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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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71화
제10장 후퇴와 진격 (1)
“헉……. 헉……. 헉…….”
“후……. 후…….”
평야의 성벽과 레이베드는 자신의 맞은편에 서 있는 이레스를 바라보며 작게 숨을 고를 뿐 다시 공격을 하지 않았다.
불의 정령이라는 변수는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의 변수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불의 정령이라는 변수.
그것은 카이과 평야의 바람이 부상을 입어 일기토에 참여하지 못한 채 그저 일기토를 지켜보고 있는 결과를 만들었고, 이레스의 주위에는 휘어진 검신이 인상적인 수십 자루의 검이 널브러져 있는 광경을 보여주었다.
쉬이익!
다시 성벽 위에서 날아오는 검을 잡아챈 이레스가 남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안 덤벼?”
네 사람과 동시에 일기토를 벌이다 보니 마나의 소모량이나 정령력의 소모량은 평소보다 두세 배는 컸지만 이레스는 계속해서 마나를 사용해 오러를 만들고 신체를 강화시켰고 적정한 정령술을 통해 적들의 움직임을 막고 허점을 만들어 공격을 했다.
장시간의 전투는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빠르게 끝내려는 것이었다.
네 사람과의 일기토가 두 사람과의 일기토로 바뀌는 순간 몸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정령력과 마나의 양이 반 이상 줄어들어 있었지만 네 사람과 일기토를 벌였던 전과는 달리 두 사람과 일기토를 벌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레스에게 정령력과 마나의 양은 아직 절반이나 남아있는 것이었다.
평야의 성벽과 레이베드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무기를 강하게 쥐는 순간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일기토를 지켜보고 있는 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더 해야 되나?”
“……크크큭.”
칸은 대답 대신 작게 웃음을 흘렸고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이레스는 아직 일기토에 참여하고 있는 평야의 성벽과 레이베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화르르르륵!
검신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타올랐다.
화염에 타오르는 검을 천천히 휘두르던 이레스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다시 말했다.
“계속하라고 하니까, 계속해야겠지?”
평야의 성벽과 레이베드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바라보다 이레스가 움직이는 순간 땅을 박차며 먼저 달려 나가려 할 때 세 사람이 거대한 중압감을 느끼고 몸이 휘청거렸다.
쿠구궁!
“그만하도록 하지.”
“크으윽.”
“……크으윽.”
이레스뿐만이 아니라 평야의 성벽, 레이베드, 심지어는 부상을 입고 쓰러져있는 평야의 바람과 카이도 똑같이 중압감을 받고 있는지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걸어오는 칸을 바라보았다.
네 사람이 안심을 하고 이레스가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자세를 잡는 순간이었다.
쉬이익!
탁.
동방 경계선 성벽 위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를 했고 그 순간 다섯 사람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사라졌다.
“그럼 일기토는 이제 끝난 것인가?”
기마민족의 마스터 칸이 움직이자 자연스럽게 테라인 왕국의 마스터 헬버튼이 뒤이어 움직인 것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서로를 바라보았고, 앞으로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그들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생성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척.
척.
헬버튼이 이레스의 옆에서 걸음을 멈추고 칸이 레이베드 옆에서 걸음을 멈추며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온몸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사라졌다.
칸의 만든 중압감을 헬버튼이 완벽하게 없앤 것이 아니라 칸이 마나를 갈무리하여 밖으로 표출하지 않은 것이었다.
“…….”
“…….”
침묵을 유지한 채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마나가 공간을 지배하는 것도 아님에도 이레스는 거북함을 느꼈고 그가 힐끔 헬버튼을 바라보는 순간 헬버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기토는 이제 끝인가?”
“……후후후.”
작게 웃음을 흘린 칸이 중압감이 해소되는 것과 동시에 다시 출두를 준비하고 있는 두 사람과 부상을 입어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 이레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쉬이익!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고 이레스가 소리에 맞추어 미처 반응하지 못하여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 헬버튼이 그를 대신해 칸의 움직임에 맞추어 반응을 했다.
카아아앙!
날카로운 검명과 함께 거대한 대검과 날카로운 롱소드가 이레스의 앞에 부딪쳐 튕겨나갔다.
하늘 위에 솟아오르는 대검과 땅으로 떨어지는 롱소드가 주인의 곁으로 돌아가는 순간 칸이 씨익 미소를 그리더니 몸을 돌렸다.
“일어나라!”
“옛!”
부상을 입은 두 사람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칸은 몸을 돌린 채 고개만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아…… 깜빡했군.”
혼잣말처럼 들렸지만 이레스와 헬버튼은 네 명의 장수들에게서 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고 그는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에 또 놀러오겠네.”
“필요 없습니다만.”
이레스가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아주었고 칸은 작게 실소를 흘리고는 다시 걸음을 돌려 본대로 돌아갔다.
저벅저벅.
일기토가 끝남과 동시에 마스터와 마스터의 부딪힘으로 인해 주위에 들려오는 소리는 칸의 일행의 발걸음 소리가 전부였고, 그들이 모두 부대로 돌아가는 순간 이레스가 헬버튼을 불렀다.
“할아버지.”
“예.”
“진짜 놀러오지는 않겠죠?”
확실하게 진짜로 찾아올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헬버튼은 칸과 검을 몇 번이지만 맞대었고 주먹과 주먹을 통한 대결을 펼쳤기에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었다.
“올 것입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무인은 자신의 전투방식에 따라 성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헬버튼은 확신할 수가 있었다.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물끄러미 기마민족 군대를 바라보던 헬버튼이 방금 기억났다는 듯이 이레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왕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갑자기 왕실이요?”
헬버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왕실에서 찾아온 사신이 해준 이야기를 천천히 읊어주었다.
* * *
두두두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수만, 수십만의 기마병이 동시에 물러가는 모습을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던 이레스는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는 순간 성벽을 내려가 거대한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펄럭!
천막을 거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백색 갑옷을 입은 왕실기사단 기사와 먼저 자리하고 있는 동방 경계선 고위급 간부들이 눈에 들어왔다.
막사를 한번 둘러본 뒤에 왕실 기사에게 질문을 던지려던 이레스가 막사에 자리하고 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 보이지 않자 인상을 찌푸리며 동방 경계선의 책임자인 할튼을 바라보며 물었다.
“데우스 왕자님은?”
“잠시 쉬고 오신다고…….”
“누가 따라갔고.”
“크리스 공자님이 따라가셨습니다.”
크리스라면 믿을 만했다.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사의 앞으로 걸어간 후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반역이라고?”
“예.”
사신으로 찾아온 왕실 시가의 전언은 동맹국인 헥토스 왕국 왕성에서 일어난 반역에 대한 정보였다.
마스터인 헨들릭스 공작이 동맹국인 테라인 왕국 동방 경계선에 기마민족이 침입했다는 정보를 듣고 국왕의 명을 받아 출진하는 순간,
헥토스 왕국의 대마법사 아드렌 후작이 북방 경계선에 발이 묶여있는 순간, 성도의 반역이 일어났다.
반역의 주인공은 제이스 왕자였지만 테라인 왕실에서는 반역의 주체는 헥스 공작으로 판별했다고 하였다. 즉 헥스 공작이 제이스 왕자를 유혹하여 반역을 일으켰다.
그것이 테라인 왕국에서 확인한 정보를 통한 헥토스 왕국의 반역 사건이었다.
헨들릭스 공작과 아드렌 후작의 빈석으로 인해 반역은 겨우 6시간 만에 끝이 났고 그 결과 현 헥토스 국왕의 사망, 성도 함락이 되었다.
제이스 왕자의 신분을 이용하여 미리 헥스 공작의 병력을 끌어들이고, 막다인 자작을 왕실기사단에 파견해 미리 기사단을 사살하여 가능했던 것이었다.
“돌아버리겠군.”
진짜로 반역이 일어났다는 것 때문인지 작게 욕설을 내뱉은 이레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며 작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왕실 기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정보는?”
“정확하게 어떤 정보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유실리안 제국.”
테라인 왕국에서 일으킨 사건으로서 왕국 전체가 움직여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대륙 전체를 혼란으로 만들 사건, 실제로 미래에 일어났던 최악의 범죄 중 하나인 마약 다크 드림의 존재였다.
기사는 바로 고개를 저었고 만약을 대비해서 물었던 이레스였기에 이내 관심 없다는 듯이 할튼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데인에게 온 소식이 있습니까?”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연락이 왔지만 갑자기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서구를 이용하여 연락을 취해야 하기에는 그때는 기마민족 군대가 전방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위험했다. 그래서 통신 구슬을 이용하여 연락을 취하고 있었고 이레스는 데인에게 헥토스 왕국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통신 구슬을 사용하지 말고 경계선 안쪽에서 대기하라고 명령을 내렸었다.
통신 구슬은 도청에 위험이 너무 컸기에 변수를 만들려고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레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왕실 기사를 바라보았다.
“지원군은?”
“이동하는 중입니다.”
“사령관은?”
“레이온 왕자님이십니다.”
“…….”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왕실 기사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레스가 인상을 화악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 인간이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반역이 일어나 성도가 함락되었다.
그 이야기는 이미 헥토스 왕국 전체가 왕실파와 귀족파가 대립하고 있는 거대한 전쟁터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지원군의 사령관으로 테라인 왕국의 유일한 왕자인 레이온 왕자가 온다고 하니 어이가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뒤이어 들려오는 지원군에 합류된 인물들의 정체를 듣고는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로서는 그레이즈 공작님께서 참여하셨습니다.”
“……아버지도?”
너무나 당황하여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라고 불렀지만 왕실 기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감으며 심호흡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