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6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6화
잠에서 깨어나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1분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오전 11시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의 정겨운 지하 단칸방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살았다!’
죽을 위기를 겪었기 때문일까. 지겹다고 생각했던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근데 전부 꿈 아냐?’
불쑥 의심이 들었다.
혹시 내가 아주 생생한 개꿈을 꾼 게 아닐까?
꿈인지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었다.
“석판 소환.”
석판이 나타났다.
-성명(Name): 김현호
-클래스(Class): 3
-카르마(Karma): +500
-시험(Mission): 다음 시험까지 휴식을 취하라.
-제한시간(Time limit): 11일
-카르마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을 받으려면 석판을 소환한 채 ‘카르마 보상’이라고 말씀하세요.
꿈이 아니었구나. 내심 기대했었는데.
주어진 11일이 지나면 또다시 아레나라는 이상한 세계에 끌려가 목숨 걸고 싸워야 되겠지.
레드 에이프는 약한 녀석이라 어찌어찌 이길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시험에서는 어떤 괴물이 나올지 등장할지 장담 못한다.
카르마로 보상을 받아서 좋은 무기를 얻든 어떤 능력을 얻든 강해져야 했다.
“카르마 보상.”
그렇게 말하자, 석판의 글씨가 꿈틀거리며 변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보상을 선택하십시오.
1. 스킬: 능력을 습득합니다.
2. 아이템: 무기, 방어구, 기타 물품을 습득합니다.
3. 기타: 현실세계의 물건을 아이템으로 만듭니다. 아이템화된 물건은 시험에 반입할 수 있습니다.
-잔여 카르마: 500
“음… 스킬?”
내 말에 또다시 석판의 글씨가 변했다.
-원하는 스킬 종류를 선택하십시오.
1. 메인스킬: 시험 수행에 필요한 시험자의 기본 능력. 시험자의 역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스킬로, 딱 하나만 선택 가능합니다. 시험자의 자질에 따라 습득할 수 있는 메인스킬이 한정됩니다.
2. 보조스킬: 메인스킬 이외에 시험자에게 도움을 주는 스킬로,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선택 가능합니다.
-잔여 카르마: 500
메인스킬은 딱 하나만 선택할 수 있고, 보조스킬은 여러 개 습득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이로군.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건 메인스킬이겠네.’
나는 메인스킬을 먼저 습득하기로 했다.
“메인스킬.”
-시험자 김현호의 자질에 맞는 메인스킬은 2개입니다. 원하시는 메인스킬을 선택하십시오.
1. 오러 컨트롤: 생명력의 근간에너지인 오러를 컨트롤하여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능력을 얻습니다.
*초급 1레벨: 체내의 오러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400)
2. 정령술: 정령과 계약하여 대자연의 힘을 사용합니다.
*선택 가능한 정령 속성: 불, 바람.
*초급 1레벨: 하급 정령을 2시간 동안 소환할 수 있습니다. 정령의 힘을 사용 시 소환 시간이 감소합니다. (-400)
-잔여 카르마: 500
오러 컨트롤과 정령술이라…….
설명을 읽으니 대충 어떤 능력인지 알 것 같았다.
오러 컨트롤은 단전호흡으로 기(氣)를 얻는 동양사상과 비슷한 개념 같았다.
반면 정령술은 정령을 소환해서 싸우게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추측된다.
‘정령술이 더 좋아 보이네.’
생각해 봐라.
오러 컨트롤은 오러로 강화된 육체로 직접 싸워야 한다. 근데 정령술은 정령을 소환해서 대신 싸우게 할 수 있다.
단연코 후자가 더 안전한 방식이다!
으음, 그나저나 (-400)라고 쓰여 있는 건 아마 습득하는데 400카르마가 소모된다는 뜻이겠지?
현재 총 500카르마를 갖고 있으니, 정령술 초급 1레벨을 선택하면 100카르마가 남는다.
‘남은 100카르마로 뭘 해야 하지?’
잠시 궁리하다가 나는 석판에 대고 말했다.
“100카르마로 얻을 수 있는 무기를 전부 보여줘.”
그러자 석판의 글씨가 또다시 변했다. 이 석판에 딸린 인공지능 정말 끝내주는군.
-원하는 무기 종류를 선택하십시오.
1. 도검
2. 창
3. 둔기
4. 암기
5. 활
6. 기타
-잔여 카르마: 500
좋아, 난 위대한 검객이 되겠어!
…라며 1번을 선택하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미쳤냐? 이게 무슨 판타지 소설인 줄 알아?
당연히 원거리 무기가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하지만 원거리 무기인 5번 활은 충분히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다루기 어려울 것 같았다.
총 같은 건 없나?
소총 사격은 자신 있는데. 군대에 있을 때 사격으로 포상휴가도 종종 탔었으니까.
“6번 기타.”
혹시나 하는 마음에 6번을 택했다.
-100카르마로 선택 가능한 기타 무기류 목록입니다. 원하는 무기를 선택하십시오.
그 밑에 온갖 무기 이름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슬링, 너클, 독침 등 하나같이 사용하기 난해한 무기들이었다.
그런데 쭉 훑어보다가 열두 번째 항목에서 내 시선이 멈췄다.
“있다!”
놀랍게도 총이 있었다.
12. 전장식 마법소총: 총구에 총알을 넣어 장전하는 전장식 소총입니다. 장전 후 방아쇠를 당기면 내장된 반발마법이 총알을 강하게 튕겨내 발사합니다. 조작이 쉽고 견고합니다. (-100)
*유효사거리: 60m
*최대사거리: 150m
*납구슬탄 100발과 탄알집 혁대가 추가로 제공됩니다.
딱 100카르마짜리 소총.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 무기였다.
일단 총을 쏠 때마다 일일이 총알을 총구로 집어넣어 장전해야 하는 게 불편할 듯했다.
사거리도 짧고, 총알이 동그란 구슬 형태라 관통력도 약할 것 같았다.
하지만 조작이 쉽고 견고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화약을 쓰는 무기가 아니니 더 안전하고 소음도 작을 터.
“됐어, 무기는 이걸로 하자.”
그나마 내가 다룰 수 있는 무기는 총밖에 없으니까.
500카르마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계산이 섰다.
결심은 굳힌 나는 석판에 대고 말했다.
“정령술 초급 1레벨과 전장식 마법소총을 구매하겠어.”
-정령술 초급 1레벨을 선택하셨습니다. 계약하고 싶은 정령을 선택하십시오.
1. 불의 정령 카사
2. 바람의 정령 실프
“실프.”
사격에 있어 풍향(風向)처럼 중요한 게 없다. 바람의 정령과 소총은 좋은 조합이 될 거라는 계산이었다.
파아앗!
별안간 석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이 부셔서 손으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잠시 후 빛이 멎었다.
석판에 쓰인 글씨가 변해 있었다.
-정령술(메인스킬) 초급 1레벨을 습득했습니다. ‘스킬확인’이라고 말씀하시면 습득한 모든 스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장식 마법소총을 습득했습니다. ‘무장’이라고 말씀하시면 보유한 무기가 소환됩니다. ‘무장해제’라고 말씀하시면 무기가 사라집니다.
-탄알집 혁대를 습득했습니다. ‘착용’이라고 말씀하시면 보유한 장비가 소환됩니다. ‘장비해제’라고 말씀하시면 장비가 사라집니다.
-잔여 카르마: 0
어디 보자.
스킬확인, 무장, 무장해제, 착용, 장비해제…….
나는 석판을 꼼꼼히 읽어보며 명령어를 하나씩 시험해 보기로 했다.
“스킬확인.”
그러자 즉각 석판에 새로운 글씨가 나타난다.
-정령술(메인스킬): 바람의 하급 정령 실프를 소환합니다. ‘실프’라고 말씀하시면 소환됩니다.
*초급 1레벨: 소환 시간 2시간. 실프의 힘을 사용 시 소환 시간이 감소합니다.
“실프.”
한 줄기의 바람이 휭 불어와 내 얼굴을 한 바퀴 감싸고 지나갔다.
이윽고 작은 돌개바람이 한데 뭉쳐서 불투명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바람의 정령 실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실프의 생김새는…….
-냐앙.
“고양이?”
나는 깜짝 놀랐다.
불투명한 모습의 작은 새끼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날 친근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사뿐히 어깨에 올라와 내 뺨에 얼굴을 부비는 실프.
아, 굉장히 귀여웠다.
“반가워.”
-냥.
실프도 내가 반가운 듯했다. 쓰다듬어주자 갸릉거리며 좋아했다.
좋아.
정령술은 확인했고, 이제 아이템도 한 번 확인해 보자.
“무장, 착용.”
명령어 두 개를 연속으로 말했다.
팟! 파앗!
오른손에 전장식 마법소총이 쥐어졌다. 허리에 탄알집이 부착된 가죽혁대가 둘러졌다.
신기하군. 말 한 마디에 저절로 착용되다니 말이다.
탄알집을 열어보니 납으로 된 작은 구슬이 수북하게 들어 있었다. 이게 납구슬탄인 모양이었다.
전장식 마법소총은 길이가 1m쯤 되어 보였고, 재질은 나무였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용이할 듯했다.
“무장해제, 장비해제.”
마법소총과 탄알집 혁대가 사라졌다.
이렇게 500카르마를 모두 써서 보상을 받았다. 이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다음 시험 때 증명될 것이다.