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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202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202화

제1장 기습 작전 (1)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헬버튼과 그의 뒤에 서 있던 레어울프 기사단이 땅굴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갑작스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지만 그레이즈 공작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땅굴을 통해 영지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기습 작전의 끝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땅굴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크리스가 내린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헬버튼과 레어울프 기사단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즈 공작의 모습에 간단하게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더니 건물과 건물 사이로 몸을 숨기며 성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습 작전을 위해 전달한 명령 중 첫 번째는 성문을 여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땅굴을 통해 3관문 안으로 들어선 이들만으로 습격을 하더라도 반란군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수가 있었다.

 

소수 정예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지금 그들이 들어선 장소, 3관문이라 불리는 체이토 영지를 뒤집어엎을 만큼의 무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들만으로 기습 작전을 펼치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사망을 하거나 큰 부상을 입게 된다면 그것은 한 사람의 피해가 아닌 왕국 전체의 피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왕국군은 현재 병력의 차이를 한 사람, 한 사람의 무력으로 메꾸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리스는 침입을 하더라도 성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고 성문을 여는 작전은 헬버튼과 레어울프 기사단에게 맡겨졌다.

 

마스터 한 사람과 현재 데우스 왕자를 따르는 군대 중 가장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사단인 레어울프 기사단이라면 병사들에게 들키지 않고 성문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후…….”

 

먼저 자리를 뜨는 헬버튼과 레어울프 기사단의 등을 바라보던 헨들릭스 공작이 작게 숨을 고른 뒤에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럼.”

 

“예. 수고하십시오.”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개만 살짝 숙여 인사를 받아주는 그레이즈 공작을 향해 작은 미소를 그린 헨들릭스 공작은 바로 몸을 돌리더니 물의 정령검사 반데크와 광전사라는 별명을 가진 테라인 왕국의 기사 데인과 함께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크리스가 내린 두 번째 명령.

 

그것은 성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적들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마구간을 불태우고 병기 창고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성문을 열고 기습을 한다 하여도 왕국군의 피해는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크리스는 마구간과 병기 창고를 불태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마구간을 불태우는 이유.

 

그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성문이 열리고 왕국군이 안으로 들어선다면 반란군 병사들은 당황할 것이 분명했다.

 

절대로 뚫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성벽을 피해 성문을 열고 연전연승을 거두며 1, 2관문을 돌파한 왕국군이 영지로 들어섰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휘관들은 병사들과는 달리 잠깐의 당황을 끝으로 정신을 차리고 병사들을 통솔할 것이고 그 결과는 기습 작전이 성공했음에도 큰 희생밖에 남지 않는 승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가장 문제가 되던 성벽을 피하고 성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며 시가전이 이루어져도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통솔하며 전투를 하게 되면 피해는 커지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병사들과 만나는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마구간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물론 성문 인근에 기사들이 머무르는 장소가 있을 것이고 그들도 지휘관의 역할을 할 수가 있기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교육을 받고 장군 자리에 오른 지휘관들보다는 못하겠지만 기사들도 수많은 전투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통해 병사들을 지휘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런 기사들도 마구간을 불태워 지휘관의 발목을 묶는 것처럼 또 다른 방법으로 발목을 묶을 수가 있었다.

 

성문으로 향하는 헬버튼과 레어울프 기사단이 기사들을 처리하며 성문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성문 장악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헬버튼 일행이 떠나고 마구간과 병기 창고 습격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헨들릭스 공작 일행이 떠나자 그레이즈 공작은 이레스에게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엄청난 놈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구나.”

 

“……누구요? 크리스 공자요?”

 

잠시 생각을 하던 이레스의 물음에 그레이즈 공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땅굴을 이용하여 안쪽에서부터 공격을 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이레스였지만 기습 작전 내에서 이루어지는 세부적인 작전은 모두 크리스와 바실리아스의 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바실리아스는 자신의 가문 사람이고 아들이 직접 데리고 온 녀석이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크리스의 능력은 그레이즈 공작, 그 자신이 생각해도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성문을 장악하여 병사들을 진입시킨다.

 

마구간을 불태워 지휘관들의 움직임을 묶는다.

 

병기 창고를 장악하여 화살을 보충할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

 

총사령관 암살까지 모든 작전이 크리스와 바실리아스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시작되고 그 작전을 세부적으로 나누는 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레이즈 공작이 관찰하듯 전방을 살피더니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주점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럼 기다려야겠군.”

 

3관문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일단 영주라는 직책을 가진 귀족 가문이 다스리는 영지였기에 주점이나 상점이 자리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거주하던 저택도 있었다.

 

물론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것을 대비하여 영지민들은 피난을 갔기에 현재 영지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은 땅굴을 파고 영지 안으로 들어선 왕국군과 영지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쥐고 있는 반란군이 전부였다.

 

이레스가 그레이즈 공작의 중얼거림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오크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주점 안을 둘러보던 그레이즈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어 이레스에게 물었다.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그레이즈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닥에 널브러진 의자를 일으켜 세운 뒤에 자리에 앉았고 회중시계를 꺼내 재차 시간을 확인한 이레스가 그의 맞은편 의자를 일으켜 세우고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오크들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명령하는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던 그레이즈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떡할 것이냐?”

 

“……뭘요?”

 

회중시계를 이용하여 다시 시간을 확인하던 이레스가 눈동자만 살짝 올리며 묻자 그레이즈 공작이 혀를 차며 대답했다.

 

“클라리아.”

 

“으음.”

 

이레스는 작게 신음을 흘렸고 그런 아들의 모습에 그레이즈 공작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내버려둘 것이냐?”

 

“……그게.”

 

“뭐,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다 보니 집으로 돌아온 날이 기억도 안 나기는 하다만……. 어쩔 것이냐?”

 

“…….”

 

적당한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는지 이레스가 입을 꾹 다물었고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그레이즈 공작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네가 헥토스 왕국 사신단을 배웅해주다 기마민족과 접촉했다는 정보가 떨어지자마자 클라리아가 펜도 못 잡을 정도로 기운이 없어졌다.”

 

“…….”

 

“네가 칸과 접촉해서 큰 부상을 입었다는 정보가 들어왔을 때 쓰러졌다.”

 

“…….”

 

“그냥 내버려둘 것이냐?”

 

“내버려둘 수는 없겠……죠?”

 

그레이즈 공작이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대답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결혼해라.”

 

“예……. 예에?”

 

쿠당탕.

 

너무 뜬금없고 난데없는 제안 때문인지 이레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깜짝 놀라며 되물었지만 그레이즈 공작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손을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결혼할 시기도 다 와 가는데 일찍 해라.”

 

“그, 그래도 너무 뜬금없지 않습니까?”

 

“클라리아가 싫은 것은 아니고?”

 

“후우. 싫은 것은 아니죠.”

 

진정하기 위해서인 듯 작게 숨을 고른 후에 대답한 이레스가 다시 의자에 앉자 그레이즈 공작은 그런 아들의 모습이 못마땅한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3년 안에 작위를 물려줄 것이다.”

 

“……빠르군요.”

 

“유실리안 제국의 움직임이 이상하니 은퇴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작위를 넘겨줄 것이다. 그러니 결혼해라.”

 

“…….”

 

이레스는 입을 다물며 생각에 잠겼고 그레이즈 공작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상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았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마침내 생각을 정리한 것일까?

 

“큭.”

 

갑작스레 실소를 터트린 이레스가 의자에 등을 기대 편안하게 앉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전쟁터에서 결혼 이야기라…….”

 

“후후.”

 

그레이즈 공작도 그 중얼거림에 지금 자신의 이야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일단 이번 일을 정리하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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