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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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24화
제11장 전쟁의 시작 (1)
폭풍 전에 찾아오는 고요함과도 같이 유실리안 제국이 엘프들을 습격하고 그로 인해 정령검이 출현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전쟁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던 대륙으로 거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우, 움직였습니다!”
유실리안 제국으로 잠입시킨 첩보병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던 레이온 왕자는 왕의 집무실로 들이닥치며 외치는 아이스 자작의 모습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유실리안 제국이 드디어 움직인 것이오?”
“아, 아닙니다!”
“아니다?”
미스릴 갑옷으로 무장한 정령검사라는 전쟁의 무기를 얻은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레이온 왕자는 아이스 자작이 말하는 움직임이 유실리안 제국의 출진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이스 자작이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며 숨을 고르더니 다시 레이온 왕자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플레티안 제국이 움직였습니다!”
너무 난데없는 이야기였다.
유실리안 제국을 더불어 대륙의 사대 제국 중 하나이자 사대 제국 중에 3위에 머무르는 무력을 지닌 나라가 바로 플레티안 제국이었다. 그런데 그런 플레티안 제국이 움직였다고 하니 레이온 왕자로서는 이상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전쟁이오?”
“그렇습니다! 플레티안 제국이 유실리안 제국의 국경을 침범했습니다!”
“명분은?”
“플레티안 제국과 유실리안 제국 사이에서 은밀한 회담이 오갔다고 합니다. 회담의 내용은 대륙에서 이유도 모른 채 사라지고 있는 정령사들이 왕국에서 소문을 흘린 정령검과 연관이 있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대충 플레티안 제국이 유실리안 제국의 국경을 침범한 이유가 추측되었다.
“플레티안 제국이 사신들을 보내서 확인하려 했지만 유실리안 제국에서는 그것을 거절했겠군.”
“그,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중얼거리는 레이온 왕자의 모습에 아이스 자작이 감탄을 하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
생각을 하는 듯이 왼손을 들어 이마를 쓸던 레이온 왕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스 자작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플레티안 제국군의 병력은?”
“총 육십만!”
제국이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군력의 평균적인 숫자였다.
“사령관은?”
“마스터 알렉스티안 공작이 맡았으며 총 세 명의 마스터가 부사령관 직책을 맡고 출진했습니다.”
“기사의 숫자는?”
“총 삼만!”
“마법사는?”
“총 삼천여 명입니다.”
“말 그대로 쓸어버리겠다는 것이군.”
병사의 숫자는 제국이 움직일 수 있는 평균적인 숫자였지만 네 명의 마스터가 참가했으며 경지까지 구분하는 것은 힘들지만 총 삼만의 기사들이 참여했다.
다시 한 번 혼잣말로 중얼거린 레이온 왕자가 아이스 자작을 바라보았다.
“유실리안 제국은?”
“플레티안 제국이 국경을 침범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오십만의 병력과 이만의 기사, 라이온 대공을 포함한 두 명의 마스터가 출진했습니다.”
“정령검사들은?”
“기사들 사이에 숨어 있어 확인하는 것이 힘들지만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
레이온 왕자가 다시 생각을 하는 듯이 입을 다물었고 그의 옆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테라인 국왕이 천천히 안경을 벗으며 아이스 자작에게 명령을 내렸다.
“멕케인 공작이 아직 성도에 머무르고 있는가?”
“그렇습니다!”
“알레인 부가주는?”
“영지로 돌아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멕케인 공작을 부르고 그레이즈 가문과 연락되는 통신 구슬을 가져오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이스 자작이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왕의 집무실을 나갔고 테라인 국왕은 그가 나간 집무실의 문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플레티안 제국과 유실리안 제국.”
“…….”
“어디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느냐?”
잠시 생각을 하던 레이온 왕자가 테라인 국왕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무력으로 따지면 플레티안 제국이지만 현재 외교 관계를 생각하면 유실리안 제국입니다.”
“플레티안 제국군이 유실리안 제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플레티안 제국은 오러나이트 기사들의 숫자가 일천을 넘기는 대제국입니다.”
“그럼 플레티안 제국이 이긴다는 것이냐?”
레이온 왕자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플레티안 제국은 정령검사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흐음.”
테라인 국왕이 작게 신음을 흘렸고 레이온 왕자가 그런 아버지를 빤히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정령검사들은 일대일의 전투에서는 그저 그런 능력을 보이지만 전쟁에서는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왕국에서 정령검사의 힘을 알려준 전쟁이 있지 않습니까.”
“헨바인 영지전.”
레이온 왕자가 자신의 말을 끊으며 중얼거리는 테라인 국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스, 현 그레이즈 공작은 홀로 헨바인 영지전을 끝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였습니다. 전장에서는 마스터보다 무서운 이가 정령검사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입니다.”
“…….”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천히 눈을 감은 테라인 국왕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테라인 국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는 순간 멕케인 공작과 푸른색 구슬을 쥐고 있는 아이스 자작이 왕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멕케인 공작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고 레이온 왕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스 자작이 들고 있는 통신 구슬을 건네받고 마나를 부어 넣었다.
우웅.
통신 구슬이 작게 울리는가 싶더니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누구인가?”
그레이즈 가문으로 연락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통신 구슬이 꼭 가주가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었기에 레이온 왕자가 묻자 통신 구슬 안에서 알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 대리인 부가주 알레인 더 그레이즈입니다.
“다 모였군.”
알레인의 소개가 끝나기가 무섭게 말문을 연 테라인 국왕이 멕케인 공작과 통신 구슬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플레티안 제국이 유실리안 제국의 국경을 침범했다네.”
“…….”
-…….
“그리고 우리 테라인 왕국은 플레티안 제국이 유실리안 제국과는 달리 외교 관계가 악화된 상태가 아니기에 그들을 돕기로 했네.”
테라인 국왕이 양손을 책상 위에 올리고 깍지를 끼더니 입술 아래쪽을 가리며 왕국의 두 기둥에게 명령을 내렸다.
“플레티안 제국에게 지원을 보내게. 단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병사 등의 무력 지원이 아닌 식량 또는 무기, 정보를 통해 지원을 하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알레인과 멕케인 공작이 동시에 대답을 했고 테라인 국왕은 멕케인 공작을 향해 손을 흔들어 집무실에서 내보낸 뒤에 통신 구슬을 바라보았다.
“알레인 부가주.”
-예. 전하.
“이레스는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잠시 입을 다문 것처럼 침묵을 하던 알레인이 대답하자 테라인 국왕이 통신 구슬을 빤히 바라본 채로 알레인에게 또 다른 명령을 내렸다.
“엘프의 마을로 찾아가 이레스를 데려오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물론 며칠의 말미를 달라고 하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알려주고 그래도 안 되면 내가 명령을 내렸다고 하게.”
-알겠습니다.
너무 난데없는 제국 간의 전쟁이었다.
이 전쟁이 주위에 자리한 왕국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 알 수가 없었기에 아무리 정치의 문외한이라고 하는 이레스도 일단 왕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 * *
한 달, 즉 30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레스는 엘프들과 열다섯 번의 전투를 벌였다.
정령술을 수련하기 위한 전투였기에 하루 동안 엘프들과 대련을 하면 모든 정령력이 소모되어 그다음 날은 정령력을 회복하는 데 하루를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후우.”
엘프의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거대한 나무의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던 이레스가 작게 숨을 고른 후에 눈을 뜨더니 나무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그렸다.
“매번 고맙다.”
정령력을 회복하는 심법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엘프들에게는 정령력을 전부 소모해도 하루 만에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이 그가 등을 기대고 있는 거대한 나무, 세계수라 불리는 정령수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세계수라고 불리는 정령수는 엘프들의 힘의 원천이기도 했지만 풍부한 정령의 기운을 품고 있기에 근처에서 휴식만 취해도 정령력을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다.
정령력을 완벽하게 회복했지만 이레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대신 나무의 주위를 떠돌아다니는 정령들을 바라보았다.
엘프들과 계약한 정령들이었고 그 사이에 실피아, 노엔, 파이슨이 한데 어울려 놀고 있었다.
대장간처럼 기운을 가득 품고 있는 곳을 좋아하는 정령들에게 세계수는 가장 즐거운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마뱀 형태의 정령도 있었고 작은 용의 모습을 한 정령도 있었으며 실피아, 노엔, 파이슨과 같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정령도 있었다.
-꺄하하하.
너무나 깨끗한 실피아의 웃음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자 작게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떨어뜨려 전방을 바라보다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작게 미소를 그렸다.
“안녕?”
-…….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물의 정령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인사에 깜짝 놀란 것인지 물의 정령이 어깨를 흠칫 떨더니 이내 작은 미소를 그리며 손을 흔들었다.
“너는 함께 안 놀아?”
이레스가 검지를 이용하여 하늘을 날아다니며 놀고 있는 정령들을 가리키며 물었지만 물의 정령은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쑥스러움이 많은 물의 정령의 모습이 귀여워 빤히 바라보던 이레스가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손바닥이 하늘을 가리키도록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 보니 많이 닮았네.”
-…….
물끄러미 이레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물의 정령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날아올라 손바닥에 앉았고 팔을 천천히 접어 얼굴에 가까이한 이레스가 다시 한 번 신기하다는 표정을 그리며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