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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221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221화

제9장 엘프의 마을 (2)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페이른 후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밝히지 못하는 구석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사르륵.

 

로브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던 공간에서 검은색 로브로 몸을 감춘 한 사내가 나타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실패했습니다.”

 

“어떤 걸?”

 

“엘프의 마을입니다.”

 

“…….”

 

페이른 후작의 눈가가 살짝 좁혀졌고 로브의 사내는 무릎을 꿇은 채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피난민을 추적하여 가장 거대한 부족으로 추측되는 마을을 공격하던 도중 습격을 당해 전멸당했다는 보고입니다.”

 

“습격?”

 

“예.”

 

“정체는?”

 

“테라인 왕국입니다.”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고 만 것인지 페이른 후작의 손에 쥐어져 있던 서류가 구겨졌다.

 

“……어떻게 알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레이즈 가문에서 엘프와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후우.”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숨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페이른 후작이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의자를 돌리더니 창문을 바라보았다.

 

“오크에 이어 엘프라…….”

 

어이가 없어도 너무 어이가 없었다.

 

오크와 교류를 하는 것도 모자라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엘프들과 연락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레스가 사람들에게 엘프의 피를 이어받았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연락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엘프들에게 인간이라는 종족은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는 종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창문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던 페이른 후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 엘프의 숫자는?”

 

“삼백 쉰여섯입니다.”

 

“그중 제작된 정령검의 숫자는?”

 

“열여덟입니다.”

 

“적군. 또 하나의 자신이라서 그런 것인가.”

 

엘프들은 태어나 언어를 배우고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으니 고문을 해서 정령을 희생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따듯한 햇볕을 받으며 눈을 감은 페이른 후작이 다시 눈을 뜨며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예?”

 

“단, 일대일 대결을 통해 정령을 소환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라. 예를 들면 전투에서 이기면 돌려 보내주겠다고 말이다. 그러면 소환하고 싶지 않아도 소환할 수밖에 없겠지. 아무리 엘프라고 하여도.”

 

“명을 받들겠습니다.”

 

다시 고개를 숙인 로브의 사내가 대답과 동시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다시 집무실에 홀로 남은 페이른 후작이 천천히 책상 쪽으로 의자를 돌리더니 열쇠가 꽂혀 있는 세 번째 서랍을 열고 하나의 서류를 집었다.

 

“백팔십여 자루라…….”

 

형식적인 업무 서류와는 달리 정령검에 대한 보고가 담겨 있는 서류에는 현재 제작된 정령검의 숫자와 아이언 나이트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3년간 정령사들을 납치하여 강제적으로 정령검을 제작했지만 정령사의 숫자가 너무 적다보니 제작된 정령검은 목표로 잡은 삼백여 자루에 가까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백팔십여 자루의 정령검을 통해 현재 훈련 중인 정령검사의 숫자는 백팔십여 명이었다.

 

물끄러미 서류를 바라보던 페이른 후작이 다시 서류를 서랍에 넣고 자신의 앞에 쌓여 있는 소류를 집었다.

 

“그레이즈 가문이라…….”

 

마치 자신들의 행동을 알고 있다는 듯이 제국에서 벌이는 모든 일에 끼어들었다.

 

테라인 왕국이 아닌 그레이즈 가문에서 말이다.

 

“조금 더 앞당겨야겠군.”

 

* * *

 

테라인 왕성.

 

레이온 왕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귀족들을 소집하자 그 결과 테라인 왕국에 존재하는 백작급 이상의 귀족들이 전부 왕실의 대전으로 모이게 되었다.

 

정각에 도착하여 자신의 자리에 서는 그레이즈 가문의 부가주를 끝으로 모든 귀족들이 모이자 왕좌의 옆에 서 있던 레이온 왕자가 귀족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

 

그의 입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귀족들의 시선이 레이온 왕자에게 고정되었다.

 

레이온 왕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귀족들을 쭈욱 훑어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현재 그레이즈 가문과 멕케인 가문은 가주 대리인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 이유는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바렌 후작.”

 

바렌 후작.

 

그레이즈 가문이 왕국의 서부를 다스리고 멕케인 가문이 왕국의 동부를 다스린다면 남부는 바렌 가문이 다스리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어떤 임무이기에 왕국의 두 기둥이 전부 움직인 것입니까?”

 

“알레인 부가주.”

 

레이온 왕자가 대답 대신 작은 미소를 그리며 알레인을 불렀고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를 대신하여 회의에 참석한 그가 한 걸음 내디뎌 바렌 후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3년 전, 아니 대충 4, 5년 전부터 그레이즈 가문은 엘프와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뭐, 놀랍지는 않군요.”

 

바렌 후작이 엘프와 연락한다는 이야기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그리며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고 알레인이 작은 미소를 그린 후에 다시 입을 열어 설명을 이어갔다.

 

“며칠 전, 엘프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들을 공격하는 인간들이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고요.”

 

“…….”

 

“그로 인해 현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와 멕케인 가문의 가주가 떠났습니다.”

 

“…….”

 

노예제도를 만들고 폐지를 할 때까지 엘프를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했던 인간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간에게 인간이 공격한다고 지원을 요청한 엘프들이 너무 놀라워서 그런 것인지 너무 어이없어서 그런 것인지 귀족들이 입을 다물었고 알레인은 레이온 왕자와 똑같이 대전에 자리하고 있는 귀족들을 쭈욱 훑어보았다.

 

“그리고 이틀 전, 그레이즈 가문과 왕실로 연락이 왔습니다. 엘프들을 습격한 이들의 정체가 유실리안 제국이라고.”

 

“유실리안 제국!”

 

유실리안 제국과 인접해 있는 테라인 왕국 서방 경계선을 맡고 있는 텐드 백작과 북방 경계선을 맡고 있는 벤트 후작이 동시에 소리쳤다.

 

실제로 전투가 벌어진 적은 없었지만 유실리안 제국과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공격당할 곳을 담당하는 이들이기도 했다.

 

알레인이 텐드 백작과 벤트 후작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에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는지요?”

 

“흠, 흠. 미안하오.”

 

“계속해주시오.”

 

“감사합니다.”

 

작게 헛기침을 하는 텐드 백작과 고개를 끄덕이는 벤트 후작의 모습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를 표한 알레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엘프들을 공격한 이는 유실리안 제국이었고 엘프들을 도와 제국군을 물리치며 한 가지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현재 유실리안 제국에는 수백의 정령검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시 묻겠소.”

 

바렌 후작이 다시 손을 들었고 알레인이 자신을 쳐다보는 순간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했다.

 

“정령검사라는 존재는 양성할 수 없는 이들로 알고 있습니다만?”

 

알레인이 고개를 끄덕인 뒤에 설명을 시작했다.

 

“맞습니다. 정령검사는 양성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지요. 검의 가문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검술을 배운 이가 정령 친화력을 가지고 있어 어렸을 때부터 계약을 해야만 나타나는 이들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정령검사가 유실리안 제국의 수백 명이 있다는 것이오?”

 

“예.”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것이오?”

 

“…….”

 

알레인이 입을 꾹 다문 채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바렌 후작을 바라보다 레이온 왕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큭.”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자신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알레인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레이온 왕자가 바렌 후작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유실리안 제국은 정령검이라는 것을 만들었소.”

 

“……정령검이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정령의 힘이 담겨 있는 검이라고 볼 수 있소.”

 

“…….”

 

다시 한 번 대전 안이 침묵으로 가득 찼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었다.

 

유실리안 제국이 정령검사를 양성한 방법이 검을 배운 기사에게 정령검을 쥐여 주며 만들어졌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허나 멕케인 공작, 즉 크리스에게 받은 보고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수백의 정령검사들은 아이언 나이트이기도 하오.”

 

“아이언 나이트?”

 

몇몇 귀족들이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고 레이온 왕자가 그런 귀족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헥토스 왕국의 헥스 공작이 양성했던 미스릴 갑옷을 착용한 기사들이오.”

 

“헥토스 왕국이 배신을 했다는 것입니까!”

 

“그들이 어떻게!”

 

한 귀족이 깜짝 놀라 소리쳤고 그를 따라 몇몇 귀족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순간 레이온 왕자가 귀족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배신이 아니오. 반역 뒤에 유실리안 제국이 있었고, 반역이 사그라지는 순간 그들이 아이언 나이트 양성법, 정확하게는 미스릴 갑옷 제작법을 탈취했다는 것이오.”

 

“흐으음.”

 

“아이언 나이트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마스터의 공격까지 막아낼 수 있는 이들이오. 그리고 그런 아이언 나이트가 유실리안 제국에는 수백 명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들 모두가 정령의 힘을 사용하오.”

 

설명만 들어도 공포감이 몰려왔다.

 

정령검사.

 

일대일 전투가 아닌 다수 대 다수의 전투, 즉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는 이들이 수백 명 자리하고 있으며 그들이 전부 테라인 왕국으로 몰려오면 막아낼 방도를 찾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레이온 왕자가 서방 경계선과 북방 경계선을 담당하고 있는 텐트 백작과 벤트 후작을 바라보았다.

 

“허나 그런 아이언 나이트에게도 약점이 있소.”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

 

동방 경계선을 담당하고 있어 3년 전, 전쟁에서 가장 먼저 구름 기사단의 활약을 들었던 마이튼 백작이 중얼거리자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돌아갔다.

 

레이온 왕자가 마이튼 백작을 힐끔 쳐다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 미스릴로 만들어진 갑옷이기에 움직임이 둔하여 제압형 병기술인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에는 취약하다는 것이지요.”

 

“…….”

 

모든 귀족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온 왕자는 바로 알레인을 돌아보았다.

 

“그레이즈 부가주.”

 

“예, 레이온 저하.”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을 배운 이들을 각 영지로 파견시킬 수 있나?”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인 그레이즈 공작과 함께 엘프들을 지원하러 떠났기에 현재는 불가능합니다.”

 

“미리 연락을 하여 구름 기사단을 왕국으로 회군시킨 뒤에 각 영지로 파견시켜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을 가르치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알레인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고 레이온 왕자는 바로 텐트 백작과 벤트 후작을 바라보았다.

 

“텐트 백작, 벤트 후작.”

 

“예!”

 

“경계선으로 돌아가기 전, 현재 각 경계선에서 가장 필요한 물자와 병력을 요청하고 지금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더 경계를 강화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텐트 백작과 벤트 후작이 알레인과 마찬가지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고 레이온 왕자는 모든 귀족들에게 각기 다른 명령을 내린 뒤에 현 멕케인 공작인 크리스를 대신해 대리인으로 찾아온 전대 멕케인 공작을 바라보았다.

 

“며칠 뒤에 은퇴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은퇴식을 가진 전대 그레이즈 공작, 파이슨과는 달리 멕케인 공작은 크리스에게 가주의 직위를 넘겼음에도 은퇴를 하지 않았고 오늘로부터 일주일 후에 은퇴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전데 멕케인 공작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고 레이온 왕자가 그와 똑같이 미소를 그리며 명령을 내렸다.

 

“가주의 직위는 소가주였던 크리스에게 넘어갔지만 멕케인 공작의 은퇴를 미루도록 하겠소.”

 

“알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원을 동원하여 유실리안 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아내고 모든 정보를 왕실과 서방 경계선, 북방 경계선으로 조달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지막 명령을 받은 멕케인 공작까지 무릎을 꿇으며 대답하자 레이온 왕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귀족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전쟁이 언제 시작될지는 모르오. 아직 그들에게 명분이 없지만 헥토스 왕국의 반역을 만들어 그들을 집어삼키려 했던 유실리안 제국이오. 모두 방심하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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