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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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97화
제10장 마스터 VS 마스터 (1)
적들이 진격할 것을 대비하여 크리스는 모든 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바실리아스와 함께 적의 군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반란군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내버려두고 멈추어 섰다. 하지만 왕국군은 경계를 하며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휴식을 취했다.
바로 공격을 하는 대신 휴식을 취하지만 그 움직임으로 적들에게 빈틈을 만들고 갑작스레 진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적들의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졌기에 그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마나를 이용하여 오감을 강화시키니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시력에 마나를 집중시킨 채 바라보던 크리스는 막사가 세워지는 대신 그저 이리저리 움직이는 적들의 모습에 가만히 생각을 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헨들릭스 공작님. 준비해주십시오.”
“알겠네.”
헨들릭스 공작이 그제야 말 위에 뛰어오르더니 검을 뽑아 들었다.
크리스가 그런 헨들릭스 공작의 모습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적진을 노려보았다.
이리저리 천막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세워진 곳은 선봉대 부분이 아니라 후방이었고, 천막을 세워 만들어낸 막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점점 천막이 세워지며 막사가 만들어졌지만 크리스는 그들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노려보았다.
어느 순간 후방에 막사가 세워졌고, 선봉대에서도 막사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리스가 집중한 것은 막사가 세워지는 것과 동시에 조금씩 모여들고 있는 기마병들이었다.
만약 휴식을 취한다면 군마들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간이 마구간에 세워둘 것이다. 그런데 기마병들은 은밀하게 모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확인한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헨들릭스 공작이 입을 열어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무언의 대답을 해준 뒤에 말을 이끌고 반란군들을 향해 달려갔다.
두두두두.
막사가 세워지는 듯이 둔탁한 소음이 적들 사이에서 들려왔고 두 군데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평야에 군마의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땡땡땡!
반란군 내에서 작은 종소리가 울렸고, 헨들릭스 공작은 그 소리에 맞추어 말을 멈추며 소리쳤다.
“헥토스 왕국의 헨들릭스 공작이 반역자들에게 일기토를 신청한다!”
일기토는 상대가 거절을 하더라도 일기토를 신청한 이가 다시 자신의 군대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것이 전장에서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예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리스는 일기토를 선택했다. 가장 시간을 오래 끌어 라크가 정보를 가져올 때까지 버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스터 경지의 무인이 일기토를 받아들이고 전투를 벌이다 상대를 죽이면 더 좋지만 크리스는 거기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마스터라는 경지는 무인이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경지였다.
더 오를 수 있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기술과 경험을 통해 오를 수 있는 경지였지, 더 뛰어난 경지는 없었다.
헨들릭스 공작이 마스터 경지에 오른 지 대략 20년.
허나 정말 반란군 내에 유실리안 제국의 마스터가 있다면 그도 헨들릭스 공작과 마스터로 똑같은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었다.
양패구상이 이어지며 안 그래도 병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마스터 한 명을 잃어버리는 큰 피해를 입을 수가 있었다.
헨들릭스 공작의 외침 때문인지 반란군 내에서 침묵이 흘렀고, 헨들릭스 공작은 오히려 그런 적들의 모습에 재미를 느꼈는지 다시 한 번 소리치며 검을 들어 올렸다.
“역시 반란군들은 겁쟁이들뿐이구나! 나의 검을 상대할 자는 정말 없는 것인가!”
다시 한 번 반란군 내에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고 침묵이 점점 혼란으로 뒤바뀌는 순간 한 사내가 말을 타고 천천히 다가왔다.
흑색 갑옷을 착용한 노인이었다.
“……으음.”
헨들릭스 공작은 노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누군가를 떠올렸는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오랜만이구나. 아이야.”
노인이 작게 미소를 그리며 인사를 건네자 헨들릭스 공작이 작게 신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대가 오셨구려.”
마스터 경지의 무인은 대륙에서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물네 명으로 각 왕국의 두 사람이 포진하고 있으며 제국에는 다섯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헨들릭스 공작의 눈앞에 서 있는 노인 마스터는 그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라이온 대공.”
* * *
“무슨 짓이지…….”
병사들 틈 사이에 숨어있기에 그저 마나를 감지해 마스터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있던 그레이즈 공작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헨들릭스 공작에게 다가오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레이즈 공작의 옆에 서 있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누굽니까?”
“영웅의 검이다.”
“……거물이 나셨군요.”
대륙 통일을 눈앞에 둘 정도로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던 유실리안 제국이 연합군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일천의 군대로 연합군의 병력을 막아선 이가 있었다.
제국의 검 중 하나인 라이온 대공이었다.
연합군에게 연전연패를 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순간 적들을 막아서기 위해 자신의 정예병을 이끌고 간 라이언 대공은 육십만의 대군을 단 일천의 병력으로 삼 일간 막아섰다.
물론 그 전투로 인해 라이언 대공과 그를 따르는 정예 기사들이 전부 목숨을 잃었지만 일천의 병력으로 육십만의 대군을 막아섰던 라이언 대공은 역사에 길이 남을 기사로 기억되고 있었고 그의 가문인 라이언 가문은 평화협정을 맺고 연합군에 해체되는 순간 유실리안 제국으로부터 영웅의 검이라는 호칭을 받았다.
“라이언 대공이라…….”
먼 과거의 라이언 대공은 아니지만 라이언 가문의 가주들은 모두 뛰어난 무재를 가진 이들로, 대부분 서른의 나이로 마스터 경지에 오르는 이들이었다.
이레스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금발의 노인, 라이언 대공을 바라보다 그 앞에 서 있는 헨들릭스 공작을 바라보았다.
“막을 수 있을까요?”
“헨들릭스 공작도 헥토스 왕국에서 뛰어난 무재를 가진 이로, 마흔 다섯이라는 나이로 마스터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물론 마스터라는 경지 자체가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를 말하다 보니 마스터 경지에 오른 이후 각기 실력이 비교되는 것은 기술과 경험의 차다.”
이레스가 기억을 뒤지더니 라이온 대공을 떠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스물여덟의 마스터라…….”
현 라이언 대공은 스물여덟이라는 나이로 마스터 경지에 올라 60년간 가주 자리에 올라있는 인물이었다.
천재도 엄청난 천재였다.
그레이즈 공작이 이레스와 마찬가지로 라이온 대공이 마스터 경지에 오른 시기를 떠올리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20년이라는 차이는 마스터 간의 전투에서 불리하게 작용이 되지.”
카아앙!
그레이즈 공작이 입을 다무는 순간 두 사람이 부딪쳤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검술을 통한 대결이었는지 폭발음 대신 맑은 검명이 울려 퍼졌다.
기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모든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두 사람의 일기토를 바라보았다.
기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전에 검을 배운 무인이기도 한 그들이었기에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들의 검을 자신도 모르게 쫓고 만 것이었다.
* * *
캉! 캉!
헨들릭스 공작은 당황했다.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라이온 대공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었다.
쉬이익!
카앙!
라이언 대공의 검이 찔러 들어왔고 헨들릭스 공작이 공격을 튕겨내고 반격했다.
모두 오러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빠르게 찔러 들어오고 베어오는 검신의 담긴 힘이 너무 강대해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상대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캉! 캉!
수십 번의 부딪침이 일어나고 말을 물린 두 사람이 서로를 빤히 바라보다 작은 미소와 함께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기동성을 이용하여 적들을 돌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군마였지만 일기토, 그것도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자연을 망가트리는 마스터 무인들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군마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보다 대지에 땅을 밟고 있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우웅.
검신이 작게 진동하는 순간 두 사람이 쥐고 있던 검에 푸른 오러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일기토를 바라보던 모든 이들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두 사람이 땅을 박차며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기파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흩어지자 마스터를 목표로 하기에 일기토를 지켜보던 기사들이 작게 입을 벌렸다.
오러블레이드와 오러블레이드가 부딪치는 순간 일어난 기파는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거대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쉬이익!
두 사람이 동시에 흙먼지 안에서 빠져나오더니 다시 한 번 땅을 박차며 상대에게 돌진하여 연속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쾅! 쾅!
헨들릭스 공작이 패도적인 검법이라면 라이언 대공의 검법은 마법을 일으키는 것처럼 수십 개의 검신으로 나뉘며 공격을 하는 변화하는 검법이었다.
가로로 베고, 세로로 베며 단순한 공격을 하던 두 사람 중에 먼저 마스터 경지에 오르게 해준 자신만의 검법을 사용한 사람은 라이온 대공이었다.
슈슈슉.
푸른 오러블레이드를 둘러싼 검신이 다섯 자루로 나뉘며 위에서 아래로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
이레스가 다섯 자루의 오러블레이드를 바라보다 그레이즈 공작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겁니까?”
멀리서 자리하고 있는 자신에게도 다섯 자루 모두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즉 네 자루가 환상이고 하나가 실체가 아닌 다섯 자루 모두가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레이즈 공작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다 대답했다.
“오러 블레이드를 다섯 개로 쪼갰다.”
“……끝입니까?”
“무엇이 더 있을 거 같았느냐? 저건 라이온 대공이 만들어낸 검법이다. 따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지. 그저 대충 어떻게 하는지만 아는 것일 뿐.”
어깨를 으쓱하는 그레이즈 공작의 모습에 다시 고개를 돌리자 헨들릭스 공작이 검을 양손으로 쥐더니 위에서 아래로 초승달을 그리며 휘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쉬이익!
검이 휘둘러지는 것을 따라 푸른 막이 생성되었다.
“오러막?”
이레스가 작게 중얼거렸고 그레이즈 공작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헨들릭스 공작이 만든 기술인 오러실드다.”
콰아아앙!
다섯 자루의 검이 오러실드에 막히며 폭발을 일으켰고 또 한 번 흙먼지가 주변을 감싸는 순간 헨들릭스 공작이 땅을 박차며 아이언 대공을 향해 달려갔다.
쉬이익!
좌에서 우로 휘둘러지는 검이었고, 라이언 대공이 바로 뒤로 땅을 박차며 공격을 피하고 검을 찌르자 이번엔 세 자루의 오러블레이드가 생성되며 쏘아졌다.
검신에 머무른 채 그 옆에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검신을 둘러싼 실체를 가진 오러블레이드가 찔러 들어오고 허공에 생성된 두 자루의 오러블레이드가 헨들릭스 공작의 양쪽 어깨를 노리고 쏘아졌다.
쉬이익!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동시에 쏘아지는 세 자루의 오러블레이드를 바라보며 헨들릭스 공작이 강하게 발을 구르며 롱소드를 옆으로 비틀어 검면이 앞을 보이게 하며 강하게 휘두르자 두꺼운 오러실드가 생성되었다.
쾅!
검신을 둘러싼 오러블레이드가 오러실드에 막혀 튕겨나갔고, 두 자루의 오러블레이드 오러실드를 피해 양쪽 어깨를 향해 계속해서 날아오는 순간 헨들릭스 공작이 강하게 구른 오른발을 주축으로 왼쪽으로 몸을 살짝 돌렸다.
쉬이익!
콰아앙!
목표를 잃은 오러블레이드가 바닥에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고 헨들릭스 공작은 다시 돌진을 하며 공격했다.
쾅! 쾅!
거대한 폭발음만이 들려오는 일기토 장소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유리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