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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216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216화

제6장 3년 후 (2)

 

 

구름 기사단의 단장 벅튼과 레어울프 기사단 단장 라크가 동시에 대답을 하더니 신이 난 듯이 미소를 그리며 회의실을 떠났고 이레스는 아쉬운 표정과 함께 손을 내리는 기사단장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손을 들지 않은 이들을 바라보았다.

 

“바실과 헤라는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거고.”

 

“…….”

 

“에휴.”

 

그레이즈 가문의 총군사 바실리아스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아내이자 부관인 헤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다 심심하다는 듯이 자신의 글레이브만 바라보는 케르취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흐으음.”

 

오크족와 엘프족은 사이가 나빴다. 하지만 사이가 나쁘다고 데려가지 않기에는 오크의 무력이 너무 아쉬웠다.

 

적들은 엘프의 마을을 습격할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소유한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잠깐의 생각이 있었고 이내 결정을 했는지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케르취를 불렀다.

 

“케르취.”

 

“취익, 부르셨습니까?”

 

“전쟁이 있을 것이다. 준비해.”

 

“취익,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쟁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케르취가 눈을 빛내며 대답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떠났고 이레스가 나머지 이들을 둘러보며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데미안.”

 

“예.”

 

“요즘 여유롭지?”

 

“아닙니다. 바쁩니다.”

 

“준비해.”

 

“……예.”

 

자신의 일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명령을 내리는 이레스의 모습에 눈을 껌뻑이며 바라보던 데미안이 작게 대답을 했다.

 

이레스는 데려갈 인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가 알레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한다.”

 

“매일 하던 일입니다.”

 

정치, 영지 운영에 재능이 없던 이레스를 대신해 모든 영지 관리는 부가주 알레인과 총관부가 맡고 있었다.

 

이레스가 고맙다는 듯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동생의 어깨를 두들기고는 박수를 쳤다.

 

“그럼 해산!”

 

드르륵.

 

나머지 이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순간 알레인이 손을 살짝 들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응?”

 

“카인 님은 언제 오신다고 했습니까?”

 

“왜?”

 

알레인이 이레스의 되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일단 손님이 찾아오시는 것이니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아……. 필요 없을걸.”

 

“……?”

 

“일단 엘프이다 보니 허례허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도 하지만 지금 속도로 움직이면 3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회의 소집과 회의 진행 시간을 생각하면 대충 1시간 뒤에 도착할 거거든.”

 

“…….”

 

알레인은 그 순간 또 한 번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형이고 지금은 가주의 직위를 맡고 있지만 태생적으로 그는 한 가문의 대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 * *

 

“……뭐라고?”

 

왕의 집무실에서 아버지인 테라인 국왕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레이온 왕자는 통신 구슬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이레스의 말에 다시 한 번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 엘프족이 구원을 요청해서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

 

“…….”

 

두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보고하는 이레스의 목소리를 듣고 멍하니 통신 구슬을 바라보았고 레이온 왕자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누가?”

 

-저랑 기사단 둘, 오크 부대입니다.

 

“……넌 왕국을 지탱하는 한 가문의 수장이다.”

 

-그렇죠.

 

“그런데 엘프족을 습격한 이들을 막기 위해 찾아간다고?”

 

-예.

 

“…….”

 

-…….

 

3년이 지났음에도, 가주 자리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정치라는 것을 모르고 여전히 개념이 없는 인간이었다.

 

“엘프들이 인간의 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적들의 무력이 강하다는 것이지?”

 

-그렇죠.

 

“그럼 그 전쟁 속에서 죽을 가능성이 높겠군.”

 

-예.

 

“…….”

 

-…….

 

잠깐의 침묵이 오갔고 레이온 왕자가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전쟁에서 네가 죽을 수도 있다.”

 

-그렇죠.

 

“네가 죽으면 그레이즈 가문에 찾아오는 혼란은?”

 

-부가주 자리에 앉아 있는 알레인이 잘 다스릴 것입니다.

 

“…….”

 

-……다녀오겠습니다?

 

“이 미친!”

 

조심스럽게 다시 말하는 이레스의 목소리에 아버지가 앞에 앉았음에도 버럭 소리를 지른 레이온 왕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통신 구슬을 째려보았다.

 

“유실리안 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왕국의 검이 움직이겠다고 한 것이 맞느냐!”

 

-엘프족이 도움을 받아주면 은혜를 갚겠다고 했습니다. 그 은혜를 통하여 교역을 할 수도 있고, 동맹도 맺을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이익입니다.

 

“…….”

 

-…….

 

“후…….”

 

베일에 싸인 엘프족과의 교역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한 레이온 왕자가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필요한 것은?”

 

-멕케인 공작이요.

 

“…….”

 

-……?

 

세대교체가 있었던 것처럼 2년 전 이레스가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 자리에 오르고 한 달 뒤 멕케인 가문의 가주 자리는 크리스에게 이양되었다.

 

즉, 현재 이레스는 멕케인 가문의 가주를 전쟁터에 끌고 가겠다는 뜻이었다.

 

왕국의 방패와 왕국의 검.

 

유실리안 제국이 언제 움직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레스는 왕국의 방패라 불리는 최고의 정치가이자 전략가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

 

“더 필요한 것은?”

 

레이온 왕자가 너무 어이가 없었는지 멍하니 통신 구슬을 바라볼 때 테라인 국왕이 입을 열어 물었고 이레스는 생각하는 듯이 침묵을 유지하다 대답했다.

 

-없습니다.

 

“멕케인 공작을 보내겠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통신을 마치겠습니다.

 

“고생해라.”

 

-예.

 

이레스의 대답이 들려옴과 동시에 밝게 빛나던 통신 구슬의 빛이 사라지며 투명한 유리구슬로 바뀌었다.

 

“…….”

 

통신 구슬을 빤히 바라보던 레이온 왕자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테라인 국왕이 그런 아들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하며 오히려 되물었다.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것이냐?”

 

“……예?”

 

“난 이미 저 망나니, 아니 미친개로군. 저 미친개 공작의 행동에 적응했다.”

 

무언가 슬프고도 허무한 테라인 국왕의 대답이었다.

 

* * *

 

회의를 마치고 왕국에 보고까지 끝낸 이레스가 발걸음을 돌린 곳은 기사 수련장이었다.

 

헬버튼이 영지를 지키겠다고 했기에 설득을 할 수는 없지만 정령사이자 뛰어난 궁수, 그리고 뛰어난 검사인 엘프족을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한 이들이었다.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이 상황에서 마스터의 힘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이레스는 그레이즈 가문에 자리하고 있는 또 다른 마스터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아압!”

 

기사 수련장에는 구름 기사단과 레어울프 기사단을 제외하고도 수십, 수백 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수련을 하고 있었고 검은 머리가 인상적인 노인이 기사들 사이사이를 지나며 그들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었다.

 

“가시려나?”

 

이레스가 검은 머리의 노인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고 기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순간 그를 향해 걸어갔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검은 머리의 노인, 전대 그레이즈 공작인 파이슨이 인상을 화악 찌푸리며 자신의 부름에 대답하자 이레스도 똑같이 인상을 찌푸렸다.

 

“표정이 아주 이상합니다만?”

 

“너도 너 같은 자식 낳아 가주 자리에 올리면 기사단장들을 깡그리 모아 회의를 한 뒤에 갑작스레 찾아와서 부르면 뭔 말을 할지 걱정할 것이다.”

 

“……쩝.”

 

“그래서 무슨 일이냐?”

 

“카인 님 기억하세요?”

 

“엘프?”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직접 힘을 전달하며 첫 만남을 가졌기 때문인지 파이슨이 바로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이레스가 맞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습격을 당해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거든요.”

 

“……헬버튼은?”

 

습격이라는 단어를 통해 대충 무슨 말을 할지 파악했는지 파이슨이 헬버튼을 거론하자 이레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영지를 지키겠답니다.”

 

“그럼 다녀오너라.”

 

“좀 도와주시죠?”

 

“귀찮다.”

 

“어차피 유실리안 제국이 움직이면 좋다고 전쟁에 참여할 인간이…….”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작게 중얼거렸고 파이슨이 눈을 찡긋하며 바라보았다.

 

“뭐라고?”

 

“아닙니다. 그리고 엘프 지원은 왕국에서도 허락한 것이니 반드시 엘프를 도와야 합니다.”

 

“……하아.”

 

왕실에서 허락했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거절할 수가 없던 파이슨이 진짜 하기 싫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그렸다.

 

“언제 온다고 하느냐?”

 

“도착은 대충 30분 후, 출발은 멕케인 공작, 크리스 님이 도착하면 출발할 것입니다.”

 

“……그때 다시 오너라.”

 

“예.”

 

파이슨은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었는지 벌레를 쫓듯이 손을 들어 앞뒤로 흔들었고 이레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기사 수련장을 나와 총관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 안쪽에서 소녀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레스는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녹색 머리가 인상적인 소녀를 향해 손을 들었다.

 

“안녕!”

 

“아으…….”

 

총관실을 찾은 손님이 이레스라는 것을 확인한 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에리카가 붓을 움켜잡은 채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무슨 나만 보면 다 인상을 찌푸려…….”

 

“에휴…….”

 

정말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듯이 어린 나이에 한숨을 내쉬는 에리카의 모습에 이레스가 인상을 화악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반갑지 않나 봐?”

 

“아우…….”

 

에리카가 머리 아프다는 듯이 작게 웅얼거리고는 한 곳을 바라보자 이레스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더니 뒤로 물러섰다.

 

“음…….”

 

에리카가 가리킨 방향에는 여인으로서 그레이즈 가문의 총관 자리에 오른 이레스의 여인 클라리아가 멍하니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레스 그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뒤로 물러서는 모습에 에리카가 휠체어를 끌고 다가가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라버니, 영지를 떠날 일이 있으면 미리 말씀을 해주시라니까요.”

 

“아니, 자고 있는데 깨울 수는 없잖아…….”

 

억울하다는 듯이 에리카와 똑같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에 다시 귓가에 속삭였다.

 

“오라버니가 가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아하셨는데 갑자기 전쟁터로 향한다니요…….”

 

“엘프가 지원을 요…….”

 

드르륵.

 

변명을 하는 듯이 이레스가 다시 에리카의 귓가에 속삭이는 순간 멍하니 서류를 바라보던 클라리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더니 그의 앞에서 멈춰 서 빤히 바라보았다.

 

“……잘 잤어?”

 

클라리아의 눈빛이 너무 강렬했기에 잠시 말문이 막혔던 이레스가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묻자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손에 쥐고 있는 서류를 들어 올렸다.

 

“어디 가시나요?”

 

“으, 응.”

 

“흐으음.”

 

작게 신음을 흘린 클라리아가 서류로 시선을 돌렸고 근처에 자리한 책상으로 걸어가 붓을 휘갈기더니 이레스에게 내밀었다.

 

“도착하면 연락주세요.”

 

“응? 응.”

 

“아니 하루에 한 번, 잠을 자기 전에 연락주세요.”

 

“응.”

 

“시매부처럼 누구 데리고 오면 알죠?”

 

“아, 안 데려와!”

 

몸을 흠칫 떨며 큰 소리로 대답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클라리아가 작은 미소를 그리더니 그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쪽.

 

“조심하세요.”

 

“……으응.”

 

그녀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멍해진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클라리아가 그의 몸을 돌린 뒤에 등을 밀어 집무실에서 내보냈다.

 

“…….”

 

입을 맞추는 순간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로 몰래 훔쳐보던 에리카가 천천히 손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안 말려요?”

 

“누굴 말이니?”

 

클라리아가 오히려 되물으며 자신의 책상에 앉자 에리카가 다시 휠체어를 밀어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가주님이요.”

 

“쿡.”

 

힐끔 에리카를 쳐다보며 실소를 터트린 클라리아가 다시 서류를 훑어보며 대답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보아 온 사이였어.”

 

“네?”

 

“말릴 수 있나. 직접 움직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남자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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