소환되는 것과 동시에 이레스가 검집에 봉인되어 있는 검을 꺼내 들었다.
화르르르륵!
검신이 검집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화염에 의해 불타올랐다.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점점 작아지며 마나로 만들어진 오러처럼 검신에 붙어 밀집되었다.
화르르륵!
마치 일부러 태우기 위해서라는 듯이 화염이 계속해서 타올랐지만 검신은 그을림만 생겼을 뿐 고열에 의해 금속이 휘어지는 광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금속입니까?”
“희귀한 금속은 아닙니다. 화산 안쪽에서 자라는 금속으로 다른 금속들보다 불의 대한 저항력이 강하여 잘 사용하지 않는 금속입니다. 단 채취가 어려울 뿐이죠.”
“…….”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검을 바라보았다.
붉은색 검신이 인상적인 검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고 그 순간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검신이 천천히 달궈지는 것이었다.
“더 강한 금속은 없습니까?”
“……예.”
화르륵.
화염이 사그라지는 순간 붉은 검신이 더욱더 붉게 물들어 검붉은색 검신이 되어 메이안의 눈에 들어왔다.
이레스가 다시 검을 돌려주며 부탁했다.
“이틀 안에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
메이안은 난감하다는 듯이 눈썹을 찡그렸고 이레스는 대장간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기마민족이 후퇴를 했습니다. 다시 공격하려면 멀었죠.”
대장간이 하는 일은 무기를 수리하고 제작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이 끝나면 성벽 보수도 담당하게 된다.
“……그렇습니까?”
이레스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손에 놓인 검을 바라보던 메이안은 바로 조수에게 검을 건네주며 경고를 했다.
“조금 더 강하게는 가능하지만 무거워집니다.”
지금도 자신이 사용하던 롱소드보다 두 배는 무거웠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무거워진다고 말하는 메이안이었다.
이레스가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보다 약간 무거워지는 것은 괜찮습니다.”
데우스 왕자가 준비한다.
죄책감과 배신감에 의해 정신이 엉망진창일 터인데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자신의 주군인 레이온 왕자가 지원군을 이끌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레스도 준비하기로 했다.
모두를 도우려면 검은 더욱더 단단해야 했고 다른 준비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 * *
“왕실의 명령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반데크는 늦은 저녁 연무장에 불러 말하는 이레스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킨 뒤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테라인 왕국과 동맹을 맺은 페이언 왕국이니 헥토스 왕국과도 동맹을 맺은 왕국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진실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그에게 함께 헥토스 왕국으로 향하자는 부탁을 하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니었다.
그가 테라인 왕국에 머무르는 목적은 엘리스를 사랑하기 때문이었지만 원래의 목적은 이레스를 만나 정령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중급 정령으로 진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령과 친해지면 된다.”
“……예?”
난데없는 중급 정령으로 진화하는 설명으로 인해 잠시 반물을 하며 다시 묻는 반데크였지만, 이레스는 그의 되물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너는 너의 물의 정령을 진화시킬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어. 문제가 있다면 정령력 부족과 정령술에 능숙함이지.”
“…….”
다시 설명을 해줄 것이 아니라는 듯이 계속해서 말하는 이레스였다.
반데크가 그제야 입을 다물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을 했고 이레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자 몸을 풀듯이 목을 좌우로 꺾으며 말했다.
“삼 일.”
“…….”
화르륵!
불의 정령인 파이슨이 나타났다.
“그 안에.”
쉬이익!
다시 한 번 입을 다무는 순간 그의 왼쪽 어깨 위로 바람의 정령인 실피아가 소환되었다.
“진화를 시켜보자.”
쿠구궁.
스르릉.
말을 끝마친 듯이 검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땅이 작은 지진을 일으키더니 땅의 정령 노엔이 솟아올라 이레스의 오른쪽 어깨 위에서 멈춰 섰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롱소드의 검신이 검집에서 벗어났다.
“…….”
세 정령을 소환하고 검을 꺼내든 이레스였다.
그와 똑같은 정령검사인 반데크였다. 당연히 그가 지금하고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스르릉.
반데크가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고 세 정령을 번갈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크.”
퐁.
작은 물방울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옆으로 늑대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물의 정령 라크가 나타났다.
이레스가 검을 천천히 늘어트리며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듯이 반데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시작한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