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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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13화
제5장 이레스라는 구름 (2)
“으, 으아아악!”
단 한마디에 불과했지만 지금까지 보인 그의 행동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오러나이트의 기사를 쓰러트렸던 것 때문인지 사기가 밑바닥으로 하락한 병사들이 무기를 내팽개치며 성벽 아래로 도망쳤다.
이레스는 그런 그들을 쫓는 대신 달려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가 확보되는 순간 성벽 난간 위로 뛰어오르더니 다시 막다인 자작을 향해 달려가려 하는 순간 그의 시야로 아주 화려한 폭발이 들어왔다.
콰아앙!
헨들릭스 공작의 검과 막다인 자작의 검이 부딪치는 순간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한 사람이 하늘 위로 튕겨져 나갔다.
멍하니 검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나가는 사내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엄청나군…….”
뒤로 튕겨나가는 사내는 막다인 자작이었다.
라이온 대공과의 대련.
그것이 헨들릭스 공작에게 작은 깨달음을 준 것인지 전보다 더 강해졌다.
내상이 완치되었고 같은 마스터 경지에 오른 막다인 자작까지 압도하는 헨들릭스 공작의 모습을 확인한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성벽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성을 바라보았다.
“흐으음.”
작게 신음을 흘리며 영주성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성 밖, 아이언 나이트 부대와 테라인 왕국군의 전투를 바라보다 난간 위에서 짧게 도약해 다시 성벽 위에 착지했다.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을 취득한 구름 기사단이 움직여 아이언 나이트 부대를 제압하는 순간 왕국군 본대와 가족의 죽음에 분노한 오크들이 움직였으니 더 이상 성벽 위에 자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할 일은 하나뿐이지.”
이레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계단을 내려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머리를 넘어 거대한 돌덩어리가 연달아 성 밖으로 날아갔다.
성벽이 함락 당했음에도 여전히 본대를 공격하고 있는 반란군 투석기의 공격이었다.
하늘 위로 왔다 갔다 하는 돌덩어리를 바라보며 계단을 통해 성벽을 내려온 이레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바라보다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웹.”
그의 입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울려 퍼졌고 손가락에 착용되어 있던 반지에서 푸른 거미줄이 생성되어 사방으로 날아갔다.
웹 마법은 달려오는 병사들뿐만이 아니라 성벽과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건물에까지 연결되었고 이레스가 다시 씨익 미소를 그리며 투석기가 자리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하늘 위에 떠 있던 파이슨의 손을 통해 거대한 불덩어리가 날아가 거미줄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화르르륵!
“크아아악!”
* * *
30인의 아이언 나이트가 구름 기사단의 활약을 통해 제압을 당해 목숨을 잃고 그레이즈 공작과 헬버튼의 협공으로 케이드렌이 혼절하여 제압되고 헨들릭스 공작이 부상을 입고 날아간 막다인 자작을 끈질기게 추격해서 쓰러트렸다.
반란군의 책사, 레튼 남작의 전략은 좋았다. 하지만 아이언 나이트들과 최악의 상성을 보이는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을 배운 구름 기사단을 생각지 못하여 역으로 당하게 되었고 왕국군은 선봉대의 5할에 해당하는 피해를 끝으로 성벽을 장악하고 영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레스가 전장에 난입하자마자 레이온 왕자와 데우스 왕자의 곁으로 이동했던 크리스가 영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영주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로 향하는 동문을 장악해야 합니다.”
“헥스 공작의 도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군요.”
데우스 왕자가 살기가 깃든 눈빛으로 영주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고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3만의 군대가 성벽을 타고 우회를 하며 동문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미 사기가 떨어진 반란군 병사들이 3만의 기마병을 막아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크리스가 영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성벽을 우회하며 동문으로 항하는 3만의 기마병을 바라보며 천천히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다.
“아이언 나이트 제압, 마스터 케이드렌 포박, 마스터 막다인 자작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반란군은 사기가 하락해 있을 것이니 저희는…….”
크리스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데우스 왕자가 검을 들어 올리더니 영주성을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모든 병사들은 영주성을 향해 돌격하라!”
“……영주성으로 돌격하면 됩니다.”
데우스 왕자의 명령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크리스의 설명이 끝이 났고 영지 안으로 들어선 모든 병사들이 데우스 왕자를 따라 영주성으로 달려 나갔다.
두두두두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적들 때문인지 사기가 최고조에 달한 테라인 왕국군 병사들까지 데우스 왕자를 따라갔지만 영주성으로 달려 나가는 데우스 왕자와는 다르게 레이온 왕자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선 채로 주위를 둘러보며 크리스에게 물었다.
“이레스는 어디 갔다고 생각합니까?”
크리스가 생각하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다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한 지역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영지로 들어서기 전에 반란군의 투석기 공격이 멈췄습니다. 아마 투석기 부대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
레이온 왕자가 크리스를 따라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지역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그레이즈 공작과 헬버튼에게 명령을 내렸다.
“주변을 정리해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레이즈 공작이 대표로 대답을 하고는 헬버튼과 함께 군대를 두 부대로 나누어 남문과 북문으로 이동하자 레이온 왕자는 크리스와 남은 호위기사들을 이끌고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다그닥. 다그닥.
이미 대부분의 병사들이 항복을 한 것인지 이동을 할수록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고 있는 반란군 병사들과 그들을 향해 무기를 들이미는 병사들이 보였다.
“생각보다 간단했군.”
제압당한 반란군 병사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레이온 왕자의 모습에 그의 옆에서 말을 몰던 크리스가 동의를 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 나이트는 서른 명으로 뭉쳐 있는 소수의 기사단이었지만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뛰어난 지휘관들이기도 했습니다만.”
“그런 그들을 구름 기사단이 제압했죠.”
“예.”
아이언 나이트와 오크 부대와의 전투가 시작되고 중반쯤 흘렀을 때 구름 기사단이 움직였고 순식간에 모든 아이언 나이트 부대를 제압하고 목숨을 빼앗았다.
마스터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는 미스릴 갑옷을 무장한 이들이 최고의 경지가 익스퍼드 최상급인 구름 기사단에게 패배했다는 것이었다.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이라…….”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중갑병들에게는 마스터보다 무서운 병기술입니다. 모든 병사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
너무 뜻밖의 제안이었는지 레이온 왕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모든 병사들에게 보급한다는 것은 왕국군의 힘이 강해진다는 것입니다만?”
“그렇습니다.”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온 왕자는 눈가를 살짝 좁히며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멕케인 가문의 라이벌인 그레이즈 가문이 공적을 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요.”
“……귀족파는 무너진 것인가?”
이레스와 크리스가 함께 다니지만 일단 두 사람은 각 정치권에서 한자리를 맡고 있는 가문의 소가주들이었다.
그레이즈 가문이 공적을 쌓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그 모습이 너무 이상했기에 레이온 왕자는 예의상 지켰던 존대도 잊어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밖에 없었고 크리스는 이레스가 위치할 것이라 추측되는 장소를 빤히 바라보다 그 질문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대답했다.
“귀족파는 건재합니다.”
“왕권파의 힘을 약화시키고 귀족파의 힘을 강하게 하려는 귀족파가 아직 건재하다면 왜 왕권파가 공적을 쌓는 것에 반대를 하지 않는 것이지?”
너무 진실 된 레이온 왕자의 질문 때문인지 크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착각하고 계시는 것이 있습니다.”
“착각?”
“귀족파는 귀족의 힘을 강화시키고 왕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아닙니다.”
아니다?
귀족파의 귀족들을 흡수하기 위해 만난 적은 많았지만 이런 설명은 처음이었는지 레이온 왕자가 이제는 앞을 바라보지도 않고 크리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크리스가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귀족파는 왕실이 무력할 때 왕실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지요.”
“…….”
“레이온 왕자님은 생각보다 유명하십니다. 다양한 정책을 통해 백성들을 편안하게 만들며 왕실의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귀족파 귀족과 왕권파 귀족들을 나누지 않고 모두 왕국의 귀족으로 보시지요. 그래서 아버님이 그러셨습니다.”
“…….”
“이번엔 왕실을 따르라고 말입니다.”
“이번엔이라…….”
왕실을 따르라는 말은 흐뭇하게 하는 말이었지만 그 앞에 붙어 있는 ‘따르라.’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 레이온 왕자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피식 실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한마디로 왕실이 무력하거나 내가 왕국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실수를 하면 귀족파가 왕국을 다스리기 위해 움직인다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크큭.”
레이온 왕자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전방에서 느껴지는 매캐한 연기에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다섯 개의 불길이 나무로 만들어지고 금속으로 갑옷을 입힌 투석기를 태우고 있었고 그 앞에 검은 머리의 청년이 바닥에 주저앉아 영주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것이군요…….”
의문이 풀리자 다시 존대를 하는 레이온 왕자였고 크리스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그의 말투에도 어떠한 표정도 그리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을 정정해 주었다.
“허나 왕실이 무력하지 않는 이상 영원한 동맹이기도 합니다.”
“…….”
“…….”
마치 마지막 설명이라는 듯이 중얼거린 크리스가 고개를 돌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검은 머리의 청년, 이레스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