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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226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226화

제1장 명분 (1)

 

 

플레티안 제국의 침공으로 인해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이레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미간을 꾹꾹 누른 이레스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버리겠네.”

 

과거.

 

즉 전생에서 플레티안 제국은 유실리안 제국의 계략으로 인해 헥토스 왕국을 토벌하는 연합군이 결성되는 그 순간에도 참가하지 않았던 제국이었으며 단 한 차례도 먼저 다른 나라를 침공한 적 없는 제국이었다. 그렇기에 이레스는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도 현 상황에서 유실리안 제국을 제외한 다른 제국이 움직일 것이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걔네가 왜 공격을 해. 움직일 리가 없는…….”

 

과거의 기억을 뒤지며 작게 중얼거리던 이레스가 입을 꾹 다물더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데미안을 빤히 바라보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을 잘못 했다.’

 

플레티안 제국이 움직일 만한 이유를 찾기 위해 전생의 기억을 훑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알게 된 것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데미안을 인지했을 때 깨달을 수가 있었다.

 

전생의 테라인 왕국과 현재의 테라인 왕국은 단 하나의 연결고리가 없는, 완벽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새로운 테라인 왕국이었다.

 

지금의 대륙은 헥토스 왕국의 2왕자인 제이스 왕자가 왕위에 올라 있는 것도 아니었고 여전히 대평야를 지배하고 있어야 할 기마 민족은 현재 유실리안 제국의 공격에 의해 멸망을 당한 상태였다.

 

테라인 왕국은 오크 부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은 엘프와 동맹을 맺는 노예 제도 이후 최초의 왕국이 되었으며 예전에는 절대 불가라고 생각했던 귀족파와 연합하여 왕국을 다스리는 상태였다.

 

“죽었어야 할 놈도 살아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구나.”

 

“예?”

 

자신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레스는 손을 저은 뒤에 말을 돌렸다.

 

“아니야. 플레티안 제국이 침공한 이유는?”

 

“확실하게 유실리안 제국을 침공한 명분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저희 쪽의 추측으로는 정령검의 소문이 퍼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침공했으니 정령검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흐음.”

 

정령검은 검사에게 강력한 힘을 심어주는 무기임과 동시에 정령사의 정령을 검 안에 봉인시켜 정령의 힘을 사용하는 검으로, 영혼을 검 안에 봉인하여 만들어진 다크 소드와 같은 계열로 볼 수 있는 영혼의 검이었다.

 

혼자서는 그런 정령검과 미스릴 갑옷으로 무장한 아이언 나이트들과 유실리안 제국의 군사력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테라인 왕국은 그들을 대륙의 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령검에 관한 소문을 대륙 전체로 퍼트렸었다.

 

목표는 연합군을 결성하여 유실리안 제국을 쓰러트리는 것이었는데 그 소문을 통해 연합군이 결성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티안 제국이 홀로 유실리안 제국을 침공했다.

 

“발이 무거운 플레티안 제국이 정령검의 정체 때문에 움직……. 젠장.”

 

“짐작 가시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심각한 표정과 함께 중얼거리던 이레스가 갑작스럽게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무언가를 추측했다고 판단했는지 데미안이 고개를 살짝 들이밀며 질문을 했다.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에 짧게 설명을 했다.

 

“플레티안 제국의 3황자가 정령사다.”

 

“……예?”

 

드르륵.

 

해석이 불가능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데미안이 더욱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이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가며 명령을 내렸다.

 

“떠날 준비 할 테니, 왕국에 연락해 봐.”

 

“그……. 방금 말씀하신 3황자 때문입니까?”

 

“응, 예상이 맞는다면 아마 플레티안 제국의 3황자는 현재 실종되었거나 죽었을 가능성이 크거든.”

 

“……!”

 

이레스가 몸을 흠칫 떨며 놀라는 데미안을 무시한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기억하고 있었다.

 

검의 제국이라 불리는 플레티안 제국의 3황자가 자신과 같은 정령검사이며 이맘때쯤 비밀 수행을 끝내고 제국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말이다.

 

플레티안 제국의 특이함 중에 하나가 황자가 성년이 되는 그날,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변장을 한 뒤에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용병으로 활동을 하며 세상을 경험하는 비밀 수행을 떠나게 하는 것이었다.

 

3황자는 평범한 검사가 아닌 자신과 마찬가지인 정령검사였으며 현재 대륙에는 수십, 수백 명의 정령사들이 실종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령검의 제작 방법은 정령사와 계약한 정령을 강제로 정령사와 떼어낸 후에 검에 봉인시키는 방법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계약과 동시에 정령사는 정령과 영혼으로 계약된 사이이기 때문에 강제로 그 계약의 고리를 끊어버리면 정령사는 영혼이 파괴되어 목숨을 잃게 된다.

 

“세상 한번 잘 돌아간다. 씨발.”

 

제국의 3황자는 자신과 같은 정령검사이며 올해 비밀 수행을 마치고 돌아와야 했으며 플레티안 제국은 비밀 수행을 마치고 돌아온 황자를 위해 성대한 파티를 열어야 했다.

 

한데 플레티안 제국은 3황자가 돌아오는 올해, 성대한 파티를 여는 대신 유실리안 제국을 침공했다.

 

즉, 유실리안 제국은 정령검을 제작하기 위해 정령사들을 납치하던 도중 실수로 변장하고 있는 플레티안 제국의 3황자도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고 정령검의 소문을 듣고 자신의 황자가 납치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플레티안 제국은 은밀하게 사신을 보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정령검의 존재와 제작 방법을 숨기고 있는 유실리안 제국이 3황자를 돌려보냈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고 플레티안 제국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3황자의 생사를 알기 위해 유실리안 제국을 침공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여기서 이레스가 걱정하는 것이 있었다.

 

3황자의 생사를 알기 위해 출진했다고 추측되는 플레티안 제국이 정령검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유실리안 제국을 상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테라인 왕국이 직접 유실리안 제국을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나라가 유실리안 제국을 쓰러트린다면 오히려 테라인 왕국으로서는 환호를 질러야 마땅했지만 정말 플레티안 제국이 정령검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유실리안 제국을 상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 * *

 

3황자 납치 가능성.

 

솔직한 이야기로 테라인 왕국으로서는 플레티안 제국의 3황자가 유실리안 제국에 납치당해 정령검을 만드는 데 희생당하였다고 하여도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테라인 왕국은 납치 가능성을 듣기도 전에 은밀하게 플레티안 제국을 돕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든지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낼 수 있는 유실리안 제국보다는 단 한 번도 접촉이 없었지만 아직까지 외교 관계가 중립적인 플레티안 제국이 테라인 왕국의 입장에서는 더 편한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명분……. 명분…….”

 

백작급 이상의 귀족들을 다시 한 번 소집한 후 정보부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던 레이온 왕자는 계속해서 작은 목소리로 명분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바로 몇 시간 전,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인 이레스를 데리러 간 데미안으로부터 플레티안 제국이 유실리안 제국을 공격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론 확실하지 않았으며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레이온 왕자도 플레티안 제국의 3황자가 정령검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이라면 플레티안 제국은 다른 나라의 침공을 받지 않을 명분을 얻는 건데…….”

 

명분.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떻게 보면 명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명분이라는 것 자체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강제적인 이유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명분, 즉 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세상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명분을 가진 나라가 얻는 효과는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명분은 아군에게는 전장에 나서야 하는 이유와 목숨을 바쳐 적들과 싸우더라도 그 죽음이 명예로운 죽음이라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허나 적군에게는 자신들이 전장에 나서서 목숨을 바쳐 싸울 이유를 없애버리게 한다.

 

특히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기사들에게는 전쟁에 불참하는 상황까지 몰고 올 수 있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명분이 가져오는 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명분을 통해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는데 전쟁으로 인해 군사력이 약화된 틈을 이용하여 제3의 나라가 침공을 하였을 경우, 명분이 없는 전쟁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먹잇감이 되어버린다.

 

다른 나라의 침공을 막고 전쟁에서의 사기와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강력한 무력 집단인 기사들에게 전쟁 참여 여부를 다시 묻게 한다.

 

그것이 전쟁을 해야 하는 이유, 즉 명분이 전쟁에서 중요한 이유였다.

 

“보고!”

 

다다다닷.

 

활짝 열려 있는 대전의 문을 통해 한 병사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왕좌로 향하는 계단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플레티안 제국이 유실리안 제국을 침공한 이유를 발표했습니다!”

 

“3황자인가?”

 

데미안과의 통신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진지한 표정과 함께 묻는 테라인 국왕의 모습에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병사에게 돌아가는 그 순간 그의 큰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플레티안 제국의 3황자가 유실리안 제국을 둘러보겠다고 한 뒤 유실리안 제국에 입성한 후 한 달 뒤에 생명의 징표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정령검과 연관이 없다고 하여도 명분을 얻었구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생명의 징표.

 

비밀 수행을 떠나는 황실의 사람들의 몸에 그리는 타투형 마법진으로, 투명화 마법이 함께 담겨 있어 다른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 없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지금 병사의 보고에 따르면 그 생명의 징표가 없어졌다고 했다.

 

생명의 징표가 없어지는 경우는 단 두 가지뿐이다.

 

첫 번째는 강력한 마법에 의해 마나가 차단된 공간에 진입했을 경우이며 두 번째는 생명의 징표를 몸에 그린 인물이 죽었을 경우였다.

 

플레티안 제국으로서는 생명의 징표가 없어지는 것으로 3황자의 신변의 위험, 또는 사망으로 판명할 수 있었고 생명의 징표가 없어지는 순간이 유실리안 제국으로 향하는 순간이었으니 플레티안 제국은 유실리안 제국에 죄를 물을 수가 있었다.

 

아무리 비밀 수행이라고는 하지만 사소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 각 나라의 황실과 왕실에 연락을 하기 때문에 유실리안 제국이 3황자가 제국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알려주었을 뿐, 3황자가 어떤 변장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

 

테라인 국왕의 중얼거림을 들은 멕케인 공작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병사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서 다른 귀족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황실과의 마지막 통신을 시작으로 생각하면 3황자는 유실리안 제국으로 향한다고 하였고 그 후 연락이 두절되는 것과 동시에 3황자의 몸에 그려진 생명의 징표가 사라졌다. 플레티안 제국으로서는 생명의 징표가 사라지는 순간 유실리안 제국의 도움을 받아 3황자를 찾으려고 했을 것이 분명하군.”

 

“…….”

 

모두의 시선이 멕케인 공작에게 고정되었고 생각을 정리하며 설명을 하던 그는 병사에게 서 테라인 국왕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허나 그 순간 대륙을 강타한 것이 정령검의 등장이었고 오히려 추궁했을 것입니다. 정령사의 정령을 검에 봉인시켜 만든 영혼의 검이라면 정령사인 3황자가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말입니다.”

 

“…….”

 

모든 정보를 요약하여 설명하는 멕케인 공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테라인 국왕이 천천히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지원은?”

 

멕케인 공작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10만의 병력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식량과 무기를 조달했습니다.”

 

“플레티안 제국이 승리할 가능성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잘못된 질문?”

 

“그렇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테라인 국왕의 말을 정정한 멕케인 공작이 자신의 맞은편에 서 있는 왕실호위기사단장이며 왕국의 마스터 중 한 사람인 케이든 후작을 향해 소매에 감춰두었던 양피지를 건네주었다.

 

“…….”

 

물끄러미 자신의 손에 쥐여진 양피지를 바라보던 케이든 후작이 양피지를 훑어보는 대신 바로 계단을 올라가 테라인 국왕을 향해 내밀었고 멕케인 공작을 시작으로 케이든 후작에게서 양피지를 건네받은 테라인 국왕이 천천히 양피지를 읽다 눈썹을 찡긋거리더니 다시 멕케인 공작을 바라보았다.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끔찍하군…….”

 

한숨과 함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테라인 국왕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레이온 왕자에게 양피지를 건넸고 그가 천천히 읽어 가는 순간 멕케인 공작이 모든 귀족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유실리안 제국이 플레티안 제국의 10만의 선봉대를 습격하여 완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입니다.”

 

“……!”

 

대전에 자리하고 있는 귀족들의 절반은 이미 전쟁터에서 굴러본 경험이 있거나 여전히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플레티안 제국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말이오!”

 

한 귀족이 깜짝 놀란 듯이 소리쳐 묻자 멕케인 공작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유실리안 제국은 플레티안 제국이 공격하는 것을 북쪽 경계선이 함락당한 이후 알게 되었습니다.”

 

“십만의 병력을 전멸시키려면 최소 두 배의 병력과 그들이 상상도 못한 전략 전술…….”

 

“일천이 안 됩니다.”

 

“…….”

 

소리치던 귀족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귀족들이 몸을 흠칫 떨며 바라보았고 멕케인 공작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십만의 선봉대를 전멸시키기 위해 출진한 유실리안 제국의 총병력은 일천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십만의 병력을 이끌던 인물은 플레티안 제국의 오러나이트였습니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다시 한 번 대전 안이 술렁이는 것은 당연했다.

 

십만의 병력이 일천의 병력에 몰살당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정말 만약에라도 십만의 병력이 일천의 병력에 패배하더라도 뿔뿔이 흩어져 도주한다면 그것은 전멸이 아니라 패배였다. 하지만 멕케인 공작은 지금 패배라는 단어가 아닌 전멸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십만의 병력이 패배하였고 도주도 선택하지 못한 채 일천의 병력에게 전멸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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