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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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17화
제7장 변하지 않는 별명, 미친개 (1)
끼익.
영주성 성문을 지키는 병사에게서 손님이 찾아왔다는 보고를 들은 이레스는 접대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손님에게 환한 미소를 그리며 인사를 하는 대신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보며 작게 감탄하고 말았다.
“허어…….”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파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던 손님, 엘프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네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던 이레스가 정신을 차리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에 미소를 그리며 인사를 했다.
“3년 만인데…….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네요. 오히려…….”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 때문인지 남자라는 성별을 가지고 있음에도 카인은 3년 전보다 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
카인은 말을 중도에 끊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았고 이레스는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으며 그가 앉아 있던 소파의 맞은편에 자리하며 입을 열었다.
“습격한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가기에는 그들의 종족에게서 일어나는 일은 너무 안 좋은 일이었기에 이레스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아니요.”
자신을 따라 다시 소파에 앉은 카인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이레스가 생각을 하는 듯이 턱을 쓰다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그들을 보시거나?”
“다른 부족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다고 했습니다.”
“숫자는?”
“…….”
카인이 고개를 저었고 이레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통신 구슬을 통해 먼저 이야기를 하였을 때 그는 각 부족에서 연속적으로 습격이 일어났다는 이야기와 인간들의 습격을 막아내지 못한 부족의 생존자들이 카인의 부족인 푸른 잎사귀 부족으로 모였다는 이야기만 했다.
푸른 잎사귀 부족으로 다른 부족의 생존자들이 대피했다는 것은 그의 부족이 아직 인간들의 습격을 받지 않았거나 다른 부족보다 더 거대한 부족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입을 다문 채 생각을 하던 이레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한 부족의 총인원은 몇입니까?”
“이백입니다.”
“이백이나 뭉쳐 있는 엘프의 부족을 습격했다면…….”
대충 생각해도 그들보다 두 배의 인원이 습격을 했다는 뜻이었지만 그것은 인간에 한해서였고 정령술과 궁술의 대가인 엘프를 생각하면 최소 다섯 배의 인원이 습격했다는 이야기로 정정할 수가 있었다.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카인을 바라보며 지원군에 대해 설명했다.
“마나를 배운 두 기사단과 오크 부족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소수의 인원이지만 그들의 무력은 인간의 경지로 최하가 익스퍼드 중급입니다.”
소수의 인원이지만 정예만 움직인다는 이야기였다.
카인이 대답 대신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니요. 도우는 게 당연한 걸요.”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저은 이레스는 카인이 다시 고개를 들자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그렇습니까?”
“함께 갈 인물이 좀 멀리 떨어져 있거든요. 대충 이삼 일 정도 뒤에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상관없습니다. 결계진을 이용하면 대략 열흘 정도는 인간들을 막아낼 수 있으니까요.”
“그럼 방을 마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공적인 이야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이레스가 접대실에서 떠나자 가문의 집사가 카인에게 다가왔다.
끼익.
문을 닫고 접대실을 나온 이레스는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바실리아스와 헤라를 지나치며 그들에게 물었다.
“멕케인 공작은?”
“이틀 정도 걸린다고 연락이 왔어요.”
말을 하지 못하는 바실리아스를 대신해 헤라가 이레스를 따라가며 대답했다.
“함께 오는 인물은?”
소가주였던 3년 전과는 달리 현재 크리스는 멕케인 가문의 가주의 자리에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한 가문의 가주가 전장으로 향하는데 혼자 올 리는 없었다.
혼자 오려고 해도 그의 수하들이 막아설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멕케인 가문과 그레이즈 가문이었지만 멕케인 가문은 여전히 귀족파의 수장 자리에 있으며 그레이즈 가문은 왕권파의 수장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헨들 자작만 데리고 온다고 해요.”
“…….”
헤라의 대답이 너무 뜻밖이었는지 기사 한 명과 함께 온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이레스가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헨들 자작.
전생에서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인물이었다.
“큭.”
작게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다시 걸음을 옮겨 집무실로 향했다.
자신을 죽인 인물이라고 해도 그것은 과거, 아니 전생의 이야기이지 현재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심지어 현재 자신의 능력은 헨들 자작을 넘어선 상태이니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네.”
“크리스 공자님, 아니 멕케인 공작님이요?”
“아니.”
이레스가 고개를 저은 후에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진하게 만들었다.
“헨들 자작.”
* * *
이틀간 헬버튼과 함께 수련을 하며 실력을 키우던 이레스는 카인이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영주성의 성문을 지키던 병사에게서 멕케인 공작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접대실로 향했다.
끼익.
이틀 전, 소파에 앉아 있던 인물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엘프, 카인이었지만 오늘은 자신이 도움을 요청한 크리스가 앉아 있자 이레스는 또 한 번 실소를 흘린 뒤에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3년만이군요. 멕케인 공작님.”
“크리스라고 부르시는 것이 더 익숙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내민 손을 맞잡은 멕케인 공작, 아니 크리스의 말에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놓은 후에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레스가 자리에 앉는 것과 동시에 다시 소파에 앉은 크리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예, 예전처럼요.”
“예전이라…….”
예전이라는 단어가 3년 전 함께 전장을 누볐을 때를 상기시킨 것인지 작은 미소를 그리는 크리스의 모습에 똑같이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던 이레스가 그의 뒤에 서 있는 중년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헨들 자작님이시군요.”
“왕국의 검, 그레이즈 공작님을 뵙습니다.”
자신의 주군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고개만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는 헨들 자작을 빤히 바라보던 이레스가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진하게 만들며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준 뒤에 다시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도와주시겠습니까?”
크리스가 이레스의 부탁에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왕국에서 이레스 님께서 제 이름을 콕 집어서 지원을 요청했기에 찾아오기는 했지만 저희와 싸우는 이들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습니다. 심지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도 모르고요.”
이레스가 예상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 뒤에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엘프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여전히 왕의 목소리의 존재를 숨기고 엘프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것을 이용하여 정령들과 계약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이레스였다.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3년 전에 엘프가 찾아와서 연락 수단을 주었는데 며칠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쿡.”
“……?”
설명이 시작됨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트리는 크리스의 모습에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크리스가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인 후에 웃은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리 엘프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해도 인간이기에 꺼려하는 엘프들이 연락한다고 하니 역시 이레스 님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연락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이런 제 자신이 신기합니다.”
고개를 저으며 정말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린 이레스가 다시 크리스의 눈을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어쨌건 그들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엘프들이 인간들의 습격을 받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도우기 위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엘프를 습격한다라……. 노예상인입니까?”
잠시 생각을 하던 크리스가 가장 무난한 추리를 하며 묻자 이레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각 부족에서 전투가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엘프는 뛰어난 궁수이자 정령사이기도 했고 검사이니 대충 생각해보면 적들의 수는 일천을 넘긴다고 추측되고요.”
“흐음…….”
크리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작게 신음을 흘렸고 이레스는 무슨 생각을 할 때마다 눈가가 살짝 좁아지는 그의 버릇을 확인하고는 계속해서 설명을 했다.
머리를 반으로 쪼개 깊이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크리스였다. 그렇기에 이레스가 그가 고민하고 있음에도 뜸을 들이지 않고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
“…….”
설명이 끝나고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는 순간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 떠나는 건가요?”
“지금요.”
“그렇…… 예?”
너무나 당연하다는 대답에 크리스가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고 이레스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미소를 그렸다.
“이미 지원을 요청한 엘프가 기다리고 있고 모든 준비도 마친 상태거든요.”
“……쿡.”
크리스가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가주의 자리에 오른 지금이나 3년 전, 소가주 자리에 앉아 있을 때나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 * *
크리스가 도착하는 순간 카인의 안내를 받아 푸른 잎사귀 부족으로 향하던 이레스 일행은 자신들의 앞에 자리한 거대한 숲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인간들의 눈을 피해 숨어 사는 엘프들이었기에 그들이 사는 곳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은밀하고 찾기 힘든 곳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허.”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라크가 무의식적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당연한 것이었다.
푸른 잎사귀 부족이 숨어 있다는 숲은 테라인 왕국 밖에 자리하기는 했지만 왕국 밖에서 걸음을 옮겨도 며칠 만에 도착하는 남서쪽에 자리한 거대한 숲이었기 때문이었다.
“……가깝네요.”
“예.”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숲을 바라보며 물었고 카인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통신 구슬로 연락하자마자 바로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이군요.”
“예. 가까우니까요.”
“…….”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이 연달아 들려오자 이레스는 입맛을 다시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에 자신의 옆에 자리하고 있는 파이슨을 바라보았다.
“있어요?”
“더럽게 많다.”
마나를 퍼트려 숲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느끼던 파이슨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하자 이레스가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거리는요?”
“말을 타고 움직이면 5분도 안 걸린다. 그리고…….”
잠깐 말을 흐린 파이슨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돌아갔다.
화재가 발생한 듯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미 전투가 시작된 것 같구나.”
“결계를 파괴하려는 거 같습니다.”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카인이 작게 중얼거리자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등에 매단 거대한 중검 대신 말안장에 달려 있는 검집에서 롱소드를 꺼내 들었다.
“준비해.”
“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