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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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93화
제8장 진격 (2)
테라인 왕국에서 도착한 지원군이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는 순간 헥토스 왕국의 고위급 간부들뿐만이 아니라 테라인 왕국의 고위급 간부들도 회의실에 모였다.
-허허허.
“…….”
-허허허. 그대가 주인의 아버지인가?
“…….”
그레이즈 공작은 너무 어이없다는 듯이 이레스가 계약한 불의 정령 파이슨을 바라보았다.
마스터 경지에 올라 회춘하기 전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정령이 자신의 앞에 서 있으니 너무 어이가 없던 것이었다.
바람의 정령 실피아는 그레이즈 가문의 여식인 엘리스를 닮았다.
땅의 정령 노엔은 그레이즈 가문의 차남인 알레인을 닮았다.
그레이즈 공작이 고개를 돌려 키득키득 웃고 있는 그레이즈 가문의 기사들을 째려본 뒤에 이레스를 돌아보았다.
“정령으로 가족이라도 만드느냐?”
“정령이란 것은 계약자가 가…….”
“알고 있다.”
정령의 외형은 계약자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기억하고 있는 것을 닮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레이즈 공작은 이레스의 불의 정령이 자신을 닮았다는 것에 어이없어하는 한편 약간 쑥스럽기도 했다.
아마 마음속 어딘가에 두 정령이 동생들을 닮았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았다.
그레이즈 공작이 다시 파이슨을 돌아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레스에게 말했다.
“돌려 보내거라.”
“예. 파이슨,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허허허. 알겠네. 나중에 불러주시게.
불의 정령 파이슨이 인자한 미소와 함께 사라지자 그레이즈 공작은 계속해서 웃음을 터트리는 그레이즈 가문의 기사들을 째려본 뒤에 칠판 옆에 서 있는 바실리아스와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시작하거라.”
“알겠습니다.”
크리스가 작은 미소를 그린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주위에 앉아있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실제 테라인 왕국 지원군의 총병력은 십만이지만 현재 선봉대만 먼저 움직여 도착한 것은 총 사만의 병력입니다.”
“…….”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킨 크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칠판 옆에 서서 지켜보던 예전과는 달리 상석에 앉아있는 데우스 왕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지금 성도로 진격할 수도 있으며 테라인 왕국의 지원군이 전부 도착하는 순간 성도로 진격할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에 장단점이 있습니까?”
잠시 생각을 하던 데우스 왕자가 묻자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 성도로 진격하게 되면 다른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왕국군에게 도움이 되게 됩니다.”
크리스가 몸을 돌리더니 칠판에 걸려있는 지도로 걸어가 서방 경계선에서 헥토스 왕국의 성도까지 분필을 이용해 길게 선을 만들어 연결시켰다.
“일직선 돌파입니다. 강행하여 성도까지 진격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헥스 공작은 어쩔 수 없이 저희 쪽으로 병력을 집중시킬 것이고, 그 경우 다른 왕국군이 부담해야하는 병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단점은 무엇입니까?”
“강행을 통해 병사들이 빠지게 되면 저희 쪽 피해도 감수해야 합니다. 단, 강행 시 떨어진 병력은 테라인 왕국 지원군 본대에서 거두어 저희가 만든 길을 이용해 쉽게 성도로 향할 수 있습니다.”
“…….”
데우스 왕자가 서방 경계선부터 성도까지 연결되어 있는 하얀 선을 바라보다 다른 방법에 대해 물었다.
“왕국군 본대를 기다릴 경우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레이온 왕자님에게 지원군의 기사들을 확인한 결과 기사와 마법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 병력이 칠만에서 십삼만으로 늘어나 손쉽게 성도로 향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무엇입니까?”
“그 안에 다른 지역에서 수성 중인 헥토스 왕국군이 버텨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 전에 몇몇 영지가 무너질 터이니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원군을 기다리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잠시 입을 다물었던 크리스의 덧붙인 단점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버텨야 하는 왕국군 중에는 반란군의 절반의 병력이 모여 있는 아드렌 후작도 존재합니다.”
“…….”
대마법사라고 해도 마나가 무한인 것은 아니었고 무적도 아니었다.
그저 전쟁 시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는 것이 전부였지만 병력의 차이가 이만, 삼만의 단위가 아니라 십만, 이십만의 단위라면 힘들다는 것이고, 그 안에 막다인 자작 같은 마스터가 존재하면 어렵다는 것이었다.
데우스 왕자는 고민에 휩싸였고 크리스 공자는 그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이 입을 꾹 다문 채 바라보았다.
자신이 책사로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현재 서방 경계선에서 책사를 맡은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크리스 그 자신이 헥토스 왕국의 사람이 아닌 탓에 피해를 입는 작전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데우스 왕자는 계속 고민했고 회의실에 자리 잡은 모든 이들이 그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가 레이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이온 왕자님.”
“예.”
“레이온 왕자님이라면 이 상황에 어떤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
레이온이 입을 꾹 다문 채 데우스 왕자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헥토스 왕국의 왕국지도를 바라보았다.
사방에 붉은 압정이 박혀있었고 왕국의 끝자락에 푸른색 압정이 꽂혀있었다.
붉은 압정이 무엇을 뜻하고 푸른 압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들은 적은 없었지만 두 색깔의 압정을 파악하고 있던 레이온 왕자는 잠깐의 고민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작전을 시행할 것입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기다려도 희생이 따르고 진격해도 희생이 따른다면 저는 먼저 길을 만들고 빠른 속도로 성도로 진격해 대기하여 지원군과 함께 반란을 제압하는 것이 백성들에게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백성…….”
데우스 왕자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레이온 왕자가 미소를 그리며 그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전쟁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는 적군에게 포로로 잡힌 병사나 전쟁터에 나온 병사들뿐만이 아니라 전쟁에 고향을 버리고 피난을 가고, 전쟁으로 인해 강제 징용되고 있는 백성들이기 때문입니다.”
“…….”
데우스 왕자는 멍하니 레이온 왕자를 바라보았고 그가 작은 미소를 그리는 순간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 * *
이레스는 저 멀리 보이는 굳게 닫힌 성도로 향하는 2관문이라 불리는 게든 영지의 성문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파이슨.”
화르륵.
“노엔.”
쿠구궁.
“실피아.”
쉬이익.
허공에 화염이 일어나며 불의 정령 파이슨이 나타나고 작은 지진과 함께 땅의 정령 노엔이 나타나고, 작은 돌풍과 함께 바람이 바람의 정령 실피아가 나타났다.
데우스 왕자는 크리스가 제안한 두 가지 방법 중에 첫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강행을 통해 성도까지 진격을 하여 본진이 성도로 안전하고 빠르게 향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강행을 한다 하여도 영지를 돌파해야 하니 성문을 파괴할 파쇄차나 성벽을 넘을 수 있는 정란이 필요했지만 크리스는 그 모든 것을 버렸다.
예전에 들었던 하나의 전투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후우.”
작게 숨을 고른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레이온 왕자, 데우스 왕자, 헬버튼, 헨들릭스 공작, 그레이즈 공작, 케르취를 바라보았다.
“시작하겠습니다.”
“예.”
데우스 왕자가 대표가 되어 대답했고 이레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실피아.”
쉬이이익!
하늘 위로 강한 돌풍이 불어와 한데 모이더니 거대한 바람의 화살, 아니 창의 형태를 띠고 있는 거대한 바람의 창이 만들어졌다.
크리스가 떠올린 것은 그레이즈 가문과 헨바인 가문과의 영지전에서 선보인 이레스의 신위, 바람으로 만들어진 창을 이용하여 성문을 무너트리는 것이었다.
쉬이이익!
작은 돌풍이 점점 거대해지며 만들어진 집채만 한 바람의 창이 성문을 향해 천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쿠구궁.
“저, 적이 나타났다!”
이미 칠만의 병력이 눈앞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닫고 공성전을 준비하던 병사들이 성을 향해 날아오는 바람의 창을 바라보며 소리쳤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파이슨.”
화르르륵!
허공으로 화염이 생성되더니 바람의 창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거대한 불의 구가 생성되었다.
휘청.
중급 정령에 머무르고 있는 실피아의 힘에 칠 할을 소모하여 만든 바람의 창과 비슷한 크기의 불의 구를 만들었다.
문제는 중급 정령의 머무르고 있는 실피아와는 달리 파이슨은 하급 정령에 속해 있어 똑같은 크기의 화염구를 만드는 순간 정신력이 떨어져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렸다는 것이었다.
말 위에서 떨어질 정도로 휘청거리는 이레스를 향해 손을 뻗어 그의 등에 손을 대 지탱해준 그레이즈 공작이 앞을 바라보았다.
6서클, 아니 7서클 이상의 마법사만 만들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거대한 화염의 구와 바람의 창이 성문을 향해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헨바인 백작가의 전투에서는 바람의 창만 만들어 성문을 부쉈지만 헥토스 왕국은 미스릴 광맥을 보유한 왕국이었다.
당연히 조금이지만 성문에서 미스릴이 들어있을 것이니 파괴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레스는 화염의 구와 바람의 창을 만들었다.
쉬이익.
화르륵!
뜨겁게 타오르고 맹렬하게 회전하던 화염의 구와 바람의 창이 성 가까이 도착하는 순간 영지에 마법사가 자리하고 있었는지 성벽 위로 푸른 방패가 생성되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그 푸른 방패를 보고 미소를 그렸다.
콰아아앙!
성문을 향해 날아가던 바람의 창이 푸른 방패를 뚫고 폭발했다.
바람의 창이 폭발을 일으키며 흙먼지가 생성되어 성문이 부서졌는지 부서지지 않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모든 이들은 기대감을 가지며 성문 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벽을 넘어 그 안쪽으로 쏘아지는 화염의 구를 바라보았다.
“저들도 한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라면 영지민들은 전부 대피시켰을 것입니다. 남자들은 당연히 반란군이 되었겠지만 상관없습니다. 가장 큰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혀주세요.”
크리스는 회의를 마치고 전부 헤어졌을 때 이레스에게 다가와 그런 말을 내뱉었다.
강제징용 당했다고 해도 그전에는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던 영지민들이었기에 조심해야 했지만 그것은 헥토스 왕국의 사람일 때 이야기였다.
동맹국, 혈맹과도 같은 동맹국이라고 해도 타국이었으니 크리스에게 중요한 것은 헥토스 왕국에서 일어난 반란을 최소의 피해로 잠재우느냐가 아니라 지원군의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시키고 반란을 잠재우느냐였다.
어떻게 보면 잔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레스는 공감했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타국이고 강제 징용 되었다고 해도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시지만 진격하기 전 크리스와의 대화를 떠올렸던 이레스가 정신을 차리고 영지를 바라보는 순간 불의 구가 영지 안쪽으로 스며들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바람의 창과는 다르게 화염의 구가 폭발을 일으키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듯이 영지의 절반이 화염으로 뒤덮었다.
크아아악!
멀리 떨어져 있는 왕국군에게까지 들려오는 적들의 비명에 데우스 왕자가 검을 뽑아들며 외쳤다.
“전군 진격하라!”
우와아아아!
데우스 왕자를 선두로 9만의 병력이 전부 달려갔지만 이레스는 두 속성의 정령력이 바닥나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오로지 움직이지 않은 자는 정신력이 바닥나 움직일 수 없는 이레스와 그레이즈 공작을 대신하여 그가 쓰러지지 않도록 부축하고 있는 크리스 공자였다.
이레스가 성을 향해 돌진하는 기마병들을 넘어 바람의 창이 공격한 성문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화살의 범위에서 약간 뒤에 서 있던 그였다. 당연히 성문이 부서졌는지 부서지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젠장.”
성문은 부서지지 않았다.
파쇄차가 성문을 공격하며 찌부러진 것처럼 안쪽이 깊숙하게 파여 있을 뿐이었다.
이레스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엔 부탁해.”
-응.
작게 고개를 끄덕인 노엔이 손을 내밀었다.
쿠구구궁!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며 성벽 바깥쪽으로 땅이 솟아오르며 성벽까지 오를 수 있는 가파른 길이 만들어졌다.
성벽까지 연결되는 길을 바라보며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그리다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불의 정령력도 전부 소모되었고 바람의 정령력도 전부 소모되었고 멀리 떨어져 있는 대지를 이용하여 솟아오르게 하였기에 땅의 정령력도 절반이나 떨어졌다.
성벽의 한쪽만 땅을 솟아오르게 한 것이 아니라 왕국군이 진격하는 성벽 앞에 모든 대지를 솟아오르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나머지는 부탁할게요.”
“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