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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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22화
제10장 정령 융합술 (1)
부우웅!
촤아아악!
화르르륵!
이레스는 검신에 불꽃을 씌워 휘두르며 적들을 베는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음에도 눈앞에 서 있는 적들에게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전투를 벌이고 있는 엘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불꽃으로 온몸을 덮은 엘프들이 화염으로 만들어진 검을 휘둘러 적들을 불태우고 있었고 어떤 엘프는 흙으로 된 갑옷을 착용하고 돌로 만들어진 검을 이용하여 적들을 베고 있었으며 어떤 엘프는 고리 형태의 회오리를 양팔에 두른 채 적들을 찢어버리고 있었다.
“융합술이라…….”
정령 융합술.
정령을 몸에 받아들여 정령사가 정령이 되는 기술이 엘프들이 선보이고 있는 기술이었다.
이레스는 정령 융합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하이엘프 알케리스에게 정령술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인간과는 다르게 다중으로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엘프들이었기에 인간이 알고 있는 정령술보다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선보이는 것은 인간들이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기술이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엘프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전방을 바라보았다.
푸른 잎사귀 부족의 숲 속에 자리하고 있던 군대는 총 세 군단이었고 결계진을 깨트리던 군단을 제외하고 다른 군단에는 두 명의 검은 아이언 나이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진공 상태의 공격 방식으로 인해 실피아의 힘을 사용할 수 없기에 검은 아이언 나이트와의 전투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도 있었지만 현재 유실리안 제국을 물리치기 위해 움직인 인물들 중에 정령사는 이레스뿐만이 아니었다.
중급 바람의 정령과 계약한 엘프가 이레스에게 진공 상태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 검은 아이언 나이트를 쓰러트린 것이었다.
물론 숙련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두 검은 아이언 나이트를 쓰러트림에도 범위 지정을 잘못하여 모든 정령력이 소모되어 전투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노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검은 아이언 나이트뿐만이 아니라 일천의 군대와 수백의 기사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구름 기사단이 기사들의 발목을 묶고 레어울프 기사단 기사들이 암살을 통해 마법사들을 처리하니 엘프들이 어떠한 걱정도 없이 병사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름 기사단과 맞부딪친 유실리안 제국의 기사들이 전부 쓰러지고 전장의 후방에 자리하고 있던 마법사들을 레어울프 기사단이 암살하며 엘프들이 정령술과 궁술을 이용하여 병사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한 지 3시간이 흘렀을 때 그들은 도주를 하는 유실리안 제국군까지 전부 쓰러트릴 수 있었다.
“으으음.”
중검을 땅에 박아 넣더니 양손을 들어 기지개를 켠 이레스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에 시체들이 널려 있었지만 불의 정령이 죽은 이들을 화장시키고 흙의 정령들이 땅을 파고 시체를 매장시키자 가장 귀찮다고 생각했던 전장을 정리하는 것은 전투가 진행된 시간의 절반밖에 소모되지 않았다.
저벅저벅.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이레스가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그의 곁으로 푸른 잎사귀 부족의 엘프 전사, 카인이 다가왔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로 카인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그의 어깨에 앉아 있는 소녀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엔디아. 안녕?”
-안녕하세요.
카인의 정령이자 중간계에서 태어난 나무의 정령, 엔디아가 작은 미소와 함께 이레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어?”
설마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이레스가 순간적으로 멍한 표정을 그리다 자신의 정령들을 떠올렸는지 피식 실소를 흘리고는 카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끝난 거죠?”
“예.”
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단답으로 대답했고 이레스는 바닥에 꽂아놓은 중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일어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철군 준비!”
퍼억!
“아악!”
그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파이슨이 이레스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이레스가 양손으로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파이슨을 째려보았다.
“왜 때리십니까!”
“다른 이들이 전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들의 주군이라는 인간이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다 늙은이처럼 힘겹게 일어나는 모습이 너무 어이없어서 그랬다.”
“아오…….”
“아오?”
“……아닙니다.”
이레스가 다시 팔을 들어 올리는 파이슨의 모습에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돌렸다.
* * *
숲 속에 남아 있는 모든 유실리안 제국군을 물리치고 마을로 돌아온 이레스는 카인과 함께 촌장실 안으로 들어오다 피식 실소를 흘렸다.
후루룹.
“흐음……. 좋군요.”
“허허허, 이름이 없는 찻잎이지만 피로를 풀어주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촌장실 안에는 크리스와 알케리스가 서로를 마주 보며 나무로 만들어진 찻잔을 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레스가 신기하다는 듯이 크리스를 바라본 채 걸음을 옮겨 그의 옆에 앉고 카인이 알케리스의 뒤에 자리하자 크리스가 아직도 차를 음미하듯 눈을 감은 채 물었다.
“끝나셨습니까?”
“예, 어떤 분께서 여유롭게 차 한 잔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어떤 이들이 전부 처리했습니다.”
“후후후.”
작게 웃음을 흘린 크리스가 천천히 눈을 뜨며 고개를 살짝 숙였고 이레스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알케리스를 돌아보았다.
“…….”
“왜 그러십니까?”
자신의 시선을 느낀 알케리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묻자 이레스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엘프들을 공격하던 이들을 전부 몰아냈습니다.”
“푸른 잎사귀 부족의 촌장으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아……. 예.”
무엇을 바라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작은 미소를 유지한 채 감사를 표하는 알케리스였다.
이레스가 그런 알케리스를 빤히 바라보다 다시 크리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왕실에서 연락이 왔습니까?”
“예.”
“……?”
“……?”
고개를 갸웃하자 자신을 따라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는 크리스의 모습에 이레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크리스 님.”
“예.”
“엘프가 아니라 인간 맞죠?”
“……아.”
엘프처럼 물어보는 것에만 대답하느냐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었다.
작게 감탄을 흘리는 것과 동시에 크리스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그만의 특유의 무표정이 나타났다.
크리스가 나무로 만들어진 찻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맛이 좋아서.”
“왕실에서 뭐라고 했는데요.”
손을 앞뒤로 흔들며 자신의 말을 끊으며 묻는 이레스의 모습에 크리스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유실리안 제국에서 정령검이라는 것을 보유했다는 정보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지 돌아오라고 합니다.”
“……그래요?”
“예.”
“…….”
“…….”
이레스가 더욱더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크리스를 향해 말했다.
“뭐 다른 말도 없이 그냥 다 끝났으면 돌아오라는 게 전부예요?”
“예.”
“뭐, 동맹의 증거로 그들의 수장과 대면한다든가, 그들의 물건을 가져오라는 말도 없이요?”
“영상 구슬을 통해 대면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의 앞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엘프이니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하긴.”
이레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엘프들은 미의 종족, 숲의 종족, 그리고 진실의 종족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인간들을 제외하고 어떠한 종족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에 인간이 아닌 이상 말을 통하여 한 약속이 거짓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인간과는 다르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투의 피로는 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내일 출발할 것입니다.”
“흐음…….”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무슨 고민을 하는 것인지 작게 신음을 흘리며 나무로 된 탁자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노엔.”
쿠궁.
작은 지진과 함께 땅의 정령, 노엔이 소환되었다.
이레스가 탁자 위에 소환된 노엔을 향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부탁했다.
“데미안 좀 데려와 줄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노엔이 순식간에 탁자 안으로 스며들며 사라졌고 이레스는 데미안이 오는 데까지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알케리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번에 정령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리지 않았습니까?”
“예.”
“정령 융합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불가합니다.”
“…….”
“…….”
크리스와의 대화에서도 모자라 이번에는 알케리스와의 대답에서도 정적이 찾아왔다.
이레스가 정신 차리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작은 미소를 입을 열었다.
“엘프의 기술이기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배우기 힘들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
“…….”
“뭐 때문입니까?”
“계약한 정령이 상급 정령이 되면 알게 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가르쳐 드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알케리스의 말은 간단하지만 정령 융합술을 가르치지 못하는 이유가 확실하게 들어 있는 말이었다.
“상급 정령…….”
3년 동안 별의별 방법을 찾았지만 진화하는 방법을 깨우치지 못했다.
인간들 중에 상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는 몇백 년 전이 끝이었기 때문에 진화하는 방법에 대한 어떠한 힌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이레스가 짜증 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신음을 흘렸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알케리스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물었다.
“문제가 있습니까?”
“많죠. 상급 정령으로 진화시키는 방법을 모르니까요.”
“간단합니다.”
“…….”
이레스가 순식간에 찌푸린 인상을 펴고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