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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215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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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구름공작 215화

제6장 3년 후 (1)

 

 

“…….”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버티지 못하고 천천히 눈을 뜬 이레스가 처음으로 지은 표정은 자신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분홍색 레이스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린 것이었다.

 

“역시 적응이 안 돼.”

 

벌써 2년이나 지났다.

 

눈을 뜰 때마다 분홍색 레이스를 가장 먼저 보았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됐는지 이레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으으음.”

 

금발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여인, 클라리아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은 이레스가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서 내려와 창문을 통해 그레이즈 영지를 바라보았다.

 

3년 전.

 

헥스 공작의 죽음으로 인해 제이스 왕자는 항복을 하였고 전쟁은 끝나게 되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너무 컸다.

 

미스릴 광산 파괴.

 

왕실 대장장이들의 죽음.

 

수십만의 인명 피해까지 있었지만 테라인 왕국은 동맹국인 헥토스 왕국을 버리지 않았다.

 

이레스를 파견해 다시 미스릴 광맥을 찾게 하였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 현재는 반란이 일어나기 전의 7할까지 왕국이 복구되었다.

 

창문을 통해 그레이즈 영지에 거주하는 영지민들의 저택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그리던 이레스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느낌이 무지 싸하단 말이야…….”

 

3년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헥스 공작을 유혹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 유실리안 제국은 움직이지 않았다.

 

헥토스 왕국의 힘이 약해졌을 때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던 유실리안 제국이 움직이지 않자 바빠진 것은 테라인 왕국이었고 수백, 수천의 첩보병을 제국으로 파견했고 그 도중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얻은 의문스러운 정보는 평야를 지배하고 있던 기마민족이 사라진 것이었다.

 

테라인 왕국은 기마민족을 섬멸한 이들을 유실리안 제국으로 생각했다.

 

유실리안 제국에 대한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유실리안 제국에서 헥토스 왕국까지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대평야를 가로지르는 것이었기에 기마민족을 섬멸한 것이 그들이라고 추측한 것이었다.

 

그게 아니면 헥토스 왕국으로 찾아온 라이언 대공의 군대가 모든 이들의 이목에서 벗어난 채로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이레스가 말하였던 다크 드림이 판매된다고 추측되던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 가문이 사라지고 신생 가문이 들어섰다는 것이었다.

 

이것도 간단하게 추측을 해보니 답이 나왔다.

 

다크 드림 자체가 인신매매와 대등한 최악의 범죄였기에 유실리안 제국이 미리 처단을 한 것이었다.

 

“분명 움직이긴 할 텐데…….”

 

몇 가지 다양한 정보가 있었지만 그 어떤 정보에도 제국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정보는 없었고 내부를 단단하게 만드는 듯한 애매모호한 정보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대륙을 정복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유실리안 제국이라면 분명히 움직일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움직이는 그 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떨어트려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

 

우웅.

 

손바닥 주위로 선명한 푸른빛 오러가 생성되었다.

 

오러나이트 경지.

 

헥토스 왕국의 반란을 잠재우고 가문으로 돌아온 이레스는 그레이즈 공작과 헬버튼의 도움을 받아 수련을 했고 그 결과 오러나이트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허나 3년간의 노력은 그것이 전부였다.

 

“실피아.”

 

쉬이익.

 

닫혀 있는 창문의 틈 사이로 작은 바람이 불어오더니 그의 여동생인 엘리스를 닮은 바람의 정령 실피아가 소환되었다.

 

-안녕!

 

“안녕?”

 

해맑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는 실피아를 향해 미소를 그리며 인사를 받아준 이레스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계약했던 바람의 정령 실피아는 여전히 중급 정령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미 몸 안에는 넘쳐흐를 정도의 바람의 정령력이 있었지만 실피아는 상급 정령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노엔.”

 

쿠구궁.

 

이레스의 앞으로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그의 남동생인 알레인을 닮은 흙의 정령 노엔이 소환되어 인사를 했다.

 

-안녕?

 

“안녕.”

 

실피아와 마찬가지로 노엔도 여전히 중급 정령에 머물러 있었다.

 

“파이슨.”

 

화르륵.

 

허공에 작은 불꽃이 생성되더니 그레이즈 공작을 닮은 불의 정령, 파이슨이 소환되었다.

 

-허허허, 일어났는가.

 

“예.”

 

하급 정령에 머무르고 있던 파이슨은 중급 정령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실피아나 노엔과 마찬가지로 중급 정령에 머무를 뿐 상급 정령으로 진화하지는 않았다.

 

“흐으음.”

 

자신의 곁을 떠도는 세 정령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작게 신음을 흘리며 다시 창문으로 시선을 돌릴 때였다.

 

우웅.

 

“…….”

 

-…….

 

갑작스레 느껴지는 작은 마나의 파동에 의해 이레스와 세 정령이 동시에 구석에 놓여 있는 작은 구슬로 향했다.

 

그레이즈 가문의 마법공학자 수장이 된 데미안이 3년 전에 제작했던 통신 구슬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허나 이레스는 바로 통신 구슬을 향해 걸어가는 대신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았다.

 

“카인 님?”

 

방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통신 구슬은 왕의 목소리를 회수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던 엘프 카인에게 넘겼던 통신 구슬과 연결된 통신 구슬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우웅.

 

실수로 연락을 한 것이 아니라는 듯이 계속해서 울리는 통신 구슬을 빤히 바라보던 이레스가 세 정령을 바라보며 작게 신음을 흘렸다.

 

“으으음. 귀찮을 거 같은데…….”

 

3년간 단 한 차례도 울리지 않았던 통신 구슬에서 카인의 연락이 왔기에 반가움을 느끼기보다는 무언가 귀찮은 사건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우우웅.

 

“으으음.”

 

통신 구슬이 진동하며 만들어내는 소음 때문인지 클라리아가 뒤척이자 이레스가 천천히 걸어가 통신 구슬을 집고 마나를 부어 넣었다.

 

-음.

 

“…….”

 

-……음.

 

“……오랜만이네요.”

 

-아……. 연락된 것이군요.

 

통신 구슬을 처음 사용한 것처럼 중얼거리는 카인의 말에 이레스가 실소를 흘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도……움이요?”

 

-예.

 

“왕의 목소리가 필요하신 겁니까?”

 

질문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왕의 목소리를 바라보며 묻는 이레스였지만 카인의 대답은 그가 예상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인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 *

 

끼이익.

 

이레스는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이들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제때 와주었네?”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던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레스를 바라보았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그의 옆에 착석한 알레인이 핀잔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가주 직위에 오르시고 1년이 지나서야 회의를 소집했으니 업무가 밀려 있어도 궁금해서라도 찾아올 것입니다.”

 

“…….”

 

1년 만에 회의를 소집했다는 말에 이레스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입을 꾹 다물며 딴청을 피웠고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그레이즈 공작은 3년 후에 가주 직위를 물려준다고 했지만 헥토스 왕국의 반란이 가라앉고 2년 후 이레스에게 가주 자리를 넘기고 부가주라는 직위를 만들어 알레인을 자리에 앉혔다.

 

처음에는 알레인에게 그레이즈 영지와 인접해 있는 영지를 양도해 가주 자리에 올리려 했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자신의 아들이 어떤 녀석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레이즈 공작은 자신의 둘째 아들을 부가주라는 자리를 만들어 앉히는 과감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이레스가 딴청을 피우고 알레인이 눈가를 살짝 좁히며 자신의 형이자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를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사람들을 소집한 것입니까?”

 

“아.”

 

알레인의 질문에 깜빡했다는 듯이 작게 탄성을 내뱉은 이레스가 회의실 테이블을 둘러싼 채 앉아 있는 가문의 인재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앞에 놓인 통신 구슬을 가리켰다.

 

“연락 왔거든.”

 

“누구한테요?”

 

“카인 님.”

 

“……?”

 

알레인이 카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레스는 바로 자신의 수하들을 바라보았고 아무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자 힌트를 주었다.

 

“엘프.”

 

“아……. 엘프 카인 님한테 연락이 왔다는 것이군요.”

 

그제야 카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를 기억해낸 알레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자 수하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는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엘프한테 연락이 왔다니까?”

 

“예. 방금 들었습니다.”

 

“안 놀라?”

 

알레인이 이레스와 똑같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왜 놀랍니까? 그거에 놀랐으면 회의에 소집된 인물 중에 케르취 님이 존재한다는 것에 기절해야 합니다.”

 

“…….”

 

“취익?”

 

자신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인지 의자에 앉아 있던 케르취가 고개를 갸웃했고 할 말이 없어진 이레스가 입을 꾹 다물자 알레인이 다시 물었다.

 

“무슨 일로 연락했다고 합니까?”

 

“도움이 필요하대.”

 

“가주님의 도움이요?”

 

“아니, 가문의 도움.”

 

“…….”

 

알레인은 이해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았고 이레스는 다시 손가락으로 통신 구슬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습격을 했다고 하더라.”

 

“카인 님의 부족을요?”

 

“아니, 모든 엘프족을.”

 

“……어떻게 알고?”

 

“그걸 알면 우리 가문은 엘프들과 교역을 했을 수도 있고 이 회의실에 엘프가 앉아 있을 수도 있었겠지?”

 

“…….”

 

알레인이 살짝 째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는 피식 실소를 흘린 후에 수하들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와주려고 하는데 나랑 엘프 마을에 갈…… 사람?”

 

“…….”

 

척! 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레스가 창설한 기사단인 구름 기사단의 단장 벅튼이 손을 번쩍 들었고 무언가 재미를 느꼈는지 대부분의 기사단 단장들이 손을 들었다.

 

작은 미소와 함께 손을 든 사람들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손을 번쩍 들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인상을 화악 찌푸렸다.

 

“매제, 손 내리지?”

 

“예?”

 

“싸우러 간다고.”

 

“예, 들었습니다.”

 

“전장에 자발적으로 가겠다고?”

 

“전쟁은 좀 그렇지만 엘프의 마을은 한번 가보…….”

 

쉬이익!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리잔이 날아오자 반데크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피했다.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엘프 꼬시려는 것은 아니고?”

 

“아닙니다! 저에게는 엘리스라는 여자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런 새끼가 고향에 다녀오더니 여자를 데리고 와!”

 

콰당탕!

 

반데크의 끊임없는 구애 때문인지 엘리스는 반데크와 결혼을 했다.

 

모두가 결사반대를 했지만 자신의 딸, 또는 여동생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 허락을 했고 2년 전에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문제는 결혼하고 1년 후, 페이언 왕국을 갔던 반데크가 첩이라며 한 여인을 데려왔다는 것이었다.

 

“아, 아니 그녀는 왕국이 정해준 여인이어서.”

 

의자가 넘어질 정도로 벌떡 일어나며 테이블 위로 올라선 이레스의 모습에 사색이 된 반데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뒤로 주춤 물러섰다.

 

왕국에서 정해준 여인과 결혼하고 그녀를 데리고 온 반데크는 그날 저녁, 은퇴를 하고 기사들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던 전대 그레이즈 공작, 파이슨과 이레스뿐만이 아니라 그레이즈 가문 소속의 모든 기사단장들과 대련을 하며 떡을 만들듯 주물러졌다.

 

“넌 안 돼! 손 내려!”

 

“옛!”

 

반데크가 큰 소리로 대답했고 이레스가 검지로 넘어진 그의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옛!”

 

후다닥.

 

일어섰을 때보다 빠르게 자리에 앉는 반데크를 바라보던 이레스는 작게 심호흡을 한 뒤에 의자를 일으켜 세워 자리에 앉으며 손을 든 이들을 둘러보다 한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할아버지.”

 

“예, 가주님.”

 

기사들 중에 유일하게 손을 들지 않은 헬버튼이 미소를 그리며 대답하자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엘프의 마을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허허허, 저는 영지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고…….”

 

가문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고 있는 헬버튼이었기에 그의 의견을 존중한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몇 기사단장을 가리켰다.

 

“레어울프 기사단.”

 

“아싸!”

 

“구름 기사단.”

 

“옛!”

 

“준비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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