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29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29화
제2장 철저하게 준비하라 (2)
회의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엘프들이 테라인 왕국과 유실리안 제국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하였을 경우 테라인 왕국 소속으로 참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인해 왕성에 연락을 해야 했고 왕국의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 지금까지 모은 유실리안 제국에 대한 모든 정보와 왕국의 진행 방향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녁 식사도 포기한 채 계속 진행된 회의가 시작된 지 네 시간이 흘렀을 때 회의는 끝이 났고 모두가 회의실을 벗어나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이레스는 알레인과 함께 가주의 집무실이나 총관실이 아닌 기사 수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왔느냐?”
“……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들을 바라보는 파이슨의 모습에 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연무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짧게 도약해 그 위에 올라서며 대답했다.
탁.
“예.”
“…….”
파이슨이 자신의 맞은편에 선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알레인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더냐?”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
천천히 고개를 돌린 파이슨은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았고 그의 입이 열리는 순간 똑같이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화르륵.
쉬이익.
쿠구궁.
허공에 작은 불꽃이 생성되더니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며 불의 정령 파이슨이 소환되었고 작은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며 바람의 정령 실피아가 소환되고 작은 지진과 함께 땅속에서 땅의 정령 노엔이 솟아올랐다.
여기까지는 파이슨이 알고 있는 이레스의 능력이었기에 헛웃음을 흘리지 않았다.
“리나.”
이레스의 입에서 처음 듣는 이름이 튀어나왔고 허공에 작은 물방울이 생성되더니 물의 정령 리나가 소환되었고 그 순간 파이슨은 헛웃음을 흘렸다.
“…….”
파이슨이 이레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불, 바람, 흙,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물의 정령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전에도 인간 같지 않았지만 이젠 정말 인간이 아니게 되었구나.”
불, 물, 바람, 땅.
인간들에게 알려진 정령계의 모든 정령과 계약을 맺었다.
파이슨은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이레스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에 천천히 검을 꺼내 들었다.
스르릉.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겠지.”
물의 정령과의 계약.
그것은 놀라운 이야기이기는 하였지만 전장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일반 병사들에게는 통하겠지만 오러나이트 이상의 무인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힘이었다.
현재 이레스의 명성을 생각하면 그가 전장에 나설 경우 유실리안 제국에서 그를 상대하기 위해 움직일 인물은 최소 오러나이트 셋, 최대로 마스터 둘이었다. 그만큼 정령검사가 전장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세상이 알게 된 것이었다.
이레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파이슨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한 뒤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파이슨이 전부 돌려보낸 것인지 기사 수련장 안에는 세 사람이 전부였다.
기사 수련장 밖으로 수십 명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아마 그들은 레어울프 기사단일 확률이 높았으니 첩자가 존재할 확률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었다.
“후우. 아직 완벽하지는 않은데 쓸 만한 기술을 얻었습니다.”
작게 숨을 고른 이레스가 싱긋 미소를 그리며 대답하자 파이슨도 똑같이 작은 미소를 그리더니 자신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우우웅.
헥토스 왕국의 반란 전쟁을 통해 헨들릭스 공작은 라이언 대공과의 전투로 깨달음을 얻어 강해졌고 라이언 대공도 깨달음을 얻어 강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테라인 왕국의 마스터 파이슨도 마찬가지였으며 깨달음과 전투 능력의 상승은 오히려 3년 전 라이언 대공을 능가하게 되었다.
헨들릭스 공작의 대련과는 달리 라이언 대공과의 대련에서 파이슨은 어느 누구의 제재도 없이 목숨을 걸고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었기 때문이었다.
오러 블레이드가 검신을 두르는 순간 연무장 위로 거대한 중압감이 몰려왔고 양발에 힘을 주어 중압감을 버틴 이레스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실피아.”
-응!
이레스의 부름에 실피아가 해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파이슨이 검을 들어올렸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수십, 수백의 바람의 화살이 생성되어 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만 파이슨은 대답과 동시에 이레스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는 실피아의 모습을 보고 몸을 흠칫 떨었다.
소환이 해제된 것이 아니었다.
마나와 마찬가지로 정령들도 각각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는데 실피아는 다시 정령계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이레스의 몸으로 흡수된 것이었다.
콰아아아!
거대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형체화가 이루어진 듯이 눈에 보이는 회오리바람이 이레스의 몸을 감춰버렸다.
“그건 또 무엇이냐?”
“엘프들은…….”
잠시 말을 흐리는 순간 파이슨이 정면을 바라본 채로 오른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뭐라고 했느냐?”
일부러 말을 흐리며 상대의 틈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바람과도 같은 빠르기와 몸을 휘감고 있는 회오리바람이 그의 목소리를 하늘로 날려버린 것이었다.
어느새 파이슨의 옆에 서서 그의 롱소드의 검을 맞대고 있던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다시 대답했다.
“엘프들은 정령 융합술이라고 부릅니다.”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은?”
파이슨이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하늘 위에서 바람을 감싸고 있는 이레스가 땅 아래로 검을 찍으며 착지했다.
콰지직.
검신에도 둘러진 회오리바람이 땅을 부수며 안으로 파고들었고 이레스는 다시 잔상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
계속 바람에 의해 대화가 불가능하자 피하기보다는 막아내자고 생각했는지 파이슨이 몸을 돌리며 좌에서 우로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카아아앙!
커다란 검명과 함께 잔상을 일으키며 사라지던 이레스가 다시 연무장 위에 나타났다.
“정령과 하나가 된다는 게 정령 융합술이다 보니 정령 융합술을 사용하면 살아 있는 육체가 아닌 정신으로 움직이는 육체가 됩니다.”
“형체를 가진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구나.”
“예. 그것도 오러 블레이드가 아닌 마나를 다루는 기술은 통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어이없는 설명 때문인지 연무장 아래에서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던 알레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 무적의 기술이군요.”
“말했잖아. 마스터나 같은 정령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알레인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한 이레스가 다시 파이슨을 바라보았다.
“문제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수련해도 완벽하게 배울 수 없는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그 문제는?”
“삼십 분이 끝, 형체를 가진 공격이 허용됩니다.”
“……쓸모없군.”
30분간 유지할 수 있으며 그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형체를 가진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파이슨이 혀를 차며 중얼거리자 이레스가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쓸모없죠. 하지만 알케리스 님의 대답을 들어보니 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군요.”
“너만의 방법?”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손을 들어 올렸고 그 순간 그의 몸에 흡수되었던 실피아가 다시 허공에 나타났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네 정령을 바라본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파이슨.”
-허허허.
작게 웃음을 흘린 파이슨이 천천히 날아가더니 그가 쥐고 있는 롱소드의 검신으로 스며들었다.
화르륵!
중급 정령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푸른 화염이 검신을 둘러쌌다.
“노엔.”
-응.
작게 고개를 끄덕인 노엔이 천천히 날아가더니 이레스의 몸에 흡수되었고 그 순간 그의 양쪽 팔에 흙으로 만들어진 장갑과 팔목 보호대가 생성되었다.
“실피아.”
-히잉. 힘든데.
정령 융합술은 정령사뿐만이 아니라 정령에게도 많은 정신력을 소비시키기에 실피아가 작게 투덜거리더니 다시 이레스의 몸에 흡수되는 순간 그의 양쪽 다리로 전과 같은 강한 회오리바람이 둘러졌다.
“…….”
파이슨이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인간이 아니군.”
검에는 푸른 화염이 둘러져 있었고 양쪽 팔에는 흙으로 된 장갑을 착용하고 있고 양쪽 다리에는 거대한 바람이 둘러졌다.
정말 인간이라기보다는 정령이라는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
“……큭, 저도 이 모습이 적응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파이슨의 중얼거림을 듣고 자신의 몸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작게 웃음을 토한 뒤에 다시 물었다.
“다시 갑니까?”
“……일단 실험은 해봐야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파이슨이 양손으로 자신의 검을 잡으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탓.
짧게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이레스의 신형이 사라졌고 파이슨은 정면을 바라본 채로 강하게 검을 내리찍었다.
쉬이이익!
콰아아아앙!
* * *
콰아아앙!
나무 위에 은신한 채 연무장 위를 바라보던 라크는 입을 떡 벌린 채 파이슨과 이레스의 대련을 바라보고 말았다.
파이슨의 힘도 알고 있었고 현재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인 이레스의 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한 달 만에 이레스는 마스터와 동급의 힘을 얻었다.
“말도…….”
“말도 안 되는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리려던 라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언제 나타난 건지 헬버튼이 팔짱을 낀 채로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인간들이 아니야.’
오러나이트 경지에 오른 라크였다.
그것도 은신과 뛰어난 기감을 통해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라크였지만 역시 이제 갓 오러나이트 경지에 오른 이와 마스터와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인지 자신의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개를 작게 저으며 헬버튼을 바라보던 라크가 다시 고개를 돌려 연무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헬버튼 님.”
“왜 그러느냐?”
“현재 가주님의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
헬버튼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연무장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마스터와 동급.”
“……미친.”
오러나이트와 마스터와의 차이가 정령 융합술이라는 능력 하나로 인해 메워졌다.
라크가 무의식적으로 욕설을 내뱉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헬버튼은 오히려 그런 라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은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착각을 한 거 같구나.”
“예?”
“3년 전, 라이언 대공과 동급이다.”
“…….”
해석해보면 아주 간단한 이야기였다.
3년 전 라이언 대공과 동급이라는 것은 3년 전 라이언 대공에게 패배했던 헨들릭스 공작을 능가하는 힘을 이레스는 정령융합술이라는 기술을 습득하며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콰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