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94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94화
제9장 의문의 적군 (1)
서방 경계선에서 성도까지 진격하기 위해서는 총 다섯 개의 영지를 지나야 한다. 즉 왕국군은 영지 하나를 돌파한 이후에도 네 번의 전투를 더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이라는 것은 병력의 숫자는 작지만 함께하고 있는 기사들의 무력은 평범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두두두두.
영지를 함락하여 반란군 중 항복한 사만의 병력 중 삼만의 병력을 영지에 주둔시키고, 일만을 채워 육만으로 줄어든 왕국군을 다시 칠만으로 돌려놓고 다시 달려가자, 왕국군은 휴식을 취한 것까지 포함하여 하루 반나절 만에 3관문이라 불리는 메이즈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영지와 똑같이 데우스 왕자와 함께 말을 몰던 이레스가 화살 범위에서 약간 벗어난 채 말을 멈추고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가능할까요?”
크리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성벽 위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해야죠. 실패해도 상관없지만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영주라면 가능할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헨들릭스 공작이 말을 이끌며 앞으로 나가더니 화살의 공격 범위까지 들어가 소리쳤다.
“헥토스 왕국의 적통 후계자 데우스 왕자님을 대신하여 헨들릭스 공작이 전한다!”
마나를 담은 외침은 거대했고, 데우스 왕자라는 이름 때문인지 헨들릭스 공작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성벽 위에 자리 잡고 있던 병사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헨들릭스 공작이 성벽 위에 자리 잡은 이들을 쭈욱 훑어보고는 다시 외쳤다.
“병사들을 들으라! 그대들은 헥토스 왕국의 백성! 데우스 왕자님을 믿고 영지의 주인을 포박하라! 그렇다면 그대들의 죄를 용서하고 반란의 죄를 없애주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왕실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을 것이다!”
“…….”
웅성웅성.
성벽 위에 자리하고 있던 병사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인망이 있는 귀족을 모시는 병사들이라면 자신의 영주를 포박하라는 헨들릭스 공작의 외침에 바로 화살을 날리겠지만 이미 헥토스 왕국의 기사와 문관들에게 확인한 결과 성도로 향하는 네 개의 영지의 영주들은 백성들에게 인망이 높은 귀족이 아니었다.
물론 인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악덕적인 귀족도 아닌 평범한 귀족도 있었기에 혼란이 몰려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를 대비하여 크리스는 헨들릭스 공작에게 부탁했다.
데우스 왕자의 사신이 되어 왕국군에 마스터 경지의 무인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과 반역을 잠재우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는 명분을 통해 징집된 병사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병사들만 혼란시켜서는 안 되었다.
헨들릭스 공작이 성벽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기사를 발견하고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기사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이 정말 헥토스 왕국의 기사라면 지금 당장 배반자를 포박하고 성문을 열어라! 다시 한 번 고한다! 그대들이 모시고 있는 주군은 이미 왕국을 배반하고 탐욕과 욕심으로 인해 반역을 일으킨 자! 그대들이 정말 헥토스 왕국의 기사라면 지금 당장 반역자를 포박하고 성문을 열어라!”
“…….”
병사들의 웅성거림이 더욱더 커졌고 기사들 중 몇몇이 손을 들어 올리며 병사들을 진정시키고 궁병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순간 헨들릭스 공작이 몸을 돌리며 다시 소리쳤다.
“정확하게 세 시간 후! 우리는 공격을 할 것이고 그때까지 무기를 쥐고 있는 자들은 반역자로 구분하여 죽일 것이다! 세 시간 후!”
슈슈슉.
푸부부북.
헨들릭스 공작이 말을 이끌며 달려갔고 그 순간 수십, 수백 대의 화살이 헨들릭스 공작이 자리하고 있던 장소를 뒤덮었다.
두두두두.
말을 이끌고 돌아온 헨들릭스 공작이 크리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오?”
“예. 완벽합니다.”
크리스는 작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는 당황하고 있는 반란군 소속 병사들을 빤히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명분을 통해 항복이라…….”
힐끔 이레스를 바라보던 크리스가 다시 눈앞에 자리 잡은 작은 영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명분을 통해 항복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 힘듭니다. 지금은 반란군에게 아주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죠.”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명분을 통해 혁명군이 아닌 반역자로 만들어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린다.
좋은 방법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려던 이레스가 크리스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크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지를 돌파하고 두 번째 방어선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고도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첫 번째 영지에서 모든 병사들을 말살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들을 이미 들었을 것입니다.”
크리스가 잠시 입을 다물더니 작은 미소와 함께 이레스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레스 공자님의 정령술이 무엇인지를요.”
“아…….”
데우스 왕자에게서 정식으로 책사 자리에 앉게 된 크리스는 성을 함락함과 동시에 도주하는 반란군을 쫓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다.
처음에는 의아해했던 이들이 도망치는 병사들을 반란군 전체에 혼란을 심어주는 계기로 이용하는 그의 신위에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
크리스가 가만히 성벽 위를 올려다보았다.
병사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지고 있었다.
기사들이 설득을 잘한 것인지 전투를 벌이기로 결정한 거 같았다. 하지만 크리스는 더욱더 혼란을 주기 위해, 항복을 받기 위해 한 사람의 힘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레스 공자님.”
“예.”
“어제처럼 땅을 솟구치게 할 수 있을까요?”
“으음…….”
이레스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성벽을 바라보았다.
전날 접했던 성벽과 비슷한 높이의 성벽이었는데 만약 저 성벽 바깥에 땅을 솟아오르게 하려면 절반밖에 남지 않은 흙의 정령력이 소모되어 진짜로 기절할 수도 있었다.
크리스가 정령술을 사용하고 휘청거렸던 이레스를 떠올리고 성문 바로 우측을 가리켰다.
“저기에 열 사람 정도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시는 것은?”
“그 정도는 괜찮겠네요.”
이레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한 뒤에 노엔을 소환했다.
쿠구궁.
작은 지진이 일어나더니 성벽 바깥쪽으로 땅이 솟아오르며 경사면이 생성되었다.
웅성웅성.
병사들 사이에서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기사들이 멍하니 땅이 솟아올라 성벽과 바깥쪽이 연결된 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몇 시간 남았습니까?”
크리스가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다 묻자 데인이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본 뒤에 대답했다.
“두 시간 남았습니다.”
“헨들릭스 공작님, 30분 뒤에 다시 한 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소.”
크리스의 전략전술에 감탄하며 바라보던 헨들릭스 공작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30분이 지나는 순간 앞으로 나아갔고 크리스는 성문을 빤히 바라본 채 생각을 하더니 그레이즈 공작과 헬버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헨들릭스 공작님과 함께 다녀오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할 일은 무엇이냐?”
그레이즈 공작이 묻자 크리스가 미소를 그리며 성문을 가리켰다.
“성문에다가 마스터 세 분이 동시에 오러블레이드를 날려주시면 됩니다.”
“무력시위군.”
피식 실소를 흘린 그레이즈 공작이 헬버튼과 함께 헨들릭스 공작을 따라 앞으로 나서자 크리스가 고개를 돌려 데우스 왕자를 바라보았다.
“마스터 세 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렸음에도 항복을 하지 않으면 나머지 한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30분이 흘렀을 때 돌격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데우스 왕자는 대답과 동시에 헨들릭스 공작과 그레이즈 공작, 헬버튼을 바라보았다.
헨들릭스 공작이 조금 전과 똑같이 소리쳤고, 병사들이 다시 한 번 웅성거리고 기사들이 화살을 날리라고 명령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채애앵!
그레이즈 공작을 통해 크리스의 부탁을 들은 것인지 헨들릭스 공작을 포함한 세 마스터가 동시에 검을 뽑아들었다.
우우웅.
검신에 푸른빛이 휩싸이더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한 마스터만이 가능한 오러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하아아압!”
세 사람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고, 검신을 둘러싸고 있던 오러블레이드가 성문을 향해 날아갔다.
쉬이익!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활시위를 놓으려던 병사들이 눈을 부릅뜨며 성문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세 마스터가 몸을 돌리며 데우스 왕자 옆으로 돌아왔다.
휘이이.
오러블레이드의 폭발로 인해 생성되었던 흙먼지가 사라지고 모든 이들의 시야로 성문이 들어왔다.
“……하아. 아직 멀었구나.”
이레스가 성문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문, 정확하게 성문이 자리하고 있던 장소에 굳게 닫혀있어야 할 성문이 사라졌다.
미스릴이 함유된 성문임에도 세 마스터가 동시에 쏘아 보낸 오러블레이드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과 함께 영지 안쪽으로 날아간 것이었다.
다시 돌아오던 그레이즈 공작이 작게 한숨을 내쉬는 이레스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고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럼 마스터라는 경지가 쉽게 볼 수 있는 경지라고 생각했느냐?”
“그런 건 아니지만 좀 속상하긴 하죠.”
마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불의 정령과 계약을 했으니 말이다.
크리스가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다 작은 미소와 함께 데우스 왕자를 바라보았다.
“30분 뒤 항복 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바로 출격하겠습니다. 준비해주세요.”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데우스 왕자가 검을 뽑아들며 소리치는 순간 이레스가 성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항복했네요.”
그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성벽 난간 위에 선 한 기사가 기창에 백기를 달고 크게 휘두르고 있었다.
* * *
“그, 급보입니다!”
또 하루의 휴식을 취하고 성도로 진격하기 위해 진열을 정비하던 이들의 앞으로 첩보병으로 생각되는 한 병사가 달려왔다.
크리스가 바실리아스에게 서류를 건네주며 부탁을 하고 첩보병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가?”
“십오만으로 추측되는 대군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설마 자신들보다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지 크리스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첩보병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사령관은?”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기사의 숫자는?”
“대략 사백!”
“으으음.”
크리스의 옆에 서 있던 헨들릭스 공작이 작게 신음을 흘렸고, 크리스는 잠시 생각하는 듯이 눈을 감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뜨며 말했다.
“현재 거리는?”
“반나절이면 도착합니다.”
“기마병은?”
“사만으로 추측됩니다.”
보병과 궁병의 병력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마병을 확인하는 것은 쉬웠다.
멀리서 확인해도 군마를 타고 있는 병사들이라면 눈에 띄니 기마병의 진형에서 깃발의 숫자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공성병기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후방지원대를 확인한 결과 팔륜마차가 거대한 수레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팔륜마차의 숫자는?”
“총 오십 대!”
크리스가 입을 살짝 벌리며 첩보병을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입이 열리기도 전에 데우스 왕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방법은 무엇입니까?”
“평야에서 전투를 벌여야 합니다.”
“공성전이 아니라?”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팔륜마차 오십 대입니다. 사륜마차도 아니고 팔륜마차라면 그 안에 담겨있는 것이 무겁다는 것이니 분해된 공성병기로 추측됩니다.”
“숫자를 예상할 수 있으십니까?”
“팔륜마차가 이끌 수 있는 무게를 생각해보면 총 오십 대에 팔륜마차에 담겨있는 것은 총 스무 대의 공성병기입니다.”
“…….”
“스무 대의 공성병기와 십오만의 대군입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공성병기만 파괴하고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반나절이면 도착한다는 것은 함정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야에서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인가?”
“만약 그 공성병기가 정란이나 투석기가 들어있다면 오히려 공성전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지에 수비형 공성병기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세 대에 불과했다.
세 대의 공성병기로 스무 대나 되는 공성병기를 전부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까?”
데우스 왕자가 무릎을 꿇은 채 감사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 출진해야 합니다.”
크리스는 순간적으로 망설이는 데우스 왕자에게서 시선을 떼고 그의 뒤에 서 있는 고위급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병력을 보충해주십시오.”
“보충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