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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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01화
제11장 제국의 음모 (3)
라이언 대공과 십오만의 군사들을 단 두 번의 일기토를 통해 물리친 왕국군은 그 상태 그대로 제4관문으로 향했다.
“으으음.”
“성도로 향하는 4관문이라 통하는 체이토 영지는 헥토스 왕국에서 가장 높은 성벽을 자랑하는 영지이자 전투요새입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영지의 성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하여 과연 공성 사다리를 연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물끄러미 거대한 성벽을 올려다보던 크리스가 데우스 왕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방법이 있을까요?”
“항복도 통하지 않았으니…….”
삼관문과 마찬가지로 항복을 권고했지만 돌아온 것은 화살이었고 세 명의 마스터가 동시에 성문을 향해 오러블레이드를 쏘았지만 성벽은 약간 손상될 뿐 무너지지 않았다.
강행을 위해 모든 공성병기를 버렸다.
관문을 하나하나 통과할 때마다 소수의 병력만 충원시키고 군마에 전부 태웠고 마술을 배우지 못한 이들을 위해 마차까지 대동해 움직였다. 하지만 공성병기는 전부 버려두고 움직였다.
모두가 공성병기 없이 4관문을 통과할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지만 이레스만이 멍한 표정으로 성벽을 바라보았다.
“……이레스 공자님. 왜 그러십니까?”
멍하니 성벽을 바라보는 이레스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데우스 왕자가 묻자 그가 천천히 성벽을 가리키다 그 아래쪽을 가리켰다.
“흙기둥을 솟게 하려고 해도 힘들 거 같아서 무슨 방법이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요.”
“…….”
“땅굴 파서 들어가면 안 될까요?”
“……예?”
모든 기사들의 시선이 이레스에게 향했고 언제 소환한 것인지 이레스의 옆에 있던 노엔이 손을 내미는 순간 그의 앞으로 작은 구덩이가 생성되었다.
“…….”
작은 구덩이를 바라보던 크리스가 입을 살짝 벌리며 감탄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몇 명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안전하게 간다면 두 명이 나란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요.”
“……시도할 만하군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대신 땅의 힘을 빌리는 것은 4관문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마스터 세 명이면 충분합니다.”
크리스의 반박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는 물끄러미 노엔이 만든 구덩이를 바라보다 질문을 했다.
“언제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 시작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은 야영할 준비를 해주시고 이레스 공자님은 만들기는 하되 첩보병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막사 안에서 만들어주십시오.”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크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데우스 왕자와 레이온 왕자가 병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지금부터 야영에 들어간다! 경계를 서고 천막을 쳐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두 개의 달이 떠오르는 순간부터 전쟁의 피로를 풀기 위해 병사들이 교대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4관문 성벽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은 저항군의 군대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스터 세 명이 모이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다는데…….”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정령검사야. 너도 들었잖아. 2관문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동료의 중얼거림에 병사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검사 이레스.
테라인 왕국에서 찾아온 정령검사가 불과 땅을 조종하여 2관문을 완벽하게 무너트린 것이었다.
“그래도 이곳은 뚫지 못하겠지?”
병사가 불안함이 깃든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동료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헥토스 왕국에서 가장 많은 미스릴을 투자하여 만든 성벽과 성문인데 그렇게 쉽게 뚫릴까.”
“……그, 그렇겠지?”
“아침에 봤잖아. 세 명의 마스터가 동시에 오러블레이드를 쏘았는데 성문이 무너지지 않았던 거.”
“그, 그래도.”
“걱정 마. 이곳은 못 뚫어. 우리는 그저 버티면서 성도에서 출발한 지원군만 기다리면 돼.”
성벽을 무너트리지 못한다.
경계를 서고 있는 두 병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 명의 마스터가 동시에 오러블레이드를 쏘아 보냈는데도 무너지지 않은 성문이었고 공성 사다리도 연결하지 못하는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는 성벽이었기에 구만의 병력을 가지고 절대로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저항군이 성벽을 넘으려는 것이 아니라 성벽을 파고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고 새벽녘.
이미 휴식을 취한 이들까지 피로가 쌓이는 쌀쌀한 새벽녘이 되는 순간이었다.
푹!
“……응?”
자신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던 한 병사가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평범하게 넘기기에는 성벽 바깥에 자리하고 있는 저항군이 마음에 걸렸지만 병사는 피식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성벽을 넘었으면 벌써 경계신호가 울렸겠지.”
퍽!
“……!”
병사가 다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에 몸을 흠칫 떨며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것은 쌀쌀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새하얀 안개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뿐이었다.
퍽! 퍽!
둔탁한 소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저벅. 저벅.
병사는 귀를 기울인 채 소음의 근원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퍽! 퍽! 퍽!
“……땅 아래?”
소음의 근원지는 땅 아래였다.
퍽! 퍽!
병사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숙인 채 땅 아래로 귀를 기울였고 그 순간 땅속에서 한 자루의 검이 튀어나와 병사의 목을 꿰뚫었다.
푸우욱!
“컥……. 컥…….”
병사는 눈을 부릅뜬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평평했던 땅이 사라지고 작은 구멍 속에서 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대는 운이 안 좋군.”
“컥……. 컥…….”
대답 대신 피를 토하던 병사는 노인이 검을 회수하는 순간 앞으로 쓰러졌다.
노인의 옆에 서 있던 검은 머리의 청년, 이레스가 노인, 그레이즈 공작을 힐끔 쳐다보며 땅굴에서 빠져나왔다.
“정말 아무도 없었죠?”
그레이즈 공작이 이레스의 질문에 그를 따라 땅굴에서 빠져나오며 대답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세 마스터가 전부 마나를 개방해서 확인했다. 근처 50m에는 아무도 없다. 건물의 위치까지 확인해서 움직였고 안개가 껴 있는 상태이니 다 빠져나올 때까지는 걸리지는 않을 거다.”
“그러면…….”
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땅굴 안으로 얼굴을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나오세요.”
땅굴파기.
적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도록 크리스는 소수 정예를 뽑아 이레스와 함께 움직이도록 했다. 허나 그 소수 정예에 들어가 있는 인물들은 왕국군의 주력이라 볼 수 있는 이들이었다.
“휴.”
헨들릭스 공작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빠져나왔다.
“취이익!”
그 뒤를 따라 검은갈퀴부족의 족장 케르취와 다섯 오크가 땅굴에서 튀어나왔다.
“허허허, 이 나이에 땅굴을 체험하다니.”
헬버튼이 반데크와 데인을 이끌고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땅굴을 빠져나왔다.
왕국군의 주력.
세 마스터와 정령검사 둘, 오크 부대가 땅굴을 통해 4관문의 거대한 성벽을 빠져나온 시간은 태양이 뜨기 직전인 새벽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