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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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11화
제4장 공성전 (2)
쿵!
쉬이익!
쿵!
하나의 공성 사다리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듯이 성벽 곳곳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며 공성 사다리를 뒤로 넘어트렸고 실피아가 강한 바람을 일으켜 다시 공성 사다리를 성벽과 연결시키는 행동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공성 사다리를 다시 성벽과 연결시키던 이레스가 성벽 앞에 도착함과 동시에 생각을 하더니 공성 사다리 곁에서 명령을 내리는 선봉대 지휘관을 향해 달려가 소리쳤다.
“한 부대만 뒤로 물려!”
“명을 받들겠습니다! 13, 14부대는 뒤로 물러나 적들의 공격을 방어하라!”
헥토스 왕국의 지휘관이라면 설명까지 필요한 명령이었지만 현재 선봉대의 지휘관 직위를 맡은 이는 테라인 왕국 지원군 본대와 함께 찾아온 테라인 왕국의 기사였다.
기사는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명령을 내리자 성벽에 붙어 있던 수백 명이 뒤로 물러나며 작은 공터를 만들었다.
“노엔!”
이레스가 큰 소리로 외쳤고 작은 지진과 함께 땅의 정령 노엔이 나타나더니 작은 공터를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쿠구궁.
소환되었을 때와는 다른 거대한 지진과 함께 땅이 솟구치더니 가파른 경사면이 만들어졌다.
속도를 늦추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달려가야지만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면이었다.
이레스는 경사면을 만들자마자 바로 지휘관에게 시선을 돌렸고 평평한 땅이 솟구치며 경사면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있던 그는 바로 검으로 경사면을 가리키며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군 오르막길과 공성 사다리를 이용하여 성벽을 장악하라!”
* * *
성벽 전체에서 공성 사다리를 통해 병사들이 성벽 위로 올라오고 있었고 딱 한 곳만 정령의 힘으로 만들어진 가파른 경사면을 이용하여 병사들이 성벽 위로 달려갔다.
“저, 적들을 막아라!”
가파른 경사면을 통해 병사들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순간 성벽 위에서 당황한 듯한 지휘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자신이 만든 경사면을 힐끔 쳐다본 이레스가 자신의 왼쪽에 떠 있는 노엔을 바라보는 순간, 그가 밟고 있는 땅이 성벽 위까지 솟구치기 시작했다.
쿠구궁.
“이, 이레스가 나타났다!”
솟구치는 땅과 함께 자신이 성벽 위까지 솟아오른 모습을 발견한 한 기사가 큰 소리로 외치자 이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성벽 위로 도약하더니 어느새 등에 매달고 있던 중검을 양손으로 쥔 상태로 강하게 휘둘렀다.
쉬이익!
촤아악!
오러가 씌워진 중검이 다섯의 병사와 큰 소리로 외친 기사의 몸을 베어버렸고 이레스는 쓰러진 기사를 빤히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쩝. 존나 찝찝한데?”
기사는 병사들에게 막으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는 듯이 외쳤다.
잠깐의 생각을 끝으로 이레스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고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며 욕설을 내뱉었다.
“……미친.”
성벽과 공성 사다리의 연결을 해체시켰다고 추측되던 인물들이 없었다.
함정.
어떠한 함정인지 모르지만 기사는 자신의 등장으로 인해 병사들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 외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이 시작됨을 알리는 보고를 한 것이었다.
끼이익.
쇠가 끌리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고 이레스는 불의 정령 파이슨까지 소환하여 사방으로 불의 화살, 바람의 화살, 흙가시를 만들어 병사들을 공격하며 크게 소리 질렀다.
“성문이 열린다아아아!”
* * *
성문이 열린다아아아!
끼이익!
가장 먼저 성벽 위에 오른 이레스의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졌지만 성벽 아래에 자리하고 있던 선봉대는 이미 쇠가 끌리는 소리를 듣고 성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외침보다 먼저 공성전이 시작되면 절대로 열려서는 안 되는 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성문이 열린다는 것이 너무 뜻밖이었는지 냉철한 판단으로 전장을 지휘하던 선봉대 지휘관조차 병사들에게 어떠한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잠시지만 멍하니 성문을 바라보는 순간, 활짝 열린 성문을 통해 푸른빛을 띠는 갑옷을 착용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촤아아악!
“크아아악!”
푸른빛의 갑옷을 착용한 기사들이 달려가며 언월도를 휘두르고 검을 휘두르고 창을 내지르자 병사들은 마치 짚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처럼 깔끔하게 베이고 신체가 뚫리며 목숨을 잃었다.
선봉대는 테라인 왕국의 지원군만 뭉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문에서 약간 떨어져 있던 헥토스 왕국의 병사가 성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기사들을 발견하고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아, 아이언 나이트가 나타났다!”
촤아악!
허나, 성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온 기사의 정체를 파악한 병사의 외침은 이생에서 내뱉는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말을 타고 전방으로 달려가던 아이언 나이트가 어느새 선봉대 정중앙까지 돌파한 것이었다.
선봉대 병사들은 그 유명한 아이언 나이트의 출현에 당황하기 시작했고 선봉대 지휘관이 병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시 명령을 내리는 순간 그의 시야로 거대한 언월도의 칼날이 들어왔다.
쉬이익!
베는 것이 아니라 찔러 들어오는 언월도를 바라보던 지휘관이 언월도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를 파악하고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언월도의 도 날과 롱소드의 검신이 부딪치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말 위에 안착해 있던 선봉대 지휘관이 군마와 함께 하늘 위로 날아갔다.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아이언 나이트들 중에 유일하게 투구를 착용하지 않은 아이언 나이트.
아이언 나이트 부대의 검술 스승인 카이드렌 더 헥스가 주위를 쓰윽 훑어보더니 주위에 자리하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오러블레이드가 씌워진 언월도를 강하게 휘둘렀다.
부우웅!
촤아아아아악!
언월도의 도 날이 다섯 병사의 허리를 베었고 날을 감싸고 있던 오러블레이드가 쏘아지며 그 뒤에 있던 수십 명의 병사들을 베어버렸다.
“적들을 말살하라!”
병사들을 베어버린 언월도를 회수하며 자세를 잡은 카이드렌이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고 아이언 나이트들이 동시에 자신의 무기에 오러를 씌우고 휘두르자 병사들은 방어는커녕 제대로 도망도 쳐보지 못보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촤아악!
크아아악!
마치 양들 사이로 굶주린 늑대가 들판을 누비는 것처럼 아이언 나이트들은 병사들을 사냥하며 선봉대를 말살시키던 순간이었다.
쉬이익!
하늘 위에서 느껴지는 살기와 자신이 언월도를 휘둘렀을 때와 똑같은 바람을 짓뭉개는 소음이 귓속을 파고들자 한 아이언 나이트가 황급히 허공을 향해 언월도를 휘둘렀다.
콰아앙!
히이잉!
지금까지 병사들과 검을 부딪쳤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폭발과 함께 미스릴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를 태우고 있던 미스릴 마갑을 착용한 군마가 작게 울음을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
아이언 나이트가 입을 꾹 다문 채 자신을 공격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취익.”
자신을 공격한 인물은 병사도 아니었고 기사도 아니었으며 심지어는 인간도 아니었다.
그레이즈 가문 소속의 병사로 참여한 이들, 검은 갈퀴 부족의 오크들이었다.
“취익.”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아이언 나이트를 공격했던 오크의 옆으로 다른 오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몸집을 자랑하는 오크, 케르취가 그를 지나치더니 아이언 나이트를 향해 걸어가 한 손에 들고 있던 글레이브를 강하게 휘둘렀다.
부우웅!
쉬이익!
글레이브가 휘둘러지는 것과 동시에 언월도가 휘둘러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글레이브는 평범하게 휘둘러지고 있었지만 언월도에는 오러가 씌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부우웅!
쉬이익!
콰아아아앙!
글레이브와 오러가 씌워진 언월도가 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오러까지 사용하여 강화된 언월도라면 글레이브를 부수고 오크의 몸을 베어버려야 했지만 어이없게도 자신의 언월도가 부서지고 그의 시야로 거대한 글레이브의 검신이 가득 찼다.
콰지직!
검날이 녹슬었는지 투구와 부딪치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군마 위에 앉아 있던 아이언 나이트가 땅으로 떨어졌고 케르취는 글레이브를 쥐고 있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취익.”
아이언 나이트의 공격을 튕겨냈음에도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 강했다.
케르취가 작게 울음을 토하더니 아이언 나이트의 얼굴을 밟으며 어느새 선봉대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오크들을 향해 소리쳤다.
콰지직.
“취이익! 동료들을 보호하고 사냥을 시작하라!”
“취이익!”
50인의 나이트와 그를 따라 성을 빠져나온 수천의 기마병을 향해 본대에 자리하고 있던 오크들이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콰아앙!
* * *
성벽 아래에서 오크와 아이언 나이트를 따라 성문을 빠져나온 기마병들의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이레스는 성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병사들을 쓰러트리며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이 만든 가파른 경사면의 끝을 바라보았다.
촤아악!
“크아악!”
카이드렌과 함께 아이언 나이트들이 전부 빠져나갔지만 한 사람은 빠져나가지 않았었다.
“우와아아아!”
강한 외침과 함께 한 병사가 창을 내지른 채로 자신에게 달려오자 이레스는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 공격을 피해내고 병사의 창대를 낚아챘다.
탁.
“아, 안 돼.”
설마 자신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무기를 낚아챌 줄은 몰랐는지 병사가 사색이 된 채로 중얼거렸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씨익 미소를 그리며 발을 들어 올렸다.
“전장에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씨발.”
퍼어억.
“크아악!”
이레스의 발길질에 복부를 강타당한 병사는 그대로 성벽 아래로 떨어졌고 병사의 무기인 단창을 쥔 그는 가파른 경사면 끝에 자리한 채 왕국군 병사들을 학살하는 한 인물을 향해 강하게 던졌다.
쉬이익!
성벽 위로 올라오는 병사들을 베어내던 그는 오른쪽 귀에서 들려오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검면을 살짝 비틀었다.
챙!
작은 검명이 울려 퍼지며 빠른 속도로 쏘아지던 단창이 옆으로 비틀어지며 경사면 정상에 위치하고 있던 이, 막다인 자작의 옆으로 몰래 성벽을 오르던 병사들을 공격했다.
콰아앙!
폭발과 함께 경사면의 한 부분이 무너지며 병사들을 땅으로 추락시키자 이레스가 자신의 공격을 이용해 병사들의 움직임을 막아낸 이, 막다인 자작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저 인간도 밖에서 싸웠으면 좋을 텐데.”
정말 아쉬웠다.
마스터인 막다인 자작도 만약 성문 바깥에서 전투를 벌였다면 성벽은 이미 왕국군에 먹혔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막다인 자작을 무시하고 공성사다리를 통해 올라오는 병사들을 위해 다시 성벽 위에서 전투를 벌이던 이레스가 자신에게 쏘아지는 살기를 느끼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미친!”
왕국군 병사에게서 단창을 빼앗은 막다인 자작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창을 던지는 순간 엄청난 살기가 온몸을 지배했던 것이었다.
쿠구구궁!
이레스가 욕설을 내뱉으며 바람을 타고 하늘 위로 솟구쳤다.
자신도 단창을 던질 때 오러를 씌우기는 했다. 하지만 막다인 자작이 단창에 씌운 오러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할 때 만드는 오러를 단창에 씌웠기 때문이었다.
쉬이이익!
콰아아아앙!
자신이 던졌던 단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한쪽 벽면을 무너트렸다.
문제는 자신이 피할 것까지 예상한 것인지 막다인 자작이 던진 단창이 정확하게 성벽과 연결되어 있는 공성 사다리 부분에 부딪쳤다는 것이었다.
“으, 으아악!”
벽면이 무너지자 연결 면이 사라진 공성 사다리는 당연히 뒤로 쓰러지며 아직도 성벽 위에서 화살을 날리는 궁병들의 공격을 막아내던 방패병들을 집어삼켰다.
콰아앙!
“……저 인간은 절대로 못 막는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까지 단창을 날리면서 보내는 살기는 엄청났다.
당연히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성 사다리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경사면을 이용하여 천천히 오르는 헨들릭스 공작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그렸다.
아이언 나이트 부대에 마스터 케이드렌이 있었겠지만 역시 책략가인 크리스답게 그레이즈 공작과 헬버튼만 보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헨들릭스 공작이 경사면을 타고 올라오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헨들릭스 공작을 발견하고 안심하며 다른 병사들을 공격하려 할 때 라이언 대공과의 일기토로 인해 입은 부상이 떠올랐다는 것이었다.
휙!
이레스가 목이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돌리며 헨들릭스 공작을 바라보았다.
“완치된 건가?”
3관문인 체이토 영지를 공격할 때에도 반데크와 데인의 뒤에서 오러블레이드만 날렸던 헨들릭스 공작이었다. 그런데 같은 경지에 오른 막다인 자작을 쓰러트리기 위해 경사면을 오른다면 이유는 두 가지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첫 번째는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비어 있던 일주일 만에 완치를 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멀리서 왕국군이 아이언 나이트 부대를 쓰러트릴 때까지 막다인 자작의 움직임을 봉인한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이면…….”
마스터가 되어본 적이 없었기에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은 같은 마스터가 만든 내상을 일주일 만에 완치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가 걱정되어 자신의 곁에 있는 적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직 왕국군이 성벽 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한 사람이 걱정되어 성벽을 오르는 수백, 수천 병사들의 생명을 없애는 것도 말도 안 되기 때문이었다.
“뭐…….”
이레스가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의 주위로 바람으로 만들어진 화살과 불의 구가 생성되더니 사방으로 날아갔다.
“생각이 있으니 움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