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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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25화
제11장 전쟁의 시작 (2)
“클라리아를 많이 닮았네.”
물의 정령은 클라리아와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신기했다.
바다와도 같은 푸른빛 머리카락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클라리아를 닮아 있었다.
정령들은 모두 자신이 기억하는 소중한 것에 따라 외형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손길을 느끼듯 작은 미소를 그리며 눈을 감고 있는 물의 정령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세계수를 향해 걸어오는 카인을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괜찮으십니까?”
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안부를 답하는 대신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한 채 묻자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엘프들과의 대련에서 이레스는 끈질기게 버티며 정령 융합술에 대해 배웠지만 모든 정령력이 소모되는 순간 흙장갑을 착용한 카인의 주먹에 복부를 맞고 말았다.
정령사이기는 하지만 검의 가문의 가주이자 오러나이트 경지에 오른 이레스였지만 정령 융합술을 통해 완성된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괜찮아요. 몇 년……, 아니지 이곳에 들리기 전에는 대련이라는 명목 하에 맨날 두들겨 맞았는데요. 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하는 이레스였지만 그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헥토스 왕국의 반역이 끝나고 이레스는 가주가 되기 위한 수업과 동시에 헬버튼과 파이슨과 대련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
대련이지만 실력을 키우기 위해 가혹하게 치러진 대련에서 부상을 입는 것은 당연했으니 그 말처럼 이레스는 매일같이 맞고 다녔었다.
순간적으로 헬버튼, 파이슨 두 마스터와의 대련을 떠올렸는지 몸을 부르르 떤 이레스가 다시 미소를 그리며 카인을 바라보다 자신의 손바닥에 앉아 있는 물의 정령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아이는 누구의 정령이에요?”
“……물의 정령이군요.”
카인이 이레스의 손바닥 위에 앉아 있는 물의 정령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을 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본 기억이 없는 것을 보아 정령계에서 놀러 온 정령 같군요.”
“……놀러 와요?”
“세계수는 정령의 기운이 풍부한 나무입니다. 정령의 기운을 느끼고 정령계에서 놀러 오는 정령들은 많습니다. 뭐 길어야 두세 시간에 불과하지만요.”
“헤에…….”
작게 감탄을 내뱉은 이레스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쓰다듬자 물의 정령은 기분이 좋은 듯이 눈을 감으며 손길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뭐가요?”
갑작스러운 카인의 중얼거림 때문인지 물의 정령을 바라보며 미소를 그리고 있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카인이 고개를 갸웃한 채로 물의 정령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정령계에서 놀러 온 정령들은 외형을 갖추지 못합니다.”
“……예?”
“저기 보이십니까?”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키는 카인의 모습에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손가락을 따라갔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날아다니며 놀고 있는 실피아와 그를 따라다니는 정령들이 있었는데 그 정령들 사이에 붉은색 빛의 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불의 정령이면 저렇게 붉은색 빛의 구가 될 뿐이죠. 그런데…….”
이레스가 카인을 따라 물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물의 정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형태를 갖추고 있군요.”
“그러네요.”
정령과 함께 평생을 산다는 엘프인 카인조차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이레스가 검지를 이용해 물의 정령에 이마를 살짝 밀었다.
“이봐요. 아가씨?”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미는 힘에 의해 뒤로 발라당 넘어진 물의 정령이 바로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우…….
“……말도 하네?”
이레스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카인도 눈을 껌뻑이며 바라볼 때 물의 정령이 마음이 상한 것처럼 입술을 삐죽 내민 채로 고개를 홱 돌렸다.
-흥!
“…….”
인간하고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물의 정령의 모습에 작게 입을 벌린 이레스가 다시 카인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정령계에서 놀러 온 정령이라고요?”
“흐음…….”
카인이 자신의 추측이 잘못된 것인지 잠시 기억을 더듬기 시작할 때였다.
저벅저벅.
“계약을 원해 찾아온 정령인 것 같습니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천천히 정령수를 향해 걸어오는 하이엘프, 알케리스에게 돌아갔다.
“계약을 원하는 정령도 있습니까?”
계약을 요청해도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령과 계약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 이레스였다. 그래서 계약을 원해서 찾아오는 정령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알케리스가 카인의 옆에 도착하는 순간 걸음을 멈추더니 이레스의 손바닥에 앉아 있는 물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날에는 있었습니다. 계약을 원하여 정령사를 찾아오는 정령이 말이지요.”
“흐음…….”
이레스가 작게 신음을 흘리며 물의 정령을 바라보다 그녀의 이마를 다시 살짝 밀었다.
-흥! 흥!
다시 한 번 밀어내는 힘에 비틀거린 물의 정령이 이번엔 세 사람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레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계약하고 싶어서 찾아온 거야?”
-……흥!
진심으로 삐친 것처럼 이레스를 째려보다 다시 고개를 돌리는 물의 정령의 모습에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고는 조금 더 팔을 굽혀 물의 정령을 얼굴에 가까이했다.
“계약하고 싶어?”
-응.
얼굴이 맞닿을 정도는 아니지만 얼굴 바로 앞까지 가까워지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이레스와 시선이 마주친 물의 정령이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이레스가 그런 물의 정령의 모습에 또 한 번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알케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제가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어떻게 계약을 하는 겁니까?”
“이름을 붙여주시면 됩니다. 정령들에게 계약자가 자신에게 건네는 이름이 계약을 했다는 징표이자 약속이니까요.”
계약을 원해 찾아오는 정령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는 듯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던 알케리스가 대답하자 이레스는 바로 물의 정령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름이라…….”
-이……름? 이름.
기대하는 듯이 큼지막한 눈을 연신 깜빡이며 바라보는 물의 정령이었고 이레스는 다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리나.”
-리……나?
“응. 폭포라는 뜻이야.”
-폭포……. 리나…….
이름과 이레스의 설명을 중얼거리던 물의 정령이 환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리나!
“내 이름은 이레스.”
-리나! 이레스!
파앗!
물의 정령, 리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푸른빛이 퍼져 나갔고 갑작스러운 빛에 천천히 눈을 감았던 이레스는 빛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눈을 떴다.
처음보다 더 선명한 물의 정령 리나가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헤헤헤.”
-헤헤헤.
자신의 웃음을 따라 똑같이 웃는 리나의 모습에 또 한 번 머리를 쓰다듬은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알케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아…….”
정령과의 계약을 흐뭇한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던 알케리스가 깜빡했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들기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이요?”
“예. 데미안이라고 예전에 찾아왔던 마법공학자입니다.”
* * *
“푸우웃!”
데미안은 집무실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이레스의 모습에 입안에 들어 있는 차를 뿜고 말았다.
“콜록콜록!”
사레가 들렸는지 이제는 기침을 하는 데미안이었고 이레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수련 끝나면 알아서 간다니까?”
“콜록! 콜록! 아, 아니 그것보다.”
가슴을 크게 두들기자 진정이 됐는지 데미안이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이레스를 바라보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계약하셨습니까?”
이레스의 주위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 정령, 바람의 정령 실피아와 땅의 정령 노엔, 불의 정령 파이슨을 제외하고도 또 다른 정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응, 리나라고 해.”
-헤헤헤, 안녕?
자신의 웃음이 맘에 들었는지 계속해서 자신의 웃음을 따라 하는 리나의 모습에 그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그리던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수련 끝나면 알아서 간다고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데미안이 이야기가 본론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진지한 표정을 그리며 말하자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문제? 가문은 어차피 나 없어도 돌아갈 텐데.”
“그건 그렇죠.”
아니라는 대답 대신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데미안이었다.
이레스가 눈을 부릅뜨며 바라보았고 데미안은 몸을 흠칫 떨더니 황급히 입을 열었다.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
이레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데미안은 그의 모습이 하나의 착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바로 고개를 저었다.
“테라인 왕국이 공격받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유실리안 제국과 척을 져서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가 먼저 한바탕 난리 칠 테고 가장 전쟁과 가까운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플레티안 제국입니다.”
“공격한 나라는?”
“유실리안 제국입니다.”
“…….”
잠시 침묵을 유지하며 데미안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며 물었다.
“……유실리안 제국이 공격한 게 아니라 플레티안 제국이 유실리안 제국을 공격했다고?”
“그렇습니다.”
“씨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유실리안 제국이 테라인 왕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희소식에 가까웠지만 너무 난데없는 두 제국의 전쟁이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